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피지컬 검증 >
[본인 방금 동네에서 크보 만난 썰 푼다]
-새벽 4시까지 크보 방송 보다가 갑자기 아이스크림 마렵더라...별 생각없이 사러나갔는데 그게 크보 만나게 해주려는 본인 본능이었던거임 엌ㅋㅋㅋ
근데 실제로 보니까 잘생겼더라 후욱후욱...그 얼굴로 왜 공개 안하냐고!시발 첨엔 목소리 잘못 들은 줄 알아서 미친새끼 취급받을 생각하고 크보야! 하고 불렀는데 대답해줌ㅋㅋㅋㅋ
본인 군필여고생쟝이라 하와와;;하고 있는데 욕 한번만 해달라니까 한참 망설이다가 뒷걸음질 치는데 개꼴리더라;
이렇게 게이가 되는건가 싶었음; 근데 크보야. 왜 아이스크림 먹다 뱉어달라니까 안해줘...? 나도 욕구가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욕구를 무시하면 마 그 때는 악질이 되는거야!!
└ㅋㅋㅋ씹ㅋㅋ나라도 하와와거리는 찐따돼지쉑이 욕해달라하면 뒷걸음질치겠다
└(글쓴이)군필여고생쟝임; 하와와 왜그러시는거야요!
└이 넘 유명한 악질 넘 아님? 이 글이 진짜면 크보 개불쌍하네
└크보 어디사는지 빨.리. 말해라 한번 말했다
└어그로 ㄴ;; 목소리로 어떻게 구별함ㅋㅋ 병먹금
"그나마 다행이네...."
크로스보우는 커뮤니티를 눈팅하다가 제목에 흠칫 놀라 클릭한 글을 종료했다. 어제 마주친 시청자는 맞는 듯 싶었지만 남자라고 속이고 있었고, 개인정보 역시 하나 말하지 않는 모습이다. 변태같은 행동과 다르게 마냥 상식이 없진 않은 모양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요즘 시대에, 여자와 잘못 엮였다가 한 방에 훅간 스트리머들을 몇 번인가 봐왔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게 날 좋아하는 시청자...겠지.'
그렇다면 굳이 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하긴 하지만 고마운 시청자라고 할까.
띵─동.
"밥 왔네."
배달이다.
그는 주섬주섬 모자를 얼굴이 가려지도록 푹 눌러 쓰곤 문을 열었다. 어제 일로 좀 깨달은 탓이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곧 방송시간이다.
"조금 촉박한가?"
오늘은 오랜만에 과거 1회 합방을 했던 스트리머, '뿅맛사탕'과 합방이 있는 날. 지난 번 합방을 하고나선 어째선지 '하이드 모드는 싫어요!'라며 이 쪽을 슬금슬금 피하는 듯 했지만, 그녀도 프로 방송인.
합방이 필요할 땐 하는 여자다. 정확힌 제발 합방 좀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못 이긴 탓이겠지만, 뭐 아무튼.
"...근데 하이드 모드가 뭐지?"
내가 모르는 세팅같은건가. 그러고보면 방송 초중기 때 시청자들도 몇 번인가 써먹었던 말이었던 거 같은데.
크로스보우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초밥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팔로워들에게 한 개의 메세지가 전송되었다.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사랑하는~ 아이튜브, 트리키 뷰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크로스보우입니다."
-크하
-석하
방송을 키자마자 빠르게 자리를 채우는 시청자들. 크로스보우는 여느 때와 같이 시청자들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전과 다른 거라면, 자리를 채우는 시청자 수.
[현재 시청 인원: 10,543명.]
시청자 수로만 보면 정말 이제 대기업, 혹은 그 이상이라해도 어색하지 않을 숫자다. 그러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도 여럿 연락이 들어온거겠지.
-오겜무?
-오팬무?
-아ㅋㅋ30초 지각 에반데
"오늘 게임은 뭐, 올오버구요. 할 모드는 아마 연습 모드가 될 것 같네요. 팬티 색깔은 안 알려드릴겁니다."
올오버에서 연습 모드라 함은 평범한 연습모드와는 다르다. 플레이어 개개인의 피지컬 정도를 시험해볼 수 있는 모드.
-연습모드? 왠 일?
-오 안 그래도 궁금하긴 했음ㅋㅋㅋ
-일주일만에 마스터티어까지 올라간 이 남자의 반응속도...
-그 '코' 크보 일주일만에 마스터 갔단 소식듣고 울부짖음ㅋㅋ
크로스보우는 지금, 자신의 피지컬을 만천하에 검증받겠다는 소리를 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님이 1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오팬무?
"만원 감사합니다. 검은색이네요."
-ㅋㅋㅋ만원짜리 남자ㅋㅋㅋㅋ
-크보쟝도 냄챙의 길에 들어서는거야?
-???: 안 알려드릴겁니다
-하지만 어림없지 바로 유료질문ㅋㅋ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크로스보우는 풀다이브했다.
시야가 암전한다.
***
"오호."
크로스보우는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올오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질 않아서 하나하나가 신기한 탓.
-ㅋㅋㅋ뉴비쉑 신기한가보누?ㅋㅋ
-크보 구엽넹ㅎㅎ
"신기하긴 하네요. 그냥 텅 빈 공간이나 인터페이스만 있는 걸 생각했는데."
-올오버가 갓겜이긴하지ㅋㅋㅋ
-아 그만 살펴보고 진행해
-더원그 촌놈이 뭘 알겠어 우리가 참자
-진행할때까지 숨 참는다 흡!
"음...브컨은 자신없습니다만..."
-?
-?
-??? 무슨 컨?
올오버의 연습모드는 마치 근미래에나 존재할 법한 모습이었다. 사이버틱한 디자인으로 이뤄져있는 공간은 마치 실험실을 닮았다.
특히, 플레이어의 머리 위에 유리벽으로 나뉘어져 있는 공간이 존재했는데, 이는 연습모드를 다른 사람이 관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였다.
크로스보우는 관전 권한을 '친구 공개'로 설정하고, 오늘 함께 할 게스트를 초대했다.
[SYSTEM]새로운 피험자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아이돌 뿅맛사탕입니다!"
-뿅하
-ㄴㅇㄱ 상상한 정체
-ㅋㅋㅋㅋ
-ㅁㅇㅁㅇ 둘이 뭐야
-모두의 아이돌? 구아악
-누나...쓰레기 냄새나...
-빨대on
이상한 포즈로 시청자들에게 인사하는 뿅맛사탕. 과연 베테랑 방송인이다. 수치심이 없는 게 분명했다.
크로스보우는 지체하지 않고 그녀에게 초대권한을 부여했다. 오늘 합방은 뿅맛사탕과 단 둘이 하는 것이 아니었던 탓이다.
"잠시만요! 아마 방송 중이실텐데."
-누구 또 옴?
-연습 모드에 굳이 누가 더 필요한가? 걍 피지컬인증ㄱㄱ
-읍읍(숨 참는중)
-찐
[SYSTEM]새로운 피험자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빛과 함께 방 안에 등장한 자.
그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반질반질해보인다.
"오? 음...반갑습니다. 크로스보우님. 뿅맛사탕님. 인터넷 방송인 '이응이여섯개' 입니다"
-이응님?
-헐
-ㄴㅇㄱ 이번엔 상상도 못한 정체
-ㅋㅋㅋ전통머기업 왔자너
-조합 뭐냐ㅋㅋㅋ눈부셔
-정보)진짜 눈이 부시다
'이응이여섯개.'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입 하나. 모두 합쳐서 이응이여섯개.
그럼 여섯이 아니라 다섯인데요? 하고 묻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민머리를 가리키곤 하는 남자.
1세대 가상현실 프로게이머 출신. 지금은 해설과 분석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남자. 평균 시청자 수 8천명 이상.
트리키 뷰 대표 빡빡머리 스트리머,
이번엔 숱이 심히 없는 사람의 등장이었다.
***
"오늘 크로스보우님 피지컬 분석을 위해 특별히 모신 '이응이여섯개'님 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안녕하세요."
그는 점잖게 인사했다. 이제 곧 30대에 접어드는 나이이기도 한 그는 트리키 뷰의 터줏대감이라 할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이응좌 하이~
-이응님ㅋㅋㅋ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이응도 성공했네 우리 똥믈리에랑 합방도 하고.
"두 분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사실 참 많이 듣는 말이에요."
크로스보우는 오늘 합방에 대해 이세린, 그러니까 뿅맛사탕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놀라웠다. 시청자 풀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친할거라곤 생각지 못했으니까.
['스피드웨건'님이 5,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정보)뿅은 이응좌 아발론TV 시절 애청자였다
"스피드웨건님 5천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이세린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성공한 덕후 뭐 그런거죠. 저도 제가 같은 스트리머 입장으로 이응님하고 뵐 줄은 몰랐었으니까요."
"허허허."
그들 셋은 잠시 잡담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세린의 주도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시간이 흐르자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스스로 크로스보우의 팬임을 자처한 이응이 계속 오디오를 채웠기 때문.
"그 장면에선 진짜 감탄했습니다. 순간 판단력이...이야...꼭 블래드 선수를 보는 것 같더라구요."
"그 정도는...."
"이응 피셜 크로스보우는 블래드급이다?"
"음.,.정확하겐 모릅니다. 블래드 선수가 쌓아온 커리어가 보통이 아니기도 하니 지금 비교하는 건 많이 이르죠. 블래드선수보다 아래일 수도 있고, 몇몇 부분에선 어쩌면 그 이상일수도 있죠. "
"어...."
그건 좀 많이 간 거 같은데. 크로스보우는 볼을 긁적였다.
-블래드랑 비교는 너무 간듯
-에반데;
-ㄹㅇ...이응좌 좀 실망이네
-블맘들 몰려오겠누
-블까 새끼들은 좀 아닥해라
-(제재된 채팅입니다.)
['아니'님이 1,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역대 최고의 프로게이머vs몇 년동안 하꼬였던 아마추어 방송인ㅋㅋ루ㅋㅋ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채팅창에선 한바탕 파란이 일었다. 본래 크로스보우의 팬이었던 시청자들과 유입된 시청자들간의 싸움.
아마 이응의 방송에서도 똑같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는 허공을 보다가 손을 휘저었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블래드 선수를 까내리고 있는게 아니에요. 일단 들어보시죠."
"음...논란이 될만한 발언 죄송해요. 트수들아. 화내지 마세요..."
장난스런 태도를 보이던 뿅맛사탕도 빠르게 사과를 하자 어느정도 채팅이 가라앉았다.
"제 말은, 처음 블래드 선수를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느꼈다는 요지입니다."
-그런 사람 올오버판에 한 둘이었음?
-ㅋㅋㅋㄹㅇ 피지컬 좋은 신인들이 한 둘이었나
-그런 놈들 특징: 한 철 실력임
"맞습니다. 그래서 몇몇 부분에선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랭커들처럼 말이죠."
"흠흠...."
크로스보우는 이번엔 머리를 긁적이다가 헛기침을 했다. 아무 말도 안했는데 멋대로 상황이 진행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리라.
-크보: 긁적긁적....존나가만히 있어야겠다.
-크보는 가만히 있긴 했지
-댕귀엽눜ㅋㅋ
-말 나온 김에 피지컬로 인증하자
-맞네 마침 연습모드겠다 인증ㄱㄱ
"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아마 오늘 크보님이 블래드에 버금가는 피지컬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세린이...뿅이한테 연락오자마자 달려온거죠."
-흐음
-ㅇㅋ무죄 땅땅땅
-한번만봐드리겠읍니다
-어휴 극성블맘들 아주 블래드가 신이여 신
-신 맞는데?
-그럼 블래드가 신이지 누가 신이야
-번호 까 ^^ㅣ발
이게 해설가의 진행력인가. 크로스보우는 스무스하게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잠재우는 걸 보며 나지막히 감탄했다.
['크보속마음'님이 10,000원을 도네하셨습니다.]
-타코야키쉑 뭐라는거야 아ㅋㅋ조졌네
-ㅋㅋㅋㅋ
-가만히 있던 크보 어리둥절행ㅋㅋ
-부담 백배ㅋㅋㅋ
"아무튼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많으니...크보님. 준비되셨습니까?"
"어...네."
"그럼 제가 통제실로 가겠습니다. 뿅님이 옆에서 봐주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야 시점이 다양해질테니까."
그렇게 말한 이응은 그들의 머리 위. 거대한 유리창으로 구분되어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뭔가를 이리저리 조작하자, 실험실로 보이던 곳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SYSTEM]연습할 캐릭터를 선택해주십시오.
"아하. 이런 식이구나."
그냥 평소 하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드라이기 때문에 혹사받은 머리가 조금 띵하긴 하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다.
[SYSTEM]선택한 캐릭터 : 더 원 그라운드
[SYSTEM]실험 통제자의 세팅대로 환경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눈 앞을 매우던 풍경이, 변한다.
"...응?"
변한 장소는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꽤 낯익은 장소였다.
-ㅋㅋㅋㅋㅋㅋ
-PTSD onㅋㅋㅋㅋ
-미친ㅋㅋㅋ
-꼰머on
사격장이다.
[자. 사수 알아서 쏴.]
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걸로만 보이는 통제실에서, 이응이여섯개가 장난스레 말했다.
"...,"
[1사로. 준비됐나?]
그 말에 크로스보우는 역시 장난스레 웃었다. 이런 거라면 차라리 좋다.
"1사로 사수. 준비 끝."
[전방 100, 200, 250, 400, 500, 1,000 사로에 무작위 적 식별 사로 봣.]
이전 세대 국군의 흔한 사격연습장.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보여주나?
-추억돋네
-라떼는,,,말이여,,쒸이불,,,,
-ㅋㅋㅋ총은 또 왜 M16이냐ㅋㅋ
그 말과 함께, 멀리 보이는 표적이 제멋대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
미친 듯한 빠르기였다.
****
< 8화-피지컬 검증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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