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9화 (19/143)

< 20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인간의 두려움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기초한다.

미지의 공포.

그랬기에 태초부터 인간은 어둠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했다. 알 수 없는 자연현상을 신의 소행이라 여겼으며, 질병을 귀신의 탓이라 여겼다.

그러니 인류는 과학을 발전시켰다. 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편의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수천년의 시간을 쌓아올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마침내 그 첨단이 가상현실이란 이름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이르렀다. 그 옛날 인간이 두려워하던 신. 거기에 닿은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에게 미지의 존재란 대부분 사라져서, 현세의 인류에겐 공포라는 감정은 그저 유흥을 위한 수단일 따름이었다.

인류는 공포를 잊었다.

"으아아아아악──!!!!"

라고. 배틀로얄의 마스터 계급, '홍 쭈'는 어딘가의 에세이에서 봤던 내용을 전력으로 부정했다.

"또, 또...!!"

그는 바로 얼마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한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눈 앞에 있는 건 괴물이었다. 저런 캐릭터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홍 쭈는 덜덜 떨며 뒤로 기어갔다. 왜 자꾸 이런 인간을 만나는거야.

마스터 계급. 수많은 유저들 중에서도 정말로 특출난 자질을 갖고 있는 자들만이 올라올 수 있다는 곳.

...정말 그럴까?

홍 쭈는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1대1대전에서 당했던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미친 놈들이 너무 많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달라...그건 힘들 거 같은데."

표정을 알 수 없는 새카만 헬멧. 똑같이 새까만 복장. 투박한 형태의 갑옷을 닮은 조끼. 그리고 손에는 후라이팬.

분명 우스꽝스러워야 할 그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더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새까맣고 거친 질감이, 마치 그것을 거대한 무언가로 느껴지게한다.

"기, 기권! 항복!"

[SYSTEM]항복할 수 없습니다.

"히, 히이이이....! 아, 악마!!!"

"악마?"

-ㅋㅋㅋㅋㅋ똥믈리에 졸지에 악마행

-팩트)죽을 힘을 다해 겨우겨우 죽이는 중ㅋㅋ

그 말에, 조금 드러나 있던 크로스보우의 아랫입이 유려한 호선을 만들었다.

"듣기 좋네요."

"...어, 어...?"

까앙─!!

"혹시 그 때 그...으억!!"

[SYSTEM]당신의 프라이팬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홍 쭈(라스트아카)를 살해하셨습니다(2킬)

-악마...똥으로 죽이는 악마...

-아니 와 근데 와 아니ㅋㅋ뭐임?

-그저...갓...

-불가해 난이도 클리어되면 역대 세번째네ㄷ;

-근데 아직은 설레발임

-아니 대체 어케 잡는거임? 왜 크보는 스킬을 안맞음??

-저 정돈 나도 하는데...걍 타이밍 예측해서 한 끗 차이로 피하는건데 별 거 아님

-그님계? 그래서 님 계급이?

-(브론즈)저 정돈 나도 한다니까;;;

-ㅋㅋㅋㅋㅋ

"으응?"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던거지? 저격은 아닌거 같던데.

아무튼, 그는 대수롭지 않게 프라이팬을 회수하고는 말했다.

"할 만 한데요?"

물론 처음 죽인 '비질'은 학창 시절에 많이 해보고 공략글도 몇 번 써봤던 게임 출신의 캐릭터기에 쉬웠지만, 이번엔 전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어렵지 않게 이겼다.

-명언 또 나왔다ㅋㅋ

-킹만한데요?

'전부터 느낀 점이지만...역시 게임 자체의 민감도가 높아. 오차가 거의 없다. 게다가 스킬들 전조현상도 선명하고.'

다른 말로는 싱크로율. 크로스보우는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그 수치가 월등히 높은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라면

게임 역사상 단 세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불가해 난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때였다.

피융─!

문득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소름에 고개를 훽 젓히자마자 박히는 총알.

"...오호라."

그는 그 총탄의 모양을 확인하며 감탄을 흘렸다. 방금 저격.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 정확히 머리를 노렸다.

-미친;; 어케 피했누 야발려나

-솔직히 말해 전직 해커라서 핵 쓰는거지?

-정보)풀 다이브 가상현실에 핵 쓰려다가 여럿 뒤졌다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되는데요?"

총알의 형태를 보건데 아까 대기실에서 보았던 시계워치의 '아쉬드'다. 밤이라는 이름의 기계 집사를 소환할 수 있는 캐릭터.

그렇다면, 제 2격.

온다.

까앙─!!

크로스보우는 몸을 빙글 돌리며 프라이팬으로 총탄을 정확하게 방어했다. 그리고 뛰듯이 구르며 맵에 있는 건물로 엄폐했다.

"...저건 프라이팬으론 못 잡겠는데."

준수한 접근 차단용 스킬이 존재하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내버려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 그는 등에 메둔 저격소총을 꺼냈다.

조준경을 통해 상대를 바라보자, 이 쪽을 향해 폭탄을 집어던지는 모습이 확대되어 보였다.

찰칵─!

그 순간 어김없이 소음기를 통해 울려퍼지는 격발음.

펑!!

상대가 던지는 폭탄을 맞춰 터뜨려버린 것이다.

철컥. 팅. 데구르르....

그리고 그 묘기에 시청자들이 감탄할 새도 없이 두 발 째.

찰칵─!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은 계급이라는걸까. 이동기를 사용하며 아슬아슬하게 머리에 피격당하는 걸 피해내는 모습.

"어깨에 한 발."

그렇다면 이 쪽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크로스보우는 더원그에서는 고인물 장전이라고 불리는, 본인이 퍼뜨린 기술을 선보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정말 별 것 아니기에 잡기술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는 유용한 기술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며 검지로 장전 손잡이를 후퇴 전진시키는 테크닉.

철컥. 팅.

그로 인해 정확도는 어긋나지만 더 빠른 속도의 연속 저격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탄피가 빠지는 소리. 그 청아한 울림에 크로스보우는 확신했다.

"잡았다."

찰칵──!!

[SYSTEM]당신의 M24로 인해 TK_Counter(시계워치)가 사망하였습니다(3킬)

-어?

-티케이 카운터?

-헐!!

-뭐야 카운터선수??

-찐 같은데?

"카운터 선수...프로게이머인가요?"

-ㅇㅇ탑 팀 A급 프로게이머임

-저 쪽도 방송할텐데

-이젠 프로까지 잡네...피지컬 인증 지렸다

-이 방에서 오줌지린내 나요

"어쩐지 보통은 못 피하는 타이밍인데 피한다싶더니 프로였구나."

-???: 잡았다

-얜 매 킬이 클립각이네

-크보갓한테 얜? 존대말써라 뒤지기 싫으면

-과몰입ㅋㅋㅋ

"주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거 같고 안전구역...에는 천천히 들어가는 플레이로 하겠습니다. 그래야 후라이팬에 좀 더 쉽게 죽을거 같아요."

-이걸 생방으로 보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진짜 존나멋있네

-크보 발가락 빨기vs크보랑 딥키스하기

['크보쨩햝쨕'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둘 다 가능? 제발

"...하하."

낯익은 닉네임을 못 본 채 하며 크로스보우는 건물 속에 몸을 숨겼다.

***

"...뭐야?"

TK의 프로게이머, 카운터는 멍하니 다시보기를 켰다. 방금 전 죽음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은 탓이었다.

"그 거리에서 정확하게 다 맞춘다고? 아니. 애초에 어떻게 피한거야?"

-석궁갓ㄷㄷ해

-요즘 떡상 중인 그 스트리머?

-아 우최똥?

-그게 뭐임

-우주 최고 똥믈리에

-ㅋㅋㅋㅋ

"아."

채팅을 보자 기억났다. 분명, 더 원 그라운드라는 게임 출신. 뭔가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는 들었는데 별로 관심이 가진 않았다.

"...양학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올 오버에서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뜨고 졌는가. 셀 수 조차 없다. 크로스보우라는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와. 뭐야."

다시보기를 보던 카운터는 감탄사를 흘렸다. 초반부터 킬 내는 모습이 꼭 서커스를 보는 것만 같았기 때문.

"...저거 더원그 맞죠?"

-ㅇㅇ맞음

-ㅋㅋㅋㅋ탑 팀 프로게이머도 놀라누?

-ㅋㅋㅋ운동 좀 한 내가 프라이팬으로 이세계 최강 검사를 이겨버린다? 뿌슝빠슝

-판타지 소설 주인공이 여기있네ㅋㅋㅋㅋ

"...미친."

마침내 크로스보우가 고개를 까닥거리는 걸로 총탄을 피해내는 장면에 이르자 카운터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나랑 반응이 똑같넼ㅋㅋㅋ

-근데 저건 솔직히 뽀록 아님?

-뽀록임. 아무튼 뽀록임

-시야도 없는 곳에서 쐈는데 반응으로 피했을 리가 없지.

"노릴 곳을 정확히 예측하네...?"

그 다음 순간. 크로스보우가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막아내는 장면을 확인하자 카운터는 의자에 몸을 푹 묻었다.

재능의 차이를 느꼈다. 낯설지 않은 감정이다.

"...꼭 블래드형 보는 거 같네요."

-헐 그 정도임?

-카운터피셜)크로스보우는 블래드와 비견될 수준이다?

-그래도 블래드는 넘사지; 어딜 아마추어를 갖다 비빔ㅋㅋ

-그래봤자 똥캐 밖에 못 쓰는 것 같던데

-ㅇㅇ균방전 어쩌구하던데 그것도 보니까 걍 새로운 공략법 제시로 깬거드만

"...똥 캐릭이니 뭐니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저런 캐릭터도 저렇게 다루는데 대세 캐릭터 하면 어떻겠어요. 잘 보세요. 저 장면에서 캐릭터 특성을 살려서 뭔갈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카운터는 말을 이었다.

"그냥 순수 피지컬이란 말이에요. 뛰는 속도도 현실 속 일반인하고 아무런 차이도 없는 스펙의 캐릭터 갖고 저렇게 하는 건 블래드 형도 못해요."

올 오버 역사상 최고의 프로게이머. 블래드.

시청자들은 위험할 수 있는 그 발언에 채팅으로 아우성을 쳤지만, 카운터의 시선은 오직 크로스보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감지가 ESP 수준...진짜 블래드 형 같네.'

퇴물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더 원 그라운드.

크로스보우라는 사람이 그 게임에선 핵쟁이들마저 제치고 부동의 랭킹 1위를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한데, 그래봤자라고 생각했다.

같은 팀 동료로 항상 말도 안되는 실력을 보여주는 블래드가 있었으니까. 누가 오든 블래드 이하라 생각했다.

"...네이션스 컵에서 볼 거 같네요. 저 분."

그리고 카운터는 어쩌면 그 생각을 바꿔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방송하시는 분이랬죠? 어디 플랫폼이에요? 트리키 뷰?"

-ㅋㅋㅋㅋ도방on

-아마추어한테 죽고 도방? 퇴물됐네 카운터

-억까충 어서오고

-헐ㅠㅠ카운터님 크보님 둘 다 내 최애ㅠㅠ

-간신배on

그리고 카운터는 민감할 수 있는 채팅에도 기분 나쁜 기색 하나 없이 검색창에 '크로스보우'라 입력했다.

"보고 배워야겠다. 아. 블래드 형이랑 레스 형도 부를까요?"

그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정혁이 형─! 형들 다 와봐!"

< 20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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