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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152화 (151/189)

152화. 돈 복사, 무한 확장 (2)

개미 상단이 차지한 상권을 지역 상단에 넘겨주면 더 많은 상납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마일도스 후작.

하지만 생각처럼 상납금이 늘지 않았고, 세수도 급격히 줄고 있어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장 원인을 파악하라!”

마일도스 후작의 정보력은 상당하다.

그는 개미 상단의 유무에 따라 영지 간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것 때문입니다.”

보관증이라 불리는 종이 화폐의 존재가 그 격차를 만들었다고 전해 들은 마일도스 후작.

“고작 이런 것 때문에 세수가 줄었다는 건가? 상인들을 불러와라.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겠다.”

지역 상인들은 종이 화폐의 편리성과 중요성을 설파하며 보관소 설립을 허락받고자 했다.

“내 도움 없이 가능하겠나?”

“충분합니다, 후작님.”

그동안 개미 상단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상인들에게 크게 실망했던 마일도스 후작은 보관소 설립을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너희들이 힘을 합쳐 함께 진행하라,”

상인들은 경쟁자와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니었다.

“명,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상인 연합은 보관소 설립을 위해 건물을 올리고, 금고를 제작했다.

개미 상단에 잠입시킨 스파이에게서 개미 보관소 관련 자료를 받아 본 상인들은 그 운영 방식에 감탄했고, 탐욕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영주의 비호도 받지 못한 놈에게 밀릴 우리가 아니지.”

쉽게 생각했으나 화폐의 제작은 녹록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된 마일도스 후작은 아스만 쪽 귀족에게 도움을 청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제국 출신 장인을 지원해 주겠네.”

“고맙군. 이 빚은 다음에 갚지.”

장인들은 눈으로 봤을 때 비슷한 품질의 화폐를 만들어 냈고, 제국의 위인을 그려 넣어 개미 화폐보다 세련된 느낌을 줬다.

마일도스 보관소라 불리게 된 보관소는 이미 성공한 개미 보관소의 시스템을 따라 했다.

상인들은 영지의 금속 화폐를 쓸어 담아 10배에 달하는 종이 화폐를 찍어 냈고, 대출을 비롯한 각종 사업에 투자하여 성공 가도를 걸었으며, 상납금도 대폭 늘려 마일도스 후작을 만족시켰다.

“그래, 이거지! 이게 바로 황금의 마일도스지!”

마일도스 후작은 휘하 귀족을 불러 축하 파티를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후작님. 요즘 세수가 크게 증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야 영민들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 아니겠나?”

“어찌 하찮은 영민의 노고겠습니까? 다 후작님의 안배지 않습니까?”

휘하 귀족들은 마일도스 후작에게 아양을 떨며 보관소 사업에 숟가락을 얹고자 했고, 마일도스 후작은 휘하 귀족들에게 이권을 나눠 주기로 했다.

많은 귀족들의 비호 아래 마일도스 보관소는 급격히 늘어났다.

암시장에서 입은 손해를 회복한 마일도스 후작.

찍어 낸 화폐로 병력을 강화해 언제 터질지 모를 전란을 대비하던 중 카밀 후작과 다나스 백작이 찾아왔다.

“기술 지원 좀 부탁하네.”

두 영지도 개미 상단이 철수하며 세수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마일도스 후작은 둘 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영주들을 설득하여 보관소의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일도스 보관소는 클라우드 보관소로 이름을 바꾸어 전국에 지점을 열었다.

개미 상단이 상권을 장악한 지역에선 여전히 개미 화폐가 우세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선 클라우드 화폐가 쓰였다.

두 종류의 화폐가 시장에서 맞붙으며 혼란이 빚어질 때, 몇몇 영지에서 클라우드 보관소를 지원하며 개미 화폐가 점차 줄어들었다.

“이대로 개미 상단이 무너지면, 보관증은 종이 쪼가리가 될 겁니다. 듣기로 맡은 돈의 10배를 찍어 냈으니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에요!”

개미 상단이 망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며 너도나도 맡긴 금속 화폐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일도스 후작은 조만간 무너질 개미 상단의 미래를 떠올리며 축배를 들었다.

“세자에게 붙은 귀족들이 휘청이는군.”

“마일도스 후작님, 저희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세자에겐 미안하지만, 이 또한 왕족으로 태어난 그의 운명이 아니겠나.”

귀족들의 탐욕이 파티장을 가득 채웠다.

* * *

맡긴 실물 화폐의 10배를 발행한 개미 보관소.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보관소에 몰리며 맡긴 돈을 찾아갔다.

돈을 돌려받기까지 불안에 떨던 사람들은 이자까지 무사히 받고서 안심했다.

“뭐야? 개미 상단이 망한다더니 다 거짓말인가?”

“아니야. 좀 더 지나면 보관증으로 돈을 찾을 수 없다고 들었어. 봐, 저기 귀족들도 돈을 모두 빼 가잖아. 우리가 늦지 않은 거겠지.”

수일이 지났지만, 개미 보관소로 인한 피해자는 없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소문에 놀아났음을 깨달았고, 개미 상점을 이용할 때는 개미 화폐를 쓰게 됐다.

하지만 한 번 잃은 고객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개미 상점 외의 장소에선 주로 클라우드 화폐만 받았고, 클라우드 화폐를 받지 않던 개미 상점의 매출은 나날이 떨어져 갔다.

다들 개미 상단이 언제 망할지 점치고 있었다.

“망하긴 누가 망한다는 거야. 바빠 죽겠구먼.”

클라우드 보관소가 성행하기 전, 한 직원이 문트리아를 찾아와 고백했다.

“제 주인께서 보관소의 비밀을 원하십니다.”

“네 주인?”

“죄송합니다, 상단주님. 전 사실…….”

직원의 기구한 삶을 들어준 문트리아.

그가 배신했음이 알려지면 그의 가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냥 알려 줘.”

내친김에 그가 접할 수 없는 기밀까지 알려 줬다.

감격한 스파이는 자신을 죽여 달라 했지만, 문트리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선택은 옳았어. 그리고 알아 둬. 이깟 정보가 유출됐다고 흔들릴 개미 상단이 아니라는 걸.”

몇몇 우호 영지의 돈만 쓸어 담던 개미 보관소와 달리, 클라우드 보관소는 전국의 돈을 쓸어 담았다.

문트리아에게도 잠깐의 위기가 왔지만, 베르딘과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건 바로…….

“어때 똑같지?”

위조지폐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위조지폐는 실제 클라우드 화폐와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러네.”

위조지폐를 전해 받은 프릴은 전국 술집 매수와 암흑가 장악에 힘썼다.

그림자들은 전국의 각지의 클라우드 보관소에서 돈을 찾아 개미 보관소에 보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찾아와 맡긴 금속 화폐를 찾아가도 개미 보관소의 돈은 마르지 않았고, 오히려 클라우드 보관소의 금속 화폐가 말라 갔다.

맡긴 돈을 찾아가는데 며칠간의 유예가 필요한 클라우드 보관소.

그에 비해 이자까지 즉시 지급해주는 개미 보관소.

시간이 흐를수록 클라우드 보관소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져 갔지만, 대다수 인간은 황금의 마일도스라 불리는 후작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 때까지.

“언제 찾을 수 있는 거야! 오늘 오면 준다며!”

“죄송합니다. 오늘 들인 돈이 다 소진돼서… 며칠만 유예 시간을 주시면 이자를 듬뿍 쳐 드리겠습니다.”

“내가 그깟 이자가 아쉬운 사람인 줄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뒤늦게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있음을 알게 된 클라우드 보관소.

하지만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상인들은 남은 금화를 마일도스 후작에게 바친 후 아스만 왕국으로 도망갔다.

마일도스 후작은 대영주의 손실만 보장해 줬고, 자작이나 남작의 항의는 권력으로 찍어 눌렀다.

그렇게 클라우드 화폐가 쓰이던 지역들은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보게 됐고, 준비하던 일에 차질을 빚게 됐다.

많은 귀족이 분노할 때, 개미 화폐를 주로 쓰던 세자 파벌은 축배를 들었다.

* *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파티 홀.

술잔을 든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자네, 이자를 두둑이 받았다며?”

“그래. 얼마 맡기지도 않았는데, 개미 보관소에선 날 VIP로 대접하더군. 장기 예금 혜택이라나 뭐라나.”

“상인 주제에 그만한 돈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신기할 게 있나. 개미 간판이 걸린 전국의 잡화점, 여관, 무기점, 보석점, 보관소, 약국, 술집까지 모두 개미 상단이 운영하는 곳이니 웬만한 대영지 수입보다 더 벌걸세.”

“상인이 그런 큰돈을?”

일부 귀족들은 개미 상단을 강탈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세자인 제논과 쿠드라 후작이 반대했다.

“개미 상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적이 아니다.”

“하찮은 평민들이나 하는 일이 신경 쓰이면 갑옷이나 닦아 둬라.”

좋은 분위기의 세자파와 달리 7왕자파의 귀족들은 각자의 집무실 가구를 부수며 영내 목수들의 일감을 늘려 줬다.

* * *

북서 지역의 대영지.

주전파의 수장인 쿠드라 후작은 오랜 세월 포카이 왕국과의 전쟁을 준비해 왔다.

쿠드라 후작의 영향으로 그 일대의 귀족들은 상인에게 관심이 덜하여 개미 상단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

쿠드라 후작이 개미가 새겨진 종이 화폐를 관찰하며 한 말에 호위 기사가 답했다.

“색상이 변하는 잉크가 신기하신가요?”

“아니.”

선대부터 끊임없이 전쟁을 준비해 오며 민생은 뒷전이었던 쿠드라 후작.

가끔 영지 시찰 때마다 삭막한 평민들의 모습을 봐 왔다.

“개미 간판이 늘었어.”

개미 간판을 단 상점이 늘어나며 영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변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쿠드라 후작은 그 변화를 어렴풋이 느꼈다.

후작령의 개미 상단이 커질수록 지역 상단이 무너져 갔고, 그로 인한 상권 보호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개미 상단이 보관소라는 걸 만들어 하층민의 돈을 강탈한다는 소식을 접했던 쿠드라.

간만에 시찰을 나갔다가 평민들의 밝은 표정에 충격을 받았다.

‘저들도… 웃을 수 있었던 건가?’

쿠드라는 행정관들에게 변화의 원인을 알아 오게 했고, 그 원인이 손에 쥐어진 보관증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게 뭐라고…….”

들려오는 개미 상단에 관한 이야기 중 좋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쿠드라 후작은 그들로 인해 영지가 발전하며 전쟁 준비가 수월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미 상당은 한동안 내버려 둬라. 귀족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쿠드라 후작의 판단은 옳았다.

그의 선택으로 쿠드라 후작령은 날이 갈수록 부유해졌다.

“저 황금의 마일도스 후작령조차 예전의 성세를 잃어 가고 있거늘.”

마일도스 후작령, 카밀 후작령, 다나스 백작령.

나름 부유한 축에 속하던 영지에선 악재가 겹치며 영민들이 수척해져 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의 영지는 하루가 다르게 부유해지고 있군.”

호위 기사가 쿠드라 후작에게 말했다.

“그동안 후작님이 쌓아 오신 덕이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덕이라.”

기사의 대답에 쿠드라 후작은 지역 상인들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날과 마일도스 후작이 협력을 청해 왔던 날을 떠올리곤 실소를 머금었다.

“틀렸다. 쌓아 온 덕이라면 내 손으로 끊어냈지.”

쿠드라 후작은 어렴풋이 알았다.

이 변화의 중심에 개미 상단이 있음을.

“쿠드라 영지가 오늘만큼 부유했던 날은 없었다.”

각오를 다진 쿠드라 후작은 대전에 기사들을 불러 명했다.

“포카이 왕국과의 일전을 준비하라! 제국 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출격하겠다.”

기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굽히며 짧게 외쳤다.

“충!”

수일 후, 혼란스러운 제국의 상황을 알게 된 쿠드라 후작은 왕실의 허가를 받아 낸 후 출격했다.

개미표 강철 무기로 무장한 기사 500, 기병 3,000, 보병 2만에 달하는 대군이 포카이로 넘어가 국경 수비군과 충돌했다.

* * *

둥지에 뱀이 풀리며 쥐들을 잡아먹기 시작하니, 한결 여유로워졌다.

둥지 상황과 달리 문트리아는 돈에 깔려 죽을 위기에 처하여 매일 같이 SOS를 쳤다.

“다크 님~ 살려 주세요!”

모을 줄만 아는 문트리아에게 돈 쓰는 법을 좀 알려 주기 위해 개미 저택을 찾았다.

“축산업 쪽에 투자해 생산량을 늘려.”

“저, 이미 충분한 육류가 나오고 있는데…….”

“값을 조정하면 지금 생산량으로도 부족할 거야.”

나는 우호 영지를 중심으로 식품 공장을 차리게 했다.

먼저 빵 공장과 스프 공장을 차렸다.

용기는 개미족의 접착액으로 코팅한 특수 종이로 지구의 일회용 식기와 비슷했다.

그에 맞춰 프랜차이즈 식당을 개설해 직영점을 늘려 갔다.

직접 요리해 먹는 것보다 싼 값에 제공되는 다양한 빵과 스프.

배달 서비스까지 추가하여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왔다.

나로 인해 클라우드 왕국의 음식 문화가 급속히 발전했지만, 이는 개미 상단에 우호적이었던 곳에서만 발생한 특수였다.

“다크 님, 상단 보유금이 급증하고 있어요!”

분명, 많은 돈을 뿌렸는데…….

돈이 줄지 않는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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