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2화 (2/143)

< 2화-망겜의 스트리머 >

원룸의 옥상으로 올라온 크로스보우는 오랜만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켁켁."

어지럽다.

밖은 밤이다.

여름도 다 간 모양이었다. 7신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걸 보면.

"...그만둬야겠지."

이번에 안되면 이제 다른 걸 찾아봐야겠다. 그는 담배연기를 쭈욱 빨면서 생각했다.

스트리머로써 부진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

믿었던 사람한테 당한 배신, 방송하던 플랫폼에서까지 무시를 당해가며 악착같이 버텼던 그간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

꽤 오래 버텼다 싶다.

"올오버라."

새로운 게임.

시청자들이 적응할 때까진 아마 답답해하겠지. 스스로도 답답할 터였다.

초보란 그런거니까.

그래도 해봐야지.

해봐야한다. 이게 유일하게 남은 돌파구일 수 있으니.

크로스보우는 숨을 쭈욱 들이키며 되뇌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피는 담배 한 개비.

방송을 그만두게 되면 이 버릇도 이제 고쳐야지.

"...흠"

방금, 이미 그만두는게 확정된 느낌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이럼 안되지."

머릿속으로 이미 실패를 생각하는게 언제부터 생긴 버릇이었더라.

그런데 그 때였다.

"불 있어요 혹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크로스보우는 그 쪽을 확인하곤 고개를 까닥 인사했다. 언제 올라왔지?

옆집에 사는 여자였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내주었다.

"담배 피시는 건 처음 봤는데."

여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곤 말했다.

"가끔 펴요."

"그러시구나."

"네."

크로스보우는 차츰 보이는 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말했다.

"라이터. 가지세요. 전 이제 필요없어서."

"어? 갑자기요?"

"방금 꺼가 마지막 담배였어요."

그는 피식 웃고 다시 꾸벅 목례했다. 옆집 여자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크하!

-크하...

-나갈 때 라면 물 올렸는데 이제 끌음

-(대충 기다리느라 이미 목 빠졌다는 채팅)

-근데 귀신 봄?

“귀신이요?”

-문 열리는 소리 두 번 들리던데

-ㅋㅋ귀신드립 노잼

아하.

옆집 여자가 문 여는 소리가 새어들어간 듯 보였다.

“그거 귀신맨님 집에서 난 소리에요.”

-오우쉣

-132명이 들었는데? 집단무의식이누ㅋㅋ

-내 삶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공포물이었네.

132명?

[시청자 수 : 132명]

또 빠졌구나.

"하하. 아님말구요. 오. 이미 다운로드가 다 됐네요. 바로 접속해보죠."

-킹님말고 에반데

-끄보모드on

내색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했다.

"음...뭐지. 할 수 있는게 엄청 많네요?"

베틀로얄, 전략적 팀 전투, 퀘스트 플레이, 이세계탐방, 1대1 대전, 터치다운, 점령전, 운동회....

"오우쉣. 이게 다 재밌으면 갓겜인 이유가 있는데?"

초미래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잘 배합된 인터페이스.

-일단 배틀로얄부터 가즈아ㅏㅏㅏ

-배틀로얄이 그냥 더 원 그라운드랑 제일 비슷함

-꿀잼각섰닼ㅋㅋ

-튜토부터해야지ㅋㅋ트수새끼들 급발진ㅋㅋ

우웅.

그 때 온몸에 진동이 살짝 왔다.

[SYSTEM]환영합니다! 튜토리얼을 하시겠습니까?

"이건 스킵이지."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안하고 솔직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크로스보우는 당연하게 아니오를 선택했다.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구우 젠장!!

-믿거튜

-아랫도리에 있는 거튜란 뜻인가요?

-씹ㅋㅋㅋㅈㄹ ㄴ

시청자들의 텐션이 올라가는게 눈에 보이는 상황.

크로스보우는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SYSTEM]낯선 방문자님. 당신의 이름을 결정해주세요!

여기는 조금 고민을 해야할 타이밍이군.

"...당연히 크로스보우긴 한데."

앞에 출신게임이라도 붙혀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SYSTEM]크로스보우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빕니다.

그 문구가 지나자 자신의 캐릭터가 생성되는게 느껴졌다.

-거울 호출 이라고 해보셈ㅋㅋ

-자기 아바타 보여요

"거울 호출."

시청자들의 훈수에 맞춰 말하자 눈 앞에 둥그런 전신 거울이 나타났다.

현실의 그와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탈색돼있는 머리색깔 뿐이었다.

"오오."

-지금 그게 기본 아바타고 인게임에서 고르는 캐릭터에 맞게 아바타가 코스프레하는 느낌으로 바뀜ㅋㅋ

-아바타는 그리고 현실이랑 외모가 거의 비슷해여 변경하려면 진짜 조오오온나 비쌈

-씽크로율 때문이라던데ㅋㅋ

"오호."

유용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왔다. 그의 방송에서 설명충 노릇을 자체하는 시청자 한 명 덕이었다.

"훈수 감사합니다. 여러분. 훈수는 저렇게 두는 거에요. 아시겠어요?"

-스피드웨건 등판ㅋㅋ

-오우쉣

-??? :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잼민이...잼민이가 필요하다...

"아무튼 그럼...적응 겸 배틀로얄로 가보겠습니다."

크로스보우는 망설이지 않고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

쿵─.

묵직한 소리가 나며 게임이 서치되기 시작한다.

게임 '올 오버'의 배틀로얄은 더 원 그라운드의 게임 방식과 상당 부분 유사했다.

배경이 조금 더 도시적이거나 판타지스럽거나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점점 경기지역이 줄어들며 모든 플레이어를 죽이고 혼자 생존하면 우승하는 게임.

쉽게 말해 자기장이 존재하며 최후의 1인이 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런거라면 자신있지.'

밥 먹듯이 했던 장르다. 크로스보우는 입술을 앙 다물며 집중했다.

게임이 시작되는 곳으로 곧 전송될 터였다.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 59...58...

"...뭐야...."

-아하하! 반가워!

번쩍!

대기실. 아마 인게임에 있을 어느 장소.

다른 플레이어들까지 모두 모였을 그 곳은 번쩍이는 빛들의 향연이었다.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는 게이머들은 죄다 허공에 스킬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대체 무슨 게임이냐...."

과거 해봤던 게임들은 그나마 좀 알아보겠지만, 생소한 캐릭터들이 많다.

부우우웅──!

까마득한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텔레포트와 점멸로 번쩍댄다. 모습이 사라지기도 하고 칼이나 창을 집어던진다.

"오우."

크로스보우는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 제 모습을 확인한다.

-ㅋㅋㅋ크보놈 쫄은거보소

-느그집엔 이런거 없지?

-더원그 캐릭 크보밖에 없네ㅋㅋㅋㅋ그럼그렇지

"신기하네."

3렙 갑옷에 3렙 헬멧.

왼쪽 눈을 깜빡이자 열리는 아이템창에는 총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총은 보급무기 빼고 다 쓸 수 있네요. 파츠도 다 껴져있고...투척 무기도 2개씩 기본으로 주네요?"

-ㅇㅇ더 원그 캐릭은 총알이랑 힐템만 파밍하면 됨ㅋㅋ 보급이야 먹나 안먹나 뭐

-말로는 좋아보이는데 거지스펙 캐릭이 파밍까지 해야됨

크로스보우는 제 자리에서 몇 차례 콩콩 뛰어보다가 말했다.

"올 오버가 잘 나가는 이유가 있네."

-올린이ㅋㅋ귀엽누~

-크보 얼굴 뭐야...왜케 잘생겼어...

-우웩. 쉣.

-간신배 쳐내!

현실감이 훨씬 뛰어나다. 옷의 촉감, 들숨 그리고 날숨. 햇살이 비치는 얼굴의 감각까지.

크로스보우는 이 곳이 현실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살짝 느끼며 웃었다.

더 원 그라운드를 플레이할 때면 항상 느끼던 멀미감까지 전혀 없었던 탓.

"첫 판이니까...정석 조합으로 한 번 가볼게요."

AR(돌격소총)과 SR(저격소총)의 조합. 크로스보우는 M4와 M24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ㅋㅋㅋ순간이동하는 넘들을 SR로 맞추겠다고?

-크보 조진날

-스포)크보 1분안에 곧 로비감

-마! 시계워치 함 무봐라! 디진다!

-진짜 뒤질듯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럼 투자하실 분?"

크로스보우는 웃으며 물었다.

-이거 ㄹㅇ 안전자산이다

-0킬 운 좋으면 1킬 예상해봄

-아무리 크보라도 이건 안되지; 감각씽크부터 탄속까지 다 다른데

['안전 자산 탑승하실 분?'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이 판 치킨 시 10만원

-맏다맏따 이거 진짜 킹전자산

-본인 방금 더원그로 올오버 1등하는 상상함ㅋㅋ

['하지만어림도없지'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바로 99등!ㅋㅋㅋ치킨 시 5만 추가요

['여기투자하면되죠?'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대충 치킨 시 10만원 쏘겠다는 도네

.

.

"이러면 이 판 치킨 시 100만원이네요? 바로 갑니다───?!"

크로스보우는 생각보다 쌓인 미션금에 씨익 웃었다.

스패츠나츠 헬멧.

게임 속에선 3뚝이라고 불리는 헬멧의 가리개를 내리며 게임이 시작되었다.

캉!

-비행기 떠요오오옷!

-우주제일 똥믈리에 크보출똥~

온 커뮤니티에 화제를 몰고 올 영상클립의 시작이었다.

< 2화-망겜의 스트리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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