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요리사-24화 (25/168)

[8. 두 번째 판결]

두 번째 시련의 마지막 날.

시련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만큼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산성비를 피할 건물을 찾아 들어왔다.

그렇게 찾은 곳은 인천 중앙 공원 근처의 한 상가 건물.

“자자, 내가 지금 상황을 정리해볼게.”

울창한 숲 위로 떨어지는 산성비를 구경하고 있을 때, 지루해졌는지 김화영이 화두를 꺼냈다.

“모든 사건은 강이란 헌터에게서 시작되었지. 그러고 보면, 이 사람 아주 엄청난 욕심쟁이야.”

“욕심쟁이요?”

“서울을 먹었는데도 인천까지 먹고 싶어서 직접 문학경기장으로 넘어온 거잖아? 즉, 이 사람은 욕심쟁이인 거야!”

“그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해보세요.”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듯, 뿌듯해하는 김화영. 그를 무시하며 다음 말을 재촉하자, 김화영은 뾰로통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이 욕심쟁이의 부하들이 물류 창고 단지에서 식량을 옮기다가 쾅! 네 동생 일행하고 한바탕하게 되었어.”

“그때, 그 망할 놈들이 아버지의 창고 단지에 불을 지른 거죠.”

창고 단지 이야기가 신경을 긁었는지 이나은도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쨌든 현이 동생 쪽은 그 전투에서 이기고, 지금은 강이란 헌터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문학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지. 현이는 그런 동생을 만나기 위해 뒤를 쫓는 거고. 맞지?”

“정확하시네요. 그러고 보니까 애당초 이화는 왜 강이란 헌터 세력을 뿌리 뽑으려고 하는 거지?”

김화영의 말에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이유가 뭐가 중요해요? 나쁜 놈들인 건 누가 봐도 알겠구먼.”

툭 던진 내 의문에 반색하며 이나은이 답했다.

“반면에 나은이는 그 나쁜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문학경기장으로 가는 거고.”

“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문학경기장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놈들 세력까지 남김없이 뿌리를 뽑아버릴 거예요.”

“뭐? 강이란 헌터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정현 헌터께서 약속했잖아요! 제 복수를 반드시 성공시켜준다고! 그래놓고, 발뺌하면 어떻게 해요!”

“오!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현이가 했다고? 어머, 멋있어라.”

아무리 이나은을 불 속에서 빼내기 위해서였다 해도, 괜한 말을 꺼낸 듯싶다. 수연이까지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보아서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다.

“근데 따지고 보면, 태섭이는 강이란 헌터랑 개인적인 악연이 있는 거 같지?”

“그때 한 말로 보아선,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문학경기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다! 내가 말했지? 다시 만나게 될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고!”

“그게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래서 문학경기장은 이제 얼마나 남았어?”

김화영이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감을 반드시 칭찬하라는 눈빛을 보내, 급히 화제를 돌렸다.

“한 삼일은 더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직도?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아무래도 산성비 때문에 움직임이 묶인 시간이 더 길었으니까요.”

물류 창고 단지에서 길을 나선 지 아직 나흘밖에 안 되긴 했다. 거리를 생각해본다면, 갈 길이 먼 것은 당연하다.

그걸 알지만은 이화와 마주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졌다.

“걱정 마요. 최대한 빠른 길로 가고 있으니까.”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나은은 말을 덧붙였다.

분위기가 훈훈해지려는 찰나,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붉은색 글씨가 새겨졌다.

「짠!」

「다들 저 보고 싶으셨죠?」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어요.」

「두 번째 ‘시련’은 잘 즐기고 계셨나요?」

“이제 시련이 끝나나 보네요.”

글씨가 새겨지자, 조용히 대화를 듣던 수연이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피의 살육자’님이 환호합니다.]

[‘별의 적대자’님이 다음 ‘시련’ 시작을 요구합니다.]

[‘허영의 사내’님이 자신의 승리에 가까워짐을 확신합니다.]

「혹시 제가 준 선물, 간수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없겠죠?」

「앗! ‘랜덤 아이템 박스’가 없으신 플레이어는 이미 제 물음에 답할 수 없는 상태겠군요.」

[‘만물을 아우르는 자’님이 따스한 미소를 짓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광대’님이 당신의 시체에 건배를!]

「그럼 10초 후에 ‘랜덤 아이템 박스’ 정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같이 외쳐볼까요?」

「10!」

「1!」

「0!」

「땡!」

「정산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캠비온 멀린’님이 빠른 진행에 만족합니다.]

[‘낮은 시선의 소유자’님이 7,777만 포인트를 ‘캠비온 녹스’에게 후원합니다.]

“저 악독한 말버릇 익숙해져서 정말 큰일이야.”

“제멋대로인 건 여전하네요.”

우리와 달리 초월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제멋대로인 카운트다운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낮은 시선의 소유자’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두 번째 ‘시련’의 결과 확인을 도와주실 게스트 두 분을 모셨습니다!」

「멀리서 오신 분들입니다! 많은 환영 부탁드립니다!」

[‘방구석 만화광’님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냅니다.]

[‘풍요와 파괴의 군주’님이 열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꿈을 달리는 말’님이 발굽을 그룹니다.]

[현의옹과 탈의파가 뜨거운 환영에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면 삼도천에서 오신 두 어르신께서 ‘시련’ 결과를 확인해주시겠습니다!」

[플레이어 ‘정현’이 ‘랜덤 아이템 박스’ 7개를 탈의파의 뒷주머니에 꽂아줍니다.]

[탈의파가 만족하며 미리 준비해 둔 의복을 현의옹에게 건넵니다.]

[현의옹이 모른 체하며 의복을 의령수 가지에 겁니다.]

[플레이어 ‘정현’은 삼도천에 빠지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정현’, ‘시련’ 통과!]

“의령수니, 삼도천이니 잘은 모르겠어도 난 시련 통과했어.”

“나도 그래. 그런데 뒷주머니에 꽂아주다니…. 이래도 괜찮은 걸까?”

“뭐 어때? 시련만 통과하면 된 거지.”

“하긴.”

나를 시작으로 우리 일행 전원은 시련을 통과했다.

[탈의파가 ‘랜덤 아이템 박스’ 7개를 건네지 못한 플레이어들의 ‘랜덤 아이템 박스’를 강제로 오픈합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가 강제로 오픈되어 6/7 확률로 안에 설치된 함정이 발동됩니다.]

[함정이 발동된 ‘랜덤 아이템 박스’는 소유자를 삼도천으로 즉시 이동시킵니다.]

글씨가 새겨짐과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뿅 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시련에서 실패하면 삼도천으로 이동한다고? 뭔가 끔찍해 보이네.”

“저렇게 안 되려면 계속 열심히 살아남아야죠.”

[‘시련’이 종료됩니다.]

[생존한 플레이어들은 다음 ‘시련’에 진출하게 됩니다.]

「서로의 것을 탐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역시 남의 것이 가장 좋아 보이는 법이죠.」

「다들 지금처럼 열심히 욕심에 따라 움직이시길!」

「욕심도 채우고, 초월자님들의 포인트도 따라오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오를레앙의 성처녀’가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러면 다들 궁금해하실, 이번 ‘시련’에서 특히 욕심이 많았던 플레이어들을 국가별로 7위까지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의옹과 탈의파가 명단을 공개합니다.]

[한국]

[1위 – 플레이어 윤일]

[2위 – 플레이어 이재욱]

[3위 – 플레이어 허지안]

[4위 – 플레이어 강이란]

[5위 – 플레이어 정이화]

[6위 – 플레이어 장가영]

[7위 – 플레이어 정현, 임수연]

「축하드립니다!」

“어? 저기 현이랑 수연이 이름 있다! 일행에서 둘이나 순위권에 들었네!”

“이화가 5위고, 강이란 헌터가 4위네….”

「제가 준 선물을 게걸스럽게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뜻으로 마땅히 보상을 드려야겠죠?」

「순위에 따라 보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탐욕의 수행자’ 특성이 귀속됩니다.]

“새로운 특성이네! 빨리 쓰는 모습 보고 싶다!”

「순위권에 든 플레이어들에게만 보상을 주는 것은 섭섭하니, 남은 박스 수에 따라 포인트 지급이 있겠습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가 오픈됩니다.]

[‘7’, ‘77’, ‘777’, ‘7,777’, ‘77,777’ 포인트 중 랜덤으로 지급됩니다.]

[‘탐욕의 수행자’ 특성이 발동됩니다.]

[플레이어 ‘정현’이 확률을 조작합니다.]

[확률 조작 성공! 50% 확률로 ‘77,777’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저절로 특성이 발동되며 꽤 많은 포인트가 쌓이기 시작했다.

「‘시련’을 열심히 임하면, 이처럼 좋은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랍니다!」

「다음 ‘시련’도 열심히 즐겨주시길!」

「지금까지 진행에 도움을 준 게스트 분들께 감사의 박수 부탁드릴게요!」

「서둘러 다음 ‘시련’을 공개하기 전에 ‘초강대왕 님의 판결’이 있겠습니다!」

[초강대왕의 판결이 시작됩니다.]

[남의 것을 탐해 서로를 죽이고 도둑질을 한 플레이어들의 탐욕에 분노하며 초강대왕이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U+2641 행성의 죄악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네, 이번 판결 역시 유죄 판결이 나왔네요.」

[‘알 수 없는 자’님이 만족합니다.]

「다음 시련을 시작해보죠!」

「지난번 안내해드렸던 것처럼, 후원하던 플레이어가 한 명도 남지 않은 후원자님께서는 이번 시련부터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초월자님들과는 다음에 좋은 기회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인 MC의 안내가 끝나자, 여러 초월자의 후원 자격이 없어졌음을 알리는 글씨가 새겨졌다.

[다음 ‘시련’이 시작됩니다.]

[‘시련’의 난이도를 조정 중입니다.]

[송제대왕의 심판]

- 대상 플레이어 : U+2641 행성 생존자 전원

- 클리어 조건 : 7일 내 공격팀은 지정된 동상을 파괴, 방어팀은 지정된 동상을 수호.

- 성공 보상 : 다음 시련 진출 및 해당 동상에 깃든 보상 지급

- 실패 페널티 : 해당 팀의 플레이어 한 명 생존

- 만일 전속 계약한 플레이어가 한 명도 남지 않았을 경우, 후원자님께서는 더 게임에 참여할 수 없으니 주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전속 계약할 대상 선별은 다음 시련까지 가능합니다. 신중한 선택 부탁드립니다.

[송제대왕의 심판이 시작됩니다.]

[행성 곳곳에 동상이 생성됩니다.]

[동상당, 공격팀과 방어팀이 각각 한 팀씩 배정됩니다.]

[플레이어 위치에 따라 팀이 정해집니다.]

[U+2641 행성에 ‘한빙지옥’이 구현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