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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7화 (17/143)

< 18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아이튜브, 트리키 뷰 시청자 여러분."

서둘러 돌아간 크로스보우는 방송을 켰다. 신예지가 시체마냥 침대에 엎어져 잠든 걸 확인한 후였다.

-크하

-석하

-공지뜬거봄?

-우리 크보도 물론 나가겠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밀려 들어오는 시청자들. 평소에는 인사로 가득 찼을 채팅창이, 오늘 따라 한 가지 질문이 유독 눈에 띄었다.

[총 시청자 수: 10,780명]

'많이 늘었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크로스보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청자 수이니만큼,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속도. 채팅 참여율도 높은 탓에 채팅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슬슬 진짜 매니저를 둬야하나....'

크로스보우는 잠시 상념에 빠졌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괜찮다. 예지가 많이 노력해주고 있기도 했고.

"올오버 네이션스 컵 말이죠? 물론 봤습니다."

방송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네이션스 컵이었으니까.

"당연히 출전할거구요. 개인방송인으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구 줸자앙

-이 남자...국대에선 어떨까?

-ㅋㅑ 크보가 일본놈들 뚝배기 박살내는 상상하니까 개통쾌하누;

이전 같았으면 뇌내망상 자제하라는 채팅이 올라왔을 말들. 그러나 이번엔 시청자들의 말이 옳다.

특이하게도 이번 올오버 네이션스 컵은 세 가지 분류로 출전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뜬 것.

그 세 가지 분류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프로게이머'.

이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유저 수가 몇 억에 달한다고 알려진 대흥행게임이니, 프로구단이 설립된 건 꽤 오래된 사실이었다.

그 다음은 '일반인'.

일반인 중에서 올오버를 자주 즐기고, 실력이 출중한 사람을 선별해 네이션스 컵의 선수로 삼는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실력파 게이머들이 존재하는 흥행게임이기에, 이번에 생겨난 일반인 부문은 프로게이머로의 등용문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 평가받는게 중론.

그리고 마지막이 조금 특별했는데, 바로 크로스보우가 언급한 '개인방송인' 부문이었다.

아마 개인 방송인에게도 프로선수 못지 않은 팬덤이 형성되는 일이 많으니 결정된 사항일 터다. 어찌되었든, 올오버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흥행되면 좋은 일이니까. 이미 독점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흥행하긴 했지만...판을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거겠지.

물론 선수로 출전하는 일이 썩 쉽지는 않다. 우선 지원 자격에 랭크 계급 제한이 상당히 높았고, 선발전에서도 일정 순위 이상을 기록해야했다.

-랭크 제한 두 종목 이상 그랜드마스터인거 알제?

-크보 지금 어디임?

-배틀로얄만 다이아 상위일껄? 다른 건 아예 한 판도 안한 걸로 앎

"저도 봤습니다. 오늘 아마 방송 키는 스트리머 비제이 할 거 없이 전부 출전하려고 할거예요."

-그건 맞찌

-보는 중인데 ㄹㅇㅍㅌ ㅋㅋㅋ

-근데 출전 지원서 작성이 3일밖에 안남았는데 가능?

-엥? 3일? 그거 완전 창렬 아니냐?

"네. 그것도 확인했습니다."

-일반인이랑 프로 부문은 기한 넉넉한데 개인방송인 부문만 짧음ㅋㅋ

-시청자 개뿔 없는 애들도 개인방송인 부문으로 지원할까봐 그런거아님?ㅋㅋㅋㅋ

-하꼬쉑들; 우리 크보님을 위해 길을 비켜라!

-ㅋㅋㅋ크보맘 오지랖 발싸~~

"걱정 마세요."

크보는 묵묵히 캡슐을 닫았다.

그랜드마스터. 최고의 계급인 '오버로드' 바로 아래에 존재하는 고계급.

보통이라면 한 개의 종목에서도 3일만에 찍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실 3일도 너무 길어요. 이틀이면 충분한데."

-???

-ㄷㄷ; '그 발언'

-오늘도 크보 명언집에 문구 추가?

-허세킹 김크보

크로스보우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태연하게 대꾸했다.

"야이씨. 그래서 안볼거야?"

-ㅋㅋㅋㅋㅋㅋ

-그 밈ㅋㅋ

-보겠읍니다;

-아앗...보아져버렷!

-ㅋㅋㅋ크보놈 아무렇지 않게 드립치는거 넘 귀엽넿ㅎ

-덜렁덜렁

그 날.

배틀로얄 계급전에 경보가 떨어졌다.

똥으로 맞기 싫으면 게임 돌리지 말라는 수많은 괴담과 함께.

***

일전, 크로스보우가 균열방어전의 광안대교맵을 플레이했던 때에 같은 팀이었던 세나.

유저 네임. '반반무'. 크로스보우의 방송으로 예상 외의 예쁜 목소리가 송출되어서, 잠깐동안 시청자들이 그 정체를 궁금해했던 그녀.

윤유지는 방송을 보며 이를 갈았다.

"씨이...."

이제 갓 스무살.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아직까지 고등학생인 그녀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바로 크로스보우 방송의 시청자들 탓이었다.

['저기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혹시균방전다시하실생각없나요균방전좀해주세요게임같이하고싶어요저고3인데그때그세나

-장문충 쳐내!

-아니 띄어쓰기 좀 해라 전자녀(후원메세지를 읽어주는 AI) 숨가빠뒤지겠네 쉬벌

-야 채팅창 혼자 쓰냐?

-쟤 벤하면 만원

-뭐라는거야? 뒤질래?

-벤 하자 걍

-일기는 니 일기장에 써라

['아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그게아니라균방전때세나인데요

-어그로 벤

-말투 딱 봐도 초딩인데 그 때 걘 최소 고딩 아니었음?

-ㄹㅇㅋㅋ벤좀해라 크보야

-어그로 역겹쥬? 천원으로 어그로 끌려는 그지*끼쥬?

고3 지갑사정에 없는 돈 들여서 후원했더니 돌아온 반응이 너무 격했던 것이었다.

"2천원이면 피그닉이 몇 갠데...."

그녀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같은 학교였으면 말도 못 붙여봤을 자식들이 말이야.

"그리구 세나 누구냐며...."

사람들이 균열방어전 당시의 세나를 궁금해하는 걸로 알았는데...아니었나보다.

물론 아니라는 건 그녀의 착각일 뿐 사람들이 그 때의 세나 정체를 궁금해하는 건 사실이었다. 단지 후원메세지가 너무 길어 중간에 짤려버린 것.

그 사실에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책상에 엎드렸다. 처음 겪는 부정적인 말들에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나쁜 새끼들...올갤인가 올챙인가에서도 그러더니."

올 오버 갤러리.

인터넷에서도 상당히 자유분방한 문화를 이루고 있는 사이트. '존댓말 금지'라는 특이한 규칙을 갖고 있는 곳.

그걸 알 리가 없는 윤유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똑같이 글들을 올렸던 것이다.

처음에 그녀가 올린 글은 존댓말로 된 글이었다.

[안녕하세요 올오버 갤러리 처음 온 고3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 당황한 듯한 글.

[올갤 분들은 거친 언어 생활을 하고 계시네요]

[올갤은 이 정도가 보통인가요?]

조금 적응이 된걸까.

[하하 어그로가 뭔지 알았어요]

[근데 친구가 올오버 갤러리는 가지 말라네요]

[더 이상한 갤러리도 있어요?]

그 다음은 욕을 먹고 조금씩 화가 났던 게 분명했다.

[아니 왜 아까부터 다들 욕을 하실까요?]

[욕만 하지말고 뭘해야할지 좀 알려주세요 ㅠㅠ]

클라이막스.

[아 진짜]

[세상에 이런 *신 새1끼들이 있다니]

거기에 달린 댓글들은 커뮤니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큰 타격을 받지 못할 말들이었으나, 그녀에겐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즐기는 시대지만 그것과 커뮤니티질과는 별개. 그런만큼 윤유지에겐, 처음 겪어보는 욕설들로 가득한 이상한 댓글들 투성이였던 것.

그렇게 그녀는 그 사이트를 탈퇴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은 하루만에 퍼져 각종 커뮤니티에 [하루만에 올갤 적응]따위의 제목으로 박제되어 놀림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 후로 커뮤니티는 거들떠도 안보게 된 그녀가 알 길은 없었지만.

그저 크로스보우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안타까울 뿐.

"휴."

그녀는 한숨을 내뱉었다. 크로스보우라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자신을 균방전의 악몽에서 구해줘서 고맙다고, 그 때 무례했다면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추가로 너무 멋있었다고도 전해야했다. 기분이 괜찮아보이면 혹시 친구추가가 가능한지도....

"휴우우...."

그러고보면 친추 보냈는데 거절당했지.

그녀는 더 큰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댔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녀에게 거절은 익숙치 않았다.

"어? 잠깐만."

드르륵!

그러다 문득, 뭔가를 떠올린 걸까.

윤유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은 시간의 독서실. 갑작스런 소음에 방해받은 다른 학생이 고개를 들었지만, 소음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조용히 다시 고개를 묻었다.

'저 날라리 또 왜 저래....'

눈 마주치지 말자. 그 학생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하며 생각했다.

"직접 만나러 가면 되잖아!"

물론 찐따(?)의 시선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는 그렇게 소리쳤다.

그녀는 몰랐지만, 그녀가 떠올린 것의 다른 이름은 바로 저격 행위.

"배틀로얄 다이아?"

3일이면 찍겠지. 게임에 썩 괜찮은 재능을 갖고 있는 그녀에겐 조금 힘들지만 좀 고생하면 올라갈 수 있는 계급이었다.

유지는 자연스레 내일 학교에서 도망갈 생각을 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만나서 뭐라고 한담? 히히."

'히익!'

움츠러들어 고개를 푹 숙이는 학생을 배경삼아, 그녀는 팔짱을 끼며 웃었다. 크로스보우가 저격을 극도로 혐오한다는 걸 모르기에 나오는 순수한 기쁨이었다.

올오버 갤러리와 크로스보우 방송의 시청자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악성저격러 꿈나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으음."

그 시각.

한창 계급을 올리기위해 배틀로얄 랭크 게임을 돌리고 있던 크로스보우는 영문 모를 오한에 몸을 떨었다.

'뭐지....'

-갑자기 왜 떰

-과몰입해서 감기걸렸누?

-누가 님 뒷담하는거임

"진짜 그런가. 으음...."

요새 1대1대전 모드에서 상대편들 뚝배기 깨고 다녀서 그런가? 그는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총을 마구 갈겼다.

"프리즈! 엪비아이!"

사람이 가장 많은 핫한 곳. 빠르게 계급을 올리려면 많은 킬 수가 필수다. 그렇기에 찾아온 캠프였다.

"아아아악!"

"똥쟁이다!"

좁은 방 안에 연막탄이니 섬광탄이니 수류탄을 모두 던져넣은 크로스보우는 찾아왔던 오한을 잊고 통쾌하게 외쳤다.

"똥장이로 해주시죠! 저는 이게 직업이니까!"

"아니, 으악! 나 왜 죽어!"

"죽을만하니까요!"

드르르르륵!!

-뭔 다이아애들이 저렇게 쉽게 죽냐?

-방금 진입하면서 스킬 피한 거만 3개임ㅋㅋ

-저기 마이는 왜 죽음? 명상 쓰면 탄창 다 박혀도 안 죽는 캐릭턴데

-ㄹㅇㅋㅋ 왜 죽는지 모르겠지만 죽어있음

"눈깔 사탕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뜬금없는 한마디.

그 말에 상황을 짐작한 시청자들은 말을 잊었다. 총알로 눈을 정확히 맞췄다는 뜻.

-ㅋㅋㅋㅋ지가 방 안에 연막펴놓고 눈깔이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고 맞추냐고 아ㅋㅋㅋ

-뭔 전지적 총알 시점임?

-버근가?

-몇 방 맞고 죽은 건 팩트라 할 말이 없네.

-진짜 그마가겠누

-ㄴㄴ그마승격전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절대 불가능

"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누가 허접한지는...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아ㅋㅋ그런 드립 좀 치지말라고

-ㅋㅋㅋㄹㅇㅋㅋ

크로스보우는 웃었다. 이미 1대1대전 모드나 윤유지의 친구 요청에 관한 건 까맣게 잊은 채였다.

< 18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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