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20화 (20/143)

< 21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그 시각 어느새 후반까지 진행된 승격전.

[남은 인원: 10명]

"허억...허억...."

크로스보우는 숨을 헐떡였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이었다.

"...젠장."

그는 팔뚝에 주사를 놓으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총 킬 수 14킬.

그 중 근접무기로 한 킬 수가 7킬.

1킬을 더 프라이팬으로만 만들어낸 뒤, 거기에 추가로 쟁쟁한 고계급의 실력자들을 제치고 1위까지 해야한다.

"괜히 불가해가 아니네."

게임 후반이다. 파밍 류의 캐릭터는 모두 거의 한계까지 업그레이드된 시점이며, 교전으로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캐릭터들 역시 궁극기를 갖고 있을 타이밍.

이제는 근접무기로 한 명을 이기는 것마저 힘들텐데, 그 와중에 안전구역마저 저 멀리로 튀어버렸다.

-여기까진가...

-여기까지만 해도 레전드다 진짜...

-크보 진짜 남자가 봐도 반하겠네

-오빠ㅠㅠㅠ진짜 목소리랑 총쏠때 섹시한 거ㅠㅠ어떡해...ㅠㅠ

-덜렁이OUT!

-이거 지금 TK 프로게이머들이 다 같이 옹기종기 보는 중ㅋㅋ

-TK만 아니라 다른 프로 팀이나 올오버 하는 사람들은 죄다 보고 있을듯

-불가해 난이도가 이런 거구나....

힐끗 확인한 채팅창이 요란스레 올라가고 있었다.

'올 오버 유저는 전부 보고 있을거라고?'

[현재 시청자 수: 107,834명]

뭐야.

그 숫자에 크로스보우는 헙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10만명?'

처음 찍어보는 숫자다. 그리고 지금껏 거의 찍힌 적 없는 숫자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방송인으로는 불가해 난이도가 처음이랬지....'

그 순간. 크로스보우는 본인이 천생 스트리머임을 깊이 느꼈다. 시청자 수가 늘어난 걸 확인하고, 근 백 개에 가까운 후원메시지가 쌓여있는 걸 본 순간 다시금 힘이 차올랐던 탓이다.

'...이러면 못 그만두겠는데.'

즐겁다.

미션금, 네이션스 컵, 그랜드마스터.

그 모든 것을 떠나서 크보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깊이 미소짓고 있음을 느꼈다.

연막탄을 뿌리며 새삼스레 깨닫는다. 되든 안되든, 자신은 결국 스트리머를 하게 될 운명이라고.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행보 하나하나에 같이 긴장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크로스보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갑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

8명의 위치파악은 끝났다. 마지막 한 명 위치가 변수지만, 그 정도야 피지컬로 밀 수 있다.

드르르륵─!!

"흐억?!"

[SYSTEM]당신의 Vector를 사용한 헤드샷으로...를 살해하였습니다.(15킬)

"하나...둘...셋...!"

콰아아앙──!!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인해...가 사망하였습니다.(16킬)

순식간에 이루어진 2킬.

그리고 그 때 반대편에서 서로 싸우는 유저들.

어느새 5명까지 사람 수가 줄어들었다.

'아직도 하나 위치를 모르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쐐애애액──!!

캉!!

"...!"

어디선가 검이 날아왔다.

당연한 듯이 반응해 프라이팬으로 막아낸 크로스보우.

그 찰나 그의 시간이 한없이 느려진다.

'...[마지막 환상]의 선택받은 왕 락티스.'

부지불식간에 상대편의 정체를 파악해냈다. 그렇다는 건 날아온 검은 상대편이 단거리 순간이동을 사용키위한 매개체. 근거리 킬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는 상대편이 순간 이동해올 장소를 정확히 예측해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다만 문제는.

퍼엉─!

"아악!!"

[SYSTEM]날으는닭둘기(시계워치)님의 로켓런처로 인해 겟또다제(마지막 환상)님이 사망하였습니다.

순간이동을 해오려던 상대가 그만 사망해버리고 말았던 것.

"어...?"

파랴드라고?

그 순간 모든 걸 유추해낸 크로스보우는 사색이 되었다.

그도 그럴만했다. 위치파악이 되지 않던 한 명이 바로 저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캐릭터, 파랴드였기 때문이다.

"잊고 있었다...분명 비행기 타기 전에 봤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절대로 저지르지 않았을 실수다. 17시간 연속 방송 때문일까. 쌓이고 쌓인 피로감이 치명적인 계산미스를 낳았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사실, 파랴드 캐릭터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지겹도록 만난 대세캐릭터지만 그에게 있어선 그저 조금 날랜 표적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올 뿐, 위협적이지 않았다.

일전에 1대1 대전에서는 거대해머를 들고도 잡아낸 적이 있을 정도.

문제는 파랴드와 크로스보우를 제외한 남은 인원 모두가 근접 캐릭터라는데에 있었다.

지금 이대로 파랴드가 근접캐릭터를 모두 잡아버리는 순간, 크로스보우가 근접무기 킬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될까?"

해야한다.

그 순간 그는 엄폐를 포기하고 전방으로 나섰다. 파랴드가 더 이상 킬하기 전에, 누군가를 때려죽여야한다.

그러나.

퍼어엉─!!

[SYSTEM]날으는닭둘기(시계워치)님의 로켓런처로 인해 태도태사자(괴물 헌터들)님이 사망하였습니다.

"꺄아악!"

[SYSTEM]날으는닭둘기(시계워치)님의 로켓런처로 인해 암흑기사(별들의 전쟁)님이 사망하였습니다.

"나, 나는...밤의 뒤를 쫓는다...."

[남은 인원: 2명]

-헐

-헐

-망했다...

-이걸 어떻게 해...

-아 딱 한 명....ㅠㅠㅠ

-끝이네...

필요로 하는 근접 무기 킬 수 8킬.

현재까지 근접 무기 킬 수 7킬.

남은 적은 1명.

그 한 명이, 날아다니는 캐릭터다.

"...궁극기는 무조건 있겠군."

크로스보우는 직감했다. 애초에 게임 내내 킬로그를 주의 깊게 지켜봤는데, 파랴드의 킬이 뜨는 것은 방금 전부터가 처음이었다.

궁극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파랴드의 궁극기는, 초당 30발의 소형로켓을 3초간 쏟아붓는 스킬.

'포화 개시'라는 이름의 기술이었다.

승격 임무 탓에 근접 무기밖에 사용할 수 없는 크로스보우와는 최악의 상성.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스읍. 후.

[SYSTEM]안전 구역이 줄어듭니다!

스읍. 후.

상대방은 승리를 직감했는지, 이 쪽으로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을 확인하면서, 시야를 위해 열어두었던 스패츠나츠 헬멧의 바이저를 닫았다.

캉─!

그리곤, 총을 모두 바닥에 버린다.

"...지금부터 영상 클립, 꼭 따 놓으세요."

오연하게 평지에 나선 크로스보우. 10만명의 시청자들이 그 등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상대편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파앙─!!

궁극기를 사용하기 위해 충격탄으로 급격히 날아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포화, 개시!!!"

다시 한 번 크로스보우의 세상이 느려진다.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이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두근.

'전부 쳐내면 돼.'

두근.

심장소리가 느릿하게 들려왔다.

두근

'그냥, 리듬게임이라고 생각해.'

두근.

'할 수 있다.'

새카만 헬멧 속 그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여 포탄을 확인한다.

시간이 다시 가속한다.

"흡!"

카가가가강──!!!

1초.

2초.

그리고 3초.

걸레짝이 된 방어구. 하지만 죽지 않았다.

"이런 미, 미친 시발! 겐조야?! 아차. 연료가...!!"

땅으로 떨어졌구나. 파랴드.

조금 드러난 크로스보우의 아래턱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머리를, 노렸어야지."

까앙.

까아아앙─!

[SYSTEM]당신의 프라이팬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날으는닭둘기(시계워치)님을 살해하셨습니다(17킬)

[우승!]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승격 임무 달성!!]

그 순간 오직 의성어만이 채팅창을 일그러뜨리며 올라왔다.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21화-그랜드 마스터 승격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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