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1화 (11/143)

< 12화-구원의 총알 >

"흐음."

크로스보우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껏 엄호사격을 해줬더니, 왜 이 쪽을 쳐다보고 있는거지?

"케엑!"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저격총을 거꾸로 들고 휘둘러 대갈통을 깨부쉈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콰득!

-ㅋㅋㅋ저격(근접공격)

-아ㅋㅋ더원그 캐릭 저렇게 쓰는거였구나

-저럼 ㅇㅈ이지ㅋㅋ

"슬슬 이 쪽도 쎈 몬스터가 나오는 것 같네요."

크로스보우는 등에 저격소총을 매며 말했다. 이제 대충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겠다싶은 참이다.

-근데 방금 쏜 거 맞춘거 아니지? 걍 위협 사격해준거지?

-나 지금 빙의 상탠데 맞춘듯; 뭔가 몸이 알고 있는 기분....

-몸은 솔직한 것도 아니고 그건 뭐냐

-그게 뭔데 씹덕아

"방금 쏜 건 맞췄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샷이에요."

타아아앙─!!!

크로스보우는 계속해서 다리 쪽을 주시하며 원거리 저격을 쉬지 않았다. 탄속이 있으니만큼, 저 쪽에 총탄이 닿는 건 조금 시간이 소요된다. 상황을 예측하면서 대응하고, 이 쪽은 이 쪽 나름대로 근거리 전투를 이어가야한다.

본래라면 평범한 인간에겐 절대로 불가능한 일.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일련의 과정을 반복해나갔다.

-어렵지 않은 샷ㅋㅋ

-못 맞추는 거 같은데 사기치네?

-속보)뿅맛사탕 방에서 확인결과 진짜로 다 맞추고 있음

-??

"더 원 그라운드에서 솔쿼드(혼자서 다대일을 해야하는 모드) 돌리면 흔한 일이에요."

-???대체 어떤 게임을 해오신겁니까...센세....

-더원그에서 폐관수련했누ㅋㅋ

-석궁놈 핵 안쓰면 바보취급받는 게임에서 랭킹1위였다니까?ㅋㅋ

-가상현실에는 핵 없다며?

-정보)더원그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증강현실이다

슬슬 그의 주변에도 고블린이 아닌 오크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만 별 다를 건 없을 뿐.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겠네."

아직까지는 미간에 총탄이 박히면 모두 똑같이 죽는다. 칼로 단칼에 목을 떨어뜨리는 건 조금 어려워졌지만, 적어도 칼이 들어가지 않거나 하진 않는다.

애애애앵─.

그러던 때 들려온 싸이렌 소리.

-경찰아찌! 여기에요!

-여기 몬스터를 학대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거 경찰NPC 오는 소리죠? 생각보다 빨리 오네요."

탕! 크로스보우는 권총에 장전되어 있던 마지막 탄을 쏘아내곤, 다음 탄창을 공중으로 던져버리며 눈을 돌렸다.

[SYSTEM]살해한 괴물 수: 63/1000

"흐음."

크로스보우는 잠깐 턱을 쓰다듬었다. 철컥! 낙하하는 탄알집을 낚아채듯 장전하는 걸 잊지 않으며 그는 생각에 잠긴다.

타앙!

"그륵...!"

그러던 찰나에 바로 옆까지 접근한 오크의 머리통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그는 권총을 빙그르르 돌려서 허벅지에 넣고는 돌격소총을 등에서 꺼냈다.

그리곤 삽시간에 해안가 전체를 쭈욱 흩어내리는 크로스보우의 눈동자.

-아 어지러

-뭔ㅋㅋ마다라임?

빠른 시야반전에 빙의해있던 시청자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할 때쯤, 그의 시선이 뭔가를 발견해냈다.

"저건...."

아까 그를 걱정해주던 시민들이다. 젊은 남녀의 무리.

그들은 어느샌가 저만치 멀어져서,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아이를 구하겠다고 뛰어들고 있었다.

-아 저 오지랖충들 또 저러네 쟤들 초반에 죽게 냅뒀어야하는데;

-그래도 애 하나 살려보겠다고 저러는건데 오지랖충? 생각하고 말하자

-게임인데 과몰입ㄴ

-균방전만 하면 과몰입충들 왜케 많아지냐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갑자기 투닥대기 시작했다. 흔히 인터넷 상에선 과몰입이라 표현하는, 감정이입을 깊게 한 시청자들이 평소보다 많다.

크로스보우는 굳이 채팅들을 쳐내지 않고 상황을 살폈다.

"으아아앙...!"

튜브에 낀 걸까.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돼보이는 아이가 깊은 곳까지 파도에 밀려난 듯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피해있는 곳에서 확인되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여자와 당장이라도 뛰어들려는 남자.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

아마 아이의 부모겠지.

"차라리 가만히 떠 있게 놔두는 쪽이 더 안전할텐데."

크로스보우는 상황파악을 끝내고 중얼거렸다. 저런 거라면 시청자들이 오지랖충이라고 부를만도 하다.

-ㅇㅇ쟤들때문에 몬스터 어그로 끌려서 쟤 죽음

-걍 안 건들면 알아서 사는데 괜히 나서다가 싹 다 죽음

-그러면 저 꼬맹이 아빠도 죽고 아내가 소리 지르는데 ㄹㅇ슬프다...크보야 막아줘...제발...

['제발맨'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 살려서 미션 클리어에 50만 얹겠음...크보야 믿는다

후원메세지에 답하려던 순간이었다.

"케에에엑!!!"

"쿠루룩...."

고블린들과 오크들의 다수, 아이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크로스보우의 눈에는 고블린 한 마리가 뱉은 독침이 아이의 팔뚝에 맞는 것이 보였다.

"아야! 으아아앙...! 엄마..!"

"조, 조금만 기다려! 형이 구하러 갈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젊은 남자의 등에도 독침이 한 발.

"으윽!!"

그리고 어느새 가까이 다가간 오크의 녹슨 철검이 휘둘러진다.

-안돼!

-크보야! 뭐해!

탕!

텅─!!

짧은 격발음.

"크륵?"

오크가 들고 있던 철검이 하늘을 날았다.

"죄송합니다. 머리 쏘려다가 이 모드가 성인용이라는 걸 깜빡해서...."

-오

-칼 휘두르는거 노려서 쏜거? ㄷㄷ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갑자기 괴물의 머리가 폭발해버리면 어린아이의 정서상 썩 좋진 않을게 아닌가?

-근데 여유 부릴 때가 아냐

-뭐해!

-아 크보방 보면서 답답하긴 처음이네 그런거 따질 때냐구!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이미 니가 죽이는거 쟤도 다 봤어 **놈아!

-야야 독침 효과 퍼지면 쟤 튜브에서 빠진다.

시청자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크로스보우는 그저 침묵을 지킬 뿐.

그는 광안대교 쪽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엄호사격을 할 때마다 느낀 바가 맞다면, 저 쪽도 이 쪽을 주시하고 있을 터.

그리고 주시하는 유저는 아마도 균방전을 꽤 많이 플레이한 인간. 그렇다면 해변가에서 일어날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일을 모를 리 없지.

게다가 저 쪽 캐릭터는 [전설의 리그]에 나오는 세나. 거대한 대포를 닮은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 딱 하나, 거리에 제한받지 않는 스킬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크로스보우는 꺼두었던 팀보이스를 키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예지에 가까울 감각이 그에게 확신을 주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세나님. 상황보고 있는 거죠?"

그러자 잠깐의 텀을 두고 답이 돌아왔다.

-"...보고 있어요."

-"숫자를 세겠습니다."

-"...궁극기. 거기까지 닿는데에 대략 2초는 걸릴거에요."

-"알겠습니다."

어린 여성의 목소리. 그 소리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확 불어날 때쯤.

크로스보우는 작게 숫자를 셌다.

"셋."

"으아아앙! 엄마!"

"크루욱!!!"

"둘."

-빨리

-제발

-제발

"하나."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손에 땀을 쥐고 있는 그 순간.

-"...여명의 그림자."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웅. 하는 울림이 잠시.

타앙─!!

퍼어어어엉──!!!

두 가지 소리가 한데 섞인다.

굉음이 한여름의 바다를 관통했다.

"케헤에에엑!!"

"크루루룩!"

[R:여명의 그림자]

캐릭터, 세나의 궁극기 스킬.

전장을 가득 채우는 빛줄기가, 오크들과 고블린무리를 일소시킨다.

일견 거룩하기까지 한 그 광경에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구. 줴엔장. 쿠쿠루쿠쿠."

크로스보우는 웃었다.

***

"그거. 방금 혹시...?"

"와. 트롤이 아니라 고인물이었나봄"

"개멋있네 뭐임?"

반반무는 멍하니 무기를 늘어뜨렸다.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남아있었던 탓이다.

"...더 원그님?"

멍한 와중에 방금 오더를 내린 팀원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

다시 팀보이스를 꺼버린게 분명했다. 그녀는 바보처럼 멀리 보이는 해변가를 바라보며 숨을 잊었다.

"집중하죠."

"이제 시작임."

"근데 님들. 제 친구한테 다이렉트 메세지왔는데 저 사람 스트리머라는데요?"

"헐. 크크. 어쩐지."

스트리머?

반반무, 윤유지의 눈동자에 그제서야 빛이 돌아왔다.

***

결국 크로스보우는 무사히, 오지랖이 넓은 이들과 함께 아이를 구해내 부모님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빨개진 눈으로 그 말만을 반복하는 그들의 등을 두들겨준 크로스보우는 스패츠나츠의 바이저를 내렸다.

"지금은 조금 마비증세가 있지만 2시간이면 괜찮아질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정 걱정되시면 병원 데려가세요."

"네...네....감사합니다...."

"이 녀석. 엄마 속 썩이지말고. 조심하면서 놀으렴."

"네...."

-ㅠㅠ

-엄마보고싶다....

-노희생으로 깰 거 같다. 크보라면....

-방금까지 쿠쿠루쿠쿠하던 놈 맞냐?

아이가 맞은 고블린의 독침은 2시간이면 효과가 풀리는 모양이라, 크로스보우는 빠르게 그걸 설명하곤 해변가를 이탈하기로 했다.

이제 곧, 이 모드의 보스격인 몬스터가 나타나게 된다는 시청자들의 제보 때문이었다.

"슬슬 합류하겠습니다."

"저, 저기! 이름만이라도...!"

"경찰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를 잡는 부름들이 몇 갠가.

"경찰아저씨. 차 좀 빌립시다."

"예. 에? 으아악!!"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가로막는 경찰을 훽 잡아빼며 말을 이었다.

"아. 군부대 좀 출동시키라고 해주세요. 안 그럼 다 죽습니다."

강탈한 경찰차량의 가속페달을 꽈악 밟는다.

"여, 여기는 순찰-01. 방금 괴한에게 차량을 탈취당했다. 지원바람!"

막으려는 경찰들을 돌격소총으로 위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르르륵─!!

"으, 으악! 괴한이 총을 가지고 있다!!"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다 비켜!"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은 놈들 다 동년배

-어째 좋은 일하러 가는데 테러하는거 같냐

-이이잉~앗쌀라말라이꿈~

***

"와. 진짜...."

뿅맛사탕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스트리머 이응과 함께 크로스보우의 게임을 중계하던 와중이었다.

"...감탄스럽네요."

그녀의 말을 이응이 받았다. 그는 커다래진 눈으로 방금 전 있었던 장면들을 되돌려보며 말했다.

"...몇 키로 떨어졌는지 감도 안 오는, 광안리 해변에서 광안대교까지 닿는 저격도, 총만 잘 쏘는 사람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영화라고 하는게 더 현실성있을 다대일 건카타액션도, 저런 스펙의 캐릭터로 성인남성을 집어던지는 기술이나 모래사장 위에서도 자유롭게 운신하는 그런 피지컬적인 요소도 정말이지 놀랍습니다만...."

"와. 나열해놓고 들으니까...."

-ㄹㅇ와....

-오늘 레전드다

-진짜존나재밋네ㅋㅋ

-크보한테 바로 구독박음

-이걸 생방으로 본 내가 레전드

"방송각을 뽑아내는 저 재능...! 저 상황에서 총을 보여줘서 군대를 출동시키려는 큰 그림과 꼬마자동차 붕붕을 부르는 저 천재적인 방송감각! 엄청나네요."

"응? 네?"

-아ㅋㅋ 그 쪽이었냐고

-ㅋㅋㅋ천생 스트리머

-타코야끼쉑 하여간 방송에 미쳐가지고

"오. 이제 나옵니다. 여기가 광안대교맵 하이라이트죠?"

"네."

뿅맛사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크. 레이드모드에서도 꽤 난해하기로 소문난 몬스터가 나옵니다."

"아마 총알같은건 전부 튕겨내는 걸로 아는데요."

"맞아요. 저격총이고 뭐고 데미지를 아예 안받아요."

이응은 말을 이었다.

"총알이 안박히는 몬스터. 드레이크! 과연 최악을 다투는 똥캐릭터, 더 원 그라운드 캐릭터가 드레이크에게 뭘 할 수 있을까요!"

"당장 생각나는건 아껴뒀던 수류탄을 쓰는 거 정도...일 거 같은데요."

"지금 갖고 있는 수류탄이 5개밖에 안되거든요? 과연 저걸로 뭘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죠."

-걍 무장한 일반인이 싸우러가는거네

-ㄹㅇㅋㅋ

"아예 답이 없었더라면 굳이 합류하시진 않았을거에요."

"장래의 남자친구를 옹호하는 뿅맛사탕!"

"뭐요?"

"아, 아닙니다."

-ㅁㅇㅁㅇ각 날카롭다

-ㅁㅇㅁㅇ

-우결on

-스포)걍 곁다리 애들 정리해줌ㅋㅋ

-아 스포 에반데

-근데 ㄹㅇ 암것도 못할껄? 여기 부활도 없잖아

-그건 맞지

"아. 지금 부정적인 예측이 태반입니다. 사실 크로스보우님이 클리어의 주역이 된다기보단 뭐라도 보여줄 수 있을지, 그게 관건이거든요?"

"어? 지금 크보님 방제에 대한 채팅이 올라왔는데요?"

"네. 말씀드리는 순간 크로스보우님이 방송제목을 바꿨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어디보자. 방송 제목이.

이응은 그렇게 말하며 창을 띄워 제목을 확인했다.

「균방전 광안대교맵 노희생자 클리어」

"...어우. 어떻게보면 조금 건방질 수 있는 어그론데요."

이응은 곤란한듯 웃으며 말했다.

그럴만도 했다.

크로스보우가 올 오버에 입문한지 이제 고작 일주일하고 조금 더.

비록 그가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는 하나, 균열방어전은 오로지 그것만 보는 시청자들이 많은 모드이니만큼 조금 반감을 살 수 있는 제목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유하자면, 이제 막 격투기를 배운 이가 세계챔피언을 이길 수 있다는 소리를 하는 느낌.

-킹받네

-균방전이 우스워보이나?

그 누구도 성공한 적 없었던 일에 도전하는만큼 반발도 심한 건 당연한 수순.

성공하면 인정 받을 수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두고 두고 욕 먹을 게 뻔한 방제.

그런 것들을 눈 앞에 두고 뿅맛사탕은 아무렇지 않게, 여상스레 말했다.

"크로스보우님이면 성공하실거예요."

-예비남친이라고 믿는거보소

-믿음 클라스 ㄷㄷ해

-업보on

그 말 직후,

때마침 크로스보우가 광안대교에 도착했다.

< 12화-구원의 총알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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