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28화 (28/143)

< 29화-사당역 >

일전.

크로스보우가 단번에 클리어해보였던 균열방어전.

맵 [광안대교].

국내외 균방전 시청자층을 모두 사로잡으며 수많은 후일담을 낳은 맵.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크로스보우가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악마의 맵이라 불렸을 장소.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게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이었다. S랭크 이상을 받는 건 보통 유저로썬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던 곳...이었지만.

돌연 등장해 전세계 최초로 완벽한 클리어를 보여준 크로스보우.

현재 균방전 관련 커뮤니티는 그 후일담으로 난리였다.

기상천외한 접근법. 잠시나마 더원그 붐을 불러일으킨 퍼포먼스.

스트리머, 크로스보우의 공략법이 공개되고 며칠이 지났다.

길다면 긴 시간.

그러나 그동안...SSS랭크 클리어는 커녕 SS랭크도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스트리머나 네임드로 통하는 유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거 되는거 맞음?]

-레이드모드 그마계급인데 모래사장 전투부터 막힘

└ㅋㅋㅋㅋ1대1 마스턴데 같은데서 포기

[광안대교맵 뭐냐;]

-공략 뭐 빠진거 아님? 오지랖충들 말 안듣는데?

└나도 거기서 포기ㅋㅋㅋ

└ㅋㅋㅋ사람가리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원그 캐릭터로 크로스보우의 공략을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첫 번째로, 더원그 캐릭터 특유의 쓰레기같은 신체능력 탓에 모래사장 위에서 제대로 싸우는 건 엄청난 감각과 균형이 필요했던 것.

두 번째론 그 모래사장의 싸움에서 제대로 된 임팩트를 보여주지 않으면, '오지랖충'으로 불리는 남녀무리가 플레이어의 말을 잘 듣지 않음이 밝혀졌다.

그 외에도 수많은 애로사항이 꽃폈다. 어떻게든 드레이크까지 차를 끌고가 폭파시키면, 차 안에서 유저도 같이 폭사해버린다던가. 물에 빠진 드레이크가 돌연 브레스를 뿜어 다리를 녹여버린다던가.

[ㅋㅋㅋ차에서 탈출 타이밍 개빡빡하네]

-이딴 걸 어떻게 1트만에 했지; 지리네

└그저 신

[아ㅋㅋ드레이크쉑 어그로 범위 조정해야하는갑네ㅋㅋ]

-아 AOS 그랜드마스턴데 못해먹겠다ㅋㅋ뭔가 실수했는지 냅다 브레스쏨ㅋㅋ

└직화구이ㅋㅋ

즉, 크로스보우 수준의 피지컬과 과감함이 겸비되어야만 간신히 가능한 클리어방식이라는 것이 최종결론.

그렇게 여전히, [광안대교]맵은 지옥의 난이도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와...역시."

유저명 반반무. 광안대교맵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세나유저.

그녀는 아이튜브에 올라온 [크로스보우가 대단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며, 크로스보우 저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때, 때마침 매칭된 균열방어전.

'왔나!?'

엄청난 속도로 크로스보우의 방송을 켜자 보이는 것은 맵의 이름.

균방전.

사당역맵.

"!!!!"

똑같은 타이밍. 같은 맵.

그리고

[팀원 목록]

[반반무]

[크로스보우]

[지건하지마루욧]

[소통하는사람]

팀원창까지 켜보곤 윤유지는 폴짝 하늘로 뛰어올랐다.

됐다. 성공이야. 드디어 만났다.

갑자기 가빠오는 호흡에 후욱후욱 숨을 내쉬었다.

"흐흐, 흐...나작크...나만의 작은 크보....."

크로스보우가 오버로드 계급을 달고, 다른 모든 게임 모드의 랭크가 플래티넘부터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난 뒤 반반무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올오버에 매진했다. 크로스보우와 만나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세밀한 계급 조정을 했던 것.

도저히 고3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생활패턴이었다.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이 마치 팬더같은 얼굴. 어딜 가나 예쁘다는 소릴 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SYSTEM]게임을 플레이한 지 11시간이 지났습니다.

[SYSTEM]과도한 게임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게 뭐야. 반반무, 윤유지는 여상스러운 손길로 그 메세지를 옆으로 치워버렸다.

사당역맵에서 팀원으로 매칭되는 유저수는 총 4명. 일전의 광안대교에서보다 한 명이 더 적다.

아마도 배경이 되는 공간이 지하철역이라는, 한정된 장소기에 그렇겠지.

-"하이하이."

팀원들중 한 명이 보이스챗으로 인사를 해왔다. 그러나 그 인사는 공허하게 무시당했다.

-"...님들. 보이스 안해요?"

보이스채팅 따위에 쓸 체력은 없다. 윤유지는 거대한 대포를 등에 짊어지며 달렸다.

"어어?"

"우왓!...뭐야. 저 여자."

"...코스프렌가?"

그녀가 픽한 캐릭터는 이번에도 [전설의 리그]에 등장하는 캐릭터, 세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키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무기를 등에 맨 채로 뜀박질을 해대는 탓에 사람들이 움찔대며 자리를 피했다.

"아 씨. 뭐야."

"오타쿤가봐."

마음대로 떠들라지. 그녀는 시민들의 불만소리에도 불구하고 발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지? 설마 반대방향으로 왔나?

-"오. 크로스보우? 이 사람 찐인가?"

얼빠진 팀원의 보이스채팅. 그럼 진짜지. 가짜겠냐고.

그러나 그 소리에도 어느 정도 이유는 있었다. 올오버는 닉네임 중복이 가능한 게임. 수 억 명의 유저수를 자랑하는 초거대 게임이니...충분히 동명이인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1대1대전]모드 외 몇가지의 모드는 중복 닉네임이 허용되지 않지만, 어쨌든.

아무튼 이번에는 진짜였다. 반반무는 방송을 확인하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정확히 같은 타이밍, 같은 계급, 같은 맵.

그리고 같은 닉네임까지.

무조건이다.

-"님들 진짜 보이스 아무도 안돼요? 하."

윤유지는 아예 귓볼을 꾸욱 잡아당겨 보이스채팅을 종료시키려했다. 과거 pc게임 시절에 존재했던 '스마트 키'처럼 '스마트 액션'이라 불리는, 일종의 단축키.

그러나 그녀는 곧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찔 모션을 멈췄다.

-"...크보쨩. 내가 간다능. 히히."

-"어, 보이스 되시네. 근데 뭐라고요?"

-"지건 딱 대! 쿠쿠루쿠쿠"

-"...네?"

저격이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한 명도 저격러였다.

팀 총 인원 4명 중 2명이 저격러.

윤유지는 이를 악물고 걸음을 빨리했다.

내, 내가 먼저 만나야돼.

어떻게 매칭된 판인데.

[망령화] 스킬을 사용할까? 생각하던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다. 이미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여기서 갑자기 초능력 비스무리한 걸 보이는 순간, 게임 자체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플레이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결과를 낳는 모드, 균열방어전.

윤유지는 지난 [광안대교맵]에서, 크로스보우의 공략을 보며 그걸 뼈저리게 느꼈기에, 충동을 참아냈다.

'어디야. 어디냐구.'

윤유지, 반반무는 이리 저리 훽훽 고개를 돌렸다. 더 가야하는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반대방향으로 온걸까?

게임 내의 시간은 퇴근시간대. 지옥철의 인파 탓에 플레이어간의 식별이 쉽지 않았다.

올오버의 여러 모드 중에서도 유독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올오버 오리지날 모드, [균열방어전]. 현실감은 좋지만, 이럴 땐 아군 식별 기능이라도 추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SYSTEM]임무 : 색출

그 때, 게임이 곧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시스템 창.

반반무는 둘러보던 걸 멈추고 다시 뛰었다. 이제 곧 탑승구간의 오른쪽 끝에 도착한다.

그러던 때였다.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

보통 지하철에서 깨질 유리같은게 있던가? 해봤자 스크린도어 정도다.

균방전은 그야말로 또다른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현실적인 모드! 대한민국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를 들을 일이 존재할 리 없다.

그렇다면?

"저 쪽이다!"

-"우효옷─. 방금 소리 뭐냐능!"

-"...님들. 다 어디 계신지 말 좀요."

반반무는 지체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리나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이어 도착한 곳.

"...그 1분동안 수 십 마리의 도플갱어를 한 번에 잡아내야합니다."

[...그 1분동안 수 십 마리의 도플갱어를 한 번에 잡아내야합니다.]

방송 속. 그리고 현실 아닌 현실.

두 목소리가, 정확하게 겹친다.

"아...."

화제의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다.

윤유지가 그간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의 눈앞에 서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거리가 조금 있다. 그녀는 틀어두었던 방송을 종료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드디어...드, 디어 만났...?"

정확히는, 다가가려 했다.

그녀는 어째선지 제자리에 굳은 채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크로스보우가 검은색 헬맷을 벗는 광경이 그녀의 눈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잘 생겼네."

"헐. 대박..."

근처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도 윤유지는 넋을 놓았다.

그녀가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크로스보우가 갑자기 스타킹을 뒤집어 썼을 때쯤.

"크, 크보님...?"

"풉. 저게 뭐야."

"이거 무슨 몰카나 영화같은건가봐."

"하긴. 저렇게 생긴 사람이 일반인이면 말이 안되지."

그 말마따나, 정말 일반인은 아니었다.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으며 돌아섰다.

"다 엎드려!!!! 뒤지기 싫으면!!!"

테러범이었다.

"꺄,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SYSTEM]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5...4...3...2...1.

[SYSTEM]색출, 섬멸하십시오.

"키륵...!"

"카르르륵─!!"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도플갱어 기생체들이 달려들어 오고 있었다.

***

['균방전;;'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당역맵 해본 사람? 도플갱어 기생체 저거 원래 잡기 개힘든 몬스터아님?

-안해본 사람도 있음?

-한판은 다들 해보지ㅇㅇ

['이해를포기한사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야스(성관계를 돌려말하는 단어) 해본사람?

-ㅋㅋㅋ그런 사람이 어딧음; 야스는 상상의 동물인데

-트수평균

-(대충 야스하고 싶다는 채팅)

-누나...나...주지가...

-되었어

-ㅋㅋㅋ아ㅋㅋㅋ스님이냐고ㅋㅋ

-아무튼 저 기생체들 투사체 속도 있는 사출식 스킬로는 맞추기 개힘듬ㅋㅋ존나빨라

-바퀴벌레~진화~

-투사체? 근접공격? 어림도 없지ㅋㅋ바로 샤샤샥!

-그럼 저건 뭐임?

타다당─!!

콱!!

타앙─!!

"키륵...!"

"끝이 없군."

크로스보우는 발 밑으로 사사삭 지나가던 기생체를 정확하게 콱, 짓밟으며 중얼거렸다.

"카르르륵─!"

마치 조금 커다란 바퀴벌레처럼 마구 퍼져나가는 기생체들.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천하의 크로스보우도 한 발을 쏘는데 잠시간의 경로예측이 필요할 정도. 정조준하고 격발하면, 이미 탄이 박힌 곳에 몬스터는 없다.

"히이이...! 이, 이게 다 뭐야!"

"일어나지마!"

타앙!

"으아악!"

그런 와중에, 몬스터가 주는 본능적인 혐오감에 튕기듯 일어나는 시민들을 다시 바닥에 엎드리도록 권총으로 위협사격까지 계속하고 있는 상황.

그의 동공이 엄청난 속도로 모든 곳의 상황을 확인한다.

이미 크로스보우 특유 초감각 수준의 감각은 날카롭게 깨어나 있는 상황.

거기에 더해 불가해급 승격임무를 클리어할 때 한 번 겪었던,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이는 듯한 착각까지 조금씩 시야를 늦추고 있었다.

젠장.

"키륵...!"

그는 등에 매고 있던 또다른 근접용 서브무기, 마체테(정글도)를 스크린 도어에 부딪혀 해제시켰다.

"...죽어."

그리고 떨어지는 정글도를 솜씨 좋게 차올려 발로 걷어찬다.

"""카르르르륵──!!"""

그 빠른 기생체들이 우연히 겹치는 순간, 그 순간에 맞춰 정글도가 정확히 그것들을 꼬챙이로 만들어버리는 모습.

-와

-미...친....

-리액션자판기on

-아ㅋㅋ자판기되기 싫어서 이악물고 봤는데ㅋㅋ

-ㅋㅋ근데 스타킹쓰고 있어서 그런가 좀 웃김ㅋㅋ

-블랙마미손ㅋㅋ

-어머니 짜장면 싫다고 하시더니 손으로 허겁지겁 드셧나보네

-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불속성 효자드립ㅋㅋ

차라리 묘기에 가까운 피지컬.

그는 탄창을 장전하며 생각했다.

'전보다 어려워졌다. 그것도 몇 배는 더...왜지?'

이 정도 수준이면 혼자 클리어하라고 만들어놓은게 아니다. 크로스보우니까 틀어막고 있는거지, 보통의 유저라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기생당하는 걸 멀뚱히 서서 바라봤을 터.

아니. 그것보다.

크로스보우는 느려진 세상 속에서 생각했다.

애초에 '만들어진' 게 맞나?

'도플갱어 기생체'가 주는 알 수 없는 혐오감. 몸을 간질이는 이상한 기운. 광안대교맵이나 사당역맵을 첫 번째 트라이할 때도 낌새를 느꼈지만 뭔가....

"키륵!!"

타앙!

-ㄷㄷ왜케어려움?

-저번이랑 다른데? 그 땐 무난히 클리어하지 않음?

-ㅋㅋ기생체 지금 저거 4단계 강화네ㅋㅋㅋ색깔이 새까만색이자늠ㅋㅋ

-뭔소리?

-정보)사당역맵의 몬스터는 아군이 몰려있을수록 강화된다. 혼자면 1단계, 두 명이면 2단계 3명이면 3단계로 격상함

-ㅋㅋ다른 팀원들 다 크보 근처에 몰려있나본데? 사당역맵은 뭉치면 안됨

크로스보우는 정보를 위해 빠르게 채팅창을 흩었다. 현재 시청자수는 대략 6만명 남짓.

엄청난 속도로 채팅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4단계 강화라.'

-방금 4단계라고 하지 않음? 그럼....

-다 근처에 있다는거ㅋㅋ아 할 줄 모르는 트롤쉑히들 걸렸누ㅋㅋ

-저격아님?

-근데 4단계 기생체를 혼자 잡을 수 있음?

-ㄴㄴ원래는 불가능

-???그럼 저건 뭐냐니깐

-크로스보우: 되는데요?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라.

그는 빙긋 웃었다.

익숙한 말이었다.

후우.

한숨을 내뱉었다. 평소에 내뱉던 것과는 전혀 의미의 한숨.

'기생체의 속도가 대략 시속 70 정도. 체감상 73에서 75사이.'

그는 자신이 수 만 시간 플레이해온 게임을 떠올렸다.

'무기는 AK가 두 자루. 글록이 한 자루. 각각 탄속은 780, 390. 충분하다.'

더 원 그라운드.

온갖 형태의 핵이 넘쳐나는 그 곳에는 '스피드핵'이란 것이 존재했다.

우사인볼트를 넘어, 자동차까지 추월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게 만들어주는 핵.

그 모습이 마치 바퀴벌레같다고 하여 핵퀴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비양심 유저들.

보통이라면 진저리를 치며 게임을 접는 것이 평범한 귀결일 터였지만, 크로스보우는 달랐다.

"딱 대."

그의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도플갱어 기생체나, 타인의 계정을 해킹해서 핵 프로그램을 써대던 '그 나라'의 유저들이나 비슷한 면이 있었다.

"옛날 생각 나게 해주마."

< 29화-사당역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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