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화 (1/143)

< 프롤로그 >

와아아아아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 번쩍이는 도시를 뚫고 지나간다.

"아...한국의 블래드 선수! 카운터 선수에 이어...녹다운 됩니다!"

"아. 상황이 너무 안좋았어요! 지리적으로 가운데 껴있어서 포위된 상황이었거든요?"

"그 와중에 2명을 더 데려갑니다! 과연 최고의 프로게이머! 블래드 선수에요!"

유래없이 흥행한 가상현실게임, '올 오버'의 국가대항전.

[네이션스 컵]

그 중에서도 한정된 전장에서 다른 경쟁자를 모두 죽이고 생존하는 장르, 배틀로얄 경기가 한창이었다.

"일본 선수들이 가장 많이 남은 와중에 이제 한국 팀에 남은 건 단 한 명, '크로스보우' 선수 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크로스보우 선수! '트리키 뷰'에서 활동하는 개인방송인이죠? 올 오버를 시작한지 아직 얼마 안됐다는 신인이거든요! "

"예에! 믿어야합니다! 솔로랭크에서 활약한 영상처럼만 해주면 돼요!"

한국의 해설자 3인은 안타까움에 평소보다 더 오버하며 말했다. 국가대항전의 예선에서 운명처럼 만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그야말로 동아시아 3국의 자존심을 건 매치업! 예선이지만 그 첫 경기를 패배하게 되면, 앞으로 선수들의 멘탈에 상당한 기스를 낼 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패배는 한국팀의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11 : 7: 1.

각각 일본, 중국, 한국.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 두 명이라도 더 죽이고 가면 선방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수준.

"일본에는 다이고, 중국에는 중화제일검이 살아남은 와중에 포위망을 넓히는 일본! 이건 크로스보우 선수를 먼저 처리하자는 암묵적인 합의죠?"

"변수를 줄이려는 거거든요! 아. 이거 치사합니다!"

홀로 남은 크로스보우는 사막 어딘가에 세워져있는 건물 벽에 기대 장비를 점검했다. 그러더니, 두꺼운 까만색 헬멧의 바이저를 올린다.

개인방송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 스패츠나츠 헬멧이다.

"아. 말씀드린 순간 스킬을 뿌리며 다가오는 일본! 이건 크로스보우 선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킬이라도 올려야합니다! 크로스보우!"

"마침 옵저버가 크로스보우 선수를 잡아줍니다!"

월드컵에 비견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게임, 올 오버의 네이션스 컵.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보고 있을, 손에 땀을 쥐는 경기, 그리고 타이밍!

송출 화면이 지금껏 바이저에 가려져있던 그의 얼굴을 잡아낸 순간이었다.

해설진은 본분을 잊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이 선수! 웃고 있어요!! 웃고 있습니다!"

"...."

"크로스보우 선수!! 자신감 가득한 미소입니다! 중국과 일본. 양국의 쟁쟁한 프로게이머들이 압박해오는 가운데서 태연한 기색이에요!!"

"이, 이건 무슨 뜻일까요? 분명 크로스보우가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는 '더 원 그라운드'라는 FPS게임 출신이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썩 좋지 않은 캐릭터라는 의미를 담아 '똥캐'라고까지 불리죠? 낮은 인기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의 행동은 대담했다. 포위해오는 적 군단의 정면으로 나섰던 것이다.

심지어, 온갖 기술과 스킬, 마법과 초능력으로 무장한 적들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그가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의 기본 스펙은 그야말로 현실의 일반인보다 좀 더 날렵한 수준.

자살행위가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지켜보는 사람들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을 때쯤.

찰──칵!

문득, 사진을 찍는 듯한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아무런 전조도 없던 소리였다.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JP_DAIGO(마지막 환상)'님이 사망하였습니다. (1킬)

"한 명 다운."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브리핑. 듣고 있는 팀원은 모두 사망한 상태였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일언반구하는 자는 없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일본 최고의 프로게이머라고 불리는 다이고가 한 방에 사망합니다!]

[반응도 하지 못한 모습! 그보다 이상합니다! 다이고 선수의 캐릭터, [락티스]는 크로스보우 선수의 캐릭터에게 즉사할 수 없는 스펙을 갖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피가 없었던 걸까요?]

[아. 때마침 다시보기가 나옵니다!...탄환이, 탄환이 날아가서...정확하게 눈에 피격되었습니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크로스보우!!]

바깥에서 어떤 파란이 일고 있는지 모른 채, 그는 집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캉─!!

스패츠나츠 헬멧의 바이저가 다시 그의 얼굴을 덮는다.

"17명 생존."

나지막한 목소리가 무기질적으로 흘러나왔다.

< 프롤로그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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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망겜의 스트리머 >

위이이이이잉─.

눈을 뜨니 익숙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제는 없이 잠 못드는 드라이기 소리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으...."

밤새 혹사받은 귀가 주는 피로감에 뇌가 절여지는 듯한 느낌.

게임을 할 때 항상 느끼는 멀미감과는 다른 기분이다.

5분쯤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을까.

그는 꾸역꾸역 일어나 배달을 시키고는 욕실로 걸어들어갔다.

가상현실 게임을 위한 캡슐을 키는 것까지해서 매일 반복하는 루틴.

이것이 망겜의 스트리머, 크로스보우의 아침이었다.

***

"GG! 쉽네요. 다음 판은 설원맵으로 가보겠습니다."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는 활기차게 말하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와 거기서ㅋㅋㅋㅋ

-상대 핵 아님? 핵을 잡아버리네ㅋㅋㅋㅋ

-마지막 점사 3연헤드는 쩔었다.

"핵은 아니었을걸요? 이 게임에 이제 잘하는 사람밖에 안 남아서...."

그는 그렇게 말하며 시청자 숫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243명 시청 중]

-그리고 하는 사람도 별로 안 남았지

-ㅋㅋㅋ씹망겜 ㅇㅈ

-진입장벽이 높아도 너무 높은거임ㅋㅋ

한 때는 시청자 수 1만 명은 거뜬히 넘고, 아이튜브 구독자 수도 100만을 넘겼던 시절이 있었다.

더 원 그라운드. 그가 하고 있는 게임이 PC시절 점유율 1위였던 때였다.

-진입 장벽보단 가상현실 게임 되면서 이상해짐 예전엔 재밌었는데

-그거보단 감각이 답답해서 그럼

-ㅇㅈ 다른 겜에서 날아다니고 마법날리다가 여기서 지형지물 넘으면 느려터진거 답답해죽지ㅋㅋ

-라떼충 등판 ㄷㄷ

-이게 뭔 라떼충이야ㅅㅂ

모두 과거의 영광이다.

더원 그라운드를 만든 블루콕이든, 자신이든.

크로스보우는 씁쓸함을 삼키고는 여전히 활기차게 게임을 재개했다.

그 때였다.

['닉값하실?'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석궁 킬당 만원 3코

"닉값님. 감사합니다. 석궁킬당 만원이요? 바로 고죠. 못 먹어도 고!"

오랜만의 미션.

크로스보우는 텐션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석궁 미션 너무 오랜만인데...아니 애초에 나오기는 하나? 일단 해보겠습니다. 못 먹어도 고!"

그리고 30분 쯤 뒤.

-Crossbow님이 Unknown078님을 석궁으로 살해하셨습니다(20킬)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으아아아아아아───!!! 20킬 전부 석궁 킬에 치키이이이이인───!!!"

-아하~

-아하~

-아하!

'아이튜브 하이'라는 뜻의 채팅들이 마구 올라온다.

올려봤자 조회수 1만도 안나오겠지만 그래도 석궁으로 썸네일 어그로 좀 끌면 혹시 모른다.

"닉값님 보셨습니까? 이게 석궁이죠! 덕분에 오랜만에 닉값합니다. 하하하하!!"

크로스보우는 조금 올라간 텐션에 기뻐하며 웃었다. 얼마 안되는 돈보다 우울감이 가신 게 더 기뻤다.

"...닉값님?"

하지만 그 뒤로 10분, 1시간이 흘러도 나타나지 않는 미션제공자.

"...먹튀네. 쉣."

스트리머에게 미션을 건 뒤 성공하면 도망가버리는 행위

이것도 오랜만이다. 크로스보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채팅을 쳤다.

-님들.

-저 오늘은

-여기서 방종할게요

도저히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침체되는 듯한 기분.

아무리 게임을 잘하고 재밌게 말하면 뭐하나. 게임 자체가, 컨텐츠 자체가 망했는데.

-힘내세요....크보님...

-진짜 나빴다...벤시켜버리죠

-매니저님 안계시나?

-ㄷㄷ매니저 얘기꺼내면 님도 벤당함

"하하...."

그는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며 건조하게 웃었다.

채팅창에 남아있는 건 그의 오랜 팬들.

미안하지만 아마 이해해줄 터다. 크로스보우는 '방송 종료하기'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 때였다.

-이렇게 된 거 더 이상 원그에 희망은 없다. 갓겜 올오버로 가자

-이번에 더원 그라운드도 편입된다는데

-ㄹㅇ? 똥캐 하나 더 늘겠네 ㅋㅋ

올오버?

그 채팅들이 눈에 박혔다.

***

"올오버라."

정식 명칭 '유어 캐릭터즈 올오버'

한 때 망겜도 그런 망겜이 없는 게임이었지만, 가상현실화 되고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모든 장르의 게임, 모든 캐릭터들을 커버하는 규모의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올오버'에서는

게임 '전설의 리그' 캐릭터로 '시계위치'의 캐릭터와 1대1 대전을 즐길 수 있고, 생존 게임을 할 수도 분대 전투를 치룰 수도 있으며, 심지어 야구나 축구 따위를 하는 것마저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거의 모든 장르의 게임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놓은 가상현실게임이다.

"근데 그런 게임에 더원 그라운드가 포함된다고?"

크로스보우는 턱에 손을 얹은 채 생각하다가 메세지함을 확인했다. 평소에 문자를 잘 확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쌓은 메세지가 많다.

[블루콕입니다.]

"있다."

게임 더 원 그라운드에서 온 문자.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파트너 스트리머인 자신한테 통보도 없을 리 없다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냐."

정말로 편입되는 모양이다.

크로스보우는 멍하니 식어버린 배달음식의 뚜껑을 열었다.

"흠."

새로운 게임.

원래 하던 게임으로 하는 새로운 게임.

뭔가 말이 이상한데.

그는 픽, 웃었다.

내 주제에 어림도 없지.

지금 있는 시청자들이나 잘 챙기자.

****

그리고 한달 정도가 흘렀다.

[시청자 수: 163명]

"...."

...더 줄었다.

이제 남은 건 진짜 그가 하꼬 방송인이던 시절부터 봐주던 오랜 팬들.

"오늘은 유난히 적네요 진짜...."

-다 올오버에 더원그 나온거 보러감ㅋㅋ...

-어제 나왔음ㅇㅇ

"올 오버요?"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하고 깨달았다.

그거구나. 그 짬뽕게임.

-나온지 하루만에 똥캐 판정ㅋㅋ

-??? : 그 곳에서만큼은...행복해야돼..!

-어림없는뽈

"왜요? 캐릭터가 안좋게 나왔어요?"

[당신의 m416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Unknown034가 기절하였습니다.]

크로스보우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ㅇㅇㅋㅋ애초에 총 들고 마법쓰고 날아다니는 애를 어케 맞춤ㄷㄷ

-탄속 조금 보정해주긴 한 거 같던데 그래봤자 투사체임ㅋㅋ시계워치 애들은 갖다대고 쏘면 맞는데 더윈그 캐릭터는 탄속 계산해야됨ㅋㅋ

-수류탄도 쓸데 없고 물몸인 것도 똑같음ㅋㅋ다른 애들은 경공에 축지법쓰는데 혼자 파쿠르행 시벌

-댐지는 쎄더라 물몸인게 문제지

늘상 보는 피지컬이라 그런지 시청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제 20킬 정도는 아이튜브 각도 서지 않는 망겜에선 흔한 일이다.

"다들 해봤나봐요? 흠...그렇단 말이죠."

-크보형이라면 모름

-ㅋㅋ응 어림도 없지 대전에서도 조빱이던데

-같은 총게임인데 시계워치 애들은 점멸쓰면서 날아다니고 더윈그 캐릭터는 걸어다님ㅋㅋ 탄도학계산까지ㅋㅋ씹ㅋㅋ

음.

한 번 해볼까.

크로스보우는 그제야 조금 의욕이 들었다. 닉네임이나 하는 게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엄청난 마이너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

남들에게 별로라거나 똥템, 똥캐, 똥겜으로 인식되는 걸 사용하고 싶어하는 충동!

간단히 말해 변태였다.

그리고 그게 크로스보우의 방송을 한때나마 대기업으로 만들어준 원동력.

"오랜만에 똥믈리에 출격각인가...."

-와! 드디어!

-길고 긴 한달이었다

-형님 이제야 조직으로 돌아오시는겁니까?

-우효옷─크보쨩 드디어 올오버한테 몸을 맡기기로 한거야?

"하하...죄송합니다. 제가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았어서...."

-진심으로 형 우울증 오는거 아니야? 걱정된다...

-충신 on

-간신배 on

글쎄. 우울증이라면 이미 온 거 같은데.

하지만 그런 걸 티낼 순 없다. 오랜만에 두근거리기 시작하기도 했고.

크로스보우는 바로 캡슐을 조작해 게임, '유어 캐릭터즈 올 오버'를 다운받기 시작했다.

"어? 이거 레드홀 게임이네요?"

-그걸 이제 알았누ㄷㄷ

-엄

-엄보ㅋㅋ

레드홀은 그가 하고 있는 더 원 그라운드의 제작사, 블루콕에서 떨어져나온 기업이다.

모기업을 뛰어넘어 흥행 1위 게임을 만든건가. 대단하군.

"신기하네요."

일개 스트리머인 그가 신경 쓸 사실은 아니다.

"여러분들 저 잠깐 화장실하고 머리 좀 식히고 올게요."

더 원 그라운드를 오래 플레이하면 늘상 있는 두통과 멀미감이 있었다. 이럴 땐 조금 쉬어주는 편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된다.

-괴부하 오기 전에 쉬시ㄱㄱ

-보이는 라디오 좀 하자 오랜만에

“금방 올게요~”

문을 열고 옥상으로 향했다.

띠리링-.

-ㅇ? 지금 문여는 소리 두 번 들리지 않음?

-귀신인가

< 1화-망겜의 스트리머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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