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22화 (22/143)

< 23화-크로스보우 증후군 >

다음 날.

전날의 방송 여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느덧 사태는 '크로스보우 증후군' 이라는 이름으로까지 불리고 있었다.

크로스보우가 '불가해 난이도 승격 임무'를 방송한 날은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

즉, 평일 밤이었던 탓.

[어제 크보쉑 방송 보고서 여운 때문에 한숨도 못잤다...직붕이 피곤해 죽을거같다...]

└나도...

└학식충 크보 덕에 본의 아니게 자체 휴강했는데...휴강났다네? 교수님 혹시...크빡...악! 아닙니다. 주워담겠습니다.

└울 엄빠도 크보 방송 보시던데ㅋㅋ올 오버라서 가능한 일ㄹㅇ

[급식충 학교 갔는데 죄다 크보 보는중ㅋㅋㅋ]

[이미지]

-ㅋㅋㅋ공학인데 죄다 보는 중ㅋㅋ담임도 눈 퀭해져서 옴ㅋㅋ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리도 밝습니다^^

[크보 중독으로 마누라한테 머리 얻어맞았다]

-아침 안 먹는다고 등짝 맞았는데 머리를 노렸어야지...했다가 정수리 세 대 맞았다

└ㅋㅋㅋ이혼을 노렸어야지...

└하지마?

평범한 커뮤니티도 크로스보우 이야기로 도배된 상황. 게임 커뮤니티는 한술 더 떠서 온갖 토론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스트리머 비제이 할 거 없이 죄다 불가해 난이도 도전해보는중ㅋㅋㅋ]

-물론 죄다 털리는 중

└???: 되는데요?

[후방주의.gif]

(아쉬드의 저격을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피해내는 크로스보우 짤방)

└ㅋㅋㅋ낚였네 씹ㅋㅋ

└ㄹㅇ후방주의였던거임...엌ㅋㅋㅋ

[??? : 빨아야겠지?]

(허리를 내민 모습이 캡쳐된 크로스보우 짤방)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현 시각 크로스보우 일본반응]

-어쩌라는거지 관심없다

-그래도 다이고(일본의 인기 프로게이머)가 최고야(´ω`)

└일본놈들 다 뒤졌다ㅋㅋ크보가 간다

└게 섯거라 다이고 괴물루키 크로스보우가 간다!

└어제 방송에서 블래드도 인정했는데 다이고는 개떡바를듯

본방에서 말도 안되는 피지컬에 속된 말로 지려버리고 만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이 퍼뜨리는 크로스보우에 대한 수많은 글들.

선순환이다.

게임 올 오버는 다음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미 게임을 넘어서 모든 연령이 즐기는 여가활동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 게이머가 또 한국했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수준일 뿐이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네."

"그, 그러게? 오빠 완전 공인인데?"

물론, 단순히 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크로스보우 입장에선 조금 얼떨떨한 일이었다. 올 오버가 그렇게 파급력이 컸나?

"그래서 이제 어떡하려구? 일단 네이션스 컵 참가신청서도 제출했고 방송도 그간 달려온만큼 좀 쉬어도 되지 않아?"

"그렇긴 하지."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방송은 계속 해야 돼. 원래 출전 자격은 그랜드마스터 이상 두 종목 달성이잖아."

"어? 그래도 참가권 받았는데?"

"그건 일종에 부전승 같은거야. 참가권으로 참가했다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보나마나 뒤에서 얘기나온다."

"...그래?"

흐응─하는 콧소리를 내는 예지. 그러더니 상체를 슥 숙였다.

"하루만 놀자. 어제 고생했는데."

"가슴 다 보인다 가시나야. 방송 말고도 할 거 많아. 메일함 터지겠던데."

"또? 이번엔 뭔데?"

"뭐...이것저것."

MCN회사. 그러니까 매니지먼트의 컨텍. 혹은 팬들의 메일. 광고 제의나 다 스트리머의 섭외 요청까지.

인터뷰 요청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어제, 결국 눈을 피하며 연락주겠다고 도망갔던 송다혜를 떠올리며 돈까스를 입에 넣었다. 배달치곤 썩 괜찮은 맛이네.

"오빠. 음. 이제 정말 매니저가 필요할 거 같은데."

"뭐, 그럴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크보쨩햝쨕'? 그 사람은 어때? 후원도 엄청 했던데. 악질 포상충이라 문제지만."

"그 사람은 좀...."

크로스보우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크보쨩햝짝'. 그의 방송에서 반쯤 네임드화된 시청자. 아이튜브든 트게더든 하루에 한 번은 꼭 나타나 어딜 빨고 싶다느니, 팬티를 팔면 사겠다느니 하는 글을 싸지르는 변태. 매일 하루에 만원씩 후원하며 팬티색깔을 묻는 걸로도 유명했다.

"하긴. 좀 이상하더라. 보나마나 잘 안씻는 이상성욕 아저씨일게 분명해. 우욱."

"...."

글쎄. 크로스보우는 굳이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고다니는 사람이 사실은 20대 초중반으로만 보이는 아가씨라고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던 탓이다.

"근데 그 사람 구독한지 되게 오래됐더라. 그래도 오빠 팬이긴 한 거 같던데."

"뭐?"

오래 됐다고? 여상스러운 예지의 말에 그는 젓가락질을 멈췄다.

"응. 이번이 20개월째 구독이었나? 아마 그럴껄?"

"20개월?"

1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지 않는가. 크로스보우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심정이 되었다. 분명 방송이 뜨기 전엔 '크보쨩햝짝'이란 사람은 없었는데?

"아마 닉변한 게 아닐까?"

"20개월 정도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그러게. 지금까지 숨기다가 이제 와서 변태포상충이 된 걸 보면...뭔가 계기가...음."

일생일대의 수수께끼를 마주한 기분이다. 이따가 아이디를 좀 확인해봐야겠군. 그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예지가 말을 하다 말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다른 모드도 그랜드마스터 갈 거란 말이지?"

"그래야지."

"뭐할건데?"

뭐하긴. 그는 히죽 웃었다.

"뭐하냐니. 뻔하지."

"응? 뻔해?"

"예지야. 이 오래비가 널 아끼는 거 알지?"

신예지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아주 아껴주다가 똥 되겠어. 똥. 오빠는 똥믈리에니까 그 쪽을 더 좋아하려나?"

"너. 균방전 조회수 봤어?"

평소 같았으면 딴지를 걸고 넘어졌을 말장난.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인자하게 웃었다.

"...응? 봐, 봤는데 왜? 나 뭐 잘못했어?"

"아니. 잘했지. 그것도 아주, 엄청."

"...."

"백 만 넘었더라. 두 개 다."

"서, 설마...?"

그 쯤 말하자 그녀는 앉은 채로 주춤 물러났다.

"오, 오빠. 나 그 때 이틀 밤샜는데...!"

"고마워서 비싼 거 멕였잖아?"

"중간에 한 번 날려먹어서 화장실도 못가고 편집했는데...?"

"저런. 고생했겠네. 성과급 넣어줄게."

"어...? 아니. 돈은 괜찮아."

그게 무슨 소리니. 예지야.

크로스보우는 흐흐하고 웃었다.

"예지야. 아이튜버가 뭐해야겠어. 조회수 잘 나오는 거 해야지."

"흐, 흐윽...?"

그리곤 음흉하게 다가가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음 그마까지 올릴 모드는 균열방어전이야."

"히, 히이...!"

"그마까지 몇 판이나 걸리려나~."

신예지는 울상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참을 수 없는 드립의 욕구.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난다....

"성과급. 넣을게~."

"시, 시러어어──!"

****

그 시각.

올오버 배틀로얄 모드의 플래티넘 계급.

[승리!]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휴우."

유저명 반반무.

윤유지는 거대 대포를 내리며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몇 승만 더 하면...!'

다이아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크로스보우를 떠올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승리와 동시에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그 사람. 분명 다이아였지. 괴랄한 게임실력을 생각했을때 지금 쯤이면 마스터에 도착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더 원 그라운드 캐릭터만 플레이하는 이상, 빠른 시간 안에 그랜드마스터까지 오르는 건 불가능한 일. 반반무는 멈춘 세상 속에서 푹 누워버리며 중얼거렸다.

다이아 상위 계급까지만 가면 마스터 계급의 유저와도 매칭된다. 히히. 그녀는 크로스보우를 생각하며 웃음지었다.

감사와 관심을 표하기위해 시작한 짓이 어느새 뭔가로 변질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아무래도 좋았다.

[SYSTEM]게임 이용 시간이 10시간을 넘었습니다.

[SYSTEM]과도한 게임 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흐음."

조금만 쉴까? 아까 잠깐 나가서 쉬기 전에 찍혔던 시간도 9시간 정도. 도합 19시간동안 게임만 한 셈이다.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과연 갓 스무살의 체력이라며 놀랄만한 플레이타임이었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마침내 로그아웃을 결정했다.

"풀 다이브 해제."

[SYSTEM]원래 있던 현실로 돌아갑니다...3...2...1.

[SYSTEM]또다른 현실 올 오버는 언제나 반반무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쌤. 또 전화했네."

캡슐 속에서 눈을 뜨자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 수많은 부재중 기록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무단 결석 탓에 전화했을게 분명하다.

윤유지는 모든 알람을 옆으로 치워버리곤 가장 먼저 트리키 뷰를 확인했다.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또 하네?"

내가 게임을 오래하긴 했구나.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위로 올라와있는 크로스보우의 방송을 확인했다.

[시청자 수 : 51,402명]

"사람 숫자 뭐야?"

크로스보우의 방송이 어엿한 대기업의 반열에 들었다곤 해도...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윤유지는 눈을 찌푸렸다.

"나만의 작은 크보가...."

그 때 문득 눈에 들어오는 방제.

[(배틀로얄)불가해 난이도로 오버로드 달성 기념 보상확인]

"어?"

그녀는 눈을 비볐다. 잘못 본거지?

"...오버로드?"

그건 최고 계급인데?

"어어?"

뭐지?

어그론가 싶었던걸까. 윤유지는 손가락을 놀려 방송에 들어갔다.

-!계급

-[배틀로얄 모드: 오버로드입니다]

채팅창을 관리하는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하자 뱉어내는 크로스보우의 현재 티어.

-아ㅋㅋ오늘 봇쉑 숨 못 쉬고 크보 티어 말하네ㅋㅋ

-ㄹㅇㅋㅋ 저거 치는 사람만 한 만명쯤 되는듯

-아 진짜라고~ㅋㅋㅋ하루만에 불가해 승격임무 깨고 한번에 오버로드 왔다고~

-ㄹㅇ개구라같넼ㅋㅋㅋ

"...뭐?"

그게 가능해?

알고 있던 상식이 뒤흔들리는 듯한 느낌.

그녀는 그저 멍하니 화면 속 크로스보우를 바라보았다.

< 23화-크로스보우 증후군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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