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96화 (95/189)

96화. 오그르트와의 전쟁 (2)

오그르트가 돌진해 오자, 포스의 입과 엉덩이가 외골격으로 뒤덮이며 신체의 약점이 지워졌다.

포스의 외골격에 새겨진 문양과 보석들이 갈색으로 빛났다.

이는 마스터 가드 퀸의 전투 형태인 무결점 모드.

마력으로 강화된 외골격은 속성 내성까지 갖추어 개미족이 취약한 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었다.

이 상태의 포스는 방어력과 신체 능력이 대폭 증가하여 굉장히 강했다.

“덤벼라! 오거!”

포스의 양 주먹에서 빛이 폭사하며 마강기가 씌워졌다.

화려하게 변신을 마친 포스와 달리, 빠르게 거리를 좁힌 오거는 그저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여유 가득한 표정으로 휘둘렀다.

쾅!

두 왕급 존재의 격돌.

“눈부시군. 반딧불인가?”

5미터의 신장과 거대 몽둥이의 조합.

압도적인 리치 차이로 오그르트가 포스를 밀어붙였다.

신장 1.8미터인 포스의 공격이 오그르트에게 닿지 않으니, 그에게 있어서는 프리 딜 상황.

포스는 놈이 휘두르는 몽둥이부터 부숴 보려 했으나, 몽둥이는 마강기 펀치에도 끄떡없었다.

오히려 몽둥이의 질량에 압도당한 포스가 반동으로 크게 밀려나며 자세가 무너졌다.

한동안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한 포스는 오그르트의 공격을 힘겹게 피해 냈다.

“그냥 나무 몽둥이가 아니군요.”

오그르트와 포스의 전력을 분석하던 내 말에 갑주 입은 디아가 답해 줬다.

“저건… 수천 년의 마력을 머금은 세계수 가지다. 마강기로 깨트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디아의 말에 따르면 저 허접해 보이는 몽둥이가 이곳 세계에서 특급 무구에 해당하는 신기라고 했다.

상대는 체급에서도 우월한데, 템빨까지 갖추고 있으니…….

‘지금의 포스론 오그르트의 상대가 안 돼.’

“준비해라. 더는 못 버틸 거다.”

확실히 마력을 무리하게 뽑아냈는지, 포스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움직임이 굼떠지니 직접 맞부딪히는 빈도가 잦아졌고, 그럴수록 포스에겐 불리한 상황이 발생했다.

격돌할 때마다 크게 밀려난 포스는 후속 공격을 피하느라 바닥을 굴러야 했다.

“이게 전력이냐! 왕급치곤 약하구나!”

말려 버린 포스가 오그르트의 후속 공격에 당하기 직전, 각성 능력을 발동한 나는 군체원의 마력 정보를 토대로 지원 준비를 마쳤다.

[갑니다, 포스 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3차 개미들에게서 마력을 가져와 포스를 지원하며 전장의 사냥 개미들에게 마력을 실어 줬다.

그러자 전장의 개미들이 확연히 강해져서 오크와 고블린이 혼합된 부대를 쓸어버리기 시작했고, 포스 또한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빛을 폭사시켜 오그르트의 공격을 마주했다.

쾅!

폭음과 함께 살짝 밀려난 오그르트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거다! 이 정도는 돼야 왕급이라 할 수 있지!”

흥분한 오그르트와 달리 포스는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를 담으며 말했다.

“오거, 네놈은 강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하지. 그러니 지금부턴 내가 아닌 개미족의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마!”

“개미족의 전력? 그게 네놈들의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해 봐라! 내가 왜 숲의 제왕이라 불리는지 확실히 알려 주마!”

마력 지원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그르트와 포스의 격돌로 인한 파동을 디아가 마력 장벽을 쳐서 막아 줬고, 날아오는 파편은 나우피어가 제거해 줬다.

덕분에 나는 전력을 다해 개미 군단의 마력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휴.’

집단 강화.

그리고 포스에 대한 무한 지원.

전쟁에선 개미들이 오크, 고블린 군대를 찍어 누르곤 있지만, 문제가 되는 건 역시나 트롤과 오그르트였다.

트롤 부대가 멀찍이 떨어져 포스와 오그르트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었고, 울트라 부대와 소드 앤트 부대가 트롤 부대와 대치한 채 상황을 주시했다.

마력을 지원받기 시작한 포스는 오그르트를 향해 쾌속하게 들이쳤다.

쾅! 콰콰콰쾅!

그동안 힘에서 크게 밀려 공방이 힘들었던 포스.

마력 지원 덕에 밀리지 않고 공방을 이어갈 수 있게 됐으나, 나는 예상을 초월한 오그르트의 무력에 당황했다.

‘무한 마력의 포스라면 압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방 한 방에 전력이 실리는 포스가 겨우 비등해진 수준이라니.

거기다 거리를 좁히지 못해서인지 포스의 필살기인 폭렬권도 쓰이지 못했다.

‘이대론 안 돼!’

각성 능력의 유지 시간은 약 1분.

컨디션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1분 30초를 넘기긴 힘들다.

별 소득 없이 10초가 지났을 무렵 나는 패배를 직감했다.

‘졌다. 포스를 빼낼 타이밍을 만들어야 해!’

패배를 직감한 나는 메가피르, 게르피아, 블러리에게 염화를 보냈다.

[틈을 만들어 포스님을 퇴각시켜야 해요.]

[끼어들 수가 없다. 지금 돌격하면 포스님의 마강기에 갈리고 말 거야.]

오그르트와 포스의 격전은 매우 치열하여 부대장급 개미들조차 끼어들기 쉽지 않은 상황.

[포병대의 포격 지원을 원한다.]

[포병대는 위쪽 전장에 투입돼 있어요.]

게르피아가 포병대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재 이곳과 떨어진 전장에 투입돼 있어 당장 불러들일 수 없었다.

‘흐름을 끊어야 해!’

이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건, 흑기사인 디아와 나밖에 없어 보였다.

“디아 님, 포스 님을 빼내려 해요. 도와줄 수 있나요?”

디아는 잠시 고민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쉽진 않겠지만, 견제는 해 보지.”

전력으로 이동하여 각성 능력의 리미트 타임이 절반 정도 남았을 때, 격전지에 도착했다.

“디아 님!”

“준비됐다!”

나와 디아는 적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마력 포격을 퍼부었다.

둘의 방어력을 뚫기에는 부족한 공격이었지만, 전투를 잠시 중단시킬 정도는 됐다.

그 틈에 울트라와 소드 앤트를 진군시켰고, 메가피르와 게르피아로 하여금 포스를 챙기게 했다.

“포스 님, 피하셔야 합니다!”

“…….”

포스가 망설이는 듯하여 염화를 보냈다.

[포스 님, 일단 빠지세요.]

[내가 빠지면 전선이 무너진다.]

[아니요. 포스 님만 있으면 전선은 무너지지 않아요. 반대로 포스 님이 여기서 패배하면 저희는 서쪽 구역 전체를 잃게 돼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필요한 시점.

[…….]

개미족은 합리적이며 계산이 빠른 편.

무투파인 포스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아쉬움을 삼키며 후방으로 물러나기로 했다.

일기토에 불청객이 끼기 시작하며 포스가 물러나자, 오그르트가 분노했다.

“크아아아!”

분노한 그가 대기를 뒤흔드는 오거 피어를 사용하자, 개미들이 경직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쓸어버려라!”

오그르트의 명에 트롤들이 돌진하여 경직된 개미들을 쳐부수기 시작했고, 놈은 후방으로 물러나는 포스를 쫓았다.

돌진하는 오그르트를 블러리와 나우피어가 막아섰다.

회피력 만큼은 나와 동급인 둘이기에 잠깐은 버텨 줄거라 생각했으나…….

오그르트의 공격은 범위 공격에 가까워서 회피만으로 버틸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큭!”

“컥!”

둘 다 직격을 피했음에도 충격파만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서 밀려났다.

결국, 오그르트의 공격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디아가 견제에 나섰다.

오그르트가 가진 질량은 압도적.

초원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가 코끼리의 상대가 되지 않듯, 검은 강기를 전신에 두른 디아조차 그의 공격에 밀려나기 일쑤였다.

“약하구나! 인간!”

“큭.”

오그르트는 디아를 상대하면서도 주변의 울트라와 소드 앤트를 학살하는 여유를 보였다.

주력 부대 일부를 잃겠지만 포스를 살렸다는 것에 만족하며 퇴각하려 할 때, 놈이 높게 점프하더니 물러나던 포스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이런…….’

기동력에서 밀리니 디아와 내가 어떻게든 놈의 발을 묶어야 포스를 빼낼 수 있는데…….

‘발을 묶을 수 없다!’

순간적으로 나와 디아의 시선이 오갔다.

‘포스와 힘을 합쳐 기동력의 원천을 부순다!’

포스가 정면에서 오그르트의 몽둥이에 맞서는 동안 나는 원거리에서 마력 탄환을 날려 오그르트의 신경을 자극해 어그로를 끌었고, 디아가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소용없다!”

포스의 공격을 튕겨 낸 오그르트가 디아의 공격을 손쉽게 피한 후 발길질로 디아를 멀찍이 차 버렸고, 나의 마력탄은 오그르트를 간지럽히는 수준밖에 되지 않아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내 쪽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해!’

나는 마력 탄환을 날리면서 전장의 개미들에게 마력을 보급해 줘야 했는데, 뇌가 가열됐는지 머리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큭.’

설상가상으로 각성 능력의 유지 시간이 다 됐는지 군체와의 연결 상태도 좋지 못했다.

‘버텨야 해!’

지금 각성 능력이 해제되면 오그르트와 홀로 맞서고 있는 포스가 위험해진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디아가 포스와 합류할 때까지 각성 능력을 유지했다.

멀찍이 날아간 디아가 돌진해 와 포스와 합류하는 걸 본 나는 각성 능력을 해제할 수 있었다.

‘큭.’

억지로 각성 능력의 유지 시간을 늘려서인지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팠지만, 여왕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라 참아야 했다.

군단 지원을 멈추니 나 자신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휴, 마력 컨트롤에 집중하자.’

나는 고통을 참아 가며 마력을 한껏 모아 오그르트에게 쏘아 냈다.

둘을 상대하느라 마력 탄환을 무시하던 오그르트.

전력을 다한 나의 마력포에 옆통수를 가격당한 놈이 잠깐이지만 불쾌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고개를 젓더니 디아와 포스에게 집중했다.

난 최대한 마력 출력을 높여 마력포를 계속 날렸고, 놈의 옆통수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위협조차 되지 않는 벌레라도 귀 근처를 날아다니면 살의가 일어나는 법.

결국, 깊은 분노 상태에 돌입한 놈이 포스와 디아를 날려버리고 날 향해 돌진해 왔다.

‘어그로를 끌었어!’

날 지키는 울트라들이 상당히 많았으나, 오그르트가 작정하고 돌진하니 잠시도 막아 주지 못했다.

“비켜라! 죽여 버리겠다!”

그나마 블러리와 나우피어가 오그르트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었지만, 나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놈의 두꺼운 가죽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베슬리, 거리를 벌려!”

거리를 벌리려고 해도 놈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어그로를 끌었을 거 같아!’

급속 재생을 위한 마력은 남겨 뒀다.

‘막지 못하더라도 급속 재생이 있으니 한 방 정도는 맞아도 죽지 않아!’

그럼 오그르트의 뒤에 따라붙은 포스가 놈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폭렬권을 제대로 꽂아 줄 것이고, 기동력을 상실한 놈은 날개 꺾인 새가 되어 종국에는 개미 밥이 될 게 분명했다.

“죽어라!”

날 향해 방망이를 내리치는 놈에게 비웃음을 날려 주고 싶었지만, 막상 놈의 방망이와 마주했을 때 무언가 크게 잘못 됐음을 인지했다.

‘뭉개진다!’

분노한 오그르트의 일격은 내가 견딜 수 있는 성질의 내려치기가 아니었다.

뼈를 주고 놈의 발목을 취하려 했는데, 내 목숨을 대가로 놈의 발목을 취하게 생겼다.

쾅!

목숨은 건졌다.

그에 대한 대가는 컸다.

“포스 님?”

오그르트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포스가 공격의 기회를 포기하고 날 감싸며 등으로 몽둥이를 받아 낸 것이다.

“뭐 하는 것이냐, 개미왕?”

개미족답지 않은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

오그르트를 포함한 장내의 모든 존재가 이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일개 워커를 감싸기 위해, 나와의 승부를 포기하다니!”

오그르트가 분노했고, 포스의 무결점 모드가 풀렸다.

“쿨럭쿨럭…….”

포스는 분노한 오그르트의 말을 무시하곤 당황한 나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다크… 네가 말했지… 내가 죽으면 서쪽 영역을 잃는다고…….”

마력 공유가 끊긴 상황임에도 포스의 압축된 마력이 내게 흘러 들어왔다.

“난… 여왕으로서 불량품이다.”

“…….”

“불량품인 내 역할은… 군체의 미래를 지켜 내는 것…….”

포스가 쓰러지며 말했다.

“그게… 바로 너다.”

그가 쓰러지며 전해 준 압축된 마력이 공허의 마력과 융합되며 내 마력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건…….’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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