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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123화 (122/189)

123화. 환상의 화원

이동 중 생길 수도 있는 충돌을 방지하고자 그룹별로 이동했다.

강세종은 몸이 큰 만큼 내성이 강했고, 나르본느, 전갈왕, 지네왕, 두꺼비왕, 말벌왕, 나방왕같이 독을 품고 있는 곤충족도 내성이 강한 편이다.

나와 디아는 흑마력의 특성상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헤라클레스, 네론, 크라스는 태생적인 내성을 갖춘 게 아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환각화의 꽃가루는 독이라기보단 각성제에 가까워. 들끓는 마력을 잘 가라앉히면 문제없을 거야.”

나르본느의 말대로 네론과 크라스가 살짝 들뜬 모습을 보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동하던 중 모기왕의 습격을 받게 됐다.

“헤헤! 모두 피를 바쳐라!”

“저거 왜 저래? 눈알이 완전 돌아갔잖아!”

환각화의 작용으로 잠력까지 끌어낸 모기왕은 가진 무력의 150%를 발휘했으나, 그 정도 경지론 우리에게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기습 공격이 쉽사리 막히고, 네론과 공중전으로 붙게 된 모기왕.

순식간에 피투성가 되어 도주하기 시작했고, 네론이 그녀를 쫓으려다 인상을 잔뜩 굳힌 채 돌아왔다.

“왜 그래?”

나르본느의 물음에 네론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힘을 주체할 수 없어요.”

사냥 본능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네론.

“네론, 잠깐만 볼게.”

나는 그의 몸에 침투한 이물질을 흡수해 주기 위해 다가갔는데, 갑자기 크라스가 사마귀 다리를 쏘아 내 등을 꿰뚫었다.

“컥!”

정확히 마석을 노린 일격.

살기를 감춘 기습적인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나.

추가로 들어온 공격들은 디아가 막아줬기에 망정이지…….

‘기습 한번 살벌하군.’

동료의 손에 목이 날아갈 뻔했다.

“괜찮나?”

“마석에 금이 가긴 했지만 문제없어요.”

“저 녀석, 상태가 이상하군.”

크라스의 사마귀 눈알이 붉게 물든 것이, 모기왕의 공격을 막아 내던 사이 환각화에 중독된 듯했다.

“나는 충분히 강하다. 그런데… 그런데 왜! 닿지 않는 것이냐!”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전력을 끌어올리는 크라스.

“조심해. 폭주 상태라 평소보다 훨씬 강할 거야!”

나르본느가 거미줄을 쏴 가며 견제했으나, 크라스가 고속의 칼질로 모두 끊어 버렸고, 네론의 기습에도 빠르게 대응하여 상처를 입혔다.

디아는 회복에 들어간 날 지켰고, 헤라클레스는 육중한 둔기를 내려쳐 크라스를 찍어 눌렀다.

쾅!

평소였다면 이 일격으로 크라스가 주저앉았을 텐데, 환각화의 작용인지 크라스는 헤라클레스의 둔기를 밀어냈다.

“닿지 않아! 이따위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아!”

마력을 다루는 경지가 나에 비해 낮다지만, 종족 특성이 더해진 크라스의 절삭력만큼은 일행 중 최고.

촤악!

그가 쏟아낸 검격을 피해 헤라클레스와 나르본느가 물러났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찍어 눌렀을 테지만, 제압할 생각으로 싸우니 무력 차가 무색하게 전투가 길어졌다.

그리고 네론도 몸에 이상이 오는지 눈알이 붉게 물들었다.

“안 되겠다. 먼저 가 보겠다.”

“잠깐만!”

내가 말렸지만, 네론은 멀찍이 이동해 버렸다.

네론의 속도라면 다른 녀석들에게 당할 걱정은 없으나,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이성이 잠식된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마력 고갈로 죽을지도 모른다.

“나르본느, 네론을 쫓아가요!”

나무가 부족해 거미줄을 이용한 이동 능력을 쓰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실을 일행의 몸에 붙여 둔 그녀라면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알겠어. 그럼 크라스는 맡길게.”

나르본느가 네론을 추적하기 시작하며 헤라클레스와 크라스의 1대1 구도가 만들어졌다.

간격을 파악하며 고속으로 치고 빠지기를 시전하는 크라스.

그런 크라스를 강력한 힘으로 밀어내는 헤라클레스.

둘의 격돌은 점차 치열해졌다.

‘이대론 위험해.’

마력을 일찍이 소진한 크라스는 생명을 태우고 있는 상태.

죽어 가는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디아에게 외쳤다.

“가세해서 빨리 끝내요.”

“그러지.”

디아가 가세하면 앞뒤로 크라스를 가둬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헤라클레스가 적아를 구분하고 있지 않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헤라클레스도 환각화에 중독됐는지 2대1 구도가 아닌 삼파전이 됐다.

“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항.

마석을 복구한 나는 미스릴 창을 들었다.

“헤라클레스를 맡아요! 제가 크라스를 맡을게요!”

“알겠다!”

디아야 원체 잘 버티니, 환각화로 강해진 헤라클라스를 상대로도 문제없을 것이다.

‘내 쪽에서 크라스만 해결하면 돼.’

“난, 강하다!”

크라스는 자신의 살상력에 꽤 자부심이 있는 듯한데…….

‘공격 속도는 확실히 빨라.’

빠르고 강한 공격.

다만, 너무도 단조롭다.

미스릴 창을 든 나는 그와의 간격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아니,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았고, 나의 공격은 그의 검로를 헤집었다.

돌진기로 거리를 좁히려 하면 옆으로 스텝을 밟아 그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놈이 사마귀 낫을 쏘며 견제했다.

예전과 달리 마강기를 두른 사마귀 낫은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뭐…….’

사마귀 낫은 사거리가 길긴 하나, 허점이 많았다.

마강기에 덮이지 않은 부분을 공략한 나는 크라스의 사마귀 낫 두 개를 잘라 버렸다.

중거리 공격이 불가해진 크라스가 무리하게 거리를 좁히려 들었다.

놈은 내가 물러날 것이라 여긴 듯했으나, 나는 그의 검격을 쳐 내며 역으로 거리를 좁혔다.

검강과 창강의 격돌.

카캉!

크라스는 개미강공으로 치면 1단계 수준이라 마강기를 각성했을 뿐, 마강기를 형성할 때 마력 소모도 크며 밀도도 낮다.

그에 비하면 나는 2단계인 부분 강기의 경지.

밀도 차가 크게 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격돌할 때마다 놈의 마력이 크게 흔들리며 내상을 입을 터였다.

“이 꽉 깨물어라!”

손속에 사정을 두면 전투가 길어질 테니, 검격을 파훼하며 거리를 좁힌 나는 동료를 위하는 마음을 주먹에 담았다.

퍽!

마강기 실린 주먹 한 방에 힘이 풀린 놈이 비틀거렸다.

“이… 정도론… 난…….”

“이 정도로 쓰러졌다면, 내가 나설 이유도 없었겠지.”

창을 땅에 꽂은 나는 권투를 하듯 스텝을 밟으며 비틀거리는 크라스를 계속 팼다.

퍽! 퍼퍽! 퍽!

“네놈은 확실히 강해.”

포스와 나르본느에게 감각 수련을 받지 않았다면.

디아에게 제국 창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죽일 생각으로 상대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그를 제압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처 맞아 보자!”

나는 그의 강함을 믿었다.

내가 전력으로 패도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죽으면… 내가 과대평가한 것일 테지.

“그… 그만, 이제… 정신이…….”

중간에 크라스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지만, 방심했다간 조금 전처럼 당할 수도 있기에 나는 멈출 수 없었다.

“특별히 보여 주마. 이게 바로 개미강공 3단계, 순환강기다.”

기어를 한 단계 높여 좀 더 고밀도의 마강기를 주먹에 두르자, 크라스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잘 가라!”

퍽!

* * *

말벌왕은 폭주한 두 가드비를 제압하느라 고전했고, 모기왕은 사방을 날아다니며 날뛰다 키클롭스들에게 제압됐다.

다행히 바퀴왕에 의해 회수된 모기왕은 환상의 화원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일부 오거가 날뛰었지만, 오그무트에게 제압되어 끌려갔다.

날뛰던 미노타우로스들도 동료들의 집단 구타로 정신을 차렸다.

전갈왕 그룹은 독 내성이 있어 무사히 통과했고, 하이 오크 무리는 대전사만이 홀로 통과할 수 있었다.

라미아 무리는 해독제가 있었고, 트롤 킹과 나방왕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네론의 경우 고속 비행으로 미아의 숲에 도달하며 통과.

헤라클레스는 디아를 밀어붙이다 미아의 숲에 도착하며 통과.

크라스는 전신 골절에 피떡이 되어 다크에게 업힌 채로 통과했다.

* * *

깨어난 크라스는 환상의 화원에 들어선 기억 자체가 없었다.

“6차 시험은 언제 시작하지?”

“끝났어. 우린 통과야.”

“움직일 수가 없군. 내 몸이 왜 이렇게 된 거지?”

“계단에서 굴렀겠지.”

“계단? 그게 뭔 소리냐?”

“쌍방이니까 대충 넘어가자.”

이어진 7차 시험은 미아의 숲에서 10일간 지내는 것.

“생존 능력을 보기 위한 시험이며 상호 간에 공방을 허용한다.”

다시 말해 미아의 숲에서 진행되는 배틀 로얄이었다.

그렇다고 상대를 무작정 살해하며 돌아다니지 않도록 제약을 걸었다.

“마석을 몇 개 나눠 주겠다.”

마석을 깨면 그 파동을 감지한 시험관들이 위치를 파악해서 구조해 준다고 했다.

“마석을 깨는 건 항복을 의미하니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으면 한다.”

시험관들은 참석자들에게 도의상 살해를 최소화할 것을 맹세하게 했다.

“숲에 진입하기 전, 3일간 휴식 시간을 주겠다.”

시험 내용을 들은 나는 참석자들을 둘러봤다.

미노타우르스가 열다섯 마리.

오거가 아홉 마리.

키클롭스가 열한 마리.

라미아가 스무 마리.

나머지는 모두 종을 대표하는 자들로, 열일곱 마리.

총합 72마리.

고작 3일의 휴식 정도론 크라스가 회복되지 않는다.

‘크라스는 한동안 전력이 되지 못해.’

크라스를 간호할 인원이 필요한 상황.

나르본느를 크라스의 간병인으로 붙이면 전력 공백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믿음직한 호위이자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는 디아를 크라스에게 주면 내가 불안하다.

즉, 크라스의 부상으로 이쪽 화력은 크게 약화된 상황.

이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숲에 들어갔다간 예선에 탈락할지도 몰랐다.

‘탈락이 문제가 아니야.’

맹세에 강제력 같은 건 없다.

조금만 생각이 있어도 이번 기회에 경쟁자를 줄이려 할 테니, 힘에서 밀리면 숲에서 제거될지도 몰랐다.

‘72마리 중 세력 없이 혼자 있는 건 셋뿐이야.’

트롤 킹, 하이 오크, 나방왕.

트롤 킹은 그동안 활약하는 걸 보지 못했으나, 가진 마력을 보아 상당한 강자다.

하이 오크는 준왕급 수준이고, 나방왕도 독가루를 다루긴 하지만 양학에 특화돼 있어 준왕급 수준의 전투에선 전력이 되지 못한다.

‘트롤 킹이 아쉬워.’

함께 하자고 제안해 보곤 싶지만, 트롤 킹에게서 보이는 마력에는 문제가 있었다.

‘적대감이란 말이지.’

내가 7차 시험의 활로를 찾고 있을 때, 나방왕이 날아왔다.

“다크 님, 저 좀 끼워 주세요~”

“끼워 주면?”

“다크 님이 혹할 만한 정보를 드릴게요.”

“그게 뭔데?”

나방왕이 트롤 킹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신전에 관심 없는 참석자들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그럼 트롤 킹의 포섭도 쉬워지겠죠.”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한 나방왕의 말투.

그런데, 정작 나의 궁금증을 자극한 건…….

“삼신전?”

내가 삼신전을 모르자 나방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신전에 대해 모르시나요?”

나르본느가 끼어들었다.

“삼신전이란 건 우마신, 거신, 귀신을 받드는 신전이야. 5년에 한 번 무투회가 끝날 무렵에 열리고, 무투회 본선까지 진출하면 들어갈 자격이 주어져.”

강세종은 누구나 삼신전에 들어가 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 했다.

“우승자에겐 본인이 아니라도 쓸 수 있는 세 개의 출입권을 줘. 그 권리를 하나만 양도해도 오거 숲의 맹약을 맺을 수 있을 거야.”

“그런 거였군요.”

참가자들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강세종들은 일단 본선까지 진출하여 삼신전에 들어가는 게 1차 목표였고, 약세종들은 삼신전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우리와는 관계없는 신들이기도 하고, 얻을 것도 없거든.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 건 놈들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소원권이라 할 수 있지.”

나르본느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을 시작했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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