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93화 (92/189)

93화. 각성 능력 (2)

아카시아 숲에는 열두 명의 워커 퀸이 있다.

그들 중 최연장자라 할 수 있는 무르.

“연결 강화는 어떤 능력이죠?”

“말 그대로 군체와의 연결을 강화해 주는 능력이죠.”

무르는 장로인 내게 매우 정중했고, 나는 연장자인 그녀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지켜 줬다.

“군체와의 연결과 각성 개미의 상관관계는 어떤가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제게 능력을 써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어렵지 않아요.”

무르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서 능력을 사용했다.

순간, 군체와의 연결이 강화되며 전반적인 능력치가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잠시, 2분 정도 지나자 본래의 감각으로 돌아왔다.

내가 무르를 바라보고 있자, 무르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끝이에요.”

“한 번 더 걸어 줄 수 있나요?”

“같은 대상에게 하루에 1회만 적용되는 능력이라… 도움이 안 됐나 보네요.”

각성 근처에도 못 갔지만, 예의상 도움이 됐다고 말해 주자 무르가 매우 기뻐했다.

“언제든 오시면 능력을 사용해 드릴게요.”

“…네.”

둥지로 돌아온 나는 일리아나와 제르다코를 관찰하며 고심했다.

‘연결 강화만으론 각성할 수 없는 건가?’

산란방에 머물고 있으니 다양한 개미가 찾아와 더듬이 인사를 청해 왔고, 영양을 교환했다.

‘귀찮네.’

포스를 제외한 산란방에 거주하는 개미에겐 이것이 일상이었지만, 내겐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잠깐…….’

각성 장로와 그렇지 않은 장로의 차이.

포스와 두 여왕의 차이.

‘설마… 이거, 인싸만 각성하는 건가?’

부자가 되려면 부자 옆에서 배우라 했다.

나는 일리아나 옆에서 오가는 개미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니, 더듬이 인사가 단순히 페로몬을 묻혀 주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더듬이로 연결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거야.’

그동안 좁게 형성된 나의 네트워크가 크게 확장됐고, 군체와의 연결도 강화됐다.

‘그렇군, 그런 거였어.’

많은 개미와 인사를 나누고 깊은 관계를 구축할수록, 군체와의 연결이 끈끈해지며 나의 능력치 전반이 증가했다.

‘스킨십만 잘해도 연결이 강화되는 거야.’

군체와의 연결을 충분히 강화했다고 느낀 나는 다시금 무르를 찾았다.

“부탁합니다.”

“네.”

무르가 능력을 발현하자 군체원과 내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들이 감각이 전해지는 것 같아.’

내가 군체가 되고, 군체가 내가 되는.

마치 나라는 존재가 무수히 느껴지고, 무수히 많은 존재가 내가 되는 듯한 감각.

그러한 감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는 깨닫게 됐다.

[군체 연결 : 마력 공유]

군체와 연결된 개미들과 마력을 공유하는 능력.

즉, 내 능력은 마력을 보내 주거나 가져오는 능력이었다.

‘굉장해.’

군체와의 연결이 짙어질수록 내 능력의 적용 대상이 확장됐고, 강대해졌다.

한동안 나는 개미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군체와의 연결을 강화했다.

‘인사를 통해 서로가 군체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상대를 새기는 것 같아.’

군체의 개미들과 충분한 관계를 구축한 나는 하위 군체를 찾아가 봤다.

시간이 부족하여 여왕 몇과 인사를 나눴고, 이를 통해 하위 군체 또한 군체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군체를 통해 연결되는 건 개미족뿐인가?’

의문이 들었던 나는 루리아를 불러 봤다.

“저, 무슨 일이시죠?”

“잠시 거기 앉아 봐. 실험할 게 있어.”

불안해하는 루리아를 안심시켜 준 후, 그녀의 이마에 더듬이를 대고 연결을 시도했다.

‘미약하지만… 가능성이 있어.’

굳이 더듬이가 아니더라도 신체 접촉만으로 연결은 시도할 수 있다.

자세가 불편했던 나는 루리아에게 나를 꼭 껴안게 했고, 그녀에게 안긴 채 연결을 시도했다.

한참이 지나서 연결에 성공했지만 이는 갓 태어난 스몰 워커가 선배 개미와 인사를 나눈 수준이었고, 내 쪽에서만 이어졌음을 미약하게 느낄 뿐, 루리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타 종족을 군체원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니…….’

이 정도 연결로는 내 능력이 적용되진 않는다.

연결을 강화하려면 잦은 스킨십이 필요하나, 타종족과의 스킨십은 양쪽 다 불편한 부분이 있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지.’

나는 루리아에게 다수의 개미를 붙여 개미식 인사를 깊게 나누게 했다.

‘확실히 루리아가 군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게 느껴져.’

시간이 흘러 루리아도 내 능력 대상이 됐다.

루리아가 내 능력 범위에 들어왔으니 고블린도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네. 뭐가 문제지?’

거기다 일부 인간도 연결되지 않는 걸 보아, 고블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방면으로 원인을 분석해 보니…….

‘신성력을 갖춘 사제급부터 연결될 가능성이 열리는군.’

내 능력은 군체와의 연결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3차 진화종에게 작용했고, 대상이 아니라면 직접 연결을 강화하여 일시적으로나마 능력 적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군체와 연결된 사제와 2차 이하는 일일이 접촉이 필요하단 말이지.’

사제들을 생각해 볼 때, 개미교에 대한 믿음이 일정 이상이면 신성력을 얻게 되고, 신성력을 갖춘 인간은 군체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개미족은 여왕이 진화하거나, 군체 규모가 커질수록 군체원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미약한 상승치지만, 굉장한 특성이지.’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고블린에게 개미교를 전파하여 사제급 신도를 늘린다면 군체에 무시무시한 파급력이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고카구카라는 종족신이 있어 개미교가 파고들 수 없었다.

아쉽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본진 인구는 약 4만.

하위 군체의 인구는 약 20만.

수용한 인간의 인구는 일천 정도였고, 바르퀴르 영지에도 오백이 넘는 인간을 데리고 있으니 사제급 신도도 차츰 늘어날 터였다.

내 능력은 거리와 무관하니, 개미족 인구 급증과 사제의 발생으로 무한히 성장하는 사기급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릇이 담을 수 있는 마력의 한계였다.

‘흠…….’

바다에서 물을 퍼올 수는 있으나, 그릇 이상의 마력을 가져올 수 없다.

그리고 능력은 하루 한 번만 발동할 수 있고, 지속 시간은 1분 정도.

‘1분간은 마력이 무한 리필 가능하단 말이지.’

순간적으로 뽑아 낼 수 있는 마력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마력이 무한이라고 최강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지금 한방에 실을 수 있는 마력은 마력 총량의 1퍼센트조차 되지 않아… 순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마력 출력을 늘려야 해.’

각성 능력에 맞는 기술을 습득한다면, 나는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듯했다.

능력의 각성으로 무력만 강해진 건 아니었다.

능력을 사용하면 군체원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왔는데…….

보유 마력, 마력의 응축도, 수용 한계치.

정보를 읽은 후 마력이 넘치는 자에게서 마력을 가져와 부족한 자에게 보낼 수도 있다.

마력을 가져가거나 주입할 때, 상대가 거부하면 능력이 적용되지 않아 염화를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서로 성질이 다른 마력이 충돌하면 터질 수도 있지만, 내겐 해당하지 않았다.

‘공허의 마력이 아니었다면 무용지물이 됐을 거야.’

나는 모든 성질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어 문제되지 않았고, 공허의 마력을 보내면 대상의 마력과 융합하여 시너지를 발생시켰다.

‘이건 전쟁에서도 써먹을 수 있겠어.’

이 능력은 군단급으로 작용할 수 있는 초대박 집단 버프 스킬이었다.

내 각성 능력은 자기 강화용과 집단 버프 외의 용도로도 사용 가능했다.

‘예를 들면 육성용으로 쓰일 수 있단 말이지.’

3차 진화종에게는 한계치 이상의 마력을 주입할 수 없었으나, 2차 이하의 진화종에겐 한계치 이상의 마력을 주입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대상의 마력 수용 한계치를 극한까지 확장할 수 있었고, 이는 인위적으로 진화 직전의 상태로 만드는 것과 같았다.

‘이건 뭐, 진화 촉진 스킬이라 할 수 있겠어.’

진화 촉진에 부작용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올 스텟이 만땅에 가까운 특별한 개체가 나왔다.

그래도 무분별하게 진화시킬 순 없었다.

올 스텟 만땅 개체는 대체로 보급종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위종의 마력 성질을 적당히 섞어 주입하면 진화의 방향성도 조율할 수 있겠는걸.’

3차 진화까지 촉진할 수 있는 육성 능력은 사기적이지만, 일일이 접촉하여 능력 적용 대상으로 삼아야 했고, 염화로 동의까지 받아야 하니…….

광범위 적용은 힘들었고, 매일 2차 진화종 스무 마리 정도를 선발하여 성장을 촉진시켜 줬다.

며칠 간의 연구로 각성 능력을 충분히 파악한 나는 3차 진화종 개미들에게 마력 공유에 대한 동의를 받아 뒀고, 장로들에게 각성 방법을 알려 줬다.

장로들은 반신반의하며 각성 능력을 익히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

‘내가 포스를 지원하면 오그르트를 상대할 수 있을 거야.’

4차 진화종인 마스터 가드 퀸 포스는 차원이 다른 마력 제어력을 가지고 있어, 한 방에 상당한 마력을 실을 수 있다.

그런 포스에게 마력을 무한히 지원한다면…….

‘무적의 포스가 완성되는 거지.’

내년 봄에 오그르트를 제거하자고 포스에게 제안했다.

“호…….”

내 능력에 흥미를 느낀 포스.

각성하는 방법을 알려 줬으나, 그는 각성에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마력 제어와 감각을 갈고 닦는 데 시간을 쏟았다.

“포스 님, 순간적으로 모든 마력을 공격에 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마력을 응축할 수 있어야겠지.”

나는 포스에게서 마력 응축법을 배웠으나,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었다.

‘쉽진 않네.’

겨울 막바지, 남쪽 훈련소에서 디아와 대련을 한 번 더 하고, 나르본느와의 대련으로 마무리했다.

대련 중 각성 능력을 써 보니, 무한 마력 상태의 급속 재생이 날 불사신으로 만들어 준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나의 수련은 더욱 치열해졌고, 단련을 통해 재생력을 크게 높였지만, 아직 흑기사와 나르본느에게 닿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봄이 왔다.

사제들과 메틴, 베르딘, 세바스, 월리엄, 존 등은 작년 이상으로 강해졌고, 사내들도 신성력을 갖추게 됐다.

“이제부터 신성력을 갖춘 신도를 사제, 혹은 성전사로 임명하겠다!”

무투파에겐 아레스 교처럼 성전사란 직책을 줬고, 추후 진급하면 성기사란 직책을 내리기로 했다.

‘지금은 골드급 수준인가?’

나는 줄리아와 비앙카, 그리고 다섯 사내를 비롯한 다수의 인간을 바르퀴르 자작령으로 보내 작년에 하던 사업을 이어 하도록 지시했다.

“문트리아를 도와 벨레삭 백작령을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줘.”

“네!”

사람을 잔뜩 내보낸 나는 서쪽의 오그르트가 이끄는 고블린, 오크, 트롤 연합군을 상대할 부대를 편성했다.

“너, 지금 오그르트를 제거할 생각이야?”

“네. 제 능력과 포스님의 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뭔가 고심하는 듯한 나르본느.

“오그르트를 제거할 생각이라면 특별 수련이 필요하겠어.”

며칠 후 나르본느의 거미줄에 묶인 나는 남쪽 숲 깊숙한 곳에 떨구어졌다.

“저… 할 일이 많은데.”

“오그르트를 제거할 생각이라며?”

오그르트의 공백을 걱정한 나르본느가 날 진화시키기 위해 실전 상황을 마련해 줬다.

“한 달만 미루면 안 될까요?”

“안 돼. 어쨌든 살아서 둥지로 돌아가 봐. 그럼 넌 확실히 준왕급에 준하는 존재가 돼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마치고 나르본느는 거미줄을 쳐 가며 멀찍이 사라졌다.

“하…….”

무기도 주어지지 않았고, 숲에는 다양한 암살계 몬스터가 득실거렸지만, 충분히 단련된 내게 위협이 될 만한 건 없었다.

‘나르본느가 날 너무 얕봤어.’

간혹 덮쳐 오는 곤충형 몬스터를 어퍼컷으로 박살 내며 이동했다.

오그르트와 붙게 될 서쪽 전선이 걱정됐던 나는 길을 서둘렀다.

분명 위협이라곤 없는 숲임에도 몹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나르본느의 안배를 깨닫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네놈이 다크인가?”

내게 은밀히 접근하여 귀가를 막는 사마귀 왕.

준왕급 몬스터, 크라스였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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