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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5화 (15/143)

< 16화-1대1 대전 >

"아악! 으아아악! 좀 떨어져!"

"어림도 없지. 딱 대세요."

푹! 찍! 푹! 찍!

미친 놈이다.

청 팀의 차봉. 두 번째 선수.

닉네임 '홍 쭈'는 공포에 바들바들 떨며 중얼거렸다. 저런 녀석을 상대해야한다고? 그는 쉴 새 없이 드는 불안한 생각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차봉님? 뭐하실거예요? 저 쪽 선봉 배치긴한데 다른 모드 고계급인듯요."

팀원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손가락이 선봉의 등에 매달려 등에 단검을 마구 꽂고 있는 괴헌 해머캐를 가리킨다.

-"그나저나 사람한테도 단차가 되네."

-"이 시대 최악의 선봉. 나는호랭이님."

-"누."

조금 놀라운 것을 마주한다는 듯한 팀원들의 한 마디. 홍 쭈는 질린 듯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인간들도 제정신은 아니다.

사실 다른 모드에서 고계급인 것은 홍 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려 배틀로얄의 마스터 계급. 그러나 1대1 대전 모드는 배틀로얄과는 다르게, 한번도 겪여본 적 없는 놈들로 가득했다.

마치...PC시절 게임계를 석권했던 [전설의 리그].

그 시절 그 게임의 탑 라이너들만을 모아놓은 듯 하달까.

'탑신병자'라 불리던 불결하고 땀냄새나던 인간들...서포터를 주로 플레이했던 홍 쭈로썬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들이었다.

"흐어억! 모,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찰지군요. 단차에 당하면 멀리 가지 못합니다."

"아악!"

"히, 히익!"

끔찍한 아군 선봉의 비명소리에 홍 쭈는 뭔가 들킨 것처럼 튀어올랐다. 눈을 돌려 확인하자 버티다 못해 흉하게 바닥에 추락한 팀원의 모습. 손에 들고 있던 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단차.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단어다.

게임, [괴물 헌터들]에서는 대형 몬스터들을 기절시키기 위해 등에 올라타 단검으로 마구 찍는 걸 뜻하는 말이었지.

물론 그게, 사람한테 하는 기술은 아니다.

-"응?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홍 쭈는 그 모습에서 애써 눈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이 끔찍한 인간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켜선 안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흐,흥...뭐 하지~."

-"괴헌 해머 캐면 근접AS(스피드 위주) 캐릭터 고르거나...똑같이 파랴드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아니면 상태 이상 많은 캐릭터 하시던가."

"그, 그렇군요."

왜 저런 인간과 매칭되는거지? 이제 고작 골드 계급인데? 평소 하던 게임 모드인 배틀로얄을 등진 탓일까? 그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흐음. 뭔가 이상한데."

"네? 네? 뭐, 뭐가요."

-"하층민의 냄새가...."

"하, 하층민?"

-"차봉님. 혹시 쫄으신 건 아니죠?"

하층민? 이 인간이 무슨 소릴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홍 쭈는 직감했다. 여기서 빈틈을 보이는 순간, 잡아먹힌다.

"예? 쫄다뇨. 무슨 소립니까. 허. 참."

-"음. 진정한 사나이는 고계급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떨리신다면 그까짓거 잘라버리십쇼."

"...."

이 자식. 아무렇지 않게 남의 껄 자르느니....

그러나 홍 쭈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양 말했다. 정확히는, 말하려했다.

"하하. 무슨...."

"지건 딱 대!"

"지, 지건이라기엔 그건 너무 크잖아!"

"닥치세요!"

"으, 으아아아으어어!!"

그러나 그 허세는 단말마의 비명에 묻히고 말았다. 경직에 걸려 아무것도 못하는 아군의 머리에 거대한 해머가 번쩍인다.

괴헌 해머 캐릭터의 극딜기. [3단 차징 내려찍기]의 전조 이펙트.

"...허억."

너무 무섭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어서 내가 저 사람처럼 당한다면?

똑같이 저기에 누워서 떨어지는 거대한 망치를 바라보고 있어야한다면?

올 오버를 풀 다이브로 즐기다가 뭔가를 지려버릴 때도 있다는 인터넷 썰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어째서일까.

"기, 기권!!! 청팀 차봉 기권!!"

-"차봉님?"

"몰라. 아무튼 기권이요!"

홍 쭈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동시에, 풀 차징된 적팀의 해머가 땅을 울린다.

콰드득!

쿠우우웅─!

"끄으아아아악!!"

[SYSTEM]아직 기권할 수 없습니다.

"히익!"

***

[SYSTEM]백 팀 선봉 vs 청 팀 차봉

"기, 기권! 기권! 지금은 될 거 아냐!"

"아. 왜요."

[SYSTEM]백 팀 선봉 승리!

"흑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YSTEM]백 팀 선봉 vs 청 팀 중견

"이 시대 최고의 호적수. '똥의 호흡'. 당신을 상대할 리더가 왔습니다."

"지건!"

"크어억! 크흐...사천왕 중엔 내가 최약체...어윽."

[SYSTEM]백 팀 선봉 승리!

[SYSTEM]백 팀 선봉 vs 청 팀 부장

"진정한 사나이는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 줄 아는 법. 덤벼라. '지지배'."

"더러운 탑신병자 놈이군. 죽으십시오."

[SYSTEM]백 팀 선봉 승리!

파죽의 4연승.

4번을 쉬지 않고 전투하는 와중에도, 크로스보우의 체력은 전혀 닳지 않은 상태였다.

단 한번도 피격되지 않았다는 뜻. 그야말로 압도적인 피지컬의 증명이었다.

-"백 퍼 다른 모드 네임드다...."

-"레이드 모드 네임드 중에 해머 잘 쓰는 사람은 그 여자밖에 없지 않음?"

-"망치 여자...?"

기가 질린 아군의 보이스 채팅에도 크로스보우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해머의 내구도를 살필 뿐이었다.

입가엔 상쾌하다는 양 미소가 걸려있는 모습. 그걸 확인한 팀원들이 속닥였다.

-"조, 좀 또라이같은데...."

-"쉬이잇! 님 다음 판에 저 분 적으로 만나면 어쩌려고 그럼?"

-"헙!"

'스패츠나츠 헬멧 안 쓰니까 시야가 넓다. 너무 좋아.'

평소 방송 때에는 항상 헬멧 탓에 시야가 제한됐었다. 작아보이지만 상당한 패널티.

그리고 지금, 그걸 벗어던진 크로스보우는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SYSTEM]백 팀 선봉 vs 청 팀 대장

[SYSTEM]매치 포인트.

"지금까지와 같을 거라 생각하지 마시죠. "

"묻겠습니다. 당신이 마스터인가요."

"네다씹!!"

마지막.

상대팀의 대장. 이 게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달고 있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청팀]

[마빈옥2 ~히어로즈- 쌍검 베이스 캐릭터]

vs

[백팀]

[괴물 헌터들-해머 베이스 캐릭터]

"응?"

처음 보는 캐릭터다.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마스터 계급 쯤 되니 뭐가 다르긴 다르다는 걸까.

-"저거 뭐냐. 처음 보는 게임이네."

-"마빈옥 투? 히어로즈가 영웅전이란 뜻 맞지?"

-"뭐래. 님 초딩임? 저거 역도 영웅 로즈란 기념하는 게임인데."

-"아, 그래여? 몰랐네."

-"당연히 모르죠. 방금 내가 지어낸건데."

-"뭐 임마?"

조미료같은 아군의 채팅. 크로스보우는 결국 픽 웃고 말았다. 유쾌한 사람들이다.

"이 자식들이...! 이게 망겜 아니야! PC시절에 꽤 흥했었다고!"

아마 상대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던걸까. 돌연 역정을 내는 청팀의 대장.

크로스보우는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안타까운 사람이다.

"당신도 저와 같군요?"

"뭐, 뭐요?"

"거부하지 마세요. 본인이 똥믈리에임을 받아들이세요."

"이익! 이거 똥겜 아니라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오른팔의 투척 장치에 무언가를 장전했다.

[SYSTEM]레디...5...4...3...2...1.

[SYSTEM]FIGHT!

"내면의 자신을 바라보세요. 똥겜을 사랑하는 스스로를...."

"죽엇!"

"이런. 거친 분. 제가 눈을 감도록 조금 도와드릴게요."

크로스보우는 그 말과 함께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와이어가 아니다.

파앗─!

번쩍!

"으악? 뭐야 이거!"

4판을 내리 이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무기. 투척 섬광탄.

그걸 사용한 것이었다.

"똥게임들로 가득한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형제님."

"이, 이게...!"

우우우웅──.

다시 한 번 해머 풀차징의 전조.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진 않지만...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땐 있답니다."

콰득!!

콰아아앙!!

"아아악!"

"아이코. 한 방에는 안보내지네요."

콰아앙!!

콰아앙!!

"아이 참. 곱게 가시지."

"으아아악!"

콰아아아앙!!!

"아. 드디어 가셨네."

휴우. 크로스보우는 상쾌하게 땀을 닦았다. 물론 땀이 나진 않았지만 그런 모션을 취했다. 입을 벌리고 그를 보고 있는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로 고되지만 보람찬 일을 마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망치를 등 뒤에 걸면서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해지는 듯한 이 기분. 스트레스가 사르르 풀리는 이 마음.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SYSTEM]백 팀 승리!

[SYSTEM]백 팀 선봉 올킬 성공!

[승리하셨습니다.]

-"미 ,미친놈이다."

-"아싸. 승격전 꽁승! 감사합니다 선봉님!"

-"근데 굳이 뚝배기만 터뜨려야 했는지...?"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고 히죽 웃어보였다. 처음과 같은 얼굴이다.

-"허억! 죄, 죄송요."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시간을 확인하니 슬슬 방송 준비를 시작해야할 때다. 씻기도 해야하니 조금 이르지만 딱 기분 좋을 때 끝내도록 할까.

그는 승리 보상을 대충 확인하고 풀다이브를 종료했다.

그 날 오후.

모 게임 커뮤니티에 [1대1대전에 미친놈 나타났다. 선봉이 대장까지 올 킬]이라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러나 불을 불로 끄는 것처럼, 화제 역시 화제로 덮힌다는걸까.

평상시같으면 꽤나 화제가 되었을 이야기에도 불구, 그 글은 조용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 때까지도 방송인 크로스보우의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달궈진 탓이었다.

물론 1대1대전의 진짜 고인물들은 수치화된 대전기록을 확인하고는 그 글의 주인공이 진짜배기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래봤자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한 일.

그렇게 아주 작은 소문만을 남긴 [똥의호흡]이라는 사람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갔다. 아주아주 가끔, 오전 시간에 나타나 항상 올킬을 한다는 괴담만이 1대1대전 게시판에서 떠돌았을 뿐.

그러나 그 글의 최초 작성자는 이렇게 자신의 게시물이 묻히는 것을 원치 않았던 탓일까.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스트리머한테 직접 보내 반응을 보면 될 일이라는 듯, 글의 작성자는 당시 녹화했던 영상과 스샷을 정리해서, 모 개인 방송인에게 보냈다.

"망치망치! 망치여자!! 망치망치이이!! 다 죽어!"

['이거누나죠?'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영상클립]

"뭐야. 레이드 중에 도네하지 말랬죠? 이게 뭔데."

트리키 뷰의 짬먹는타임.

짬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여성 스트리머에게 크로스보우, [똥의호흡]이 닿은 순간이었다.

-뭐야ㅋㅋㅋㅋ

-합리적의심 ㅇㅈ한다 이 정도면

-누나 1대1대전 가서 뉴비들 패고 다녔어?

"이거 나 아닌데? 뭐야."

< 16화-1대1 대전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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