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47화 (47/143)

< 48화-등장 >

"...야. 야야. 저기 봐."

"왜. 너 또 니 남친 지나간다 뭐 이럴거지."

"뭐래."

인천 국제 공항.

공항버스가 여행객들을 토해내는 2층 바깥.

인천공항이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저런 사람이 니 남친이면 너랑 안볼 각오하고 내가 꼬신다."

"이게 진짜 미쳤나. 뭐 어디?"

이제 막 버스에서 내린듯한 두 명의 여성.

여행 출발하는걸 티라도 내는 것처럼, 한껏 꾸미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모양새였다.

"...어머. 뭐야? 잘생겼다."

"야. 몸 좀 봐....남자다...."

"얘가 뭐라는거야. 다 듣겠다."

서로 티격태격대는 두 여자.

"흐아암...."

그들을 배경 삼아 크로스보우는 공항 버스에서 내렸다.

출발하는 날.

평소보다 이른 활동시간이라 졸음이 밀려온다.

[8 : 12 AM]

"딱 예상한 시간에 도착했네."

"그러게. 그렇게 막히더니."

그는 버스 짐칸을 열어 캐리어를 끌어내렸다.

"여권. 지갑. 펜. 노트북. 방송용 소형 카메라랑 초소형 드론?"

"다 있다."

"영상 늦지 말고 보내줘야 돼? 사소한거라도 편집소스로 쓰일 수 있으니까...그냥 싹 다 보내줘."

"걱정이 심하네."

"...샤워하는거도."

"드디어 미쳐버린거지?"

"히히. 근데 그거 알아? 내가 어제 커뮤보는데 오빠보고 흑인혼혈이래."

"뭐? 왜."

이게 또 무슨 말을 할려고 이러지?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빙의해본 시청자들이 그러던데. 거의 뭐 제 3의 다...읍!! 읍읍!"

얼른 신예지의 입을 막았다.

"됐고 빨리 가자."

평소와 달리 뭐라하지 않는 크로스보우.

그도 그럴게, 그녀가 아쉬워서 하는 말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변태. 과년한 처녀 입을 막 막네."

"그래그래."

신예지는 한국에 남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스트리머 참가자는 대회를 개인방송으로 송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런만큼 대회기간 중 영상이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많은 영상소스를 모두 노트북으로 편집하기엔 작업환경도 시간도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힘들면 사람 얼마든지 뽑아. 도장 찍힌 계약서 잘 갖고 있지?"

"응. 최대한 해보고 생각할게. 걱정마."

"그래."

예지의 자신만만한 모습과 달리, 영상감이 몇 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

크로스보우는 돌아오면 높은 확률로 편집자가 늘어있을거라 예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국제선 출발동...11번 출입구?"

"저쪽이네."

네이션스컵의 진행기간은 대략 한달 가량.

그 기간 동안 그녀의 선 넘는 드립을 볼 수 없다니. 그건 좀 아쉽군.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어. 오빠. 저기 봐."

신예지가 탑승동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를 가리켰다.

"'네이션스 컵 개인방송인 참가자는 이쪽으로' 라는데?"

"맞네."

멀리서도 잘 보이는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몇 명.

거대한 인파 속에서 멀리까지 보이도록 치켜들고 있는 모양새다.

"저기로 가면 되나본데?"

"모여서 같이 가나보군."

"...그러게. 신기하다."

그녀는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출입국심사까진 따라가려고 했는데...아쉽게 됐네."

"같이 가면 되지."

씁쓸한 표정을 짓는 신예지의 모습.

크로스보우는 무슨 소리냐는듯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오빠. 요즘 여초에서 인기 점점 올라가는거 몰라...? 여자랑 같이 있음 안돼."

"뭔소리야."

"그야 그렇잖아...무슨 소리라도 나오면 어쩌려구."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살폈다. 슬쩍 거리를 벌리는 모습.

"뭐라는거야."

어딜 혼자 도망가려고? 그는 신예지의 손목을 잡았다.

"게임 방송하는 사람이 게임만 맛깔나게 하면 됐지. 공개하지도 않은 외모로 생긴 팬을 신경쓰라고?"

"그, 그게. 아니...오빠. 흐어엉?"

"내가 무슨 연예인이냐?"

확 잡아당기자 순순히 끌려오는 예지.

크로스보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촬영캠을 꺼내 건넸다.

"정 신경 쓰이면 이거라도 들고 있어."

"...응."

"고개 숙이고 있지 말고."

"...응."

"가슴도 쭉 펴고. 고개 숙인 여자야?"

"...그게...음. 오빠는 아침에 좀 숙여...읍!"

그는 그녀의 입을 한 번 더 틀어막으면서 손에 카메라를 쥐어줬다.

"가자."

"...고마워."

그는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

"지금 와.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여러분."

-이런 날이 오네

-날씨 개좋누 오늘

-ㄹㅇㅋㅋ방구석인생들 간접 나들이행

-설렌다...

일전 크로스보우와 그레이드가 맞붙었던 배틀로얄.

같은 게임에 매칭되었던 스트리머 중 한 명인 김볼모.

개인방송인 자격으로 선수가 된 스트리머 중 한 명인 그는, '네이션스컵행 출발합니다'라는 방제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저쪽에 다들 모여 계신거 같으니까...인사 한 번씩 하러 가볼게요."

-ㅎㅇ28남

-랜챗변남 김볼모ㅋㅋ

-아ㅋㅋㅋ

좀처럼 드문 유명 스트리머들이 집합해있는 상황.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모여있는 모습이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방송인들 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 볼모님. 오셨구나!"

"네. 하이요. 저 근데 방송 중인데 혹시 얼굴 나가도 되나요?"

"상관없어요."

각자가 방송인이기 때문일가. 딱히 거리낌없이 허락하는 스트리머들.

김볼모는 신이 나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근데 다들 일찍 오셨네요?"

"한숨도 못잤음요."

"무려 네이션스컵인데 잠이 안올만도 하죠."

"살다살다 국제대회도 나가보네...."

"일단 중국일본한테만 안 지면 됨."

"...지면?"

"아. 크크. 그럼 계란 맞을 각오해야죠."

"...살다살다 계란 맞을 위기에도 처해보네...."

"헤엄쳐서 귀국하라고 할껄?"

김볼모가 평소 알고 지낸 스트리머들이 많았던 탓일까.

몰려들어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거드는 다른 방송인들.

-누구누구 있음?

-아ㅋㅋ네임드들 개많아서 화면에 안들어오네

-정보)그 쥐도 있다

-ㅋㅋ아ㅋㅋㅋㅋ지건 딱대!!

"다른 분들요? 보여드릴까요? 엄청 많아요."

그는 캠을 쭈욱 뻗어서 모여있는 인원들을 보여줬다. 각자의 주력 모드에서 다들 한 자리씩 하는 방송인들. 어디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자들이다.

-와; 지리네...라인업 살벌하다

-스트리머 최강자전ㄷㄷ;

-이렇게보니까 스트리머 팀은 여자도 많넹 프로쪽은 죄다 남잔데

-스포)한국 우승!

-이게 ㄹㅇ어셈블이지

누군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보이고, 또 누군가는 팬이라며 찾아온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주는 모습의 스트리머들.

그러던 때였다.

-오

-뒤에 뭐임?

-배우아님? 기럭지 뭐냐

-시강뭔데

"누구요?"

김볼모는 갑자기 뒤바뀐 채팅창의 상황에 방송송출 화면을 확인했다.

-얼굴치워!!!

-ㅋㅋㅋㅋ아ㅋㅋ이 오징어는 무야

"...뭔데 그래?"

생각보다 격한 반응.

뭐가 있길래 이러지. 영화배우라도 지나가나?

그는 뒤를 살폈다.

"...잘 생겼다."

"...좀 봐"

조금 멀리서 쑥덕이는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 순간 그는 말을 잃었다.

"...모델인가?"

쭉쭉 뻗은 기럭지. 넓은 어깨.

가을을 맞이한 걸 알리듯 걸친 얇은 코트까지.

스크린에서나 볼 법한 미남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와. 뭐야?"

어디 영화촬영 나왔나?

그는 감탄하다가 다시금 채팅창을 살폈다.

-아ㅋㅋ세상 불공평하네

-이쪽으로 오는데요?

-띠용?

"엥? 일로 온다구요?"

어리둥절해진 그는 저도모르게 목소리를 높혔다.

"뭔데 그럼?"

"왜 그래요?"

그러자 그에 반응하는 다른 스트리머들. 김볼모는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간 스트리머들.

"...."

"오...."

똑같은 반응. 그 와중에 이상한 표정을 짓는 여성 스트리머.

"...저분들 왜 저러지?"

"어디 연예인이라도 지나가요?"

"뭔데?"

세 명이 하는 행동은 모두가 따라하기 마련이라는걸까.

다른 방송인들까지 합세해 약속이나 한 거처럼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에게서도 일관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와...기럭지가 뭔...."

"...이렇게 게이가 되는거구나...."

"다들 송출 안하시는게 좋을듯요. 일반인이신거같은데."

"...옆은 여친인가봐요."

미어캣이라도 된거마냥 쳐다보고 있는 모습.

"어...? 근데 이쪽으로 오시는데?"

"출구 앞이라서 그런거 아니에요? 길 좀 비켜드리죠."

"아하."

스트리머일 리는 없고, 그렇다면 출입구를 이용하려는건가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곤 좌우로 갈라섰다.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게 설령 얼굴 공개를 하지 않는 스트리머들이라도, 서로간에는 얼굴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

게다가 저렇게 생긴 사람이 대회에 출전할만큼 올오버에 미쳐 살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님들. 조금씩만 비켜드리죠."

"줄줄이 좌로 갓!"

"아. 크크. 구령 극혐."

그러나 그 예상은, 혼란을 막기 위해 인솔자가 달려나간 순간 바뀌고 말았다.

"저. 죄송합니다. 지금 네이션스컵 출전자 분들이 집합해계시거든요.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다른 출구를 이용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징어 건조 중이니 다른데로 가주세요

-아ㅋㅋ누가 마른 안주 시켰냐ㅋㅋ

-반건조 오징어ㅋㅋㅋ

"그렇군요."

"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다른 출입..."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양해를 구하는 인솔 인원. 그러나 남자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럼 잘 찾아왔네요."

"...네?"

-?????

-뭐야누구임?

-무냐고!!!

-아 송출 왜 막아

"어?"

"뭐래요?"

"잘 찾아왔다는데?"

"스트리머야?"

스트리머들, 인솔자, 그리고 각 방의 시청자들까지 함께 어리둥절해져버린 답변.

남자는 그 반응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여기 네이션스 컵에 개인방송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사람들 모이는 곳 아닌가요?"

"그게...일단은 맞습니다만...."

그 말에 인솔자는 황급히 차트를 꺼내들었다.

"방송인...이신거죠?"

"네."

"성함이...?"

"성함...아. 이걸 보여드리면 될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코트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남자.

그는 잠깐 표정을 찌푸리며 주머니를 휘저었다.

"어디갔지?"

"어...."

그 사이 그에게서 시선을 뗀 인솔자는 차트를 펼쳤다.

아직 안 온 스트리머의 목록을 체크하려는 심산.

'누구지?...이 사람은 아니고...주디? 이 사람은 여잔데...혹시 장난치는건가?'

쭈욱 차트를 내리며 확인하던 그는 문득 식은땀을 흘렸다.

'...어?'

맨 아래.

아직 체크되지 않은 이름, 홀로 특별표시가 되어있는 닉네임을 하나 발견했던 탓.

'설마...?'

힐끗 다시금 얼굴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뭔갈 찾은 듯한 소리를 낸 남자.

-뭐야 뭔데

-누군데?

-지금 안온 사람 중에 타 스트리머가 모르는 사람 누구 있음?

모두의 주목 속에서, 그는 씨익 웃었다.

"여기 있네요."

품 속에서 꺼낸 카드.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Your Characters All Over-Participation ticket]

"......."

처음 보는 까만색 카드.

잠시 말문이 막힌 인솔자는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았다.

"크흠. 이 카드 제출하라고 준 게 아니었나?"

그러자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

"아. 혹시 이러면 아실까 모르겠네요."

그는 주먹 쥔 손을 위로 올려보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마치, 얼굴 앞을 가린 무언가를 들어올리는 듯한 행동.

"...어?"

"...미친. 설마?"

"...나 저 분 누군지 알거같아."

"...저두요."

"와. 미쳤다. 진짜."

그리고 그 행동에, 그 자리의 모두가 누군가를 떠올리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확인했습니다."

[트리키 뷰/크로스보우 □]

인솔자는 비어있던 네모박스에 힘차게 체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영합니다. 크로스보우님. 늦지 않으셨네요."

< 48화-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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