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57화 (156/189)

157화. 내전 (3)

피어레스가 이끄는 궁기병 100기, 메디가 이끄는 허브 워커 50마리, 블러리와 나우피어가 이끄는 소드 앤트 20마리, 정찰 및 연락병으로 쓸 하이 페어리 50마리.

300마리도 안 되는 병력을 데리고 유리의 바르퀴르군에 합류했다.

“다들 들키지 않게 조심해라.”

우리의 존재를 아는 건 제논과 유리의 측근뿐이라 낮에는 천을 덮어쓴 상태로 숨어 있거나, 지하에 피신해 있었다.

“전쟁은 오랜만이군.”

사도의 특성상 전장을 마다하지 않는 흑기사 디아.

“난 도울 생각 없어! 그냥 구경 왔을 뿐이야!”

쥐 사냥에 지친 타르는 디아를 따라왔고, 베르제붑이 죽으며 어떠한 의무에서 해방된 나르본느는 숲 밖을 구경해 보고 싶다며 함께 왔다.

“인간을 잘못 건드렸다간 숲이 시끄러울 거야.”

나르본느가 걱정하는 건 인간의 침공이 아니다.

“그 녀석, 가만있지 않을 건데…….”

그녀가 걱정하는 건 숲의 평화에 집착하는 갑각왕 헤라클레스의 분노였다.

“오크나무 숲이 전장이 될 일은 없을 거예요.”

“다크 님, 시원한 꿀차 한잔 드실래요?”

내 시중을 들기 위해 세크리도 따라왔다.

“꿀차?”

“아르모네에게서 받아온 최상급 꿀이에요. 개미산과 섞으면 짜잔! 한 번 드셔 보세요. 요즘 워커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료에요.”

인간들의 음료 문화를 접한 일리아나가 개미족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개발하고 있다.

나로선 생산성 없는 충력 낭비라 여겼지만, 시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진심인 워커맨들이 많았다.

‘맛은… 있네.’

세크리가 타준 건 무탄산 꿀 에이드였다.

‘탄산만 넣으면…….’

탄산을 먹어 보지 못해 개미족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생의 콜라를 생각해 보면 인간에겐 탄산이 먹힌다.

‘왕국이 안정되면 탄산을 만들어볼까?’

왕국의 면적은 한국보다 몇 배 크고, 남부 대산림만 해도 끝을 알 수 없는 숲이다.

‘찾아보면 천연 탄산수가 있을 거야.’

천연 탄산수를 못 구하더라도 물에 이산화탄소를 잔뜩 주입하면 탄산수가 된다.

이산화탄소를 따로 분리하는 건 어렵지만, 단순한 공기 주입기를 만드는 건 쉽다.

‘생산에 시간이 걸리긴 하겠어.’

자본주의 세상에서 단련된 나다.

낙후된 세상에서 돈 버는 건 쉬웠지만, 문제는 귀족이라 불리는 국가 공인의 강도들이다.

‘버는 건 문제가 아니야. 지키는 게 어렵지.’

강도에게 털리지 않으려면 강도가 되어야 하는 세상.

제논을 왕위에 올리고 개미교의 영향력을 키워 최강의 강도 집단을 만들 계획이다.

유리가 휘하 귀족들을 불러 모아 기병 500과 보병 2천을 준비했을 때쯤, 백작성의 비에타는 기병 2천과 보병 1만을 모았다.

병력 차는 다섯 배.

기사의 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우리 측은 60명, 비에타 측은 350명.

이곳 전쟁에선 기사들이 밀리면 진영이 급속히 와해된다.

‘우리가 가세한다면 기사 전력은 엇비슷해질 거야.’

비에타군이 출전했다는 소식과 함께 편제를 마친 개미교도가 개미 상단의 깃발을 내걸고서 유리군에 합류했다.

그 수는 물경 2천.

“개미 상단주 문트리아가 인사드립니다.”

전마를 육성하던 목장에서 말을 쓸어 왔는지, 문트리아군의 절반이 기병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병이 1천이라니.”

기사들이 놀란 가운데, 기존의 병사들 사이에선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탐욕과 질투인가?’

수뇌부가 문트리아를 데리고 회의에 들어가자, 바르퀴르군의 병사 수 명이 개미교도들을 겁박해 전마를 강탈하려 했다.

“길을 막아 두긴 했지만, 벨레삭 백작령에서 이곳까지 빠르면 10일 안에…….‘

더듬이 감각으로 소란을 감지한 나는 회의를 중단시켰다.

“밖이 소란스러워.”

나는 커다란 로브로 개미족임을 감추고 있어 병사들의 일로 나설 수 없었고, 그건 내가 데려온 병력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메르디크 준남작님과 다녀오겠습니다.”

병사들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트리아와 메르디크가 나섰다.

두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예전 내게 참교육을 당했던 바리캉 폰 헤멜이 병사 수십을 때려눕히곤 격분한 상태로 서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 편이냐?”

“워워. 진정하라고 바리캉. 병사들도 생각이 있었겠지.”

“설마, 네놈이 시킨 건 아니겠지?”

“바리캉, 잘 생각해 봐. 장사치들이 타기에는 저 말이 아깝다는 생각 들지 않아?”

“말이 필요하면 메르디크 준남작님께 말씀드리고 정식 절차를…….”

기사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기사인 나보고, 장사치의 눈치를 보라는 거냐?”

“장사치가 2천의 병력을 데려왔다. 넌 몇이나 데려왔지?”

“2천이라 해 봐야 명예도 모르는 오합지졸이다. 우리가 무너지면 적군에게 붙을 놈들이지.”

“네놈이 말한 오합지졸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건 모르겠나?”

“희망? 기사인 우리야말로 저 쓰레기들의 희망이겠지. 아~ 헤멜 가에선 쓰레기를 인간이라 배우나 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둘.

바리캉과 이름 모를 기사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네놈, 헤멜 가를 모욕한 건 알고 있나?”

“네놈이 날 모욕한 게 먼저였다.”

바리캉이 검을 뽑으려는 순간, 문트리아가 끼어들었다.

“말이 필요하신 거라면 전부 내 드리죠.”

둘은 문트리아 옆에 선 메르디크의 서슬 퍼런 눈빛을 보곤 자세를 고쳤다.

“네놈들의 처벌은 뒤로 미루겠다.”

메르디크가 둘을 병풍으로 만들곤 문트리아에게서 전마를 넘겨받았다.

“괜찮겠나?”

“조금 전 기사님의 말대로 저희는 기병 전술을 익히지 못했어요.”

“그래도 기병 없인 전공을 쌓기 힘들 텐데…….”

“저희가 원하는 건 전공이 아닙니다.”

“…전장에서 전공을 원하지 않는다니, 그럼 원하는 게 뭐지?”

“승리… 저희는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버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러니, 준남작님께서 필요하다면 제 목숨도 내 드릴 수 있으니 원하는 게 있다면 가져가 쓰십시오. 그게 승리로만 이어진다면, 저를 포함한 2천의 병사가 준남작님을 찬양하며 목숨을 내던질 것입니다.”

몇몇 기사는 문트리아의 말을 가식이라 생각하며 코웃음 쳤지만, 메르디크를 비롯한 장내의 병사들은 달랐다.

“자네가 원하는 건… 승리, 그것뿐인가?”

“준남작님은 다른가요?”

문트리아의 물음에 메르디크는 대답 대신 검을 빼 들며 가슴에 가져다 댔다.

이는 기사들끼리 인정한 상대에게 보이는 극찬의 예.

장내의 기사와 병사들이 놀라워하며 수군거렸다.

“전 기사가 아닙니다.”

“알고 있다.”

소란은 가라앉았지만, 조금 전과 다른 소란이 번졌다.

병사들은 문트리아의 배포에 놀라며 그 각오에 감명받았고, 일개 상단주, 그것도 여인에게 고개를 숙인 메르디크 준남작을 극찬했다.

병사들의 평가와 달리 일부 기사들은 문트리아를 탐욕스러운 장사치라며 욕했고, 메르디크 준남작은 기사의 명예도 모르는 자라며 깎아내렸다.

둘의 평가가 어떻든, 기존의 병사들은 마음을 활짝 열고서 개미교도들을 동료로 받아들였다.

젓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리는 건 쉬우나, 여러 개를 한 번에 부러뜨리는 건 어렵다.

문트리아가 지휘권을 포기하며 개미교도들이 바르퀴르군에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

두 집단이 하나가 되며 군영에선 새로운 편제가 짜였다.

하급 기사들이 편제를 짜는 동안, 지휘부에선 출전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기병의 수는 비슷해졌고, 병력 차가 두 배밖에 나지 않습니다! 성을 끼고 싸운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유리가 수성을 주장하는 반면, 부쉬트니와 비브라 자작은 수성만 해선 필패라 주장했다.

“7일이네. 우리가 성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지.”

“전마 1,500마리가 먹어치우는 건초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 수성만 했다간 기껏 확보한 전마는 타 보기도 전에 삶아야 하네.”

“그럼 절반의 병력으로 평야에서 대회전이라도 하자는 말입니까?”

“기병을 내주게. 내가 해 보겠네.”

비브라 자작은 무력에 자신이 있는지 기병 1,500으로 비에타를 잡아 보겠다고 했으나, 유리와 부쉬트니는 자신들의 정예 병력을 내주고 싶지 않아 했다.

“내가 못 미덥다면… 부쉬트니, 자네가 나서 보는 건 어떤가?”

잘 기른 턱수염을 만지며 고심하는 부쉬트니.

“포위망이 완성되면 늦네. 부쉬트니 자작, 기병을 이끌고 놈들의 보급로를 끊어 줄 수 있겠나?”

제논의 부름에 부쉬트니가 한쪽 무릎을 굽히며 명을 받았다.

“신 엠브라스 부쉬트니, 명을 받들겠습니다.”

부쉬트니가 자신이 데려온 검은 말벌 기사단 20명과 1,500기의 기병을 이끌고 출전했다.

“다크 님, 기병 지원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논이 불안해하며 내게 나서 달라 부탁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메디, 넌 남아서 문트리아를 도와줘.”

“네!”

나는 메디의 의료 부대만 남기곤 지원에 나섰다.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숲길을 이용해 이동했다.

기병들은 낮에 이동하고 밤에 쉬었지만, 우린 뜨거운 정오에만 태양을 피해 휴식을 취했고, 나머지 시간 모두 이동에 쏟았다.

‘저쪽인가?’

전운이 감도는 곳.

그곳에 비에타군이 있음을 직감한 나는 부쉬트니 부대를 앞질러 갔고, 부쉬트니가 보낸 정찰대보다 먼저 놈들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가 많아.’

넓게 포진한 군영.

보초들이 있지만 깊은 밤이라 방심하고 있었고, 개미족은 낮져밤이다.

“피어레스!”

100기의 궁기병으로 1만 병력의 군영을 치는 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

“돌격합니까?”

가끔 두려움을 모르는 피어레스가 부대를 사지로 몰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아니, 우린 외곽의 보초들만 저격한다.”

말이 저격이지, 어둠 속에 숨어 쏘는 화살은 적에게 꽂히지 않았다.

“잘 안 맞는데, 돌격할까요?”

“괜찮으니까 화살이나 쏴. 놈들이 오면 궁기병을 물리고…….”

1만 대군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다.

대로는 막아 뒀으니 우회해서 올 줄 알았는데, 놈들은 대로의 장애물을 치워 가며 진군해 왔다.

‘보급로를 신경 쓰고 있군.’

공성을 고려한 움직임.

그만큼 행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고, 부쉬트니 쪽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아진다.

‘편하게 오진 못 할 거다!’

무욕의 팔찌 안에 대량의 화살을 챙겨 왔다.

나는 매일 밤 적진 보초에게 화살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보답을 위해 달려 나온 기병들은 나르본느가 거미줄로 대접해 줬다.

이틀 정도 적들을 괴롭히니, 부쉬트니 자작이 날 찾아왔다.

“먼저 와 있었군요. 어떻습니까, 비에타군의 상황은.”

나는 그동안 파악한 정보를 넘겨주며 밤에는 지금처럼 움직일 거라고 말해 줬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낮에 나서야겠군요.”

다음날부터 부쉬트니는 적진 근처를 맴돌며 놈들을 자극했고, 방심할 때마다 들이쳐 전공을 쌓았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 했던가?

몇 차례 피해를 본 비에타군은 최소한의 피해로 궁기병의 저격을 막아 내기 시작했고, 기병대를 따로 빼 부쉬트니 부대를 견제했다.

궁기병과 기병대의 약빨이 떨어질 무렵, 디아의 부탁을 받아 적진에 숨어든 타르가 연락을 취해 왔다.

‘지휘관급 인간 400명, 모두 파악했어. 그리고 여기 병사, 넷 중 하나는 개미교도야.’

제국법에는 금지된 전략이 많다.

그중 하나가 지휘관 암살이었지만, 룰을 먼저 깨트린 건 아비인 백작을 암살한 비에타 쪽이며, 반란군 진압에 지켜야할 제국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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