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46화 (145/189)

146화. 쥐와의 전쟁 (8)

신마력을 품고 있다지만, 기껏해야 꼬리 하나인 묘족.

아무리 높게 쳐 줘도 실버급 용병이면 충분히 생포할 수 있어야 정상이다.

‘왜 못 잡는 거지?’

베르딘에게 명해 그림자를 보내 봤다.

그림자 다수가 놈을 포위하자, 놈이 사라졌다.

“없어졌다! 찾아라!”

인간들의 눈에는 감쪽같이 사라진 거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마력으로 변했어.’

놈이 마력으로 변하여 어딘가로 쏘아지듯 이동한 것이었다.

‘이래서 잡지 못한 거였군.’

다른 묘족에게 없는 이동 능력.

인간을 동원해 잡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저 속도를 따라 잡으려면 내가 나서야겠어.’

놈의 위치를 파악해 둔 나는 인간들이 잠든 밤에 저택을 나섰다.

기척을 죽이고 놈에게 접근해 뒷덜미를 잡아챘다.

“잡았다, 요놈!”

“냥?”

당황도 잠시, 놈은 나를 힐끔 보더니 기화하듯 마력으로 변하여 어딘가로 날아갔다.

‘저쪽이다!’

마력을 쫓아간 나는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놈과 똑같이 생긴 고양이를 보게 됐다.

‘생김새만 같은 게 아니야…….’

같은 속성의 마력이라도 누가 품고 있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마력이 같다!’

이동해 온 마력이 놈의 궁둥이에 붙더니 꼬리로 변했다.

‘내가 쫓던 건 놈의 꼬리였어.’

두 개의 꼬리를 가지게 된 검은 고양이가 날 한심하게 바라보더니, 마력으로 변하여 두 갈래로 흩어졌다.

‘둘 다 쫓을 순 없어.’

난 쫓기 편한 쪽을 따라가 봤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이번에도 본체가 아니잖아.’

접근하면 다시금 흩어질 테니, 멀찍이서 대화를 청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놈은 다른 묘족들과 달리 마신어를 쓸 줄 알았다.

“귀찮게 하지 마라. 냥.”

계속 말을 걸어 봤지만, 놈은 털을 고르며 못 들은 척했다.

‘이거 안 되겠군.’

놈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못하면,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작전이 필요하다고 느낀 나는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베르딘에게 도시 지도를 가져오게 했다.

“여기 있습니다.”

놈의 능력을 분석해 보면 분리와 합체.

‘합체를 이용해 고속으로 이동한 거야.’

본체와 분신의 차이가 없어 구분하는 건 무의미했다.

‘한꺼번에 잡지 않으면 놓친 놈에게 이동하겠지.’

지도를 보며 개미 지배를 활용해 도시 구석구석 살펴봤다.

막상 도시를 훑어 보니 놈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여섯 마리나 되는군.’

뇌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나 혼자선 잡을 수 없겠어.’

혼자선 힘들지만, 지원해 줄 인원이 충분하다면…….

“베르딘, 메르디아. 무력 부대를 최대한 모아.”

“용병으로 활동 중인 개미교도들도 불러들일게요.”

“그렇게 해 줘.”

인원이 모일 동안 놈의 행동을 지켜봤다.

놈은 온종일 늘어져 잠만 잤고, 가끔 도시에 서식하는 쥐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까마귀를 사냥해 먹었다.

수에 밀려 고전할 때는 분신을 불러와 꼬리를 늘렸다.

꼬리가 한두 개일 때는 빅 워커 수준의 마력을 보였고, 꼬리가 서너 개일 때는 자이언트 워커 수준의 마력량을 보였다.

‘여섯 개의 꼬리가 모이면 3차 진화종 수준의 마력량을 갖추겠어.’

마력량은 상당한 편이지만, 방어력도 낮고 체구도 작다.

종족 특성상 재빠르며 날카로운 공격이 가능했으나, 스펙으로 보면 병사보단 암살자에 어울렸다.

‘꼬리 여섯 개를 갖춘다 해도 미스릴급 용병의 상대는 아니야.’

수도의 미스릴급 용병은 지방의 기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듣기론 익스퍼트 중급 수준의 파티가 일곱 개나 있었고, 용병단을 운영하는 대장급은 익스퍼트 초입 수준이었다.

거기다 놈은 인간을 귀찮아하며 맞상대하지 않았는데.

‘왜 악몽이라 불리는 거지? 잡을 수 없기 때문인가?’

베르딘에게 놈이 악몽이라 불리는 이유를 조사해 오게 하니, 몇 시간 후 관련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인간들이 놈을 악몽이라 부르는 건 잡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악몽을 꾸게 된다고?”

“네. 놈에게 가까이 간 인간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악몽에 시달려서…….”

최근 악몽에 시달린다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몸을 확인해 봤다.

‘놈의 마력이야.’

놈의 마력에 노출된 인간은 한동안 악몽을 꾸며 쇠약 상태에 빠지는 듯했다.

‘내겐 통하지 않지만, 인간들에겐 치명적인 독이 되는군.’

일단 쇠약 상태에 빠진 부하들을 불러와 공허의 마력으로 몸에 들러붙은 마력을 제거해 줬다.

놈에 관한 보고서와 함께 묘족에 관한 보고서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묘족이 인간과 곡물을 먹는다고 쓰여 있었는데.

‘고양이가 곡물을 왜 먹겠어.’

묘족은 곡물을 먹는 게 아니라 곡물을 노리는 쥐를 사냥해 먹었고, 대체로 빈민가에 숨어 지내며 널브러진 시체를 먹었다.

인간을 사냥하진 않지만, 죽은 인간을 먹어서 생긴 오해.

거기다 도시에는 버려진 채 죽은 아이들이 많아서 인간들은 묘족이 아이들을 사냥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악몽 때문에 용병들이 묘족 사냥을 꺼려, 개체 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귀족들은 묘족이 있는 곳이 슬럼가라 신경 쓰지 않았고, 성직자들은 악몽에 시달리는 인간들을 통해 떼돈을 만지고 있어 묘족 사냥에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슬럼가의 인간들은 매일 같이 묘족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불안에 떨었는데…….

이곳 인간들의 선입견은 내 알 바가 아니었고, 나는 베르딘과 메르디아에게 악몽을 붙잡기 위한 작전을 설명해 줬다.

작전은 간단했다.

인해전술로 다섯 마리를 동시에 압박한다.

그럼 마력으로 변한 다섯 마리가 마력으로 변하지 않은 한 마리를 향해 갈 것이고, 꼬리 여섯 개가 된 고양이 하나만 남게 된다.

‘한곳에 모이면 잡을 수 있지.’

인간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깊은 밤에 작전이 시행됐다.

* * *

검은 털의 흑묘족으로 태어난 타르.

인간들에게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며 일곱 개의 꼬리를 갖추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자신과 거래를 원하는 존재와 만난 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쥐를 잡아 주면 원하는 걸 주겠다니.’

뻔한 거짓말.

‘저 녀석, 날 바보로 아는군.’

다크는 다음을 기약했으나, 타르는 여지를 줄 생각이 없었다.

‘멍청한 놈, 난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아!’

며칠 후, 다크에게 잡힌 타르는 그에게서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며 굴복해야 했다.

‘저 녀석… 대체 뭐야?’

* * *

작전대로 놈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놈이 여섯 마리로 변해 흩어지려 했으나, 인해전술로 포위망을 형성한 상황.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곤 다시금 하나로 합쳐졌다.

“냥!”

힘으로 돌파할 생각이었겠지만, 꼬리 여섯 개론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느려.’

순식간에 접근한 내가 놈의 뒷덜미를 잡았다.

당황한 놈이 마신어로 말했다.

“내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하나 남았다.”

놈이 마력화하여 어딘가로 날아갔다.

“사라졌다!”

당황한 인간들에게 해산을 명한 나는 마력화한 놈을 쫓았다.

한참이나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도시 밖의 숲.

개미 지배 범위 밖이라 탐색하지 못한 곳이었다.

“꼬리 일곱인 날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니, 넌 뭐지?”

꼬리 여섯 개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력.

‘왕급 수준인가.’

제왕급인 브록도 보내 버린 나다.

생사결이라면 내가 압승할 테지만, 놈을 쫓은 건 생포 내지는 회유를 위해서지,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포획에 성공해도 놈이 날 따라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나무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놈에게 내기를 요청했다.

“거래가 싫다면 내기는 어때? 내기에서 지면 내 부탁을 들어 줘.”

놈은 내기조차 싫었는지, 일곱 마리로 분리되어 흩어지려 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나는 암흑마창을 휘둘렀다.

적중한 세 마리는 마력화 상태가 됐다.

남은 실체는 넷.

브록의 마석을 흡수하여 얻은 근거리 순간이동 능력인 블링크를 사용했다.

연속으로 쓸 수 있는 블링크는 3회.

3회를 사용해 세 마리를 처리하고 나니, 한 마리가 남았다.

두꺼비에게서 얻은 각력으로 뛰어들어 일곱 개의 꼬리를 갖추기 전에 뒷덜미를 잡아챌 수 있었다.

“날 잡아갈 생각이라면 포기해. 절대 안 잡히니까.”

놈은 꼬리가 모이는 대로 다시금 흩어지려 했다.

놈이 일곱 개의 꼬리를 갖춘 순간, 암흑마창의 사슬을 풀어 놈을 묶어 버렸다.

“냥?”

봉마의 사슬로 놈이 분리되는 걸 막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제어되지 않은 마창이 내 마력을 탐하기 시작했고,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마강기를 피워 내자, 마력을 봉인 당한 놈이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잠깐! 내가 필요한 게 아니었나?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마창이 뭔 짓을 할까 봐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날 도와준다고 약속하면 풀어 준다.”

협상이란 총구를 겨누고서 하는 것.

문제가 있다면 방아쇠가 고장 난 총이란 건데, 다행히도 놈의 결단은 빨랐다.

“할게, 뭐든 할 테니까. 살려 줘.”

암흑마창이 날뛰지 못하게 사슬을 급히 거둔 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고 있는 악몽에게 진지한 대화를 청했다.

“난 개미족의 장로 다크다.”

“…흑묘, 타르.”

“그래, 타르. 네게 부탁할 게 있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겠지.”

“너무 삐딱하게 생각하지 마. 널 오래 잡아 둘 생각은 없으니까.”

왕급 정도 되는 몬스터를 강제로 부리는 건 리스크가 크다.

그러니 나는 타르에게 명령이 아닌 거래를 청했다.

“이쪽도 사정이 급해서 말이야. 네가 묘족들을 이끌고 둥지의 쥐들만 처리해 주면 원하는 걸 내줄게.”

“동족을 이끌라고?”

나에게 개미 지배가 있듯, 사도인 그에게도 묘족을 지배하는 힘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계산 착오였다.

내가 곤란해하자, 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작 쥐 정도로 호들갑이라니.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수가 아니야.”

“날 무시하는 거냐? 네가 괴물이라서 그렇지, 쥐가 아무리 많아도 내 상대는 아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타르.

그에게 방법이 있을지 모르니, 둥지에 데려가 여왕들과 장로들을 소개해 줬다.

우호 페로몬을 듬뿍 발라 둬서 개미족은 그에게서 친숙한 느낌을 받았지만, 타르는 개미족 자체를 꺼림칙해했다.

“쥐만 청소해 주면 가도 되는 거지?”

여왕을 걸고 맹세까지 했는데, 여러 차례 물어보는 타르.

‘속고만 살았나?’

쥐들만 처리되면 타르는 쓸모없는 밥벌레라 굳이 잡아 둘 필요가 없었다.

그의 안내인 겸 감시로 디아를 붙였다.

디아와 타르는 서로를 본 순간 강렬한 동질감을 느꼈다.

“잘 왔다, 암흑신전의 다섯 번째 사도여. 아직 자각이 없는 것 같으니, 내가 하나씩 알려 주마.”

흥분한 디아가 타르를 귀찮게 했다.

“저 인간 뭐야? 인간이 맞긴 한 거야?”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으로 하이 페어리를 붙여 줬다.

디아에게 사도에 대한 걸 전해 들은 타르.

“난 쥐만 잡아 주고 떠날 건데.”

“그런가…….”

타르의 반응에 디아가 몹시 아쉬워했다.

그렇게 쥐를 잡기 위해 투입된 타르.

일곱 마리로 분리되어 둥지를 휩쓸기 시작했다.

“냥!”

타르는 묘족의 센서로 쥐를 찾아냈고, 울음으로 쥐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쥐들은 도주조차 못 한 채 타르에게 쓸려 나갔다.

이틀 동안 열심히 사냥하던 타르는 자신이 사냥하는 속도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쥐가 불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너… 날 속였어!”

억울해하는 타르를 위로해 준 디아.

표정으론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기뻐했다.

‘역시 타르 하나만 투입해선 안 되는 거였어.’

원점으로 돌아온 나는 기존 작전대로 묘족을 다룬다는 묘인 확보를 위해 움직였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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