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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3화 (3/143)

< 4화-데뷔전 >

번쩍!

스트리머 뿅맛사탕. 평균 시청자 600명 수준의 6년차 베테랑 방송인.

그녀는 시계워치의 '시간소녀'를 플레이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아 궁극기를 빨리 채워야하는데 어떡하죠? 궁이 안 차넹."

-사람을 죽여야죠ㅋㅋㅋ

-시간소녀로 짤파밍하는 사람은 니가 처음이다 뿅맛아ㅋㅋㅋ

-시간소녀 파밍하면 뭐나옴?ㅋㅋㅋ

-힐팩이랑 '대장장이' 방어구요

"여기 근처에 사람 내리는 거 본 사람 없어요? 한 명쯤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번쩍이며 말했다. '시간소녀'의 주 스킬인 단거리 순간이동, [점멸] 스킬이다.

-아까 누구 내리긴 하던데

-더원그 캐릭인거 같던뎈ㅋㅋ낙하산 모양이

올오버의 배틀로얄 모드에선 낙하산 모양으로 출신게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채팅을 본 뿅맛사탕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넹? 더원그 캐릭터요? 그런 똥캐를 하는 사람이 있나...?"

-ㅋㅋㅋㅋㅋ더원그맘들 광광

-이거 더혐이얏!!

-해 명 해

-뭘 해명해ㅋㅋ 지금 더 원그 캐릭 최대 킬 수 블래드가 달성한 7킬인뎈ㅋㅋ

-정보) 평균 킬수는 0.5다

-최고의 프로게이머도 손절하는 캐릭텈ㅋㅋ

그 때였다.

"아! 나왔다 방어구!"

다음으로 열고 들어간 방 안에 놓여있는 방어구. 체력을 75나 늘려주는 아이템이다. 시간소녀가 유일하게 파밍할 수 있는 아이템.

"와~ 이러면 짤파밍이 맞았죠~?"

-걍 큰데 가면 무조건 나오는데

-존버충사탕이

-누나나죽어

-누나쟤들좀죽여!

"에이~ 킬당 3만원인데 허무하게 죽으면 안되잖...."

번쩍. 그녀는 점멸을 사용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찰칵─.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듯한 소리가 났다.

퍽!

"...어?"

[SYSTEM]'크로스보우(더 원 그라운드)'님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뭐야? 나 죽었어!"

***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뿅맛사탕(시계워치)'님이 사망하였습니다. (1킬)

-점멸 쓰는 시간 소녀를 SR로 맞춘다고...?

-와

-와

-지금 뭘 본거지?ㄷㄷㄷㄷ

"할 만 하네요."

철컥.

크로스보우는 태연한 기색으로 M24에서 탄피를 빼내며 말했다.

-미쳤다 방금 뭐임?

-점멸 속에 들어가있는 시간소녀 헤드 딴 거처럼 보였는데

-그것도 작은 창문으로 맞추는 게 말이 되냐?ㄷㄷㄷ

-뽀록샷

['뽀록샷'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뽀록샷임. 아무튼 뽀록임

"일단 1킬이네요?"

-미쳤다진짜

-크보오빠 멋있어요~(덜렁덜렁)

-않이;;말이 안되는데;;

"계속 해보죠."

크로스보우는 헬멧 안에서 씨익 웃었다. 텐션이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근데 방금 죽은 사람 스트리머 아님?

-짭이겠지

-아님말고

"내릴 때 저 쪽 지역에도 내렸었으니까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는 재빨리 힐템을 파밍하고 도핑했다. 가상현실이라 가능한 초고속 알약씹기에 몸이 조금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가간 건물 쪽에서는 역시나 사람이 보였다.

"저건...."

-방패전사네

-방패전사여?

-전설의리그 애들은 맨날 짤파만 하네

-템만 뽑으면 개사기자너

-저거ㅋㅋㅋ창 날리는 뎀지도 개 아픈데 방패 들었을 때 무적되는게 쓉사기캐릭

-님은 키보드만 잡으면 무적되잖슴

-?

전설의 리그에 나오는 챔피언 방패전사. 크로스보우도 학생 시절에 몇 번인가 해본 기억이 있었다.

"투척무기 한 번 써볼까...."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1등을 위해서라면 무의미하게 수류탄을 사용하는 건 좋지 않았다.

그는 저격소총을 들어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주섬주섬. 자리에 누운 채 열심히 템 파밍 중인 방패전사.

크로스보우는 스코프로 그 모습을 관찰하다가 피식 웃었다.

얼빵한 모습이 웃겼기 때문이리라.

-관음메타ㅋㅋㅋ

-변태on

-우효옷~다 보인다구 방.패.전.사.쿤.?

-뭐래씹덕아;

"왼쪽 엉덩이에 주사 놔줄까요~ 오른쪽 엉덩이에 주사 놔줄까요?"

크로스보우는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스코프의 조준점을 상대 캐릭터의 양쪽 엉덩이에 번갈아가며 대는 모습.

-ㅋㅋㅋㅋ쉣 크보놈ㅋㅋㅋ

-올린이 우러욧!

-ㅋㅋㅋ아ㅋㅋ개웃기네

그 때 방패전사의 몸이 반짝였다. 아이템을 조합해냈다는 신호다.

"어? 이이이잉~템 조합은 반칙이에요~?"

찰칵──.

-ㅋㅋㅋㅋ개불쌍하네

-이이이잉 암살은나의꿈

-ㅋㅋㅋ파키스탄식 총살

-종군기자 사진찍는 소리ㅋㅋㅋ

머리에 정확하게 피탄된 총알.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는 상대를 바라보며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정확히 머리쐈는데 안 죽네?”

-체력 템 합성했나봄ㅋㅋㅋ

-타곤산제 투구를 오또케 뚫엉~

찰칵──.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빵굽는테란(전설의 리그)'님이 사망하였습니다. (2킬)

“흐음.”

지체않고 다시 격발해 킬 수를 올렸지만 이래서야 조금 곤란하다. 크로스보우 탄피를 배출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이제야 좀 알겠다. 더 원 그라운드가 어째서 똥 취급을 받는지.

저격소총 헤드샷이라함은 보통 수류탄과 더불어 FPS게임의 필살기가 아니던가. 아직 게임 초반에 불과한데 이 정도라면···.

"치킨 먹겠는데?"

-응아니야돌아가

-ㅋㅋㅋ크보코인 떡락

-미션 건 흑우들없제?

-이제 고작 2킬했는데 치킨은 무슨;

-진지충OUT!

몇 발 정돈 더 박아야할 거라고까지 상상했는데 이 정도면 꽤 준수하지 않은가. 게다가 아까 게임 시작 전 확인했던 바로는, 다른 캐릭터들의 스킬은 시각적 이펙트뿐 아니라 바람이나 파동까지 느껴졌다.

그에 비해 이 쪽은 격발음을 제외하곤 공격의 전조현상이 거의 없는 셈. 이건 분명 큰 메리트였다.

그런 식으로 크로스보우가 설명하자 시청자들은 그저 올린이쉑이라는 둥의 반응 뿐만을 보여줬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감 잡은 거 같으니까 좀 타이트하게 가볼게요."

그러자 쏟아져나오는 드립의 향연! 크로스보우는 피식대다가 맵을 켜 위치핑을 찍었다.

-이걸 캠프를 찍는다고?

-한판만에 여포선언을 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뿌슝빠슝~

-팩트)뽀록샷임

그가 핑을 찍은 곳은 맵의 한가운데. 캠프-큐브.

가장 아이템 파밍이 잘 되는 곳이며 동시에 자기장이 백이면 백 걸려주는 위치다.

그 이야기는 사람이 많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갑니다."

크로스보우는 눈을 반짝이며 핑을 향해 직진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에서 시계워치의 '파랴드'라는 캐릭터가 떠 있는게 점처럼 보였다.

퍼엉-.펑!

하늘에서 무차별로 떨어지는 포탄. 게임 초반에 강력한 캐릭터답게, 킬로그를 많이도 채우는 파랴드의 모습.

그걸 잡기 위해선지 별의 별 스킬이 허공에 뿌려지지만 그 어떤 것도 닿지 않는 모양이다.

"시계워치 캐릭터들이 많이 보이네요?"

-일단 재밌기도 하고 갓캐가 많음ㅋㅋ대중성도 그렇고

-랭크 올리면 별 희안한 캐릭터들 많은데 아래 구간이라 그런듯

-시메로 극한의 존버하면 개꿀잼ㅋㅋ

뛰면서 턱을 쓰다듬으려다가, 문득 3뚝을 끼고 있다는 걸 깨달은 크로스보우.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이거...."

그러다가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가능할 거 같은데요."

-???

-뭔 소리 하는거임?

-나도 크보보고 가능

-니 인생은 불가능

-ㅋㅋㅋㅋ저ㅅㄲ좀 쳐내봨ㅋㅋ아까부터 개웃기네

크로스보우의 더 원 그라운드 플레이시간은 자그마치 2만 시간.

그런 그에게 있어선 이 상황, 백 수십번은 맞이해본 상황이다.

"15배율."

조그맣게 중얼거리자 총기의 조준경이 활성화된다. 눈을 갖다대자, 최대 수준의 확대경인 15배율을 끼고도 아주 작게 보이는 파랴드.

"2,450미터."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모아 이 자리에 도달했다.

"탄속....853...이 아니라 여기선 910이지."

수 천시간을 넘어 만 단위에 도달하고 난 뒤부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고였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자~ 웃으세요. 김치~"

찰칵──.

사진이 찍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파랴오올오버(시계워치)'님이 사망하였습니다.(3킬)(2,451M)

떠오르는 시스템 창.

그리고 대략 5초 정도 채팅창에 정적이 흘렀다.

철컥.

팅─.

또르르.

"잡았네요."

크로스보우는 무심하게 탄피를 배출했다.

-...?

-미친

-핵?

-와...

-지금 뭐임?

채팅이 미친듯이 올라왔다. 평소에는 의리로 켜놓기만 하던 시청자들이 모두 나와 시청하는 모양.

[시청자 수 : 389명]

'아니. 꼭 그렇지도 않나.'

근 400명이라. 이런 숫자를 얼마만에 보는지.

그는 채팅창을 살폈다.

-더 원그도 아니고 날아다니는 애를?

-뭐임?뭐임?뭐임?뭐임?뭐임?뭐임?

-크보 그는신인가?크보 그는신인가?

-거리 계산 미쳤따리...

-님 신고함ㅡㅡ

['아까투자하란놈나와'님이 1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망한 거 같은데?

['신께바치는공물'님이 5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그냥 드릴게요...

['이럴때일수록힘을합쳐야합니다'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우리 다 같이 영차해보죠 영

-차

-영차고 나발이고 저희 다 다 ㅈ된건 같습니다만....

"만원 5만원 천원 감사합니다. 여러분. 새로 오신 분들도 조금 계신 거 같고 이제 저격소총으로는 다 보여드린거 같으니까 다르게 싸워볼게요."

그는 헬멧의 가리개를 올리며 웃었다. 태연한 척 하지만 해냈다는 기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와 하관만 봐도 존잘

-엉엉크보형 날 가져요

-이 분 오늘 처음봤는데 개쩌네여 ㄷㄷ

-구독 박습니다.

-아까 죽인 시간 소녀도 스트리머인 거 아심?ㅋㅋ저 거기서 넘어왔는데

"아 아까 그 분도 스트리머셨어요?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심심한유감ㅋㅋ일본놈이냐

-이 시국에?

그는 피식 웃고 게임을 재개했다.

정확히는 재개하려던 순간이었다.

"...!"

알 수 없는 꺼림찍함. 그리고 희미하게 들린 발소리!

크로스보우는 온몸의 솜털이 쭈뼛 서는 듯한 기분과 함께 허리춤의 후라이팬을 꺼내들었다.

'...머리 위. 뒤 쪽!!'

카아앙──!!!

몸을 훽 돌리며 후라이팬을 휘두르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대검이었다.

"어...어떻게!"

당황한 듯한 적의 목소리.

그 순간, 크로스보우의 싸늘한 무표정이 적의 눈동자에 새겨지고,

찰칵──!

"어?"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시인단테(악마는 울지 않는다)'님이 사망하였습니다.(4킬)

한 손으로 든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깜짝 놀랐네요. 저 게임'악마를 울지 않는다'에 나오는 단테죠? 단거리 순간이동도 있네 무슨. 뚝배기 깨질 뻔 했네요."

철컥.

또르르....

반동으로 높히 올라간 저격총에서, 조용히 탄피가 빠졌다.

-??

-....

-어케 했누...?

-뭘 본거지;ㄷ

-...지금 원거리 저격하다가 뒤로 접근하는 블링크 감지하고 허리에 있던 프라이팬 꺼내서 뒤돌면서 상대 스킬 막은거 맞지?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헤드샷 갈기고?

-과장없는 팩트인게 어이없네

-초장거리 저격에 이은 초근거리 저격?

-올 오버는 풀 다이브 가상현실이라 핵도 없는데....

소란스럽던 아까의 채팅창에 비해 다들 말투가 딱딱해진 모습.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모두 경악에 할 말을 잃은 탓이었다.

?만 올라오는 채팅을 씨익 웃으며 보다가, 크로스보우는 헬멧의 바이저를 내렸다.

캉─!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

***

그 날 새벽.

아이튜브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올오버 첫 판? 더원그 썩은 물의 3천미터 저격 갑니다 백만원 수금!]

라는 제목.

그리고 수많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그 영상을 퍼다나르기 시작했다.

업로더는 평소 크로스보우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이들 중 몇 명이었다.

어쩌면 별 거 아닐지도 모르는 일. 하루에도 수 십개의 영상이 퍼다날라지는 커뮤니티에선 흔한 일이었지만─.

그 반동은 흔하지 않았다.

-이거뭐냐??;;

-저 캐릭터가 내가 아는 더 원 그라운드 캐릭이 맞음? 그 존내 느리고 답답하고 총도 안맞는?

-미쳤다

-5:38에서 악마는 울지 않는다 단테가 쓰는 해골부수기 어케 막은거임? 프라이팬으로?

└자세히보면 흘려냄 그리고 프라이팬에 방탄 판정있어서 그런듯

└어케 알고?

└그건 몰랑!

-마지막 1대1에서 수류탄 숫자 세는거 개섹시하다ㅠㅠㅠㅠ

-5:38 5:38 5:38 섹시ㅠㅠ

-무슨 ar이 올헤드판정이 뜨냐

-이거 보고 따라했다가 랭크 씹떡락함ㅋㅋ 내가 하면 걍 딜 쎈 샌드백인데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다른 커뮤니티에 글을 퍼다나르는 선순환.

각종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에서조차 크로스보우의 영상과 관련된 온갖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1시.

"으음...."

오랜만에 드라이기 소리 없이 잠에 든 크로스보우는 기지개를 쫙 피며 일어났다.

"어디 보자...."

그는 어느때처럼 아이튜브를 확인했다. 방송 매니저와 틀어진 이후로는 버릇이 된 습관이었다.

[형 대박났어 형]

[형 자?]

[형 지금 진짜 미쳤다 형 우리 이제 뜨는거야 형!]

[ㅠㅠㅠ하]

가장 먼저 보인 건 편집자에게서 온 메세지.

"으응...?"

뭐가 대박이란거야. 그는 잠에서 덜 깬 탓에 눈을 비비며 아이튜브에 접속했다.

[올오버 첫 판? 더원그 썩은 물의 3천미터 저격 갑니다]

-8시간 전

[조회수 51만회]

"어...?"

눈을 비볐다.

[인기 동영상 7위]

"...뭐야. 꿈이군."

그는 다시 침대에 푹 누워서 눈을 감았다.

< 4화-데뷔전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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