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01화 (100/189)

101화. VS 미노타우로스 (1)

시간이 흘러 가을이 오자, 오거 숲 서쪽 경계선에서 한 손 도끼를 거머쥔 미노타우로스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5미터의 거구, 두꺼운 가죽.

몸통과 팔은 근육질의 인간과 같으며, 하반신과 머리는 소와 닮은 거대한 몬스터.

오거와 비등한 신체 조건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대기 중이던 헤르피아가 300기의 궁기병을 이끌고 출격했다.

“편전을 쏴라!”

쏟아지는 화살 세례에도 미노타우로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소용없다!”

가죽과 근육이란 천연 갑옷을 믿고 돌진한 미노타우로스.

고속으로 쏘아진 편전 하나가 몸에 박히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뭐야 이게?”

당황은 잠시, 모든 편전이 살에 박히는 건 아니었고, 눈과 귀만 잘 막으면 맞아도 상관없다고 느낀 미노타우로스는 철 도끼를 휘두르며 돌진 속도를 높였다.

“산개하라!”

헤르피아의 외침에 궁기병은 넓게 퍼졌고, 화살과 편전으로 미노타우로스를 괴롭혔다.

기동 훈련을 꾸준히 해 온 하드 워커들이라지만, 이동 속도로 5미터 거구를 넘어서진 못했다.

아무리 거리를 벌리려 해도 미노타우로스에게 하나둘씩 따라잡혀 궁기병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개미 따위가!”

한 기의 궁기병을 처리한 미노타우로스가 다음 타깃을 찾을 때, 궁기병들은 이미 멀찍이 물러난 상태였다.

“성가신 놈들!”

몇 마리 더 처리한 미노타우로스.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큭.”

궁기병 한 기를 처치할 때마다 미노타우로스의 몸엔 여러 발의 편전이 박혔고, 다음 상대를 향해 돌진하며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

이대로 더 깊게 들어갔다간 살아 돌아갈 수 없다고 느낀 미노타우로스는 퇴각을 결정했다.

최소한의 피해로 미노타우로스를 격퇴한 헤르피아가 활을 들어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우리의 승리다!”

오거 숲의 서쪽 경계는 넓다.

헤르피아가 맡은 곳은 한 마리만 넘어와 손쉽게 격퇴했으나, 게아가 맡은 지역은 그렇지 못했다.

300기의 궁기병이 열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에 의해 진형이 무너졌고, 몰이까지 당하여 위기에 처했다.

“죽어라!”

희미한 갈색 마기가 피어오른 미스릴 창으로 미노타우로스에게 맞서게 된 게아가 거대한 도끼에 휩쓸리기 직전.

검보랏빛 마강기를 두른 다크가 나타나 한 손으로 도끼를 막아 냈다.

쾅!

격돌의 충격파만으로 물러나야 했던 게아는 한 발짝도 밀리지 않은 다크를 보고선 전율했다.

‘이게… 4차 진화종인가?’

“잘 버텨 줬어 게아.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부대를 정비해서 놈들을 견제해 줘!”

“네!”

다크의 힘과 방어력에 놀란 미노타우로스가 물었다.

“뭐냐, 네놈은?”

“데몬 앤트, 다크.”

“데몬 앤트?”

미노타우로스는 데몬 앤트란 종을 처음 듣는지 의문을 품었다.

“전사 계열의 개미도 아닌 것 같은데… 강하구나.”

미노타우로스는 눈짓으로 다크에게 주변을 둘러보게 하며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너 혼자서 전황을 바꿀 수는 없다.”

확실히, 다크가 전면에 나서서 한 마리를 맡았으나, 남은 열한 마리에 의해 궁기병이 썰리고 있었다.

“걱정해 주는 건가?”

다크의 여유에 미노타우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모함을 용맹으로 착각하는 부류인가?”

다크는 미스릴 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대가리, 나는 너 하나만 막아도 충분해.”

때마침 네론, 크라스, 나르본느, 헤라클레스, 디아까지 전장에 합류하며 미노타우로스들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호…….”

상황이 변했음을 인지한 미노타우로스가 감탄성을 터트렸다.

“무모한 개미라는 건 취소다. 용맹한 개미족의 전사 다크여! 나는 미노타우로스 전사 우르타노다!”

“덤벼라! 울탄.”

“우르타노다!”

다크를 포함 왕급 넷과 준왕급 둘. 그리고 생존한 궁기병 150기가 미노타우로스 열두 기와 격돌했다.

* * *

내가 본 오거가 오그르트 밖에 없다 보니, 오거는 모두 그만큼 강한 줄 알았다.

당연하게도 오거라 해서 모두 오그르트만큼 강한 건 아니었다.

‘무시무시했지.’

그런 무시무시한 녀석도 왕급 넷에게 돌려 깎여 없는 존재가 됐지만, 그로 인해 숲의 평화가 깨져 버렸다.

위기는 곧 기회.

오그르트의 빈자리를 차지한 개미족의 세력은 크게 불어났고, 오거 숲 서쪽 세력을 경계하던 왕급과 준왕급 몬스터를 동맹으로 포섭했다.

오거 숲의 자원을 바탕으로 개미족의 확장과 발전이 가속된 상황에서 4차 진화를 이룬 나의 성장도 함께 가속됐다.

‘힘이 넘쳐.’

제어되지 않는 힘은 위험한 법.

내겐 손에 넣은 힘을 제어하기 위한 수련이 필요했다.

수련 중에도 개미 지배의 능력으로 서쪽 경계를 소홀하지 않았다.

한 차례 우기가 지나고 겨울이 오기 전.

서남쪽 경계로부터 미노타우로스의 침공이 시작됐다.

오거급이라 해서 걱정했는데, 침공해 온 미노타우로스들은 왕급에 미치지 못했다.

‘준왕급 수준이야.’

한두 마리 정도는 궁기병 부대로 손쉽게 격퇴했으나, 드넓은 서남쪽 경계를 넘어오는 미노타우로스가 한둘이 아니었다.

‘수가 상당한데…….’

여섯 마리 이상 모여 침공해 오면 300인대 규모의 궁기병으론 막을 수 없다는 걸 500기의 궁기병을 잃고서 알게 됐다.

당장에 전력 보충과 전술 보완이 힘든 상황이라, 밀리는 곳은 포스를 제외한 왕급과 준왕급이 나서기로 했다.

“다크, 남쪽 일은 정리하고 왔어! 별일 없지?”

“가세하러 왔다.”

때마침 남쪽 숲의 일이 정리되어 나르본느와 크라스가 합류해줘서 큰 힘이 됐다.

‘남쪽은 여름에만 좀 바쁜 것 같군.’

개미 지배로 전황을 주시하던 나는 게아 부대의 위기를 느끼고 재빨리 움직였고, 다른 왕급 존재들도 하나둘 지원 요청을 받아 전장으로 향했다.

1번으로 도착한 나는 마안으로 놈들의 전력을 확인했다.

열두 마리 중 왕급으로 느껴지는 놈은 한 마리뿐.

‘나머지는 준왕급인가?’

다른 왕급의 도착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진형 깊숙이 들어와 부대장인 게아의 목을 치려던 놈을 발견했다.

‘이런!’

선봉으로 나서는 건 취향이 아니었지만, 게아를 잃을 순 없었다.

쾅!

오그르트의 심장인 특급 마석을 흡수하면서 오거의 힘이란 특수 능력을 얻었다.

오거의 힘과 개미의 힘.

두 능력을 중첩으로 발동하면 부하를 버티지 못한 신체 조직이 파괴됐는데, 급속 재생으로 신체를 회복시키며 발휘되는 괴력은 거구의 미노타우로스에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전대 갑각왕의 심장을 흡수하여 강화된 외골격은 갑주 상태 디아의 마강기에도 버텨냈기에 미노타우로스의 손도끼에도 끄떡없었다.

아무리 힘과 방어력이 충분해도 체급 차가 있어 멀찍이 튕겨 나야 정상이지만, 단단함이란 속성 부여가 활성화된 상태의 나는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금강 모드가 발동되어 대지를 단단히 붙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막아 냈다.

공격이 막힌 미노타우로스를 포함한 장내의 모든 존재가 나의 신위에 놀랐다.

‘이런 걸 가지고…….’

상대는 고작 준왕급 수준의 몬스터.

나와는 체급에서 오는 불리함을 메우고도 남을 경지의 차이가 있었다.

왕급과 준왕급이 속속 도착해 충분한 전력이 형성됐고, 나또한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를 맡았다.

“덤벼라! 울탄.”

“우르타노다!”

콰콰콰콰쾅!

쏟아진 맹공을 마강기 두른 창으로 쳐내며 주변 상황을 둘러봤다.

“느려.”

네론이 고속으로 날아다니며 미노타우로스 셋의 어그로를 끌어 줬고, 크라스가 기습으로 제일 약한 한 마리에게 중상을 입혀 격퇴했다.

“단단하군. 그렇다고 내가 베어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중상을 입은 미노타우로스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물러났고, 쫓으려던 크라스는 또 다른 한 마리에게 발이 묶였다.

갑각왕은 장수풍뎅이의 뿔을 연상시키는 둔기를 썼고, 대장 격인 미노타우로스와 격돌했다.

“네놈이 갑각왕인가?”

“네놈이 미노스인가?”

“미노스 님을 논하려면 날 꺾은 후에나 해라!”

“잡졸치곤 강하군.”

갑각왕과 미노타우로스의 치열한 격전.

‘저쪽이 왕급인가?’

오르그르보단 못하지만, 상당한 힘과 방어력을 자랑하는 갑각왕과 대등하게 붙을 정도의 미노타우로스라면 준오그르트급이라 할 수 있었다.

“흐히! 얘들 너무 강해!”

나르본느는 정예로 보이는 미노타우로스 넷에게 발이 묶였다.

한 방만 맞아도 훅 갈 것 같은 종이 몸의 나르본느지만, 오그르트의 막타를 쳤을 정도로 특별한 힘을 갖춘 그녀다.

아끼던 보검 두 자루를 꺼내 왔고, 회피력 만큼은 나보다 월등하니 시간은 충분히 끌어 줄 수 있을 듯했다.

남은 한 마리는 갑주 상태의 디아와 격돌했다.

“인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오거 다음은 미노타우로스인가? 다음 적은 드래곤이 아니길 빌어야겠군.”

디아 쪽 전황은 얼핏 봤을 때 비등해 보였지만,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여 활용하는 디아에게 있어 미노타우로스의 맹공은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친절한 안마에 불과했다.

‘갑각왕도 막혔고, 나르본느 쪽과 네론 쪽은 여유가 없어.’

크라스도 첫 상대에게 마력을 너무 썼는지, 두 번째 상대에게선 밀리고 있었다.

‘크라스 녀석, 전투 지구력이 형편없네.’

전장에서 여유가 있는 건 나와 디아 뿐.

둘 중 하나가 상대를 제압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듯했다.

‘돌격 부대의 투입까지 시간만 벌면 돼!’

어디든 투입할 수 있게 후방에 대기시켜 둔 본대가 있다.

그들의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왕급과 준왕급의 임무.

디아가 충전될 때까진 좀 더 걸릴 것 같으니…….

‘내 쪽에서 페이스를 올려야겠어.’

나는 공속을 차츰 올려 상대의 도끼를 분쇄해 갔다.

“도끼 다룰 줄을 모르는군!”

“네놈이야말로 그런 얇은 창으로 내 공격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얇은 창?”

금강 모드의 미스릴 창과 마력이 잔뜩 주입된 철 도끼.

어느 쪽 무기의 강도가 높을지는 뻔했다.

“이쪽은 마강기에 미스릴 창이다!”

철 도끼가 마강기에 갈리며 내구력을 다해 부서졌다.

“미노스 님에게서 받은 나의 보물이!”

미노타우로스는 울먹이며 부서진 도끼를 던져 버리곤 주먹을 그러쥐었다.

“몰니야의 복수다!”

체급만 같았어도 뻗어온 주먹 채로 썰어 버렸을 텐데.

체급 차이만큼 가죽의 두께와 마력의 양이 달랐기에 놈의 주먹은 나의 창격에 밀리지 않았다.

쾅!

금강 모드로 힘대 힘의 대결을 펼치던 나는 마력 속성을 되돌려 모드를 전환했다.

[공허 모드]

흡수 능력이 극대화되며 체력과 마력 재생이 가속된 공허 모드는 생존에 특화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금강 모드보다 빠른 움직임이 가능하여 창술로 적을 교란해 품속에 파고들 때 좋았다.

힘 승부에 적응해버린 놈의 공격을 피해 품속에 파고들었다.

놈이 급히 물러나려 했으나…….

“늦었어!”

앞으로 돌출한 무릎을 치기에 좋은 위치에 도달한 나는 금강 모드로 전환하여 창을 휘둘렀다.

빡!

한 방에 굵직한 무릎을 부러뜨릴 순 없었지만, 가죽이 찢어지며 큰 타격을 입혔다.

“이놈!”

놈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리며 손을 쳐냈다.

몇 합 주고받은 나는 다시금 공허 모드로 돌아가 거리를 좁혀 무릎을 때렸다.

“큭!”

빨라졌다 느려졌다.

강해졌다 약해졌다.

변화가 잦으니 놈은 내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무릎을 두드려 맞았다.

“네 이놈!”

무릎을 지키려던 놈이 자세를 한층 더 낮췄고, 나는 놈의 힘을 역이용해 멀찍이 날아가 나무를 박찼다.

아래쪽에 신경이 쏠려 있던 놈의 턱을 노리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퍽!

놈들은 맷집이 매우 좋을 뿐 아니라 기동력도 좋다 보니, 다리 쪽을 부러뜨리지 않으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다.

놈이 턱을 맞아 비틀거리는 틈에 뒤를 점한 나는 정강이에 맹공을 가했다.

빠각!

“크악!”

다리 한쪽을 못 쓰게 된 녀석을 궁기병의 먹잇감으로 던져 준 나는 디아를 도와 한 놈씩 끝내려 했다.

‘어라?’

내가 한 놈의 정강이를 부수는 사이, 크라스가 마력을 소진했는지 후방으로 물러났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기에 문제없었지만…….

‘나르본느가 없어!’

나르본느가 정예 넷의 합공에 중상을 입고서 전장을 이탈한 것이었다.

그렇게 상대를 잃은 다섯 마리의 미노타우로스가 궁기병을 쳐 내며 어슬렁거렸고, 때마침 상대의 정강이를 부숴 버린 내게 어그로가 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걸…….’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쩔뚝이를 챙겨 후방으로 물러났고, 나르본느를 격퇴한 정예 네 마리가 날 둘러쌌다.

“감히 우리 동료의 소중한 정강이를!”

“네놈 좀 치냐?”

“워커맨인가?”

“워커맨은 아니야, 기운이 섞여 있어.”

하나하나 왕급에 근접한 준왕급 존재.

‘크라스에 밀릴 놈들이 아니야.’

합공으로 나르본느를 격퇴할 정도니, 나라고 별수는 없었다.

승산 없는 싸움인데 도주도 어렵다.

‘포스가 있었다면 조금 나았을 텐데.’

물론 포스가 있더라도 4대 2니,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대는 아직 멀었나?’

전력에서 크게 밀리면 플랜 B가 발동된다.

플랜 B는 디아의 폭주를 이용하는 것.

나는 갑주를 벗어 던진 디아가 폭주 상태에 돌입할 때까지 1대 4 상황에서 버텨야 했다.

금강 모드로 버틸 수 없을 듯하여, 공허 모드로 전환.

격돌할 때마다 멀찍이 날아가며 최대한 아픈 척 연기했다.

진심 반 연기 반으로 시간을 끌었더니, 점차 강해진 디아가 상대를 박살 내며 격퇴하기에 이르렀다.

“저 녀석 강하다!”

“저놈부터 정리하자!”

내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니 날 상대하던 놈들이 하나둘 디아에게 넘어갔다.

그렇게 한 마리만 남고 세 마리가 넘어갔는데.

네 마리는 몰라도 한 마리 정도는 처리할 수 있으나, 디아의 폭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후방으로 최대한 물러나야 했다.

“어디 가는 것이냐!”

네론도 세 마리를 상대로 버티기 힘들었는지 후방으로 물러났고, 날 상대하던 녀석도 내가 계속 물러나자 디아에게 갔다.

상대가 강할수록, 상대가 많을수록 강해지는 디아.

일곱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며 점차 강해지더니 폭주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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