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41화 (140/189)

141화. 쥐와의 전쟁 (3)

줄리아와 세바스를 대동해 하인들의 충성심, 잠재력, 생명력 을 확인하던 나는 문트리아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왜 저렇게 허둥대지?’

21세기의 엘리트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이었지만, 이곳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일머리가 부족하다.

그나마 문트리아가 쓸만할 뿐, 사실 마음에 차진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보석을 제값에 팔기란 쉽지 않다.

수도에 보석상을 입점시켜 두긴 했지만, 손님이 없어 적자를 보고 있었다.

‘돈줄부터 확보해 두는 게 좋겠지.’

나는 한동안 문트리아를 데리고 다니며 보석상 컨설팅을 해 줬다.

“보석 감정이 가능한 인원을 모집해.”

인간들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한 최근의 교육 개미들은 다양한 걸 가르쳤고, 그중 보석 감정도 포함돼 있어 감정사로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진 않았다.

감정사로 임명된 인간들에게 후작령과 백작령에도 보석상을 입점할 것을 명령했다.

각지에 입점할 보석상의 이미지를 위해 직원의 복장을 통일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꼭 개미 문양을 각인해야 하나요?”

“왜?”

“다들 생소한 문양이라 싫어하는 것 같아요. 이 문양만 빼도 좀 더 팔리지 않을까 해서요.”

보석과 장신구 시장에선 아직 무명의 브랜드라 소비자의 반감만 샀지만, 감수해야 할 손실이었다.

며칠 후, 예비 점주인 감정사들이 작성해 올린 보고서를 보게 됐다.

귀족과 중상층은 이미 단골집이 있어, 개장을 하더라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내용.

“아무래도 보석들은 다른 방식으로 처분하는 게…….”

문트리아는 사막 왕국 아스만과의 교역을 권했는데, 거기와 교역하려면 마일도스 후작에게 막대한 통행세를 지불해야 했다.

‘마일도스 후작이라.’

황금의 마일도스.

왕국의 많은 상인이 마일도스를 뒷배로 두고 있었고, 그들은 아스만을 통해 왕국의 전략물자를 제국에 팔아 치우며 제국의 사치품을 수입하여 돈을 벌었다.

왕실보다 재물이 많다고 알려진 마일도스는 다른 귀족들 사이에선 장사치라 불리며 이단 취급을 받기도 했다.

“마일도스 후작이라면 저희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일도스의 도움을 받아 보석을 처분한다?

쉬운 길이긴 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다.

“칠왕자 편이잖아.”

“그렇지만, 저희가 왕세자 편은 아니잖아요.”

현재 개미 상단은 왕세자인 제논과 협력하고 있으나, 문트리아는 기본적으로 귀족과 왕족을 믿지 않아 제논의 배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일도스는 안 돼.”

지금도 칠왕자의 자금력이 앞서는데, 나까지 칠왕자를 밀어주게 되면 제논은 폐세자가 될 것이고, 그럼 정권을 잡은 칠왕자가 우리에게 어떻게 나올지는 모를 일이었다.

“균형을 맞춰 둬. 그래야 우리에게 신경을 못 쓸 테니까.”

“그럼 보석 처분은 어떻게…….”

“정석대로 가야지.”

“정석이요?”

나는 문트리아게 지시하여 보석 디자인 팀을 운영하게 했다.

그들이 구상한 디자인 중 괜찮은 것들을 가져와 내 나름의 수정을 거쳤더니, 이곳 세공사들이 만들 수 없는 디자인이 나왔다.

인간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지만, 광물 조형의 스페셜 리스트인 메탈 워커라면 문제없다.

‘다이아몬드로 찰흙 놀이를 하는 놈들이니.’

둥지에서 메탈 워커를 데려와 보석 세공처를 만들었다.

“어려운 세공은 저들에게 맡기고, 양산이 가능한 건 인간 세공사를 투입해.”

메탈 워커의 세공 능력에 감탄한 문트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세공이 가능하다면 누구라도 사고 싶을 거예요.”

품질에 자신은 있었지만, 이곳 귀족들은 제국에서 수입했다면 돌멩이라도 보석으로 취급해 줬으니…….

사실 보는 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꾸준한 영업으로 고객을 늘려갈 수밖에.’

보석상에선 보석만 팔지 않고, 장신구도 함께 판다.

우린 장신구 쪽에 좀 더 치중하기로 했고, 프리미엄 라인은 섬세한 세공을 컨셉으로 잡았다.

“노멀 라인은 깔끔하게 가자.”

“네,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고객을 단골로 만들고, 그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게 필요해 보였다.

“시리즈를 구성하는 것도 좋겠어.”

소비자의 수집욕을 자극하기 위해, 프리미엄 라인과 노멀 라인의 장신구를 열두 개 한 세트로 구성하게끔 하여, 하나씩 출시하도록 했다.

“이러면 저라도 전부 모으고 싶을 거예요.”

이곳 인간들은 자신의 눈동자 색과 맞는 보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다이아몬드를 그리 선호하진 않았다.

“다이아몬드로 반지를 만들어 팔아 봐.”

“그게 팔릴까요?”

“다이아몬드가 영원을 상징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영원이라면… 영원한 사랑?”

“그런 거지.”

보석과 장신구의 조합으로 각종 의미를 부여해 귀족들의 허영심을 자극하게 했다.

“다크 님은 이런 걸 어떻게 떠올리신 건가요?”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치열한 산업 현장에서 구르다 보면 저절로 습득되는 능력일 뿐.

내가 말을 하지 않자 문트리아가 알아서 해석했다.

“개미족의 기둥쯤 되시면 인간의 행동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거군요.”

이곳 세계에도 달력이 있었고, 수도에 가면 제국산 시계도 팔았다.

보통 나무로 만들어진 달력은 1년이 12개월이었고, 한 달이 35일로 통일돼 있었다.

‘요일의 구분은 없고, 월급을 5주에 한 번씩만 주면 되네.’

개미족의 인쇄 기술은 뛰어나다.

나는 하이 페어리를 보내 요일이 구분된 종이 달력을 생산하게 했다.

생산된 달력을 배포한 나는 직원들이 주에 하루는 쉴 수 있도록 했다.

교대로 쉬게 하여 각자 쉬는 날을 달리해, 주말이란 개념은 없었다.

‘적절한 휴식은 필요한 법이지.’

휴일이 있어야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여가가 있어야 돈을 쓸 수 있다.

그들이 쓴 돈은 돌고 돌아 내 주머니로 돌아올 것이고, 이러한 순환을 통해 경제 규모가 커진다.

‘파이를 키워서 나누는 게 아니야. 키워서 독식하는 거지.’

모든 게 내 주머니에서 나오고, 내 주머니로 들어올 날까지…….

‘분발해야겠어.’

귀족들은 주로 추수 직후와 파종 시기에 주머니를 열었다.

나는 그 시기에 맞춰 한정판 장신구를 출시하게 했고, 메르디아를 통해 사교계에 알려진 귀부인 한 분을 선정하여 선물하게 했다.

“수량은 수도에 다섯 개, 후작령 세 개, 백작령 두 개야.”

“너무 적지 않나요?”

“적지, 그러니 인간들이 원하는 거고.”

프리미엄 라인과 한정판 장신구에는 구매자의 이니셜을 새겨 주게끔 했다.

“감정사와 세공사를 늘리고. 경비를 늘려.”

“그럼 적자 규모가…….”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밀어 붙여.”

마일도스 후작을 뒷배로 둔 보석상이 많지만, 이들은 자체 브랜드 없이 제국에서 들여온 보석을 팔았다.

품질은 충분히 좋으니 개미 보석상이 왕국 최고의 보석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메틴이 용병 길드를 통해 묘족을 생포해 왔다.

내 앞에 내동댕이쳐진 묘족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었다.

“꼬리는 하나밖에 없지만, 사람 몇 명은 잡아먹었을 흉포한 녀석입니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

그것도 21세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무늬의 고양이였다.

기회를 살피던 녀석이 나를 보곤 고개를 갸웃거렸고, 하이 페어리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허공을 향해 적대감을 표출했다.

“캬!”

‘전신 타박상에 다리 골절, 피부병도 있는 것 같고…….’

생명력도 떨어져 있어 위중해 보였다.

‘지하 의료실에 보내야겠다.’

지하의 허브 워커라면 죽어 가는 녀석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치료를 받고 온 묘족과 교감을 쌓으려 하자 메틴이 걱정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다크 님, 묘족은 길들일 수 없습니다.”

확실히 적대감을 보이긴 하지만, 고양이는 집사를 찾는 생물.

‘과연 네놈이 개미족의 시중을 버틸 수 있을까?’

치료도 해 주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해 줬다.

먹이도 다양하게 제공해 묘족의 입맛을 파악했을 때쯤, 개미 저택에서 묘족을 원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묘족에 대한 제보가 빗발쳤다.

개미 상단이 묘족 생포에 돈과 인력을 투입하자, 주민들이 환호했다.

“다크 님의 지시입니다.”

동원된 저택 경비들은 공로를 내게 돌렸다.

“다크 님이 오셨어요?”

내가 저택에 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주민들이 불안해했다.

‘왜들 저러지?’

줄리아에게 물어보니 내가 미친년으로 소문나 있어 주민들이 두려워한다고 말해 줬다.

‘하긴, 나 때문에 망한 녀석이 한둘은 아니지.’

그래도 개미 교육을 받은 직원들 중 날 싫어하는 녀석은 없다.

있더라도 걸리면 과거형이 된다.

묘족들은 몬스터가 맞는지 마신어를 알아들었다.

“얌전히 머무를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묘족들.

나는 하녀들을 붙여 그들과 교감을 쌓게 했다.

바르퀴르 영지에서 생포한 묘족 여섯 마리.

“죽이지 않으면 금방 늘어날 겁니다.”

메틴에게 들어보니 이들의 습성과 번식력은 지구의 고양이와 다르지 않았다.

1년 내내 번식이 가능한 인간과 달리 고양이와 강아지에게는 발정기가 있다.

발정기는 나이와 환경, 그리고 동족의 호르몬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수컷은 한 번 발정하면 언제든 가능해서, 거세하지 않으면 성욕 제어가 힘들다.

놈들의 개체 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암컷의 발정기.

보통 봄과 가을에 발정기를 맞이하지만, 따뜻한 곳에선 연중 발정기인 경우도 있다.

‘개미족 둥지는 따듯한 편인데…….’

둥지에서 키우게 된다면 고양이는 1년에 3~4회 새끼를 낳을 수 있을 것이고, 한 번에 4~8마리는 낳을 테니.

대충 계산해 봐도 1년이면 수십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둥지의 상황이 심각한 만큼, 그들이 늘어나기를 가만히 기다려 줄 순 없는 노릇.

나는 돈을 풀어 각 도시의 용병 길드에 의뢰를 넣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한 달 안에 200마리는 모일 듯했다.

‘먹이 문제도 해결해야겠지.’

묘족은 내가 제공한 음식 중 닭고기를 좋아했다.

‘양계장부터 시작해 볼까.’

개미족은 지렁이를 비롯한 각종 식용 곤충을 양식해 왔고, 식물 공장을 발전시켰지만, 축산업은 관여하지 못했다.

이 세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 돼지, 닭, 양, 오리 등의 가축이 개미족을 두려워했기 때문인데…….

‘말도 탈 수 없었지.’

고블린도 가축을 잘 키우지 못해 고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축산업은 인간들에게 맡겼었다.

하지만, 지하의 공간적 특성으로 축산업은 크게 발전할 수 없었다.

“문트리아, 양계장을 만들자.”

“양계장이요?”

소와 양은 인간들이 먹지 않는 풀을 먹었고, 돼지도 잡식성이라 인간들이 버리는 음식물로 자라기에 사료값이 적게 든다.

하지만 닭은 귀한 곡물을 먹고 자라서 돼지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차라리 곡물을 파는 게…….”

지금은 쥐들 때문에 생산이 중단되긴 했지만, 둥지의 식물 공장에서 나오는 곡물의 양은 상당하다.

생산되는 대로 팔았다간 곡물의 가치가 폭락하기에 영양화하여 보관해 왔는데, 이는 쥐의 증식을 도운 꼴이 됐다.

지금은 잉여 곡물 자원을 팔찌에 수납해 뒀고,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사료 공장을 만들어야겠다.’

둥지로 돌아가 세크리와 엔지를 불렀다.

그들에게 지시하여 사료 공장을 만들게 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소, 양, 오리, 말이 먹을 사료도 생산하게끔 했다.

사료만 독점해도 괜찮은 구조가 나오겠지만, 나는 모든 축산업을 직영할 계획으로 인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가공 공장도 만들고 잡화점을 늘려.”

축산업에 이어 가공과 유통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추려 하니 인간과 토지가 부족해졌다.

“다크 님, 어쩌죠?”

“농민들한테 돈 좀 풀어.”

농민들에게서 토지 사용권을 사려 했지만, 시가의 두 배를 불렀음에도 그들은 끝내 팔지 않았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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