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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153화 (152/189)

153화. 돈 복사, 무한 확장 (3)

직영 체인으로 확장한 개미 빵집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지하 기지로 옮겨져 지렁이로 분해하여 천연 비료를 얻고, 증식한 지렁이는 개미족의 영양이 되거나 지하 농지에 뿌려졌다.

‘돈은 넘치는데, 투입할 인간이 부족해.’

최근 암시장에서 대량의 노예를 구입했고, 마일도스 후작과 로브를 입은 노인에게서 현금 대신 받은 노예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몸과 정신 상태가 좋지 못해 당장에 투입할 수 없었다.

‘하층민과 노예는 치료와 정신 개조가 시급해.’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일반인 위주로 고용해야 하는데, 남자들은 농사일과 무력을 파는 것을 선호하여 고용이 쉽지 않았고, 여자는 집안일에 치여 살아 고용 시장에 나올 형편이 못됐다.

문트리아와 함께 최근 진행한 사업들을 둘러봤다.

축산업, 빵 공장, 스프 공장, 개미 빵집, 개미 배달업.

간혹 여자 직원이 보이긴 하지만 매우 희소했고, 사회적 차별이 심하여 분란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인지 이곳 인간은 여자와 함께 일하는 걸 꺼렸고, 여자들은 작은 실수에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인간의 절반이 여자인데, 왜들 저러는지 몰라.’

다행히도 개미교도 중에선 그런 몰상식한 놈은 없었다.

‘인력 부족의 실마리가 보이는군.’

여자를 위한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그렇다 보니 다들 집에서 천을 짜거나 옷을 만들었고, 이를 잡화점에 팔아 가계에 보탰다.

대부분 여성이 직접 옷을 만들었기에 천을 파는 포목점은 있어도 옷가게는 없다.

부유층이나 귀족 집안에선 재봉 실력이 좋은 하인을 뒀고, 포목점엔 재봉사들이 상주했다.

수도의 포목점을 가 보면 헐벗은 재봉사들이 부유층 남성의 환심을 사려 했고, 이를 통해 일감을 따냈다.

재봉업계는 실력과 관계없이 외모와 영업력으로 승부가 갈리는 곳이었다.

‘여자 쪽 노동력을 끌어내면 되겠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만 일하는 여자들이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가사 부담을 덜어 주기로 했다.

“문트리아, 기성복 공장을 만들 거야.”

“기성복이요?”

둥지에선 잉크와 함께 염색 기술이 발달했고, 면과 실크는 대량으로 뽑혀 나왔다.

옷의 디자인을 워커맨들에게 맡겨 봤지만, 발상이 기상천외하여 개미교도인 인간과 함께 작업시켰다.

그렇게 나온 디자인 중 무난한 것들을 추려 문트리아에게 가져갔다.

“다들 직접 만들어 입는데, 살 사람이 있을까요?”

“싸게 팔면 사겠지.”

기성복이란 싼값에 입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에 돈은 안 되겠지만, 이곳 여성들을 끌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클라우드 보관소가 망하며 수많은 부유층이 몰락했고, 재봉 실력이 좋은 하인들이 일자리를 잃어 개미 옷 공장에 흡수됐다.

나는 그들에게 발로 밟아 작동하는 재봉틀을 제공했다.

옷의 소재, 디자인 도면, 작업 도구까지 개미족이 제공하고 인간들은 도면대로 옷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같은 환경에서 옷을 만들어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 생산력과 품질에서 차이가 났다.

‘균일하지 못한 게 아쉬워.’

실력에 따라 직급을 나눴다.

아래 직급의 인간은 한 부위씩 맡고, 윗 직급의 인간에겐 생산된 부위들을 조합하여 옷을 완성하게 했다.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 검수 작업은 확실히 해.”

품질 미달은 둥지로 보내져 재활 공정을 거쳐 천으로 되돌렸다.

공정 개선으로 노동 효율이 높아지며 생산량이 급증할 때, 나는 수도와 대영지를 시작으로 개미 옷가게를 열도록 지시했다.

인간들은 완성된 옷이 사이즈별로 진열된 옷가게를 보며 신기해했다.

남녀의 속옷 계열은 이곳에 없던 형태라 조금씩 팔렸지만, 옷은 팔리지 않았다.

“다크 님, 적자에요.”

적자 보고를 하며 안도하는 듯한 문트리아.

여성 노동력을 끌어내기 위한 사업이라지만, 그래도 내 기획이 적자를 보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개미 잡화점의 천 매입을 중단시켜.”

개미 잡화점에서 천을 매입하지 않자, 가계에 보탬이 되지 못한 여성들이 집에서 쫓겨나거나 도망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그들을 고용해 부족했던 노동력을 채웠고, 확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구인난이 해소될수록 옷가게의 매출도 상승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흑자 전환을 이루게 됐다.

옷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생산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그에 따라 포목점이 하나둘 망했고, 그곳에서 일하던 자들이 개미 옷가게의 문을 두드렸다.

재봉 실력은 있었지만, 영업 능력이 없어 빛을 발하지 못했던 여인들에겐 공장의 관리직을 맡겼고, 부족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영업 능력이 좋아 명성을 떨치던 재봉사들은 교육을 거쳐 옷가게의 판매원으로 투입했다.

“만들어진 옷을 사는 인간이 있다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옷가게 잘 되니 귀족들도 배가 아팠던지, 마일도스 후작이 상인들을 움직여 옷가게를 열었다.

싸고 편한 옷을 제공하는 개미 옷가게와 달리, 이곳 상인들은 코르셋을 비롯한 화려한 드레스를 한정판으로 팔았고 그 대상은 부유층과 귀족이었다.

영향력 있는 귀부인들이 나서서 홍보하여 상인들의 옷가게는 대박이 났다.

그중, 벌레를 쫓아 준다는 초록색 드레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메르디아가 가져온 초록 드레스를 본 나는 그게 지구의 역사에서 등장했던 파리스 그린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구야? 쥐약으로 염료를 만든 게…….’

비소란 중금속이 쓰인 염료.

상당한 화학 지식을 갖춘 존재가 만들었을 게 분명한 그것은 입고 있는 것만으로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에게 지속 데미지를 입히는 물건이었다.

“개미교도와 직원들에게 말해 둬, 이 색상과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라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메르디아가 아쉬워했지만, 비소 중독은 웬만한 약으로 치료할 수 없어 매우 위험한 물질이었다.

“죽기 싫으면 내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그러는 한편, 메디에게 중금속 중독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약을 개발하게끔 했다.

“미노타우로스 영역에서 구할 수 있는 세월의 나무에서 딴 이파리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 등급이 오르는 신비한 잎이죠.”

“이걸 차로 만들어 마셔도 되겠는 걸.”

“그쪽 인간들은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해요.”

특효약은 개발해 내지 못했지만, 세월의 잎으로 독소를 배출해 주는 약을 만들 수 있었다.

“약 이름은 해독환으로 하자.”

해독환을 약국에 배치하여 비소 중독 증상을 보이는 인간에게 팔도록 했고, 필연적으로 파리스 그린 색상과 마주치기 쉬운 개미교도와 직원들에게 지급해 꾸준히 섭취하게끔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사교장의 인싸들이 픽픽 쓰러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피부염에 시달리는 인간이 많아졌다.

그 원인이 염료 때문이란 게 밝혀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다.

염료가 문제였다는 게 밝혀지자 클라우드 왕국이 발칵 뒤집혔다.

인간들이 초록색 물건은 모두 태우려 했는데, 그 또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개미 상단이 발 빠르게 수거했다.

개미 상단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활발히 움직일 때, 마일도스 후작이 휘하 기사들을 데리고 염료 공장을 습격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사악한 흑마법사 일당이 처단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대로였습니다.”

소문은 사실이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마일도스 후작과 흑마법사가 한 패였을지도 모른다고? 그럼 파리스 그린도 마일도스 후작의 작품이었던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베르딘의 보고에 의하면 마일도스 후작과 알고 지내던 흑마법사들이 독단으로 파리스 그린을 클라우드 왕국에 살포했다고.

“후작과 흑마법사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볼까요?”

후작 정도 되면 접근이 쉽지 않다.

“아니, 그건 내가 직접 알아볼게.”

벨레삭 백작령에 잡화점을 운영하며 윤활제를 암흑가에 팔고 있는 흑마법사가 있다.

최근 그녀가 지하 기지에 숨어든 것 같은데, 적의가 없어 방치해 왔다.

‘한번 만나 봐야겠어.’

*   *   *

흑탑의 12장로 중 하나인 히나.

소심한 성격의 그녀는 최근 동료들의 활동으로 고민이 많아졌다.

‘황금의 마일도스와 손을 잡은 건가?’

그녀가 알기론 클라우드 왕국에 있는 건 3장로뿐이었지만, 최근 유행하는 초록 드레스를 보곤 8장로가 클라우드 왕국으로 넘어왔음을 알게 됐다.

‘금속 독은 그녀의 전문 분야였지.’

흑탑의 역사상 귀족과 연계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었다.

‘이러다 불똥이 나한테 튀겠어.’

흑탑의 생존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건, 조용히 식물 연구나 하며 살아온 그녀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

‘당하기 전에 피해야겠다.’

이주 준비를 하던 히나는 지하 연구실의 한쪽 벽면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발견했다.

“음?”

주먹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었지만, 구멍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탐색 마법으로 구멍 속 공간을 확인한 히나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통로?”

삽을 가져와 구멍을 넓혀 들어가 보니, 인간 두셋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나왔다.

마법으로 기척을 지우고 둘러보던 중 빅 워커를 발견했다.

‘설마, 개미족 둥지와 연결된 건가?’

6서클 흑마법사인 히나는 개미족이 자신을 동족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위장 마법을 펼쳤다.

‘확인해 봐야겠어.’

지하 공간의 조사는 수일간 이어졌다.

‘개미 상단과 개미족이 연계하고 있었다니…….’

히나는 자신보다 한 서클 높은 흑마법사의 작품이라 생각했다.

‘7서클의 충술사라면 4장로인 하버드뿐이야. 제국 마법학교의 교수로 있을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고민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으니, 히나는 흑탑의 장로에게만 전해져 오는 수정구를 이용해 하버드에게 연락을 취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아니다.]

“당신이 아니면 대체…….”

[그 정도 수준의 충술사는 대륙을 통틀어도 나 외에 없을 테지.]

“그럼 흑마법사 없이 개미족이 인간과 연계하고 있단 건가요?”

[흥분하지 마라, 2장로.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거다.]

하버드는 히나에게 4차 진화종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군체가 아닐 테니 지하에서 놈들과 붙을 생각은 하지 마라.]

“저도 알고 있어요.”

하버드의 부탁으로 지하 기지를 탐사하게 된 히나.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그 존재를 들여다보는 법.

인간형 개미들은 히나의 존재를 일찍이 알아차렸지만 적의를 느끼지 못해 방치 중이었고, 다크 또한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염료 사태로 그동안 숨어 지내던 흑마법사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각 교단에서 대대적인 흑마법사 수색에 나섰다.

“이럴 줄 알았어.”

대비하고 있던 히나는 짐을 챙겨 개미족의 접근이 적은 지하 공터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흑마법사 사냥이 끝날 때까지 버틸 계획이었다.

마법으로 공터를 식물로 가득 채워 요새화한 히나.

접근하는 개미족은 위장 마법으로 쫓아내곤 했는데…….

‘빛나는 문양! 4차 진화종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다크를 보곤 화들짝 놀란 히나였으나, 자신의 영역에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봤다.

‘놈을 가두고, 이곳에서 벗어난다!’

4차 진화종의 전력을 알기에 도주를 선택한 그녀였지만, 마법을 발동하기도 전에 사슬에 묶이는 신세가 됐다.

‘마력이 봉인 당했어.’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는 허약한 약골에 불과하다.

통역 마법도 쓸 수 없어 의사소통도 불가한 상황.

히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대륙 공용어를 알아듣습니까?”

히나는 마음을 졸이며 다크의 반응을 지켜봤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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