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39화 (138/189)

139화. 쥐와의 전쟁 (1)

“세크리, 상황 보고 부탁해.”

“그게…….”

결혼 비행 직후, 오크나무 숲을 중심으로 아카시아 숲, 고블린 산맥, 오거 숲, 버드나무 숲을 포함한 개미족의 영역 내에 800개의 하위 군체가 늘었다.

하위 군체와 이어지는 통로와 물류 허브가 만들어졌고, 지상을 장악을 위한 사냥 기지도 다수 생겼다.

보유 여왕이 두 배로 늘고, 지하 공간이 다섯 배 이상 확장된 반면, 결혼 비행 때 공주들을 호위하느라 무리한 개미족의 전력은 반 토막 난 상황이었다.

“그때부터였어요.”

본진과 멀리 떨어진 신여왕들이 증발하기 시작했고, 물류 허브에 보관한 식량도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남겨진 페로몬을 통해 놈들의 짓이란 건 바로 알았죠.”

‘미리 대처해 뒀어야 했는데…….’

둥지 곳곳에 쥐들이 서식하고 있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확장과 생산에 개미들을 투입하느라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개미족은 장로 회의를 통해 사냥 개미를 줄이고 경비 개미를 늘려 대응했으나 놈들을 막아 내지 못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외곽에 있는 하위 군체와 기지들이 습격 받아 사라지는 중이라 했다.

“메디가 독을 개량해 투입했고, 트라이 님과 엔지가 덫을 개량해 봤지만…….”

통하는 건 잠깐이었고, 며칠이 지나면 독과 함정을 극복한 쥐들이 발생한다고 했다.

“놈들의 전력은?”

“약합니다.”

피어레스의 보고로는 놈들의 전력을 확인할 수 없어 세크리를 통해 확인했다.

쥐 몬스터의 주력은 빅 레트.

빅 워커와 동급의 몬스터였고, 무력도 엇비슷하다.

이는 일반적인 빅 워커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고, 군체 규모에서 오는 신체 능력 버프와 애벌레 때부터 개미기공을 익힌 후 전투 교육까지 받은 빅 워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두 마리가 상대라도 압도할 수 있어요.”

놈들에겐 왕과 퀸 같은 강력한 개체가 없었고, 3차 진화종 수준의 개체도 없다.

‘무력의 문제는 아니란 말이지.’

자이언트 레트, 포이즌 레트, 쉐도우 레트라는 2차 진화종과 동급인 녀석들이 존재하긴 했으나, 이들도 자이언트 워커의 상대는 아니었다.

문제라면 빅 레트가 기본 수백 마리의 들쥐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

혈맥처럼 뻗어 나간 지하 통로가 그들의 안식처가 됐고, 들쥐를 이용한 도둑질로 개미족의 식량 자원에 빨대를 꽂은 것이다.

‘개미족의 지하 확장과 생산량이 독이 된 건가?’

번식력 차이가 커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본진을 제외한 지하 공간 전체가 쥐들에게 넘어갈 판이다.

‘지키기만 해선 안 되겠는걸.’

그렇다고 방어를 포기하고 공세에 나서면 그 빈틈을 파고들게 분명했다.

‘하위 군체의 여왕들을 본진으로 불러 모으고, 경비 개미를 늘릴 수밖에 없나?’

멀티를 버리고, 본진 플레이만으로 놈들을 몰아내며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을 떠올렸지만…….

‘아니야. 그럼 지상 영역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해.’

그럼 생산량 대부분을 쥐들과의 전쟁에 쏟게 될 거고, 맹약을 받아 온 의미도 없어진다.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거야.’

당장 망하나 천천히 망하나 결과는 같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식량 창고부터 확인해 봐야겠어.’

세크리를 대동해 식량 창고로 가 봤다.

식량이 넘쳐 출입구가 막혀 있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심각하네. 재고관리는 어떻게 한 거야?”

세크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요즘 운반 개미들이 줄어 출고가 지연되고 있어요. 그리고 여길 관리하던 개미도 쥐 사냥에 투입되는 바람에…….”

“경비를 늘렸다고 하지 않았어?”

“습격이 잦은 외곽 쪽 창고만…….”

한정된 개미로 수많은 창고를 관리하려다 보니, 관심에서 멀어진 창고가 발생한 듯했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불찰이에요. 당장 치우겠습니다!”

“아니, 됐어, 여긴 내가 해결할게.”

“네?”

어리둥절해 하는 세크리에게 무욕의 팔찌를 보여 줬다.

“이걸로 될 것 같네.”

팔찌가 식량을 빨아들이자, 세크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식량으로 막힌 입구가 뚫리자 안쪽에서 바글거리는 쥐 떼가 보였고, 이를 본 세크리의 표정이 구겨졌다.

‘자이언트 레트까지 있네.’

자이언트 레트는 빅 레트의 상위종이다.

섰을 때 인간만큼 큰 놈이고, 상당한 번식력을 갖추고 있어 보이면 빨리 처리하는 게 좋다.

나는 뛰쳐나오는 쥐부터 한 마리씩 마창으로 찔러 죽였다.

‘하나, 둘, 셋.’

세크리도 기본 무장인 코피스를 꺼내 들곤 쥐들을 벴다.

내겐 작은 쥐나 거대 쥐나 모두 한 방이니, 수가 많은 쪽이 더 힘들었다.

“안 되겠다. 세크리, 사냥 개미들 좀 불러 줘.”

“피어레스를 불러올게요!”

쥐 사냥에 궁기병을 동원하는 건 소 잡는 칼로 쥐를 잡는 것과 다름없다.

“아냐, 그냥 돌아다니는 빅 워커들이나 불러와.”

나는 개미 지배를 사용해 쥐들의 안식처를 찾아냈고, 모여든 개미들에게 위치를 알려 줬다.

“둥지에 기생하는 놈들부터 청소하자.”

페로몬으로 좌표만 찍어 두면 사냥 개미들이 몰려갔기에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창고를 하나하나 둘러보니, 광물로 막힌 통로가 많았다.

무욕의 팔찌로 뚫어보면 쥐 떼가 어김없이 나왔다.

“여기 좀 청소해 줘.”

“네!”

사냥은 빅 워커들에게 맡기고 나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산란방 쪽 창고는 경비도 많고 쾌적한 편이었다.

‘이건 어떻게 할까.’

신기는 대단한 무기이긴 하지만 전투용으론 적합하지 못했고, 팔찌를 제외하면 쓸 일이 없을 듯했다.

‘내가 가지고 있어 봐야 썩이는 꼴이지.’

농사용으로라도 쓸 수 있으면 쓰는 게 좋을 듯하여 산란방에 꺼내 뒀다.

무기를 본 일리아나와 제르다코가 관심을 보였다.

“그건 뭐야?”

“좋은 무기군.”

나는 페르와 케어도 모아 신기에 관해 설명해 줬다.

“이건 추수용, 이건 벌목용, 이건 농사용, 이건 회복용… 필요한 개미가 있으면 빌려주세요.”

케어와 일리아나가 신기를 파악한 후 대여 기준을 정하기로 했고, 페르와 제르다코가 책임지고 신기를 지키기로 했다.

본진에 기생한 놈들을 모두 토벌했으나, 도망친 놈들이 또 다른 안식처를 만들어 내며 소탕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건 생각한 것보다 더 끔찍한 걸.’

고블린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키카와 데카이저를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다크 님.”

“서쪽의 일은 해결됐나 보군.”

키카는 제사장으로 암컷 고블린을 관리하여 개체 수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었고, 데카이저는 교육기관을 맡아 고블린 전사를 육성했다.

개미족의 지원으로 번성한 고블린이라면 쥐들과도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희도 곤란한 상황이에요.”

“여긴 숨을 곳이 너무 많다.”

이쪽도 식량 창고를 털린 지 오래였고, 공사에 투입된 고블린과도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둥지의 홉고블린 사이에선 지하를 버리고 지상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너희가 망하면 지상 또한 안전할 수 없겠지.”

데카이저는 개미족과 함께 쥐들을 몰아내고자 했다.

데카이저의 판단은 옳았으나, 고블린과 개미족이 전력을 쏟았음에도 피해만 누적될 뿐 늘어나는 쥐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겨울이 왔다.

겨울은 둥지 확장과 수련의 시기였는데, 지금의 둥지 상황상 확장과 수련은 사치가 돼 버렸다.

대다수 개미가 식량을 지키며 쥐들을 사냥하느라 생산 라인이 멈췄다.

그동안 쌓아 둔 식량이 워낙에 많아 배고픈 겨울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쥐들과의 소모전을 치르다 보면 하위종의 전멸이 예상됐다.

‘불어나는 놈들을 감당할 수 없어.’

개미족의 전력으론 쥐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느낀 나는 생각을 전환했다.

‘전력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끌어오면 될 일이지.’

모기에게 막대한 피해를 보던 고대의 인간은 거미신을 섬겼고, 쥐에게 피해를 보던 인간은 고양이와 뱀을 섬겼다.

‘길고양이라도 키워야겠어.’

숲에선 표범 계열의 몬스터는 봤어도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

‘데이지에게 물어봐야겠다.’

인간들의 관리를 맡고 있던 데이지를 찾았다.

이 세계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불리는지 몰라 대략적인 생김새를 그려줬다.

“그건 묘족이라 불리는 몬스터네요.”

“몬스터?”

“아이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녀석이죠.”

고양이는 이곳에서 묘족이라 불리며 몸속에서 마석이 나오는 몬스터였다.

“꼬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을 해쳤다고 해요.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볼게요.”

묘족의 소재지를 알려준 건 신성력을 각성하여 정식 사제가 된 프릴과 릴리였다.

‘쟤들 아직 둥지에 있었구나.’

둘은 술집에서 일하던 아이로 둥지에서 내보내 줄 타이밍이 좀처럼 오지 않아 심화 교육까지 거치며 실버급 무력까지 갖춘 상태였다.

“위대한 개미족의 기둥을 뵙습니다.”

데이지에게 불려온 둘은 나를 보곤 직속 수녀들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양손 바닥을 들어 올렸다.

이는 무기가 없음을 보여 주며 개미족의 더듬이 세례를 받기 위한 인사였다.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는지요?”

둥지에 머물며 성숙해진 둘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졌고, 메르디아에게서 예법을 배워 기품도 갖추게 됐다.

둘의 직속 수녀들도 모두 외모가 출중했는데, 이는 나의 지시로 의료 개미들의 첨단 케어가 지원됐기 때문이다.

첨단이라 해도 성형의 영역은 아니었고, 개미산과 회복액을 이용해 잡티 하나 없는 백옥 피부를 만들어 주는 것뿐.

뭐, 이곳 인간들은 대체로 원판이 좋아서 이 정도 지원만으로 연예인급 미인이 양산됐다.

개미족은 인간들을 식량으로 보기 때문에 육질 관리에 신경 쓴다.

그렇다 보니 건강 체중에서 벗어난 인간이 발견되면 교육 개미에게 끌려가 훈련, 식단, 약물 삼박자 지원을 받게 돼서 남녀를 불문하고 몸매가 좋아졌다.

개미족 입장에선 육질 관리지만, 내가 볼 때는 건강 케어나 다름없었다.

실버급이면 베테랑 용병이라 할 수 있고, 파티를 이루면 자이언트 워커를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수녀들도 실버급 턱걸이 수준이라 밖에 나가면 용병으로 먹고살아도 지장은 없을 터였다.

“너희들이 맡아 줘야 할 일이 있어.”

“다크 님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선망 가득한 시선으로 즉답하는 프릴과 달리 릴리는 데이지의 눈치를 살피곤 답했다.

“분부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이들에게 듣기론 묘족은 도시에 숨어 살며 인간들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큰 도시일수록 퇴치 의뢰가 많이 발생하며 용병 길드만 가도 묘족의 시체를 구할 수 있고, 새끼는 마법사들이 실험용으로 찾는 경우가 있어 간혹 길드나 노예상이 판다고 했다.

고양이를 구하러 가는 길에 프릴과 릴리를 바르퀴르 영지에 떨궈 주기로 했다.

“너희가 해줄 일은…….”

둘에게는 바르퀴르 영지를 시작으로 왕국의 술집 장악을 맡겼다.

“꼭 해내겠습니다.”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술집을 장악하면 암흑가의 돈줄을 끊어버린 것과 같으니, 실상 암흑가 분쟁에 끼어드는 것과 같았다.

‘슬슬 비어베어 녀석들을 정리하고, 개미파를 만들 때가 되긴 했어.’

왕의 힘은 민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돈이야말로 민심이라 할 수 있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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