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42화 (42/143)

< 43화-막간의 합방 >

그 시각.

올오버 관련 커뮤니티는 크로스보우가 올린 아이튜브 영상의 공개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캐릭터 강화권 뭐냐;]

-지금까지 나온 추측이 맞다면 진짜 개쩌는거 아님?

└크보만 연관되면 이런 일 겁나 생기네ㄷㄷ

└얻는 조건이 뭔데 지금까지 발견이 안된거냐?

└균방전 1트에 완벽 클리어 아니면 무패로 최고계급 달성 둘 중 하나 아닌가 싶다

└알 수 없는 열쇠인가? 그걸로 하는거인듯ㄷㄷ

[강화권 이거 개쩌는거 아님?]

-프로팀 단계에서 전략적으로 사용가능하지 않을까?

└ㅋㅋㅋ응아니야 니 뇌피셜~

└ㄴㄴ이거 진짜 잘하면 맨날 스크림만 해대는 프로들 공방 대거 복귀할수도 있을듯

└그레이드처럼?

└ㅈ레이드를 어따 비벼?

└마! 함 스까 무봐라! 으디가서 이런거 못뭇는다!

└ㅅㅂㅋㅋㅋ

단지 캐릭터 강화권이라고만 쓰인 티켓의 사진. 그 단순한 썸네일에 올오버 유저들은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기대했던대로 한껏 끌린 관심.

캐릭터 강화권.

기존에 존재하는 캐릭터간의 상성, 어떤 모드에선 어느 캐릭터가 좋냐에 대한 평가들을 전부 뒤바꿔 버릴지도 모르는 티켓의 등장.

쉽게 말해, 판도를 뒤바꿀지도 모를 티켓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프로팀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둘러 크로스보우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인 매니지먼트 회사 MCN에 속해 있지도 않으며, 방송 관계자라곤 편집자 신예지와 채팅매니저 채은아밖에 없던 크로스보우에게 그 연락이 닿는 것은 요원한 일.

모두가 급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건 카운터와 블래드가 소속되어 있는 팀 TK도 마찬가지.

"운터야. 너 트리키 뷰 크로스보우랑 연락 가능해?"

"어. 감독님. 날씨도 슬슬 쌀쌀하던데 땀이 왜 이렇게 나요?"

"뛰어와서 그런다. 빨리 알려줘. 연락 되냐고."

카운터는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감독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제 크로스보우 얘길 했을 때는 콧방귀나 끼던 사람이 어쩐 일이지.

"딱히 연락은 못하는데...갑자기 왜요?"

"그래?...어쩐다. 너 그 사람 팬이지? 혹시 크로스보우랑 친분 있는 스트리머 누구 있는지 알아?"

으음.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 뿅맛사탕이라는 사람하고...최근에 만난거면 그나마 김볼몬가 그 사람? 그리고 R1에 리프트 선수가 번호 달라고 러브콜 하던데요?"

"R1? 거긴 절대 안돼. 야. 진짜 어떻게 안되냐?"

"아. 맞다. 이응님하고 한 번 방송 같이 한 적 있을걸요? 광안대교맵 하던 날."

"이응? 아. 지호민님?"

TK의 감독은 쾌재를 불렀다. 다행히도 '이응이여섯개'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이응이여섯개, 지호민은 올오버 국제대회의 해설진 중 한 명이었던 것.

"알았다. 고마워."

"아니. 뭐. 어제는 스트리머는 스트리머끼리 연습하면 된다고 해놓고요?"

"그, 그건...음. 미안하다. 일단 난 연락 좀 해봐야돼서."

그렇게 말한 감독은 후다닥 스마트폰을 부여잡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감독님 왜 저래?"

"몰라. 그거보다 그 크본가 하는 사람. 대단하긴 한 거 같더라?"

이건 또 뭐야. 카운터는 알 수 없는 심정이 되어 눈살을 찌푸렸다.

"두인이형은 또 왜 그래? 엊그제만 해도 마딱이나 패는 아마추어라더니?"

"아니. 실력은 아직 모르겠는데 이번에 아이튜브랑 커뮤 보니까 난리났던데?"

이 양반들이 무슨 소릴 하는거지. 그레이드와 정면으로 맞대결해서 이긴 거 때문에 그러는건가? ...그럴 리 없다.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그레이드가 심하게 고평가된 거 같다고 다들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설마.

카운터는 팀 동료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또 뭔 일이 터졌어?"

"어. 무슨 캐릭터 강화권이란게 있대. 그걸 최초 공개하는게 크로스보우고."

"...헐."

그 말에 카운터는 서둘러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평소 드립이 올라오는 커뮤니티가 아닌, 트리키 뷰 전용 커뮤니티.

그러자 상단에 보이는 글.

[실시간 크보 짬탐 합방ㅋㅋㅋ]

[영상클립]

-레전드

└악몽난이도ㅋㅋㅋㅋㅋ

└지금 보는데 꿀잼이다ㅋㅋ안보면 인생 절반 손해

"짬탐은 또 누구야."

카운터는 서둘러 트리키 뷰에 접속했다. 그리고 닉네임을 검색하려다가 잠시 멈칫.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스트리머 이름이, 트리키 뷰의 최상단에 올라와있었다.

[짬먹을타임 생방송 : 크보쿤과 뿅맛사탕]

[시청자 수 : 28,971명]

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방송을 클릭했다.

그런 그의 뒤로, 팀의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도 모른 채.

***

"자. 조금 더 힘내보세요! 사자는 토끼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입니다."

"꺄아아악!! 으아악!!"

드르륵─!

크로스보우는 적당히 후방지원을 하며 외쳤다. 끝없이 몰려나오는 징그럽게 생긴 거미들. 거미 특유의 질감이 아닌, 마치 사람의 살점같은 피부를 갖고 있는 소형견 크기의 거미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토끼:왜ㅠㅠ

-ㅋㅋㅋ아ㅋㅋ크보 응원모드on

-이게 버스의 맛인가?

-ㅋㅋㅋㅋ크보 생애 처음 맛보는 버스에 정신혼미

천장의 공기순환로에서 마구 기어나오는 거미들의 모습. 크로스보우는 세린의 뺨에 붙은 녀석을 적당히 떼주며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자. 기합 한 번 넣고 다시 가죠."

"흐, 흐에...."

"에이. 좀 더 크게요. 흐에!!!"

"흐에에!!"

우는건지 기합소리를 내는건지 알 수 없는 소리. 그는 씨익 웃으며 세린의 등을 밀었다.

-ㅋㅋㅋ아ㅋㅋ훈련교관이냐고ㅋㅋㅋ

-???: 사랑하는 사람 이름 외치면서 뛰어내립니다!

"어쩔 수 없죠. 그냥 스치기만 해도 피격판정일수도 있잖아요?"

크로스보우는 공유된 채팅창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피격판정이 빡빡하더라도 문제없이 회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이 선명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굳이 남의 방송에서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

"망치망치!!! 망치여자!!!"

"오...."

저게 진짜 광기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소한 히트는 신경도 쓰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

그야말로 사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딱 대. 이 벌레자식들아!!"

"오오...."

그리고 세린의 동생. 이하린.

진짜 뿅맛사탕으로 활동하던 방송인.

그녀는 생각보다 더 솔직하다고 해야할까, 입담이 걸걸했다.

"이거 스트레스 풀리네. 뭐? 더 욕해달라고? 하여간 이 포상충 새끼들은 답이 없어."

"...오...."

-매운맛사탕

-캡사이신 사탕ㅋㅋㅋ

-저기 채팅창가면 저럴 수 밖에 없음 근데

-ㅋㅋ데챠아아앗!레후!

-아 또 좆토피아에서 뭐 유출됐네

크로스보우는 생소한 리액션에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그러면서 뒤쪽에서 슬금슬금 다가온 새끼거미를 콱, 보지도 않고 짓밟았다.

"여기 방송 재밌네요."

그러나 게임의 진행은 더없이 느렸다.

이런 비슷한 류의 게임, [악마는 울지 않는다]를 수없이 플레이했던 썩은 물로서 보건데, 이 작은 거미들은 공략 진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잡몹들이었다.

물론 나오는 숫자를 보아하니...적당히 잡아주지 않으면 둘러쌓여서 당할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무시해주는 게 맞는 방향일 터.

-오늘은 크보 세이크모드 아닌가보네

-균방전 깰 때만 기상천외한 공략들고 오던 세이크님은 어디가고 왠 트수 하나가...?

-크보면 슬슬 패턴 파악했을거 같은데...

"짬탐님 공략을 따라가보는게 먼저니까요. 아. 그리고 제 방송 시청자 분들은 조금만 자제해주세요. 저는 그냥 승객1입니다."

이미 시청자 수는 3만명을 육박하는 숫자. 어느새 누구 방송인지 모를 정도로 몰려온 크로스보우의 시청자들.

숫자가 숫자니만큼 자칫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크보쨩핥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형님 처리할까요?

"여기선 진은검(매니저) 아니잖아요."

['크보쨩핥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ㅋㅋ저는 처리 끝나서ㅋㅋ루삥뽕

"...."

이젠 컨셉인지 진심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군. 그는 침음성을 내곤 채팅창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그녀가 눈치없지는 않은 편이다.

그가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원을 멈추기 때문.

"이제부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는 드르륵 대충 쏴갈기던 기관단총을 집어넣곤, 권총과 프라이팬을 손에 들었다.

까앙─!!

앞으로 나아갈수록 마구 달라붙는 거미들을 마치 탁구라도 하는 거마냥 이리저리 쳐내는 크로스보우.

그는 거미들이 나오는 환풍구까지 다가가서는, 수류탄을 제외한 모든 투척무기를 던져넣었다.

번쩍!!

화르르르─....

──!!!!

들리지 않는 소리를 질러대는 몬스터들.

징그럽게 익어 구부러지며 발을 마구 버둥거린다.

그 덕에 잠시 소강상태로 진입한 전투상황에 크로스보우는 뒤로 돌았다.

"가죠."

왜 그걸 몰랐지 하는 표정들이 썩 볼만했다.

***

-개징그러

-구아아악!!

그렇게 도착한 보스몹.

조금 징그러운 비주얼에 크로스보우는 눈쌀을 찌푸렸다.

"이거 원래는 어떻게 깼어요?"

"음...쟤가 재생능력이 있는데, 계속 때리다보면 결국 죽거든요. 약간 타임어택 같은 느낌?"

사람의 손이 마치 다리처럼 삐져나온 거미의 형태.

머리가 있어야할 부분에는 여성의 얼굴이 달려있다.

"뭔...인면지주도 아니고."

"다 찢어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숨을 헐떡이던 이하린의 제안. 크로스보우는 턱을 쓰다듬었다.

"뭐...그것도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그럼요? 근데 형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하린 씨 남자에요?"

"아뇨. 여잔데...형부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ㅁㅇㅁㅇ?

-ㅋㅋㅋ빌드업 우결각에반데

-짬탐누나 도구행ㅠㅠ

-금발태닝양아치 크로스보우ㅡㅡ

-아ㅋㅋ그건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돌려 세린을 힐끗 쳐다보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모습.

크로스보우는 그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인 세린이 저런 모습이라면, 아마 원래 성격이겠지 싶었던 것.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럼 형님이라고 부를게요. 흐흐흐."

"그래서 방법이 있나요?"

"키에에에엑──!!"

이 쪽을 경계하는 보스몹.

크로스보우는 그 크기를 가늠하며 말했다.

"지금까지 그냥 잡아서 최대가 A랭크 클리어랬죠?"

"네. 맞아용."

-S급 클리어도 그냥 때려잡은걸껄

-ㅇㅇ걍 타임어택 누가 더 빠르냐 경쟁

-얜 걍 치유감소 있는 캐릭터 하나 넣어서 존나패면 B랭크는 받음ㅋㅋ

타임어택이라.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크로스보우는 다시 한 번 임무창을 살폈다.

[SYSTEM]인류진보기관은 끔찍한 반인륜적 실험을 서슴치 않는 조직입니다. 이들은 마법으로 거대백화점의 지하에 터를 잡고 인체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이 곳의 지하에서 마침내 태어날 끔찍한 괴물을 제거하십시오.

짬먹을타임.

조금 투박한 느낌은 있지만, 누가 뭐래도 그녀는 레이드 모드의 오버로드급 실력자.

그리고 듣기로는, 그녀와 같이 하는 팀원들도 모두 고계급.

그 정도 계급의 파티면 한국서버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빠른 시간에 클리어했을 터다.

그런데도 A랭크라면...아마 접근법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왔던 균방전은 모두, '인명이 얼마나 희생되는가'의 여부에 따라 클리어계급이 매겨지곤 했었지.

그렇다면 맵 [인류진보기관]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흐음."

인류진보기관.

인체실험, 비선공 보스몹.

사람은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던 차폐벽들.

괴물체.

"키에에에엑─!!!"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곤 기괴한 소리를 내는 보스를 바라보았다. 아마 추측이 맞다면, 저게 진짜 보스는 아닐 확률이 조금 있었다.

혐오스러운 외형으로 그 추측을 차단시키려는 의도.

"짬탐님."

"네?"

"해머로 뒤에 있는 차폐벽 좀 부숴봐주시겠어요?"

부탁을 받은 이수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려울 건 없죠."

우웅─.

그리고 이내 해머차징을 한 이수아.

"우어우!!"

그녀는 이상한 소릴 내며 힘껏 거대망치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후두둑 무너져내린 차폐벽.

"...키에에에엑!!!"

그러자 잔뜩 흥분한 보스.

그것은 몸을 웅크리더니 이쪽을 향해 도약했다.

"크, 크보님?!"

"움직이지마."

-퍄; 박력남ㄷㄷ

-ㅗㅜㅑ

-금발태닝...양아치...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반응하려던 하린의 손을 잡아채며 속삭였다.

"키에에엑!!"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키엑!"

잔뜩 흥분한 듯 보였던 보스몹이, 돌연 차폐벽에 뚫린 구멍 쪽으로 몸을 억지로 집어넣었던 것.

그것은 구멍에 몸이 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버둥거리며 차폐벽 밖으로 도망치려 애썼다.

"케엑...."

물론 차폐벽이 하나 밖에 없을 리는 없어서, 건너편 공간에 다시 갇힌 모양이었지만.

"...뭐야?"

"뭐, 무슨 일이에요?"

얼빠진 자매의 반응. 그녀들은 멍하니 뒤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런. 안타깝군."

보스가 있던 공간. 그 뒤에서 돌연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향해서.

"기껏 만들어낸 걸작품인데...별로 위압감이 있지 않...?"

와. 말도 하네.

드르르륵──!!

"크, 크악!?"

크로스보우는 웃었다.

"니가 나쁜 놈이구나?"

< 43화-막간의 합방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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