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데뷔전 >
부우우우우우웅───!!!
올 오버의 거대한 맵. 로스트헤븐에 오토바이 소리가 정적을 없앤다.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라, 인근에서 파밍 중이던 플레이어들까지 전부 나와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 감아요."
"네?"
-크보 박력...너란남자
-눈...감..아...메...모...
크로스보우는 한 손으로 주행을 계속하며 허리춤에서 섬광탄을 뽑아들었다. 입으로 핀을 뽑는다.
철컥.
상대가 들고 있는 방패는 상시 존재하는 지형같은게 아니다. 직접 껐다켰다 할 수 있는 온오프형 방패. 녀석이 방패를 꺼버려면 도약이고 뭐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방지키 위해, 섬광탄을 뿌렸다.
펑!
삐이이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대개 숨거나 방어하기 마련.
심지어 한 번도 격어보지 못한 섬광탄일 터다. 거기에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질주해오는 상황.
당황에 생소함까지 겹쳤을 터. 백이면 구십구는 방패를 들어 제 몸을 가리게 되겠지.
"어엇?"
그래. 바로 지금처럼.
"간다!!!"
"흐아! 흐아아으아아어앙!!"
크로스보우는 예상대로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흡족하게 웃으며 다시금 바퀴를 들어올렸다.
콰드드득──!!!
"뒤져!!!"
"으억?"
방패에 걸리는 감촉이 있었을까? 눈이 보이지 않는 상대가 비명소리를 내고 다음 순간,
─날아올랐다.
"....날았다? 날았어요!"
"티익스 좋아해요?"
"...네?...티 익스요?"
"티 익스프레스요!"
그는 한술 더 떠 오토바이를 공중에서 빙글 돌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배틀로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묘기.
"꺄아아아아악?!! 안전벨트가 없는데요오오오오!!!!"
그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무시하곤 크로스보우는 양손을 핸들에서 놓았다.
"...짜장면 아니, 똥으로 맞아볼래?"
드르르르륵──!!
무방비로 노출된 적의 뒤통수에 기관단총을 때려박는다.
"으아악!!"
그러자 상대편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은 멀리 떨어진 건너편 지형에 착지했다.
덜컹!
"으어!"
"안 죽었군. 다 헤드에 박았는데."
"그, 그럼 어떡─."
뿅맛사탕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상대편 아이언하르트가 있던 자리가 성대히 폭발했다.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뿅뿅단017(시계워치)'님이 사망하였습니다.(6킬)
"...휴. 시원하다. 닉네임이 저격 맞네."
"어...에? 어떻게?"
"공중에서 밑으로 수류탄 떨궈뒀습니다."
"...네?"
"그보다 긴장하세요. 지금이 제일 위험한 타이밍...!"
"가, 갑자기 다시 멀쩡해졌어...?"
듣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뿅맛사탕은 넋을 빼놓은 듯한 눈동자로 크로스보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차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크로스보우가 믿기지 않는 탓이었을까.
"뿅님?"
"ㅔ?"
듀오가 영 도움되지 않는군.
그렇게 판단한 순간 크로스보우의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졌다. PC시절, 상대의 위치가 보이는 ESP핵이 아니냐는 소리를 수 십번씩 들었던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선다.
그 때였다.
"피해요!"
그는 뿅맛사탕을 확 밀쳐내며 옆으로 굴렀다.
찰캉!
"히이이...!"
그러자 그가 있던 자리로 뿌려지는 갈고리.
시계워치의 로도호구.
저 갈고리에 끌리면 왠만한 비파밍형 캐릭터는 한 방에 사라지기 때문에 고티어에서도 픽률이 무시무시하게 높은 캐릭터다.
드르르륵──!
크로스보우는 기습을 받자마자 대응사격에 나섰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절반 이상이 헤드에 박히는 탄환.
"...안 죽네요."
그리고 피격과 동시에 자체 회복 스킬인 물약을 쭈욱 빨아버리는 상대편.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과 무빙을 확인하자마자 직감했다.
'...양학하러 온 놈인가.'
그렇다면 여기선 빠지는게 좋다. 사방에서 교전소리를 듣고 몰려올 터.
"뿅님. 일단 빠지죠."
"네? 지금 뭐가...?"
문답무용이다. 그는 뿅맛사탕의 목덜미를 잡아서 오토바이가 세워진 곳으로 훽 내던졌다.
"꺅─! 또, 또!"
자기장이 가까워져온다. 안전 구역으로 이동해야했다.
크로스보우는 날듯이 뛰어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그 순간.
타앙!
차르르륵─!
캉!
순간적으로 허리에서 권총을 뽑아 날아오는 갈고리를 쏴맞춰 궤도를 빗겨나가게 하는 묘기를 선보이는 크로스보우.
당황한 로도호구의 표정을 뒤로한 채, 오토바이의 바퀴가 마구 회전했다.
***
그리고 채팅창.
-와...
-여러분. 숨쉬셔도 됩니다
-하
-쓰읍
-와 뭔데다
-미쳤다 명장면 나왔네
-피지컬이랑 판단이...사람이냐...?
-하이드 크본데요?
-소름돋았다 지린듯;;
-기저귀팔아요~팬티도 팔아요~
['오늘의명대사'님이 1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수 백번 해봤거든요vs똥으로 맞아볼래
-이건 갓직히 갓백번이지
-똥으로 맞아볼래?
-엄
['이게내가아는게임맞음?'님이 1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무슨 게임 속에서 영화를 찍냐;
['인사박습니다'님이 10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여기 열혈컷 얼만가요?
['무료로보니까양심이'님이 5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찔리네요. 눈호강ㄷㄷ
-ㅋㅋㅋ구독박는다 나도
-아이튜브도 박는다
-박...아...?ㅗㅜㅑ;
-구독으로 혼쭐내줘야겠다.
크로스보우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채팅창을 힐끗힐끗 봤다.
"통 큰 후원 다들 감사합니다. 구독도 감사합니다. 전 운전 중이라 리액션은 뿅님이 해주실 거예요."
"네? 제가요? 리액션을요? 왜요?"
공익요원의 복무신조를 읊는 뿅맛사탕. 크로스보우는 그것을 못 들은 체하며 이리저리 총을 쏴갈겼다.
[SYSTEM]당신의 MP5K를 사용한 헤드샷으로...(8킬)
[SYSTEM]당신의 MP5K를 사용한 헤드샷으로...(9킬)
"이대로 인써클(안전구역으로 들어가는 행위)하겠습니다."
그 말이 있고 얼마 후.
끼이익!
드디어 도착한 안전구역의 건물.
쾅쾅쾅!!!
크로스보우는 격렬하게 문을 두드렸다.
"FBI!! OPEN UP!!"
쾅!
발로 문을 차 여는 인성을 보여주며 그는 방 안에 총을 쏴갈겼다.
드르르륵──!!
"꺄아악!!"
[SYSTEM]당신의 MP5K를 사용한 헤드샷으로...(10킬)
[SYSTEM]당신의 MP5K를 사용한 헤드샷으로...(11킬)
안 쪽에 있던 건 커플로 보이는 듀오.
물론 3초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지만 말이다.
"뭔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크보님? 쟤들 이상한 짓...."
"조용히 하세요."
올오버는 성인인증을 마친 유저들에 한해서 은밀한 행위도 할 수 있게 설계된 게임이다. 커플은 한낮의 밀회를 즐기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ㅋㅋㅋㅋ방송 정지먹을 뻔
-음란 행위해서 FBI WARNING 떴자너ㅋㅋ
-이 집은 이제 제껍니다
-컨셉질까지 완벽한 크가놈;
어쨌든, 이러면 그들이 위치한 곳은 자기장 정중앙.
이제부턴 안전구역이 줄어드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사격연습장 개장합니다."
그는 게임이 시작하고 처음으로 서브총을 들며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총이 아니었다.
[석궁]
그의 닉네임,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무기.
그리고 그가 석궁을 들고 곧 이어서, 예정된 반응이 채팅창을 메웠다.
-와
-석궁이 언제부터 유도였음?
-저딴 탄속으로 다 맞춘다고?
-더원그 킬 기록 갱신;
-근데 우리 무슨 리액션자판기냐?
물론 그렇게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꺄악!!"
자꾸 뭐가 궁금한지 자꾸만 고개를 내밀다가 기절하는 뿅맛사탕 때문이었다.
"크, 크보님! 저 4기절! 네번째 기절!!!"
기절 횟수가 많아질수록 소생시킬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크로스보우는 한숨을 내쉬곤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SYTSTEM]팀원 소생 중...
"다음엔 안 살려줄겁니다."
"헤헤...죄송...."
그의 석궁이 잠시 쉬는 탓일까.
급격하게 줄어들던 인원 수가 5명에서 고정됐다.
이제는 상당히 좁아진 안전구역. 크로스보우는 미세하게 들렸던 발소리를 기억하며 말했다.
"여기 가만히 있어요."
"넹."
"구급상자 많죠? 자기장 맞으면 그냥 구급상자 빨아요."
"넹!"
우승이 가까워져서일까. 미션금을 생각했는지 고분고분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때.
[SYTSTEM]남자는갈고리(시계워치)님이 연필은2B(니아모토마타)님을 살해하셨습니다.
[SYTSTEM]남자는갈고리(시계워치)님이 샤프심은2B(니아모토마타)님을 살해하셨습니다.
[남은 인원: 3명]
"...아까 그 로도호구 같은데."
그는 중얼거리곤 상대의 위치를 파악했다.
'건물 외곽이군.'
이미 이 쪽까지 붙은 상황.
아까 확인한 바로, 절반 이상의 탄환을 머리에 박아도 죽지 않던 탱킹력을 생각해볼때, 상황은 썩 유리하지 않다. 힐끗 본 채팅창에도 카운터 상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여럿 올라왔다.
'...그렇다면.'
방법은 여러가지.
크로스보우는, 그 중에서도 가장 방송에 적합할 방법을 고르기로 했다.
우선은 마지막 자기장까지 기다린다.
상대편도 이 쪽이 두명이라는 걸 알고 있을 터. 무리하게 푸쉬하긴 겁날거다.
'3...2...1. 지금.'
바로소 마지막 안전구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맵의 모든 곳이 고데미지를 받는 상황!
그는 몸을 확 노출하며, 석궁을 한 발 쐈다.
푹!
"윽?!"
갑작스러운 기습에 움찔 놀라는 상대방. 하지만 상대도 어지간한 고인물이었던 탓일까.
날카로운 각으로 갈고리가 날아왔다.
그리고,
철컹!!
-어?
-맞았다
-헐!
"잡았다!"
크로스보우는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갈고리에 잡혀 끌려갔다.
"크, 크보님?!"
집안에서 상황을 보던 뿅맛사탕도 놀랐던 탓일까. 튀어나오려 하는 모습.
"...!"
그러나 문득, 뭘 발견했는지 그녀는 제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스페츠나츠 헬멧의 바이저는 올라가 크로스보우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퉤."
그런 그의 입에서, 뭔가가 뱉어내졌다.
씨익.
"잡긴 뭘 잡아."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이, 이런─!!"
로도호구가 반응해 총을 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폭발했다.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남자는갈고리(시계워치)'님이 사망하였습니다.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당신이 사망하였습니다.
[승리!]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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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데뷔전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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