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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4화 (14/143)

< 15화-1대1 대전 >

다음 날.

사소한 해프닝을 뒤로 하고, 크로스보우는 개운하게 기상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드라이기 소리없이 잠에 들었다. 대체 얼마만에 맞는 개운한 아침이지. 그는 물을 찾아 한 모금 들이키곤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11시 10분.

평소보다 두 시간쯤은 더 이른 시간. 그는 오랜만에 보는 오전의 햇살에 묘한 기분이 되었다. 두통도 없고, 항상 갈라질 것만 같던 목의 건조함도 없다.

"아아. 흠흠. 오."

시험삼아 목소리를 내보자 평소와는 정반대. 잠겨있지 않은 목은 깨끗한 소리를 낸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의 컨디션이군.

이거라면....

어차피 방송 킬 때까진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할 일도 없다. 완벽하게 비어있는 시간.

크로스보우는 흐흐 웃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웃음.

좋아.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혼자 조용히 게임을 즐겨야겠군.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캡슐로 기어들어갔다.

시간이 남는다고 혼자 게임을 키는 남자. 크로스보우.

최근 방송에서는 어쩌다보니 묵직한 실력파 게이머의 이미지가 생겨났지만, 그는 원래가 겜돌이를 자처하는 인간. 일어나자마자 게임부터 키는게 어색할 리 없다.

그는 망설임없이 풀 다이브 버튼을 누르곤 눈을 감았다.

근래 생겨난 그의 여성팬들이 봤다면 아마 이마를 탁 짚어버렸을 행태였다.

***

언제나와 같은 현실감이 잔잔하게 크로스보우를 반긴다. 그는 로비에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고 있었다.

"뭐 하지?"

수많은 게임모드.

방송이었다면 평범하게 배틀로얄을 돌리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혼자다. 굳이 수 만 시간이나 해댔던 모드를 또 해야할 필요는 없을 터.

[1대1 대전]

그러던 그의 눈에 들어온 모드. 다른 유저와 1대1로 붙는 대전 형식의 모드다.

"흐음."

그러고보면 어릴 적엔 조이스틱으로 하는 격투 게임도 즐겨했었지. 당시에는 어린 나이를 숨기고 격투게임 쪽 네임드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꽤 즐겁게 했었다. 그는 오랜 향수를 떠올리며 모드를 골랐다.

[개인 매치]

[팀 매치]

"오호."

개인 매치와 팀 매치라. 크로스보우는 히죽 웃었다. 화면 속 캐릭터가 매칭되어 싸우던 그 시절의 격투게임과는 다른, 직접 몸을 써서 전투를 벌이는 매치! 생각만해도 짜릿....

그 때였다.

띵-.

[유저명 '반반무'님이 친구 추가를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반반무?"

그는 그 닉네임이 낯익은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지난 방송 때 그 세나구나.

이렇게 따로 알림이 왔다는 건, 상대가 지금 메세지를 보냈다는 거다. 오프라인 상태일 때는 모든 알림이 부재중으로 기록되어있다가 로그인 시 한 번에 알려주기 때문.

방송 중도 아닌데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그는 고민하다가 결정을 보류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그렇고, 옆집에 사는 사람도 그렇고...요새 들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단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성별 역시 모두 여성.

차라리 방송 중이었으면 모를까, 지금 친추를 받으면 사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비슷한 일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이다.

"음."

조심해서 나쁜 건 없지. 나중에 방송 중일때 받던가 하도록 하자.

그렇게 결정한 그는 메세지를 치워버리곤 게임에 집중했다.

"개인 매치는 뻔하고...팀 매치라."

그는 [팀 매치]를 선택했다. 돌아가는 방식을 지금 숙지해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팀 매치-일반게임]

[팀 매치-랭크게임]

이번엔 고민의 여지조차 없다.

그는 망설임 없이 랭크게임을 선택했고 이내 메세지가 떠오른다.

[SYSTEM]: 1대1대전 팀 매치의 첫 랭크 게임입니다.

[SYSTEM]: 원활한 계급 판별을 위해 앞으로 10게임동안 배치 게임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SYSTEM]: 배치 게임동안 포지션이 자동으로 선봉으로 고정됩니다.

"선봉?"

포지션에 선봉이란 단어가 나왔다는 건....

"선봉, 중견, 대장의 순서인가?"

그런거라면 첫 번째로 나간다는 의미. 썩 나쁘지 않은 포지션이다.

[SYSTEM]: 1대1대전 모드는 본래와 다른 닉네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적인 보복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SYSTEM]: 닉네임을 설정하시겠습니까?

으음.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가웃거렸다. 사적인 보복을 막기 위한 조치라. 이런거까지 있어야하나.

물론 이는, 크로스보우의 생각일 뿐이었다.

'유어 캐릭터즈 올 오버'.

약칭 올 오버라는 걸출한 가상현실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게이머의 수가 전례없이 폭증한 시대. 그런만큼 게임 속의 원한을 현실로 끌고 오는 사람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아진 시대다.

그렇기에 다른 닉네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1대1 대전과도 같은, 서로의 마음이 상할 수 있는 모드에는 어떻게보면 당연히 있어야할 제도.

특히나 올 오버는 여러 이유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와현실의 본인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게임.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어떤 범죄를 촉발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송 외적으로 하는 거니까...이름은 바꾸는 게 낫겠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다른 닉네임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똥의호흡]

"뭐. 괜찮네."

대충 닉네임을 지어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크로스보우.

"안하던 거 해봐야지."

하드 게이머들이라면 공감할 마인드로 무장한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캐릭터들을 살폈다.

-"하이하이."

-"하이요."

그러던 와중에 문득 누군가 인사를 건네왔다. 게임이 매칭된 것이었다.

크로스보우는 캐릭터창을 끄고 주변을 살폈다. 어느덧 그가 있는 곳은 깔끔한 대기실.

-"아. 선봉님 배치고사네요."

-"저희 대장 계급 어디임?"

-"다이아요~."

-"저 쪽 대장은 마스터네요. 쩝. 그래도 잘해보죠."

-"걱정 노노. 저 어제 크보 방송보고 옴."

-"크보 방송이면 설마...더 원 그 하실거임?"

-"넹."

-"아. *발. 하필 대장이 트롤이네. 하."

벌써부터 훈훈한 덕담을 주고 받는 팀원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은 크로스보우는 괜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무튼 총 5명으로 이루어진 팀.

각각 계급 순서대로 선봉, 차봉, 중견, 부장, 대장.

이제 막, 게임이 시작된다.

[SYSTEM]곧 선봉전이 시작됩니다!

[SYSTEM]맵 : 파괴된 예술가들의 거리.

[청팀 선봉]

[나는호랭이님]

vs

[백팀 선봉]

[똥의호흡]

-"아. 크크. 닉네임 보소. 씹뜨억 대전 뭐냐고."

-"님은 그걸 어케 앎?"

-"...히히. 죄송."

-"아 더원그나 하지마셈. 저 승격전이란 말이에요."

-"뜽격뎐이란 마리에요~ 에베베~."

-"이런 ㅆ...."

유쾌한 팀원들의 보이스채팅. 곧이어 양 팀의 선봉이 선택한 캐릭터가 드러난다.

[청팀]

[고급시계-파랴드]

vs

[백팀]

[괴물 헌터들-해머 베이스 캐릭터]

그리곤 두 캐릭터를 확인한 팀원들은 그만 머리를 짚고 말았다.

-"하이고. 졌네."

-"괴헌 해머캐로 날파리 어케 잡누. 크크."

-"아. 제발....승격전이라니까....왜 그딴 거 픽함...."

-"저 사람 보이스 끈 거 같음."

그럴만도 했다.

크로스보우가 선택한 캐릭터는 거대한 해머를 사용하는 캐릭터. 한 방 한 방의 데미지가 강력하지만, 이동 속도가 느리고 답답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몬스터 레이드 모드에선 꽤 인기있는 픽이었지만 1대1 모드에선 아무도 고르지 않는 캐릭터.

그에 반해 상대는 '고급 시계'에 등장하는 파랴드 픽. 기본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아주 대중적이고 강력한 픽이었다.

"흐음."

명백한 카운터 상성. 크로스보우 쪽이 극명히 불리한 캐릭터들 간의 매치 업.

물론, 카운터 상성이란 것도 결국 양쪽이 비슷한 피지컬을 갖고 있을 때나 통용되는 말. 한 쪽이 압도적인 기술만 있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단어다.

-"아. 선봉전은 버렸네. 파랴드면 뭐해야되지? "

-"중견님. 더원그하실?"

-"응~ 더원그하면 포탄 스플뎀만으로 뒈져~."

-"님들이 크보도 아니고 뭔 자꾸 더원그 타령임. 대전게시판에 후기 남기게 하지마라."

문제는 아무도 그가 압도적인 기술을 가졌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미 다음 판을 준비하는 모습. 아예 그를 배제한 채로 판을 짜는 행태.

보통이라면 짜증나서 한 마디라도 하겠지만, 그에게는 그저 익숙한 반응이었다.

크로스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하다가, 문득 히죽 웃었다.

상대편의 캐릭터를 확인하자 해보고 싶은게 떠올랐던 탓이다.

[SYSTEM]각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를 임의로 설정합니다.

[SYSTEM]설정된 상호간의 거리 : 중거리

[SYSTEM]설정된 시작 위치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오?"

이런 게 또 있군.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대에겐 [충격탄]이라는 거리를 벌리는 스킬이 있으니, 시작 거리는 별로 의미가 없다.

-"거리싸움 안함?"

-"아. 배치충 극혐이네."

-"어차피 선봉전은 졌음. 크크."

전광판을 호출해 확인한 아군의 티어는 각각 실버, 골드, 다이아 하위, 다이아 상위.

꽤 높은 티어가 섞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크로스보우가 이기리란 생각따윈 하지 않는 모습.

[SYSTEM]양 팀 모두 설정된 거리에 동의하셨습니다.

[SYSTEM]대전이 시작됩니다. 레디...5..4...3...2...1.

[SYSTEM]FIGHT!

-"우리팀 화이팅~."

-"파랴드 궁 채워주지 말고 빨리 죽는 것도 좋은 방법임."

퍼어엉!

성의 없는 아군의 응원과 함께 상대가 충격탄을 발사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높게도 나는군.'

한 순간에 15미터쯤은 떠오르는 모습. 보통이라면 '답이 없다'고 느낄만한 상황. 그러나 그는 지체하지 않고 왼손을 내밀었다.

찰칵.

위이이이잉!

그러자 와이어가 발사된다. [괴물 헌터들]에선 지형지물에 올라탈 때 사용되는 장비였다.

그걸 상대에게 걸어서 추락시키려는 의도.

-"그걸 맞아줄까?"

-"아. 개뻔한 방법 쓰네."

하지만 일견 기발한 듯 보이는 그 파훼법은 이미 대중에 공개된 방법. 그런만큼 역파훼법도 널리 알려진 편에 속한다.

그걸 증명하듯 상대는 활강을 멈추고 뚝 떨어지는 것으로 와이어를 피해냈다.

예상대로.

고도는 낮아지고, 와이어는 최대한으로 늘어난 상황.

그는 그걸 힘으로 확 끌어당겨 회수하면서 동시에,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보조용 단검을 허공에 던졌다.

차르르륵!

"어?"

-"오. 뭐야."

의아한 듯한 상대와 아군의 반응.

그 반응이 촉발제가 되어, 크로스보우의 의식이 빠르게 가속한다.

당겨져오던 와이어의 끝이, 기가 막히게 단검손잡이를 감았다. 그리고 치솟던 단검이 당겨져 오는 와이어에 힘입어 크로스보우에게로 추락을 시작한다.

"이익!"

퍼엉!

그리고 상대의 발버둥.

대세에 지장없는 공격이다. 이 정도는 맞아줘도 무방하겠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는 고개를 까닥여 날아오는 포탄을 피해냈다.

"딱 대세요."

그리고 드디어 주무기를 든다.

성인 남성의 몸통만한 크기의 해머.

그는 그걸 마치, 타석에 선 타자처럼 움켜쥐었다.

공은 자신에게로 추락해오는 단검.

"홈런 갑니다."

그렇게 말한 크로스보우는

까아아앙──!!!

풀차징한 해머로 낙하하는 단검을 후려쳤다.

그러자 와이어에 매달린 단검은 마치 포탄처럼 상대에게 쏘아진다.

쐐애애액─!!

콰득!

"으아악!"

"휘유. 사장님. 나이스샷~."

모두가 말을 멈추고 비명만이 들려오는 상황.

혼자 리액션까지 해버리는 크로스보우는 어딜 어떻게봐도 프로 관종, 아니, 프로 방송인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까와 똑같은 얼굴로 히죽, 웃으며 와이어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날았다.

< 15화-1대1 대전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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