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9화 (9/143)

< 10화-피지컬(?) 검증 >

그렇게 한동안 노가리를 까던 와중이었다.

도무지 끝날 거 같지 않은 일련의 짓거리를 지켜보던 이응이 나섰다.

"자자. 잡담은 여기까지하고...결과 분석을 해볼까요? 크로스보우님도 다시 방송 켜보세요. 보통 이 정도 시간이면 다시 켜질만도 하거든요."

크로스보우는 그 말에 서둘러 방송시작을 시도했다. 같이 있는 동료들의 채팅창으로 확인한 바, 그의 팬들이 다른 채팅방에서 여긴 찐 농도가 짙다느니 불편해하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리하

-아 크보방 오니까 살거같네

-ㄹㅇㅋㅋ

“여러분. 그냥 냅두면 또 터질거같으니까 팔로우 후 일주일된 사람만 채팅칠 수 있게 돌릴게요.”

-크보님 뜬 게 일주일이 채 안됐는데ㅋㅋㅋ청자들 광역침묵걸릴듯

-구독한 사람으로 돌리자

“아. 구독한 사람이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채팅 자격을 설정하자 이번엔 구독 메세지가 폭발한다.

"으음. 지금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따가 읽어드릴게요. 진행이 안되네요."

-ㄱㅊㄱㅊ 우리도 빨리 분석 보고 싶음ㅋㅋ

-아ㅋㅋ 크보한테 매달 7,500원씩 뺏기게 생겼네ㅋㅋ

-친구비on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로스보우 분석시간. 이응이 여섯개는 평소 태도와 다르게 열성적으로 질문했다.

"인지력, 반사신경, 사격정확도 모두 만점이네요. 최고기록 축하드립니다. 그냥 만점도 아니고 완벽에 가까운 만점이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분석할 게 별로 없어요. 인간이 총기류에 능숙해지면 어떤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눈 앞에서 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글쎄요."

크로스보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게 한계인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지금 시청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시는 질문을 먼저 드려야겠군요. 대체 어떻게 하신겁니까?"

"그냥 타이밍 맞춰서 표적을 쏘면 됩니다."

-아ㅋㅋ크익(크로스보우+토익) 또 나왔네

-그걸 누가 모름?ㅋㅋㅋ

"그건 맞죠. 타이밍 맞춰서 쏘면 되는거 맞긴한데...."

"연습하면 됩니다."

"아. 전에 올 오버 연습모드를 돌려보신 적 있다는 말씀이죠?"

이응은 머리를 닦으며 물었다. 이 남자. 너무 고인 나머지 자신이 청정수였던 시절을 잊어버린걸까.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이게 제 방식대로 하기엔 좀 어렵거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렵다는 뜻일까요?"

"음. 우선은 소리를 들으셔야합니다."

크로스보우는 고민하며 설명했다. 표적이 올라올 때 자세히 들으면 덜컹-!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이 소리가 250미터 표적까진 잡아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소리를 듣고나서 어디서 올라올지 판단하는 건 조금 늦을 우려가 있죠. 이 방법은 200미터 표적지의 식별만을 위해서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250미터 바깥 소리가 들린다고?

-???: 내 앞에 발소리

-오감 기본 스펙은 현실 몸하고 다르면 위화감있다고 해서 스킬로 증폭되는 그런거 아니면 현실하고 똑같은 걸로 아는데?

-크보쉑 뒷담까면 250미터 밖에서도 듣는거냐ㅋㅋ

크로스보우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며.

"제가 귀가 막 좋진 않습니다. 아마 올오버에서 이 방법대로 하라고 만들어놓은 소리겠죠."

"아하. 그런 거였구나."

-뿅맛사탕 표정 = 내 표정

-석궁단 속마음) 이 넘 또 뭐라는거냐 아ㅋㅋ

-ㅋㅋㅋ아니 첫 판부터 그런 기믹을 어케 눈치챔

-ㄹㅇㅋㅋ지금 하는 말 다 구라고 걍 실력으로 맞춘 거 아님?

어딜가나 눈치가 빠른 시청자들이 있다. 크로스보우는 티내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200미터 이상의 표적은 250미터, 400미터, 500미터, 1,000미터입니다. 6가지의 선택지 중 소리만으로 두 개를 걸러낼 수 있죠."

"그, 그렇군요?"

이응은 뿅맛사탕과 함께 멍하니 듣고 있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네. 그리고 표적이 완전히 일어서는 시간은 대충 1초보다 조금 더 짧습니다. 0.8초쯤 걸려서 올라오는 것 같은데 제 감에 의존한 계산이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0.8초요."

-그, 그만! 우리가 미안해

-지금 하는 말이 구라가 아니면 다 생각하고 쐈단 얘기잖아?

-인지능력 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위치로 격발한다면, 충분히 맞출 수 있습니다. 심지어 400미터와 500미터를 쏠 때의 탄 낙차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으니 조준 수정을 얼마 하지 않아도 되기까지 하죠."

"...1키로, 그러니까 천 미터짜리 표적은...?"

"...음....그건."

이건 뭐라고 둘러대지. 크로스보우는 고민하다 대충 뱉었다.

"탕탕탕빵 쏘면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 총 쏘는 건...익듁하니까...

-ㅖ

-ㅋㅋㅋ언제적 드립

-양갱 압수!

-어린노무,,,쉐끼들,,나 때는,,,말이여,,,

"기억하세요. 탕탕탕빵입니다."

클립으로 아이튜브에 오랜기간 박제될 또다른 명언의 탄생.

그렇게 크로스보우의 피지컬 검증 시간은,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와 함께 막을 내렸다.

****

그리고 시작된 2부.

['이응이여섯개'님께서 11,589명을 호스팅하셨습니다!]

이응이 크로스보우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호스팅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난민받아라~

-석하~

이유는 별 거 아니었다.

이응이여섯개는 공중파에도 여러번 출연한 거대방송인.

그런만큼 그는 방송플랫폼 트리키뷰뿐만 아니라, 게임사인 올 오버 측과도 파트너 스트리머의 관계였기 때문에 특별한 기능을 제공받고 있었다.

바로 '1인칭 시야로 보기'라는 기능.

-와! 채신기술!

-이게 크보가 보는 세상인가...쿠쿠루쿠쿠...

-크보야 미각좀 꺼줘 똥믈리에 몸이라 그런지 입에서 똥내나는거같애

-생각보다 키 크네?

한 마디로 말해서 '빙의'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시청자가 직접 스트리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방송 기능으로, 이응이여섯개가 직접 호스팅해준 스트리머도 그때나마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물론 프라이버시 상 모든 감각을 지원해주진 않지만, 이전 세대의 VR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현실감.

그야말로 최신 첨단 기술. 그 현실감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은 너도나도 캡슐 속에 들어와 크로스보우와 함께 풀다이브한 상태로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어? 잠깐만. 프라이버시 기능 안켰냐 혹시?

-아랫도리 묵-직 뭔데

-크보쉑 다 가졌네 ㄹㅇ 시벌...

-와 예전에 흑형 스트리머 1인칭 보기 한 적 있는데 느낌상 그 때만큼....

"크, 크보님! 설정 좀 다시 확인해주세요!"

바깥에서 이응과 함께 해설할 준비를 하던 뿅맛사탕이 붉어진 얼굴로 빼액 소리를 질렀다.

방송사고!

그녀는 자기가 설정을 설명할 때 깜빡 잊고 얘기하지 않았던 걸 퍼뜩 기억하며 눈을 가렸다.

-"아. 네. '프라이버시 기능 켜기' 누르면 되죠?"

"네! 네네네!"

"허허...."

이응은 그저 허허 웃다가 말했다.

"혹시...노리셨습니까?"

"네, 네?! 그럴 리가요!!"

-ㅋㅋㅋ킹리적 갓심on

-사탕이 남친 후보 사전 검증하려던 거 들켰쥬?

-근데 어느 정도길래 그럼?

-이 정도면 아마 화났을때 대충...

-크보가 아니라 거보네

-왜?

-거근보우ㅇㅇ

-[제재된 채팅입니다!]

"그럼 왜...악! 아닙니다. 주워담겠습니다."

"...."

-저게 그 단군 할아버지가 강조하시던 홍익인간이란거냐?

-ㄴㄴ토마토아님?

뿅맛사탕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며 시청자들과 이응이 한창 놀리고 있을 때.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소한 해프닝을 넘겨버리고 게임에 집중했다.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59...58...57....

그가 서 있는 곳은 부산에 있는 유명한 해수욕장.

-균열방어전 맞지?

-ㅇㅇ광안대교 맵 걸렸네

-아 여기 할 때마다 기분 이상한데

-근데 이 맵 총쏘는 캐릭터로 클리어 가능함?

-지금까지 다 실패하긴 함

1인칭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크로스보우는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여름철의 평범한 해수욕장.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보일만큼 많다. 따가운 햇빛과 시원한 파도. 예쁘게 팔락이는 파라솔. 곳곳에서 보이는 헌팅남녀들까지.

'지나치게 현실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만큼 완벽한 현실감이었다. 과연. 지금까지 가상현실이라는 슬로건으로 유저들을 유혹했던 증강현실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건가.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30초 언저리를 가리켰을 때.

[SYSTEM]...32...31...30...충격에 대비하십시오!...29....

-온다

-다리부터 지켜!

저 멀리 하늘에서, 괴물이 쏟아져내린다.

[SYSTEM]임무 : 섬멸

[SYSTEM]차원통로에 기생하던 생명체들이 지구로 넘어왔습니다. 모두 섬멸하십시오. 저들은 괴물입니다.

[SYSTEM]살해한 괴물: 0/1000

균열 방어전.

다섯명의 팀원이 힘을 합쳐 NPC의 피해를 줄이고 적을 모두 섬멸하는 모드.

이제 막, 시작되었다.

< 10화-피지컬(?) 검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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