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14화 (113/189)

114화. 개미기공 (3)

개미기공 2단계, 상시 호흡을 마스터한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3단계, 유인 축기.

전신에 퍼져 있는 마력을 끌어모아 마석을 키운다.

유인 축기가 익숙해지면 운기로 넘어가 마력을 불릴 수 있지만, 곧바로 운기로 넘어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멀리 가기 위해선 바닥을 다져야 해.’

운기에 들어가기 전에 익혀야 할 게 있었다.

4단계, 무념 축기.

무념 축기를 마스터하면 의식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체내의 마력을 끌어모으게 된다.

이는 시간에 비례하여 마력량과 신체 능력이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트리거였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하다.

1차 진화종의 수명은 약 4년.

기본을 다지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럼 나도 축기나 해 볼까.’

운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유인 축기는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막상 해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가다였다.

‘막힌 벽을 뚫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참아야 하느니라.’

격렬한 전투 중에도 끊이지 않고 호흡과 유인 축기를 이어서 할 수 있으면 숙달했다고 볼 수 있다.

개미기공의 3, 4단계 과정은 1차 진화종에겐 수년이 걸리는 숙제겠지만, 내게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휴, 4단계까지 마스터 했군.’

내 예상으론 1차 진화종이 5단계인 운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2차 진화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2차 진화종인 자이언트 워커, 스마트 워커, 페어리 워커… 그 외에도 다양한 개미들이 있어, 그들을 위한 맞춤형 운기법을 준비해 뒀다.

‘그럼 이제 5단계인가.’

5단계, 운기.

운기란 눈덩이를 굴리듯 마력을 움직여 체내의 마력을 끌어모으는 걸 말하며, 작게 굴리는 소주천과 크게 굴리는 대주천으로 나뉘었다.

소주천은 일시에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의 출력을 올려 줬고, 대주천은 마력에 대한 잠재력을 높여 성장 속도를 높여 줬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병행하도록 했다.

참고로 나는 대주천 위주로 성장했고, 포스는 소주천 위주로 성장했다.

두 개의 방식을 병행하는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대성할 수 있다.

‘효율적이지 못한 방식이긴 해.’

호흡, 축기, 운기는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어 상시 호흡과 무념 축기를 익히지 못했다면 개미기공은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반대로 말해, 과정을 제대로 밟아 왔다면 소주천과 대주천을 수월하게 익혀 6단계인 무념 운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고, 6단계를 마스터하게 되면 쉼 없이 성장하는 개미가 탄생하는 것이다.

2단계와 4단계를 습득하며 요령이 붙었는지, 6단계인 무념 운기는 금세 터득했다.

간부들은 아직 3, 4단계에서 빌빌거렸는데, 왕급과 3.5차의 습득력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포스는 나와 같은 시기에 개미기공을 익히기 시작했음에도 나보다 습득 속도가 빨랐다.

‘포스는 벌써 10단계인가.’

나는 개미기공을 익히며 벽을 넘을 수 있단 확신이 들었고, 포스도 효과를 톡톡히 봤는지 페르와 케어에게 개미기공을 전수했다.

페르는 짜증 가득 부리면서 개미기공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케어는 개미기공을 익히며 장로들에게 전파했다.

6단계까지 바닥을 다졌다면, 7단계부터는 본격적으로 마력을 활용의 뼈대를 세우는 단계다.

7단계, 발산 강화.

마력을 퍼트려 전신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초보적인 강화 기술이다.

마력 소모가 심하고 강화 정도가 미비해서 2차 진화 초기에만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개미들은 발산 강화를 건너뛰고 마력 소모가 비교적 적으며 효과가 뛰어난 부분 강화로 넘어갔다.

나도 발산 강화란 과정에 굳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 의구심을 품었지만, 갑각왕의 조언으로 발산 강화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

“신체 단련과 발산 강화를 병행하면 신체와 마력,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셈이지.”

그렇게 단련된 신체와 마력은 앞으로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대련만큼 효과적인 신체 단련법은 없다.

갑각왕과 디아의 도움을 받아 육신을 단련하고, 나르본느와 포스의 도움을 받아 감각을 키웠다.

가끔 기분 전환을 겸해 준왕급인 크라스의 공격을 받아 줬고, 네론과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

크라스의 공격 속도는 나르본느 이상이었고, 네론의 고속 비행은 왕급들도 따라갈 수 없어 수련에 큰 도움이 됐다.

대련을 통해 조금씩 전투 센스를 갖추곤 있으나, 지금의 나는 신체와 마력 모두 한계점에 도달해 있어 성장할 수 없다.

아니,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임을 개미기공을 익히면서 조금씩 깨닫게 됐다.

발산 강화가 숙련되는 만큼 내면에서 뭔가가 변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몇 주간의 수련으로 개미족의 특성이 한층 더 강해졌고, 신체와 마석이란 그릇이 단단해졌음을 직감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내게 있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역시 한계란 없었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짙어진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8단계, 부분 강화.

부분적으로 마력을 주입하여 강화하는 방법으로 2차 진화종이 전투 시에 주로 쓰는 기술이다.

처음에는 한 부위 강화도 쉽지 않지만, 수련하다 보면 다양한 부위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고, 인간형이라면 도구를 강화할 수도 있다.

시각과 더듬이 감각을 강화한 채, 전투에 필요한 신체 부위를 강화하여 유지할 수 있으면 숙달한 것이다.

‘이건 쉽네.’

내겐 마강기까지 형성할 수 있는 제어력이 있다 보니, 8단계를 무리 없이 소화하여 9단계로 넘어갔다.

9단계 순환 강화.

강화할 부분에 마력이 흐르게 하여 최소한의 마력으로 최대치의 힘을 끌어내는 기술이다.

3차 진화종이 마력을 단련하다 보면 깨우치는 것인데, 포스는 2차 진화종 때 깨우쳤다고 한다.

호흡, 축기, 운기, 순환 강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니 앞 단계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면 그만큼 습득하기가 어려워, 3차 진화종 중에서도 순환 강화를 깨우친 개미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순환 강화를 깨우쳐야 마기 발현을 터득할 수 있어 개미족은 소수의 재능 있는 개미만이 3.5차에 진입한다고 생각했는데.

개미기공을 착실히 익힌다면 순환 강화는 2차 때 무난히 익힐 수 있을 테니, 세월이 흐르면 3차와 3.5차의 경계가 사라질 듯했다.

‘2차에서 격차가 날지도 모르겠네.’

순환 강화에 익숙해진 나는 10단계 수련에 들어갔다.

10단계, 대순환.

순환 강화의 완성형으로 최소한의 마력으로 전신을 빈틈없이 강화하는 기술이다.

발산 강화의 상위호환이고, 앞서 익힌 걸 숙달하지 못했다면 왕급인 나조차 쉽사리 구사할 수 없는 상위 기술이었다.

대순환은 습득 난이도가 높은 만큼 성능은 확실했다.

그 효과는 왕급들과의 대련에서 확실히 나타났다.

“강해졌군.”

갑각왕이 인정할 정도의 발전.

“분명 한계에 부딪혔다고 하지 않았나?”

한계에 부딪혀 있는 건 여전하여 가진 것을 다듬었을 뿐.

“기초를 다졌을 뿐이에요.”

“저번에 만들던 수련법 덕분인가?”

“그렇죠.”

나와 포스의 성장에 자극받은 왕급과 준왕급들이 때 아닌 기초 다지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개미기공 11단계 무념 강화에 발을 들였다.

무념 강화는 호흡, 축기, 운기의 작용으로 끌어오는 마력의 일부를 의식하지 않은 채 발산 강화에 쓰는 것으로 신체와 마력의 회복과 성장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었다.

2단계, 4단계, 6단계, 11단계의 수련들은 액티브 스킬을 마스터하여 패시브 스킬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미기공의 마지막 12단계인 무산 강화.

마력을 사용할 때 불필요한 마력 손실이 발생한다.

무산 강화는 마력 밀도와 제어력을 단련하여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는 것으로 마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1의 마력이 온전한 1의 힘을 내도록 하는 기술.

이를 습득하면 오랜 시간 강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무산 강화까지 습득하게 되면 마기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며 3차 진화종이 될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하급 연공법이 익스퍼트가 되기 위한 수련법이라면, 내가 만든 개미기공 또한 마기 발현까지의 수련법이다.

개미기공을 전부 익힌 나는 포스와 함께 상급 연공법을 만들었다.

새로운 연공법은 마강기를 얻기까지의 수련법으로, 따로 이름을 짓지 않아 하급 개미기공과 상급 개미기공으로 구분 지어졌다.

상급 개미기공에선 마기를 주로 다룬다.

마기란, 마력을 압축하여 신체나 무기에 둘러 유지함으로써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것.

1단계 마기 발현.

2단계 부분 마기.

3단계 순환 마기.

4단계 마기 방출.

5단계 대순환 마기.

6단계 무산 마기.

상급 개미기공은 총 여섯 단계로 이루어졌으며, 나는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 가며 숙달의 경지에 이르렀다.

초기의 마기는 넘실대는 증기 같지만, 무산 마기를 익히면 얇고 투명한 막을 얻는다.

‘웬만한 실력으론 마기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어.’

디아를 비롯한 왕급들은 무산 마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무산 마기에 마력을 조금만 밀어 넣으면 마강기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하나로 뭉치지 못해 실처럼 넘실대는 마강기의 열화판.

나는 이걸 강사라 칭했다.

‘3차 진화종 중에 준왕급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상급 개미기공의 정식 수련 과정에는 넣진 않았지만, 심화 단계인 7단계로 폭렬기가 있다.

폭렬기는 마력을 고속으로 압축하여 터트리는 기술로 대지 속성이 짙은 개미 중 상급 개미기공을 숙달해야 습득 자격이 주어지는 초고난도 기술이었다.

나도 겨우 흉내만 낼 수 있을 뿐.

‘제대로 위력을 보이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왕급인 나조차 단시간 습득할 수 없었으니.

폭렬기 수련은 틈틈이 하기로 하고, 강기를 다루는 연공법도 만들었다.

그 명칭은 개미강공.

상급 개미기공을 강기에 그대로 적용한 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이정표가 되어 줬다.

‘지금의 난 2단계 부분 강기 수준이야.’

개미강공을 익히며 그동안 막혀 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디아가 인간용 개미기공을 만들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폐기하려던 걸 내가 회수했다.

“왜 버리려는 거예요?”

그녀가 말하길 불필요할 정도로 기본에만 집착한 연공법이라 인간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의 성장 속도는 개미족만큼 빠르지 못해.”

인간용 개미기공은 갓난아기 때부터 개미처럼 익혀도 익스퍼트가 되려면 40년은 걸리는 연공법이었다.

“개미기공은 내게 도움이 될법한 연공법이지, 일반인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럼 제가 써도 되죠?”

“알아서 해.”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으니 개미교의 데이지에게 줬다.

“저희도 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걸로 교인들이 지금 이상으로 단단히 뭉칠 수 있을 거예요.”

데이지는 개미기공을 개미교의 상징으로 삼아 연대감을 강화하려 했다.

“그럼 잘 활용해 봐.”

인간들에게만 좋은 걸 준 것 같아, 데카이저의 도움을 받아 개미기공의 고블린 버전을 만들어 보급해 줬다.

고블린과 인간들에겐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익스퍼트 수준이 될 수 있는 연공법을 만들어 줄 순 있었지만, 빠르게 강해진 만큼 한계가 분명해지며 이는 원석을 망치는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중간한 익스퍼트급이 많아져 봐야 관리만 힘들 뿐.

고블린과 인간 중에 개미기공을 익혀 두각을 나타낸 천재가 있으면 제대로 고삐를 채워 키워 볼 생각이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여왕들은 공주 산란에 들어갔고, 나는 장로들과 교육 개미들을 모아 태어날 공주들의 교육 일정을 짰다.

이번 교육은 하위 군체의 공주까지 모두 데려와 진행할 것이고, 장로와 여왕이 아닌 교육 개미가 맡을 예정이었다.

페르는 새로운 방식이 불만이었고, 케어도 걱정했지만, 내가 교육한 공주들이 대거 살아남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교육과 관련된 나의 발언권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실 최소화가 목표인 이번 결혼 비행.

‘이번 결비만 제대로 끝내면…….’

무투회 결과와 상관없이 개미족은 막대한 힘을 얻게 될 예정이었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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