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38화 (38/143)

< 39화-그 패 봐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신성의 대결이 끝났다.

무려 한 시간을 넘는 시간동안 펼쳐진,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싸움.

비록 그 결과는 크로스보우의 압승이라는, 생각보다 허무한 엔딩을 맞이했지만...오히려 그게 사람들의 국가적 자부심을 더 자극했던걸까.

커뮤니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떡밥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속보)그레이드 '결벽증'인 것으로 드러나]

-'드럽게못해'

└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ㅋㅋㅋㅋ

└이새낀 잘하는게 무냐고ㅋㅋㅋ

[(속보)그레이드 탈모환자라고 밝혀져]

[더블배럴 샷건을 든 크로스보우 짤방]

-크로스보우에게 '두 발' 치료 받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로스보우는 올오버의 신이 아닙니다]

[거룩한 짤방]

-제가 천국의 크로스보우입니다

└???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속보)그레이드 '병신'으로 밝혀져.txt]

[자신만만한 그레이드의 표정 짤방]

-그냥 밝혀져

└ㅋㅋㅋ미친새끼들ㅋㅋㅋㅋ

└그냥밝혀져ㅇㅈㄹㅋㅋㅋㅋ

└아ㅋㅋㅋㅋ

[???: 저딴 놈이 참가권이라고?]

[스타킹을 쓴 크로스보우 짤방]

-농어촌 전형이냐?

└ㅋㅋㅋㅋㅋ

└ㅋㅋ농어촌ㅇㅈㄹㅋㅋㅋㅋㅋ

└ㄹㅇㅋㅋ지금까지 동급으로 묶인거 개억울하겟누

[실시간 문도버스터 크로스보우.jpg]

[영상클립]

└어케했누 와...

└문도 햄스터행ㅋㅋ

└문도 햄에 입스터 넣은썰ㅋㅋㅋ

"풉. 푸핫! 하하하. 미친 놈들."

한국의 프로게이머, 카운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 피식대다가 결국 크로스보우의 스타킹 짤방에서 웃음을 참기 어려웠던 것.

마침내 정식으로 신설된 모 커뮤니티의 '크로스보우 갤러리'. 특히 그 곳의 게시판 이용자들이 기발한 드립으로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순에 발 맞추듯,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점차 크로스보우의 팬덤이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엔 '크보갤 드립'이란 이름으로 퍼져나가던 것이, 마침내 크로스보우라는 스트리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 것.

[요즘 말 많은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는 대체 누굴까?]

-관심없엇는데 진짜웃곀ㅋㅋㅋ

-나 목소리덕훈데 어제방송 우연히 보구 입덕ㅠㅠ...

-ㅋㅋㅋㅋ근데 크보?가 진짜 올오버 제일 잘하는거같아ㅠㅠㅠㅠ잘생긴거같구...

-또또 우리 블래드 후려칠려구? 댓쓰니 그건 좀 아닌거같아~~^^ 다른 모드에도 크보만큼 잘하는 사람많아!

-음...맘상했다면 미안해ㅠㅠ그래두 크보가 블래드?보단 나은거 같애

-진짜 어깨 개치인다ㅠㅠ하관만봐두 잘생겻자나ㅠㅠ

"윽...이건 뭐야."

카운터는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아무튼, 수많은 역경을 뚫고 결국 1등을 거머줜 크로스보우. 비록 마지막에는 결국 동반자살로 마무리 지어지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값진 1등이었다.

말 많던 그레이드를 정면에서 박살내버리며, 그야말로 여포 운영(전투를 피하지 않는 게임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기 때문

"아무튼...어때. 블래드 형."

"확실히 대단하던데."

카운터의 의기양양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인 블래드.

왜 아무 연관 없는 카운터가 의기양양해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로스보우라는 스트리머가 대단하다는 감상은 사실이었다.

"...심지어 이 사람. 아직 다 보여준 게 아닌 거 같다."

"엥? 정말?"

"음.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블래드는 심중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화면을 바라보았다. 스타킹을 쓰고 총을 이리저리 쏘고 있는 모습의 크로스보우.

보통 사람이라면 그 행위 자체에 웃음이 터지고 말 일이었지만, 블래드의 시선은 달랐다.

"저 때가 8만명이라고 했지?"

"어제는 10만명 넘겼던데?"

"...그래. 그만한 사람들이 보고 있었는데도 포텐에 기복이 없던거란 말이지."

"응?"

카운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지컬이 어쩌니 하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영 다른 얘기가 나왔다.

"그렇긴 하네. 근데 그게 왜?"

"심지어 매 방송마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

대답하지 않은 채 뭔가를 중얼거리는 블래드.

카운터는 익숙한 듯 질문을 바꿨다.

"그래서 블래드 형이랑 싸우면 어떨거 같은데?"

"...글쎄. 잘 모르겠네."

"...어? 지금 뭐라고?"

"모르겠다고."

...모르겠다고?

카운터는 그 대답에 입을 헤 벌렸다. 지금 모르겠다고 한건가?

무려 그 '블래드'가 ?

[AOS]모드의, 신이 내린 선수라 불리는 블래드가?

지금까지 총 3번의 네이션스 컵을 거치면서 한국이 총 순위는 몰라도 [AOS]모드에서만큼은 압도적인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

모든 게, TK Blad라는 한 명의 걸출한 선수 덕이었다.

그런만큼 올오버 하나에서만큼은 자존심 덩어리인 블래드...일 터인데.

"...와. 형. 나 그런 말 처음 들어봐."

"잘 모르겠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한건데. 뭐가."

그런 그가 누군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건, '다른 모드를 주 종목으로 삼는' 타국의 프로게이머들을 말할 때 뿐.

그간 올오버에 얼마나 많은 신인들이, 크로스보우와 비슷한 노선을 거치며 떠올랐던가. 카운터는 그 모두를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블래드의 인정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형이 누구 인정하는거 처음 본다고. 내가 보기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닌데."

"저 더 원 그라운드 캐릭터 말고 다른 캐릭터하면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뿐이야."

"아니. 진심이야?"

"몇 번이나 물어보는거야. 그럼 가짜겠어?"

재차 묻는 카운터에게 무슨 소릴 하냐는 듯 대답한 블래드.

그는 크로스보우의 플레이영상을 다시 한 번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 사람. 스크림 상대로 부르자고 말해보자."

"...어...음...."

카운터는 잠시 말을 골랐다. 당황의 연속이었다.

"그 뭐지. 이제 곧 국대선발 끝나잖어. 크보님은 참가권이니까 확정이고...그럼 싫어도 같이 게임하게 될껄? 본격적으로 연습 들어가면."

"딱 좋네. 근데 그 전에 몇 번 경기해보자. 서로 알 겸. 1대1 모드나 배틀로얄도 좋으니까. 아니면 탐사 같은거라도 좋아."

아하. 카운터는 이해했다. 이 형 승부심 발동했네.

아주 가끔씩만 보여주는 블래드의 부릅 뜬 눈에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음. 뭐...난 좋지. 이따 감독님 출근하면 말할게."

처음으로 팬을 자처하게 만든 스트리머 크로스보우와, 한국 최고의 프로게이머 블래드의 만남.

카운터는 조금 곤란한듯 웃으면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

"오빠. 그래서 뭐 먹을래?"

"...잠."

"그런 건 안 파는데. 음...잠...잠으로 시작하는...? 헐. 변태!!"

"드디어 돌았구나. 어차피 중국집 아니면 도시락이잖아. 너."

신에지는 움찔 몸을 떨었다.

"내, 내가 도시락이야...?"

"...피곤해서 대꾸할 힘도 없다."

"말해 봐! 내가 도시락이냐고!"

"...제발. 선 좀 지키자 우리."

크로스보우는 침대에 누운 채로 팔을 휘저어 카드를 찾았다.

"아무거나 시켜. 비싼 것도 상관없으니까 먹고 싶은 걸로."

"오오. 그럼 스페셜 세트?!"

요즘은 김밥점도 배달을 하나보군. 그는 결국 인상을 찡그리곤 일어났다. 놔두면 보나마나 싼 거만 골라 주문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지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들고는 메뉴를 골랐다. 오늘 아침은 보쌈세트다.

"보쌈 비싼데...아. 그나저나 오빠. 아이튜브 업로드했다."

"오. 고생했네."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었다. 우는 소리를 해도 어떻게든 기한에 맞춰내는게 신예지였다. 영상 퀄리티도 항상 준수한 수준이니, 어디가서 돈주고도 구하기 힘든 편집자다.

"편집자 한 명 더 구해줄까? 힘들거 같은데."

"음. 글쎄...아직은...근데 저건 뭐야? 오빠의 은밀한 사생활일까봐 보진 않았는데."

"뭔소리야."

그는 신예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박스들.

...잊고 있었던 올오버 보상 상자다.

" ...예지야."

"왜?"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예지.

크로스보우는 또다시 드립을 치고 싶어지는 마음을 참으며 말했다.

"편집자 한 명 더 진짜 안 필요해?"

"응. 뭐...그건 아직 괜찮은데, 그래도 슬슬 MCN(매니지먼트 회사)이랑 계약을 하는게 어떨까 정도?"

"그래? 그럼...."

그는 히죽 웃으며 카메라를 찾았다.

"딴 말 하기 없는거다?"

"...응?"

***

결국 울상을 지은 채 카메라를 든 신예지의 모습.

크로스보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지금이야 울고 있겠지만...성과급을 넣어서 통장을 빵빵하게 만들어주마. 마침 어제 방송에서 꽤 많은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생각보단 무거운데요?"

그는 상자를 개봉하며 말했다.

집에 방치되어있던 보상 상자는 총 세 개.

불가해 난이도 승격임무 클리어 보상, 그리고 두 균열방어전의 SSS급 클리어 보상이었다.

"모형이 세 개...오."

승격 임무를 달성할 때 주로 사용했던 무기, 프라이팬.

그리고 균방전의 '광안대교'와 '사당역'을 표현한걸까.

상자의 안쪽엔 각각 금으로 된 프라이팬, 그리고 광안대교와 지하철을 본 따 만든 듯 보이는 금 조형물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진짜 금인가?"

올오버가 돈이 많구나.

그는 그걸 이리저리 손에서 옮겨보고는, 진짜 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뿐일까.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꽤 가치 있을 거 같은 장식까지.

"진짜네요. 이건 좀 가격이 나갈 거 같은데."

"...."

소리 없이 입을 막은 채 감탄하는 신예지.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에 픽 웃었다.

그냥 금 시세로 팔아도 꽤 대단한 금액일만큼 화려한 보상이었다.

게다가 대충 설명서를 보니, 앞으로는 제작되지 않을 조형품이라고 한다. 잘만 팔면 그냥 금 값보단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터.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그것들을 냅다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이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닐 거 같은 묘한 느낌 탓이었다.

"뭐가 더 있을텐데...카드? 카드 같은 게 있군요."

그는 손을 뻗어 카드를 꺼냈다.

하나는 본사에서 보낸 편지.

"이건...나중에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

다른 각 상자에 하나 씩.

총 세 장의 카드가 나왔다.

이게 진짠가.

크로스보우는 확신 아닌 확신을 하며 하나씩 개봉하기 시작했다.

[올오버 본사 초대권]

-이 초대권을 지참하시어 본사를 방문해주세요. 테스트 중인 모드/맵을 제일 먼저 방송에 공개해보세요! 또한, 본사 직원의 도움 아래 최고급 캡슐을 고르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유저명 '크로스보우'님 전용 초대권입니다. 동반 1인 가능.)

"오."

이건 꽤 괜찮다. 테스트 중인 모드와 맵이라. 컨텐츠 선공개는 스트리머로서 거부할 수 없는 메리트다.

[알 수 없는 열쇠 업그레이드권]

-알 수 없는 열쇠의 등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아래의 코드를 게임에서 입력해주세요!

알 수 없는 열쇠? 크로스보우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불가해급 승격임무를 끝마치고 그런 보상을 받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이건...나중에 공개될 모양이네요. 패스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

"자. 그럼 마지막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그는 마치 패를 확인하는 노름꾼처럼 슬쩍 카드를 확인했다.

"어...?"

이건 또 뭐야.

[캐릭터 강화권]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강화된 내용은 모든 올오버의 유저와 공유합니다. 아래의 코드를 게임에서 입력해주세요!

크로스보우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 39화-그 패 봐봐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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