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33화 (33/143)

< 34화-전략전술은 약자의 것 >

배틀로얄-1인 스쿼드.

이걸 조금 점잖은 말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개쪽박.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혼자서는 여러 명을 상대하기 어렵다.

아주 당연한 사실.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맨손격투기만 해도 그럴진데, 모든 사람이 초인의 몸을 뒤집어 쓴 가상현실은 어떨까.

아마,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터였다.

-이걸 중앙캠프핑을 찍는다고?

-아ㅋㅋ그런 사람이 어딨어 어?

-않이; 크 선생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게 있어요

-아 제발 R1 그레이드까지 만났는데 왜이래 무친놈아!!

-참가권들고 나라망신 시키려고 그러냐고!!

그런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 맵의 중앙에 존재하는 캠프.

크로스보우가 그 곳에 냅다 내리겠다는 핑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는 이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절 대 짤 파 해

-아무리 크보라도 이건 좀....

-똥보on

-스포) 1분 후 로비행

R1 그레이드 대 크로스보우.

프로팀 스쿼드 대 크로스보우 솔쿼드.

상황은 발 빠르게 SNS등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불타오르는 채팅창.

물론, 그의 입장에서 보면 고작해야 랭크게임 한 판.

게다가 다른 한국인 프로나 네임드들도 엄청나게 많이 매칭되었는데 뭐가 그리 호들갑이냐 싶겠지만...시청자들이 보는 상황은 조금 달랐다.

문제는 R1 그레이드와 크로스보우가 [참가권] 소유자라는데에 있었다.

[참가권].

작년까지만 해도 전세계에 총 3개만이 뿌려졌던 티켓.

그간 한국에선 그 누구도 얻지 못했던 것.

이는 게임의 민족이라 불리는 한국인들에게 있어 은근히 자존심 상했던 사실이었다.

심지어 3개 중 하나는 중국에서 나왔기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던 상황.

물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다른 나라의 [참가권] 소유자를 문자 그대로 난도질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해...오히려 이를 해학의 대상으로 삼아버린 한국인들이었지만.

참가권에는 분명한 희소성이 있다.

그 나라 게이머들의 콧대를 높혀주기에 충분한 요소.

-제대로해애애앳!!

-물러서! 맞서 싸우지마!!

-제발제발제발 캠프말고 다른데 가주세요

-크보야 우린 너 믿는데 한번만 짤파가자 더원그로 난전을 어케 할라 그래 빼애애액!!

그렇기에 올해 들어서 새롭게 추가된 2명의 [참가권] 소유자, 크로스보우와 R1 그레이드의 격돌은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상황이었던 것.

특히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양국 자존심 매치'라고 말할만했다.

-아ㅋㅋ이대로 냅둘 순 없다 다들 원기옥 모아!!!

-지금 막 소식 듣고 왔습니다

-국뽕코인on

-R1 그레이드 쟤 짹짹터에서 트래쉬토크 졸라하던데 참교육 좀

-다른 방송에서 보다가 넘어옴ㅋㅋ후원간다

-국뽕충전하러 왔습니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터져나오는 수많은 후원과 미션.

그러나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야 떨어지고 있는데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슈우우우우우───.

-아, 안돼!!!

-안돼미친놈아!!!

땅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크로스보우는 후원을 끄며 피식 웃었다.

"돼."

R1 블레이드? [참가권] 소유자들의 국가간 자존심 경쟁?

뭐가 됐든 상관없다.

애초에 질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아ㅋㅋ뉴비놈들 그냥 코런갑다 하라고

-크보방송 오래본 놈들은 이미 치킨시킴ㅋㅋ

-ㄹㅇㅋㅋ신호등 치킨 리뉴얼된거 개맛있누;

-? 누렁이 밴

'중앙캠프에 24명. 동쪽 인근으로 4명. 모두 합쳐서 7팀이군. 슬로우 낙하...없음.'

그는 빠르게 인원배치를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정비를 점검했다. 더블 배럴이라 불리는 샷건과 저격소총이 한 자루씩. 정글도 한 자루와 권총 역시 홀더에 잘 장착되어 있다. 투척무기는 종류별로 세 개씩.

펄럭─.

딸칵.

그는 내리자마자 수류탄 두 개의 핀을 동시에 이빨로 잡아뺐다. 그리고 망설임없는 투척.

-어?

-쿠킹(수류탄의 터지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테크닉)은요?

그리고 의아한 듯한 채팅창의 반응이 무색하도록 몸을 빙글, 돌리며 품에서 권총을 빼든다.

쐐애액!!

탕, 타앙─!

콰아아아앙─!!!

조금 멀리서 이 쪽을 노리는 공격을 정확히 회피하는 기동.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가는 수류탄을 정확히 맞춰 터뜨리는 모습까지.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콜라는팝시(별들의전쟁)'님이 기절하였습니다.

[SYSTEM]당신의 수류탄으로 '버거는놋데(괴물헌터들)'님이 기절하였습니다.

-...뭐임?

-??방금 뭐 피한거같은데?

-수류탄은 왜 바로 터지냐고 아ㅋㅋ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그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한 말투.

"앞 건물 1층에도 하나. 외벽에 하나. 조금 멀리서 이쪽을 보는게 둘...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크로스보우는 순식간에 도핑을 마쳤다. 또렷하게 깨어나는 감각.

이게 얼마만이지. 그는 흐릿하게 웃으며 달렸다.

-이걸 달려든다고?

-근접전 최약캐로?

항상 드립 칠 궁리만 하던 크로스보우의 시청자들답지 않게 경직된 모습이었다. 크로스보우는 발로 벽을 차올렸다.

텁!

건물의 창문 틀에 손바닥을 건 그는 힐끗 그 너머를 쳐다봤다.

기절해서 기어다니는 상대.

"왜 기고 있는거야?"

그렇게 말한 그는 창틀을 잡고 있던 한 손을 놓고 등 뒤로 가져갔다. 손에 잡히는 길쭉하고 든든한 무언가.

"샷건 넣을게."

총구를 살며시 창문 틈에 삽입.

-ㅋㅋ아ㅋㅋㅋㅋ

-진지하게 게임하라곸ㅋㅋ

탕! 타앙!!

[SYSTEM]당신의 S686으로 '콜라는팝시(별들의전쟁)'님이 사망하였습니다.(1킬)

[SYSTEM]당신의 S686으로 '버거는놋데(괴물헌터들)'님이 사망하였습니다.(2킬)

확정 킬.

팅.

또르르....

"읏챠."

말은 장난스럽게 하고 있지만, 이 곳에선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크로스보우는 건물 내부에 진입하곤 곧바로 벽에 등을 기댔다.

쐐애액!!

그러자 곧바로 눈 앞을 스치는 화살이 한 발.

방금 전에도, 정확한 타이밍에 크로스보우를 노렸던 화살이다.

그는 손을 뻗어 단숨에 그 화살을 잡아챘다.

작은 정보라도 얻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웅─.

"...!"

데미지?

크로스보우는 움찔 화살을 바닥에 버렸다.

정확히 화살의 대를 잡았는데도 아주 약간, 데미지가 들어온 느낌.

-와 뭔데

-??? : 잡았죠

-전기파리채on

-찌릿찌릿 빠라빠라

-ㅋㅋㅋ여름에 모기걱정없겠누

"...느껴지는 바로는 마나. 높은 확률로 마나를 베이스로 삼는 궁수 캐릭터군요."

-그건 또 어떻게 알죠 선생님?

-스킬 맞아보면 느낌 다르긴함 마스터계급부턴 기본소양임ㅇㅇ

-????석궁단 너희 갑자기 좀 낯설다....

"무시하겠습니다."

그는 몸을 낮췄다. 아마 이쪽으로 활을 쏜 건 십중팔구는 성장형 캐릭터. 어차피 게임 초반에는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정도 수준의 화살이야 쏘아낼 때마다 대응하면 될 일. 그보단 방금 죽인 2명의 팀원들을 생각해야한다.

누가 고계급 아니랄까봐 죽을 때까지 비명 하나 없던 모습.

같은 팀으로 추정되는 남은 상대들은 이 쪽이 확정 킬을 내자마자 귀신같이 발소리를 멈췄다.

물론, 그게 그리 의미있는 행동은 아니다.

"한 명은 바로 아래층의 같은 방...다른 하나는 아직 건물 바깥."

이쪽의 감지능력은 핵쟁이들을 제치고 랭킹 1위를 유지하던 인간의 것이니까.

-아ㅋㅋ이거 내가하는거랑 같은 게임 맞냐

-저런 피지컬이면 올오버 개재밌겠지? 하....

-이거보고 기분 다운됐어

-님다운 기분임

-?ㅋㅋㅋㅋ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방금 죽인 게 두 명. 아직까지 그를 제외한 교전 없음.

그러나 중앙 캠프에 내린 건 총 7팀이나 되는 많은 숫자다. 곧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교전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없는 상황이 될 터.

"...."

머릿속에 맵의 구조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크로스보우는 다른 팀들의 교전시간을 예측해내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러던 때였다.

"...지금."

콰아아앙──!!!

그 선언과 동시에 뭔가 폭발하는 소리. 크로스보우는 그 소리에 발소리를 묻은 채 밖으로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발소리를 들었던 곳을 정확히 특정해낸다.

'...없다? 아니. 은신 능력이군.'

탕, 타앙!!

"크억!! 무...슨? 어, 어떻게?"

[SYSTEM]당신의 S686으로 '미도그(능력자Z)'님이 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전을 하려던 순간.

'...!!'

크로스보우는 문득 총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정글도를 뽑아들었다.

카아앙!!

희미하게 일렁이는 궤적에 검을 대자 울리는 쇳소리.

"미, 미친."

돌연 허공에서 나타난 상대의 모습. 거대한 검을 정확하게 가로막은 양상이었다.

기습 성공을 백퍼센트 확신했던걸까. 크로스보우는 상대의 벙찐 얼굴에 차가운 스패츠나츠 헬멧을 들이밀었다.

"이중은신으로 낚시 플레이라. 썩 괜찮았는데. 아쉽군요."

"...더 원 그라운드. 그렇군. 요새 유명하신 분이 여긴...왜 납셨대!"

그러나 상대도 확실히 고계급이라는 걸까.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폭이 넓은 대검을 그대로 땅에 박아넣으며 그 손잡이를 지렛대 삼아 회전격.

무기나 스킬에만 의지하지 않는 모습. 감탄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대응이었다.

물론, 상대가 크로스보우라는 점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서걱!!

"크헉?!"

빠르게 정글도를 허공에 던졌다가 역수로 받은 크로스보우. 그는 오히려 파고들며 상대의 발목을 냅다 그어버렸다.

비틀대는 상대를 발로 차버리곤 이번엔 저격소총을 손에 든다.

찰칵─!!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짓을...커헉!"

가차없는 발포.

[SYSTEM]당신의 M24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망겜조아(S5리그)'님이 사망하였습니다.(4킬)

허무하게 죽어버린 상대의 모습에, 크로스보우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스쿼드 올킬."

-미...친....

-저게 인간이 하는 퍼포먼스라고?

-봐도봐도 이해가 안되는 피지컬 그 자체

-크로수보우!!! 믿고 있었다고 줴엔장

-크보랑 싸우면 1초안에 뒤질 자신있다 ㄹㅇ루ㅋㅋ

-형님의 용맹한 모습에 이 아우 그만 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게 사랑일까요?

-방금 걔들 마스터2명 그마 2명인데...

크로스보우는 채팅창을 힐끗 바라보고는 무심하게 탄피를 배출했다.

팅─.

또르르르....

"딱히 어렵진 않네요."

마치 올오버에 처음 데뷔하던 날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

[현재 시청자 수 : 90,897명]

그 때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전율하고 있음도 모른 채, 그는 다시금 옆 건물의 벽을 차올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먼저 이 중앙캠프의 왕이 되어야한다.

-이거 진짜 가능성 있냐?

-아ㅋㅋ그레이드딱대!

-ㅋㅋㅋ이쉑히들 아까랑 말 다른거보소ㅋㅋㅋ

-설레발on

-이게 근-본 한국의 참가권 보유자다

***

그 시각 맵의 외곽.

또다른 참가권 소유자.

R1 그레이드.

그와 그의 팀은 크로스보우와 다르게 조금 멀리 떨어진 파밍 장소에서 아이템을 줍고 있었다.

중심지에서 벗어난 한적한 위치. 주변에 낙하하는 유저도 아무도 없었으니 파밍하기엔 안성맞춤인 상황.

'아까 그거....'

그는 비행기에서 하강하기 전 봤던 더 원 그라운드 캐릭터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자식이겠지? 참가권 얻었다는 한국인.'

더 원 그라운드라는 쓰레기 캐릭터를 잘 다룬다는 한국인. 북미에서도 잠깐 균열방어전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5번째 [참가권]의 주인.

'그 위치에서 하강한거면 캠프로 간건가. 더 원 그라운드 주제에 패기도 좋군.'

전부터 느낀 거지만, 한국에는 이상한 놈들이 많았다. 계급도 그리 높지 않은 구간에서도, 그레이드는 생각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전술을 구사한다거나, 맨몸으로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버티며 논다거나, 단 한 명과 동반자살을 위해 30분동안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는다거나.

'그 놈도 그런 느낌이겠지. 1인 스쿼드를 하는 이유도 그런 플레이를 하기 위함이 분명해. 애초에 그 캐릭터가 아니면 다이아수준일지도 모르고.'

반짝.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템을 합성했다. 설마하니 그런 캐릭터로 사람을 마구 때려잡을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크로스보우와 매칭된 그레이드가 고른 캐릭터는 [전설의 리그]에 등장하는 잭스.

어떻게든 성장만 한다면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는 캐릭터다.

물론, 그가 잭스를 고른 것은 그런 이유보단 다른 이유가 더 컸다.

탄환 따위에 면역이 되는 스킬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잭스는 평소에 그가 다루던 주 캐릭터 중 하나지만...누가봐도 같은 [참가권] 소유자인 크로스보우를 경계한 픽.

'밟고 올라가주마. 똥캐. 참가권에도 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

"이봐. 그레이드. 여기 반짝이는 템 있다. 필요해?"

"무슨 소릴 하는거야? 당연하지. 내놔."

"...그래."

"오. 좋아. 괜찮네."

팀원이 애써 웃어보이는 것도 모른 채, 그레이드는 싱글벙글 웃었다. 방금 파밍으로 아이템이 조금 더 갖춰졌기 때문.

"이봐. 그레이드. 네 시청자가 그러는데...이 판에 다른 참가권 소유자가 있다는데?"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멍청아."

"알고 있었다고? 그럼 너 잭스한 이유가 혹시 총알 막으려고?"

팀원의 의심에 그레이드는 얼굴을 확 구겼다.

"헛소리하지마. 참가권이라고 해서 같은 참가권인줄 알아? 5개 서버 1등으로 얻은 참가권이라고."

"크로스보우? 이 사람도 꽤 대단한 모양이던데...."

"그래봤자 아마추어야."

"...그런가?"

그렇게 쉽게 생각할건 아닌거 같던데.

무안당한 그 선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그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5개 서버에서 1등.

물론 프로게이머인 팀원들이 아이템을 몰아줘서 얻을 수 있었던 랭킹이란 말이 많았지만...그래도 랭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뭐, 그래도 1인 스쿼드 상대로 지진 않겠지."

그는 대충 생각하며 템을 주웠다.

< 34화-전략전술은 약자의 것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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