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25화 (25/143)

< 26화-빼앗긴 과거 >

지잉.

지잉.

지이이잉─

"뭐야."

스트리머 '짬먹을타임'. 약칭 짬탐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아야!...아우 씨. 뭔데."

갑작스레 마구 울리는 진동 탓이었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상단바를 확인하자 트리키 뷰 방송 알람이 잔뜩이다.

"...?"

이게 무슨 한 밤에 홍두깨냐. 무슨 떡밥이라도 터졌나?

짬먹을타임. 이수아는 화면에 얼굴을 박고 상황을 살폈다.

"...어?"

그리고 그녀는, 방금 온 알람들에서 있을 리 없는 이름들을 목격하고는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단서라, 점냥, 내큐살...이게 다 뭐야."

뭔가 일이 터졌나? 이수아는 보고 있던 아이튜브를 옆으로 치워버리곤, 트리키 뷰에 시선을 고정했다.

과거 잠깐 개인방송에 발을 들였던 사람들이 대거 복귀하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아무리 토요일 저녁시간대라곤 해도 이렇게까지 타이밍이 겹칠 리 없는데.

그녀는 의아한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잔뜩 집중한 표정.

"...크로스보우. 방제가 '사칭범' 단 한 단어?"

한참 각 채팅방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복귀한 모든 방송이 스트리머 '허이크'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그렇구나."

오늘로 정했나보네.

그녀는 뿅맛사탕이 언젠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팝콘각."

그렇게 접속한 크로스보우의 방송. 원래 보던 방송은 아니었다. 단지 이런 사태에도 최상단에 랭크되어있길래 접속한 것.

그리고 순간은, 정확히 크로스보우가 인맨에 접속해 본인이 '세이크'라는 걸 인증한 순간이었다.

"...."

역시 허이크 쪽이 사칭이었구나.

이건 꽤나 흠집이 크다.

아니, 아니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끝났구만.

"스트리머로써 꽤 큰 인지도의 원천이었던 과거의 이름도 사칭. 그간 하꼬 스트리머들 괴롭힌 것도 다 까발려지고.... 1대1도 가망이 없고."

이건 흠집이 나는 정도가 아니다.

"세린이가 작정을 하긴 했구나."

그야말로 완벽한 몰락.

와작.

감자칩이 무자비하게 부숴진다.

그러나 잠시 후, 그 감자칩은 마저 씹히지 못하고 침대 위에 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이수아의 눈은 화면 속 남자에게 고정되어있었다.

[똥의호흡]

***

허만수는 지금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이게...뭐야."

그도 그럴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당한 시청자 수와 후원을 빨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세이크 사칭논란으로 꽤 괜찮게 어그로가 끌린 상황.

이 쪽이 사칭이란게 밝혀지면 타격이 크겠지만...크로스보우라는 녀석도 지금까지 인증하지 않을 걸 보면, 놈도 세이크 본인은 아닌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결국 사건은 1대1대전으로 흘러가게 될 터. 어차피 상대는 오버로드 계급이다. 이기던 지던 나는 타격이 크지 않다...라며 웃던 게 방금 전.

"뭐냐고."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뭐긴뭐야 니가 좆됐다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칭 딱 걸렸쥬? 사칭 딱 걸렸쥬? 사칭 딱 걸렸쥬? 사칭 딱 걸렸쥬?

-니가 우리 아가 방송 접게 만들었어?니가 우리 아가 방송 접게 만들었어?

-HE IS CHINESE. HE IS CHINESE. HE IS CHINESE.

-5시 방향 대왕벌레

-???: 아 세이크 나라고~ 성이 허씨라고~

-ㅋㅋㅋㅋ웃음벨이누ㅋㅋ

"씨발...?"

아까 전까지만 해도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 시청자들에 웃음짓고 있었던 그는 좋지 않은 예감에 침을 삼켰다.

뭔가 잘못됐다.

"뭐야. 씨발! 뭔데!"

-네다음사칭충네다음사칭충네다음사칭충

-형님 제발 나가 뒤지십쇼

-이잉~기뭐링~

허만수는 황급히 떨리는 손으로나마 눈에 보이는 시청자들을 내보내면서 말했다. 저런 채팅을 빨리 차단해주는게 좋았지만, 과격한 채팅이 한 둘이 아니다.

"뭔 일이냐고! 이 새끼들아!"

-니가알아봐 *신아

-니가우리단이괴롭혔어?니가우리단이괴롭혔어?니가우리단이괴롭혔어?

-아ㅋㅋ여기 육개장있나요?

-ㅋㅋ팝콘팔려고 했는데 식장이었누

-크보가 세이크 본인인거 인증함^^7

"...흠흠. 어그로성 채팅 다 내보내니까 채팅 주의해주세요."

-이 집 재밌네

-해

-명

-해

-해

-명

그러나 씨알도 들어먹지 않는 시청자들. 뭔가 잘못됐다. 허만수는 다시 한 번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캡슐을 조작했다.

"아. 왜 그러는데요. 님들."

-ㅋㅋㅋㅋㅋㅋ반응 레전드네

-ㄹㅇㅋㅋ님들 ㅇㅈㄹ

씨발. 뭐지.

"...뭐야."

그는 서둘러 트리키 뷰에 접속했다. 그러자 뭔가 이상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얘네가 왜...?"

잊혀진 스트리머들. 그들의 방송.

"아니. 씨발."

허만수는 손에 땀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아냐. 아직 괜찮아. 이건 지금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중요한 건 크로스보운지 하는 놈의 방송.

어그로용 제물로 점찍었던 스트리머.

그 곳에 접속하자, 스패츠나츠 헬멧을 쓰고 있는 남자가 시청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재밌게 했죠. 이 게임에도 꽤 시간썼을텐데."

"뭐, 뭔. 어디가 인증이고 어디가 사칭이라는거야?"

-ㅋㅋ이젠 도방까지 쳐하네 니 눈으로 봐라

-방플의신ㄷㄷ

-해명하라고!!

-시청자도 사람이야사람!!

-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

그러나 어그로만이 가득한 채팅창에서 대답해줄리 만무하다. 그는 눈을 돌려 방송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자 때마침 크로스보우의 방송에서 노출되는 하나의 정보.

[내 정보]

[닉네임 : 세이크]

"......."

그 문자열이 허만수의 눈에 박혔다.

-ㅋㅋㅋ이*끼 꿀을 쳐먹었나

-ㄹㅇㅋㅋ

"이, 이건."

그는 머리가 새하얗게 비어버리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 정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박히듯 들어온다.

...진짜 세이크가 나타났다고? 그게 하필이면 시비 건 상대방, 크로스보우라고?

텅 비어버린 그의 머릿속으로 문득 과거 했던 발언들이 스쳐지나간다.

"하. 공략에도 올렸던건데...내 영상 좀 봐라.""아. 여청자님. [악마는 울지 않는다]는 또 내가 잘 알지. 제가 알려줄게요.""이게 고인물이지. 공략글? 그냥 하니까 되던데?"

...수긍해버리는 순간, 끝이다.

"조, 조작이야."

그는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조작, 그래. 그거. 해킹. 해킹이야...! 그래! 이건 해킹이라고!!"

-똑똑~뇌세포님 계세요?

-ㅋㅋㅋ뭐라는거냐 얘?

"해킹이라고! 세이크가 나라고! 내 방송 본 애들은 알잖아! 님들. 아시죠?"

-몰라미친새끼야ㅋㅋ

-뚱이:누구세요옹?

-응아니야

-안바꿔줘 돌아가

-몇 살이냐 얘?

좆됐다.

그는 채팅창을 아예 구독자채팅으로 돌리며 소리질렀다.

" 니, 니들 다 뭐야! 다 저새끼 악성팬이지?!"

그리고, 모든 게 녹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텅 비어버린 허만수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

"씨발. 이건 모함이야. 크본가하는 하꼬새끼가 이렇게 팬이 많을 리가 없잖아? 니들 누구 팬이야!! 누가 시켰냐고!!"

-ㅂㅂ넌 끝이다

-구독끊음ㅅㄱ

-ㅋㅋㅋ븅신ㅋㅋ

구독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채팅창.

그런데도 썩 좋지 않은 반응에 그는 눈알을 마구 굴렸다.

"니네 잘못이잖아! 난 좀 재밌게 하려던거 뿐이라고!!"

-뭐?

-ㅋㅋㅋ우리가 다른 스트리머 협박하고 때리라고 했냐?

-ㅋㅋㅋ*발ㅋㅋ!

"...해킹이야. 최고의 프로게이머도 더원그는 쓰레기라고 말했는데...그 캐릭터로 오버로드? 불가해난이도?"

그럴 리 없다. 그는 발을 쿵쿵 굴렀다.

"그냥 핵쟁이잖아! 지랄하지마!"

빠드득.

이빨을 가는 소리.

"왜 인증만 하고 1대1은 안받는건데? 진짜 오버로드면 1대1 하자고! 어? 캐릭터 삭제걸고! 하자고!"

-이가는소리 듣기조와요^^

-아유시끄러

-걱정마라 혐이크야^^

"어, 어디 하꼬새끼가! 씨발련아! 쫄리면 뒈지시던가!"

그리고

악을 쓰는 그 소리를 듣기라도 한걸까.

돌연, 한 개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유저명 '크로스보우'님이 친구 추가를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받아

-받아

-ㅂㅇ

-받아라

영원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정적.

아무도 없는 가상현실 속에서 그는 말을 멈췄다.

허만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뒤로 숨기며 뒷걸음질쳤다.

"...하하. 뭐야. 이거?"

털썩.

그러더니 결국,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

그 시각.

허이크에게 친구 요청을 보낸 크로스보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상대쪽하곤 전혀 다른 이유로 덜덜 떨리는 손.

그는 사시나무마냥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1대1대전] 모드에 갖다댄다.

-왜 떠누?

-그러게 왜 떨지

-설마...쫄...?

-신을 의심하지 말라

-아ㅋㅋ오버로드가 마딱이한테 쫄겠냐고ㅋㅋ

-사이다 내놔!! 허이크 이 *끼 딱 대!!!

-[제재된 채팅입니다]

"크윽...."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일생일대의 치욕.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치욕을 맛본 적이 있었나? 단언컨대 없다.

크로스보우는 간단한 조작으로 현실로 톡을 보냈다. 수신인은 그의 편집자, 신예지.

[나]

[...방송 못 본 척 해줄래?]

[신예지]

[응? 뭐래 지금 이미 치킨시켰거등ㅡㅡ개꿀잼각인데]

[나]

[...그래]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손이 떨리는 건 멈출 수가 없다.

이게 그 손이 떨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띵하다는걸까. 크로스보우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침을 삼켰다.

풀다이브한 올오버의 가상현실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 느낌을 전달해준다....

"...이제부턴...저희만 아는...비밀입니다."

-???

-뭔진 몰라도 그치^^

-7만명밖에 모르는 비밀~

-야! 우리끼리만 아는거다!

그는, 마침내 덜덜 떨리는 주먹으로 [1대1대전]을 눌렀다.

그러자 그에 화답하듯 떠오르는 하나의 메세지.

[1대1대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닉네임이 변경됩니다.]

[1대1대전 모드의 계급이 플래티넘으로 조정되었습니다!]

-?

-?

-???

무수한 물음표의 요청.

포기한 듯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머리 위로, 1대1대전 전용 닉네임이 떠올랐다.

[똥의호흡]

-??ㅋㅋㅋㅋㅋ

-띠용????

-나만 크보닉 똥의호흡으로 보임?

-버근가?

-????ㅋㅋㅋㅋㅋㅋ

-둘이 동일인물이라고?ㅋㅋ그 변태랑?

-ㅋㅋㅋ아ㅋㅋ크보=세이크=똥의호흡? 이미지 너무 다른데

-ㅋㅋ삼위일체네ㅋㅋ역시 신 그 자체다우십니다 형님

-크보니티 포스ㅋㅋㅋ

['크보쨩햝쨕'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크보님?

변태같은 채팅만 하던 시청자의 후원.

크로스보우는 허허 웃었다.

[신예지]

[...오빠?]

그런 그의 시야 구석에서, 까톡 알람이 도착했다.

['크보님?'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영상클립]

참 빠르게도 도착한 영상에서...누군가 녹화한 [똥의호흡]의 퍼포먼스가 흘러나왔다.

-"딱 대!! 끼요오오옷!!"

그는 그 모습에 얼굴을 가렸다.

"...이거 저 아닙니다. 해킹이에요."

-ㅋㅋㅋ아ㅋㅋ양쪽에서 해킹주장ㅋㅋ

-아ㅋㅋ쌍둥이도 못하는 풀다이브 해킹 어떻게 하냐고ㅋㅋ

< 26화-빼앗긴 과거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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