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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45화 (45/143)

< 46화-최고의 게이머 >

'...더 이상 볼 건 없겠군. 저건 전력을 숨기는 게 맞아.'

크로스보우는 확신했다. 미세하다면 미세할 수 있는 틈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블래드뿐만이 아니라 그가 보고 있는 스크림이 전체적으로 그랬다.

양 팀 모두 조금 힘을 빼고 진행하는 모양.

"상대가 이기겠군요."

"네?"

"예?"

그런데 무슨 소리냐는듯한 반문들.

크로스보우는 잠시 의문을 느끼다가 이내 수긍했다. 두 남매가 허를 찔린 듯한 표정들이었기 때문이다.

하기사 그럴 만도 하다.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지는 중인데, 난데없이 외부인이 뭐 숨기는 거 있냐는 투로 말하고 있으니.

괜히 알아차린 티를 낸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 지금 TK가 훨씬 유리한데요?"

"그렇군요. 실은 너무 다들 잘해서 누가 이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보니 TK가 이기는 게 맞군요."

"역시 그렇죠?"

송다혜는 그렇게 말하며 화면에서 눈을 뗐다.

"더 볼 건 없을 거 같은데...상대가 지금 2위팀이지? 무난하네."

"그렇지 뭐."

보란듯 어깨에 힘을 줘보이는 송정훈 감독. 귀여운 양반이다.

크로스보우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계약서를 끌고 왔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문제가 될만한 조항은 없다. 그는 싸인을 마치고 남은 한 부를 송 감독에게 내밀었다.

"오오. 감사합니다. 언제든 궁금한 사항이나 물어보실 거 있으면 연락주시면 바로 답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감사하죠."

요즘 돈을 날로 먹는 느낌이군. 방송이었다면 트름하는 모션이라도 취했을텐데.

"그럼 추천하신 캡슐도 사용해볼 겸...캐릭터 강화권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이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러자 쫄래쫄래 따라온 송다혜가 캡슐을 쓰다듬었다.

"와. 이거 뭐야. 뉴 갤럭시 최신형? 언제 사놨대."

"나오자마자. 얼마 안됐다."

"선수들은 안 써? 와. 때깔 봐...."

"야. 만지지 마라. 지문 묻어. 애들은 아직 적응훈련 중이라 안 쓰고 있어."

"하아...너무 좋아."

"아니. 야. 만지지 말란다고 얼굴 부비란 얘기가 아니야."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군. 크로스보우는 변태처럼 풀린 그녀의 얼굴을 못 본 채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남의 입에 있던 담배 달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는데.

그는 그녀가 얼굴을 비비적대고 있는 걸 슬쩍 피해 반대쪽으로 다가갔다.

"그럼 풀다이브 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으어? 아. 설정 도와드릴게요."

[일치하는 신체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계정명 : 크로스보우]

[환영합니다!]

"깔끔하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안락함이 어지간한 침대 이상이다.

크로스보우는 눈을 감곤 풀다이브 버튼을 눌렀다.

***

"...근데 그래서 캐릭터 강화권 얻는 방법이 뭐지?"

송정훈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보니 크로스보우가 그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이 풀다이브를 해버린 것이다.

정보를 다른 팀보다 빨리 선점했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을 놓은 탓일까. 물어보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어. 그러게. 나도 옆에서 슬쩍 들으려고 했는데."

"넌 안되지. 임마. 보나마나 뇌피셜인 척 아이튜브에 써먹을라 그러지?"

송다혜는 픽 웃었다.

"상부상조하는거지. 이 나쁜 오라비. 동생이 돈 좀 벌겠다는데."

"...뭐. 알려줄게. 근데 너 크보님이랑 무슨 사이냐? 평생 남자 한 번 안 만나더니."

으음. 그녀는 잠깐 고민했다.

"이웃집의 크고 멋진 남자? 일 끝나면 얼굴보고 맞담하는 사이?"

"우욱씹...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거나 봐? 이놈의 히토민가 하는거 다 삭제해 버려야 한다니까."

"...진짠데?"

물론 크고 멋지다는 건 크로스보우와 이응의 합방 때 들은 이야기였고, 일 끝나고 맞담한다는 건 둘 모두 담배를 피러 옥상으로 올라갔던 때를 의미하는 거였지만...그걸 송정훈 감독이 알 리는 없었다.

"...진짜라고? 너, 너...너 임마...정말이야?"

"어? 어. 진짜긴 하지."

"진짜로? 거짓말 하지말고. 다혜야. 어?"

"진짜긴 한데...."

"...세, 세상에."

그 말에 울먹이는 송 감독. 그 모습을 본 송다혜가 농담이 과했나 생각할 때쯤.

"세상에 진짜...."

그는 밀려오는 기분에 참지 못하고 여동생을 와락 껴안았다.

"다행이다!! 이 짜식. 그래도 남자 손은 잡아보고 가겠구나!"

"아, 아니...."

"나는 니가 평생 연애 한 번 못해볼 줄로만 알았어! 그래. 꼭 잘해봐라. 꼭이야!"

"이, 이거 놔!"

멕이는건가?

한참을 시달린 송다혜가 그렇게 생각할 때쯤이었다.

문득, 그녀의 눈에 TK팀의 캡슐이 보였다.

"...어?"

정확히는 캡슐 위에 설치된 개인화면이었다.

"...뭐야."

"뭐긴 뭐야. 임마! 경사지. 경사!!"

"아니. 잠깐만."

송다혜는 충격받은 얼굴로 제 오빠를 밀어냈다.

고개를 훽 돌려서 스크림 경기 전체를 보여주는 화면을 확인한다.

"...저기, 송정훈 감독?"

"뭐? 왜. 갑자기 심각해져서 뭔데?"

그녀는 멍청한 표정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지고 있는데?"

"뭐?"

TK가 한타를 대패하는 장면이었다.

***

[나]

〈캐릭터 강화권을 얻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올오버 본사에서 보내는 '소정의 보상' 상자입니다.〉

"음."

1이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확인할 줄 알았는데.

"...."

크로스보우는 아무렴 어떠랴 계속 메세지를 작성했다.

[나]

〈그리고 '소정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 제가 알고 있는 건 다음의 세 가지 입니다.〉

〈1. 균열방어전을 3번째 시도 안에 완벽클리어 하는 것. 2. 불가해 난이도 임무를 클리어하는 것. 3. 전승무패로 최고계급에 도달하는 것.〉

〈다만, 캐릭터 강화권은 '소정의 보상'에서도 랜덤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이니 이 점 유의해주세요.〉

됐군.

크로스보우는 까톡창을 닫았다. 혹시 누군가 들을지 몰라 일부러 메세지로 보내기까지 했으니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띠링.

[TK송정훈감독]

〈...혹시 어떻게 아신겁니까? 그리고 어떻게 하신겁니까...?〉

[나]

〈방송 보시면 알겠지만 직접 해봤습니다.〉

〈아. 그리고 트리키 뷰 방송 모듈 있나요? 신형 캡슐로 한 번 방송까지 돌려보려고 하는데요.〉

그렇게 답장하자 한참동안 미동도 없는 메신저창.

[TK송정훈감독]

〈그게 아니라〉

〈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듈 설치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방송하셔도 됩니다. 저는 아마 새벽까지도 있을거니까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요.〉

[나]

〈알겠습니다.〉

싱거운 사람이군.

그는 메신저창을 닫아버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크로스보우가 접속해있는 곳은 바로 [연습모드].

신형 캡슐이 주는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온 곳이었다.

"별 차이는...없는 거 같은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펴며 중얼거렸다. 집에서랑 비슷한 감각. 시력이 아주 약간 선명해진 듯한 기분이 전부였다.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크하

-1등

-아ㅋㅋ10초만에 들어왔는데 900명ㅋㅋ레전드들

-개백수 어셈블

-크보도 진짜 컸구나...

-만져볼래?

-???ㅋㅋㅋㅋㅅㅂ

들어오자마자 드립부터 쳐대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크로스보우는 그 모습에 묘한 안정감을 느끼며 픽 웃었다.

-그래서어케됨???

-프로팀들 컨택 무냐고!!!

-미쳤다 이제 크보 국내리그에서 볼 수 있는거지?

"아. 다들 짬탐님 방송에서 보신 모양이군요."

그는 여느때처럼 태연하게 멘트를 시작했다.

['그래서'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케됨?어케됨?어케됨?

"일단 여기는 팀 TK의 연습실입니다. 제가 캡슐이 구형이라니까 이 쪽으로 안내해주시더라구요."

-구...형?

-ㅖ?

-아ㅋㅋ구라치지마세요

-구형? 구라지 형?

-구형이면 야스도 못하지 않음?

-[삭제된 메세지입니다.]

-아ㅋㅋ그건안되지

"그래서 오늘은 최신형 캡슐이랑 비교 좀 해보려고 켰습니다. 다행히 방송은 잘 송출되는거 같네요."

-ㄹㅇ구형이었다고?

-구형캡슐 쓰는 흑우없제?

-근데 솔직히 1세대만 아니면 상관없음

-그건 맞찌 1세대 감각이 극혐이라 그렇지ㅋㅋ

"...으음. 제 캡슐이 1세대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크로스보우는 곰곰히 생각했다. TK의 연습실에 있다는 것보다 구형캡슐을 이용해왔다는 것이 더 큰 이슈인걸까.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시청자들의 모습이다.

-ㅋㅋㅋ허언증on

-아침부터 구라치는 크보는? 아침구보 엌ㅋㅋㅋㅋㅋㅋ

-[사용자가 차단되었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래서 연습모드입니다."

크로스보우는 차단된 시청자를 슬쩍 풀어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느끼기론 제 캡슐도 꽤 괜찮았는데...별 다른 차이점은 느껴지질 않네요."

자취방에 있는 캡슐도 더 원 그라운드를 플레이할 때 계속 느끼던 울렁증도 없고, 생각보다 쾌적한 편이었다.

"그래도 세밀한 감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한 번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기위해 연습모드를 켰습니다."

-근데 TK연습실에서 연습하는거면 TK 소속되신건가요?

-어? 그러고보니까 ㄹㅇ임?

-오우쉣...블래드랑 크보가 한 팀? 가능

-나는 크보랑 가능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캐릭터 강화권 때문에 방문한거에요. 얘기는 잘 끝났습니다."

크로스보우는 낯익은 닉네임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

-(대충 궁금한 개구리 콘)

"그건 내일 방송에서 알려드리기로 하고...."

헬멧의 바이저를 내렸다.

어쩐지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구형캡슐과 신형캡슐의 차이점. 한 번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별 다를 거 없을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한 번 느껴보기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SYSTEM]선택한 캐릭터 : 더 원 그라운드

[SYSTEM]사전 설정된 세팅대로 환경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본격적으로 표적이 올라오는 순간, 정반대로 바뀌었다.

"...!!"

감각의 다발이 폭발하는 기분. 어떻게든 이 감각을 표현하자면 그랬다.

인식과,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둘 사이의 간격따윈 없다.

크로스보우는 그제서야 사람들이 왜 '더 원 그라운드'를 똥캐라고 말하는지 깨달았다.

이런 느낌을 갖고 고작해야 파쿠르나 하는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싶을 리 없다.

탕!

타다다당!!

-와

-또 봐도 미쳤네

-100%재현ㅋㅋㅋ

-그 남자...사격술의 신이 아닐까?

물론, 그건 크로스보우의 착각일 뿐.

실제로 그와 같은 감각을 느끼는 이는 극히 드물었지만.

[SYSTEM]명중한 표적 수 100/100

[SYSTEM]헤드샷 비율 : 100%

[SYSTEM]표적 식별 후 격발까지 평균 소요 시간 : 0.1초

[SYSTEM]착탄 위치 일치율 : 99.5%

[SYSTEM]종합 랭크 판정 : SSS

[SYSTEM]사격 최고 기록! 축하드립니다!

아무튼 그랬다.

-?

-????

-ㄷㄷ...

['현직특전부사관입니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런거좀 하지말아주세요...ㅠㅠㅠ제발요ㅠㅠㅠ

지난 번의 합방 때도 들어왔던 도네.

"으음...."

크로스보우는 침묵을 지키다가 바이저를 올렸다.

캉─!

"...이게 되네?"

조금 나아진 시야로, 떠오른 메세지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SYSTEM]업적 인장 해금 : 사격의 신(더 원 그라운드)

-아ㅋㅋㅋㅋㅋ

-본인도 모르는 본인피지컬

-??? : 아 씨 그럼 누구지

-사격의 신ㄷㄷ...이젠 정말 총은 평정했네

-검으로 가즈아ㅏㅏ

< 46화-최고의 게이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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