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49화 (49/143)

< 50화-배틀로얄의 귀재 >

선수단 입장식을 마친 다음날, 숙소로 제공받은 호텔의 조식뷔페.

"오. 여기 김치있어요!"

"오우쉣! 딱 대!"

단 며칠만에 적응을 마친 스트리머들은 김치를 발견하곤 희희낙락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이 호텔의 뷔페음식이라고는 온통 기름진 음식 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이곳이 미국이라는 걸 격하게 주장하기라도 하는 듯한 메뉴들.

"이, 이게 김치라고?"

"빨간 단무지 같은 맛이 나는데요?"

어느새 친해진 스트리머들은 서로 얘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크보님은 안 드세요?"

그리고 그건 크로스보우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모난 성격도 아니었고, 화제의 주인공인만큼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

깨달으니 이미 수많은 번호를 교환한 후 였다.

"오기 전에 많이 먹었어요."

"저는 라마단기간이라 못 먹어요."

"이잉. 앗쌀...."

"그거 하면 여기선 큰일날 거 같은데. 크크."

"저런. 할랄 김치라도 갖다드려야하나."

"할랄 김치. 크크."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거드는 사람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그간 봐온 모습보다 과도하게 긴장된 텐션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인가요?"

"오늘이죠."

"하...벌써 떨리네."

"프로랑 일반분들이 이겨줬음 좋겠는데...."

"왜 스트리머전이 마지막인거야."

예선전의 시작.

오늘이야말로, 동아시아 3국이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배틀로얄], [AOS], [1대1], [유저체스], [균열방어전], [거점점령전].

6개의 종목에서 각각의 모드가 5판3선승제.

1라운드는 프로게이머 팀.

2라운드는 일반인 팀.

3라운드는 방송인 팀.

그리고 4라운드와 5라운드는 각국의 감독들이 직접 의논하여, 규정에 따라 선수들을 섞어 만든 팀으로 경기를 치루게 되는 방식.

다만 유일하게 3국이 함께 맞붙는 [배틀로얄]의 경우, 5판 중 먼저 3패하는 나라가 탈락하고, 남은 두 나라간의 경쟁으로 변하는 방식이었다.

"크보님도 오늘 출전 아니에요? 배틀로얄 모드가 첫번째 모드던데."

"맞습니다."

"와...너무 태연하신데...긴장 안하는 팁 좀요."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다른 이들이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일뿐 딱히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스트리머들끼리 붙는 라운드의 승패는 그리 큰 이슈가 되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각 나라의 자존심은 대부분 프로게이머가 맡고 있으니까.

"그냥 앞에서 잘해주실거라 믿는거죠. 뭐."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긴 하네요."

앞선 라운드들에서 이겨주지 않겠냐. 그런 소리였다.

"하긴 중국일본이랑 붙어서 우리가 떨어지겠어요?"

"그건 인정. 딱 한 지역 떨어지는건데."

"작년 4위인데 어림도 없지."

"떨어지면 그냥 여기서 살죠."

"아. 스티즈 유냐고. 크크."

그 말에 동의한 스트리머들.

그들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었는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김치 진짜 맛없어요?"

"네. 하여간 양놈들 김치를 단무지로 만들어놨다니까요?"

"...무엇을 암시하는거지?"

곧 있으면 선수단 브리핑이다.

***

"조심해. 예선 첫 라운드라고 해도 민감한 대전이니까."

"알아. 안다고, 몇 번이나 같은 소릴 해대는건지 모르겠네."

TK 란두인.

본명 박두인.

그는 학을 떼며 대꾸했다.

배틀로얄과 AOS를 주력모드로 삼는 프로게이머.

경력도 꽤 길었던 탓에, 그가 이번 배틀로얄 예선의 주장으로 뽑히게 된 것이었다.

"...작정하고 더러운 짓을 할 수도 있어. 그리고 상대쪽엔 중화제일검이나 다이고도 있으니까...."

"걔네들이 뭔 실력이라도 있어서 유명한가? 어차피 둘 다 만들어진 스타구만."

걱정 어린 블래드의 조언에도 그는 몸을 풀며 대충 대꾸했다.

"카운터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대체 왜들 그러는거야? 저번엔 크본지 뭔지 하는 아마추어 얘기만 잔뜩 늘어놓더니."

"...."

"그리고 우리, 서로 전문모드가 다른데 왜 이렇게 훈수를 두는거? 배틀로얄은 내가 알아서 해. 짬밥이 하나 두 개도 아니고."

"...판단할 때 잘 생각해. 그 대망인가 하는 선수 말 믿지 말고."

"걔가 크로스보우보단 훨씬 똑똑할거다."

그 말에 뚝 굳어버린 블래드.

"...니 맘은 알겠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한숨을 쉰 두인은 말을 이었다.

"예전에 배틀로얄에서 그 놈의 [참가권]인지 하는 놈들, 우리 선수들이 그냥 개떡으로 만들었던 거 기억나지? 일본이나 중국이 뭐라도 되겠어?"

"...그 땐."

내가 있었잖아.

그러나 블래드는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어떤 말이 돌아올 지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 모드는 AOS와 1대1대전.

그 때 당시엔 감독의 변경요청으로 잠시 한 라운드에 참전했던 것뿐.

자존심강한 박두인에게 그 일을 말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게 분명했다.

"...아무튼 조심해라."

"그래. 걱정 말고 AOS 때나 잘 부탁한다고."

"...."

"가볍게 이기고 올테니까!"

TK 란두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져갔다.

***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보단 차라리 기대하고 실망하는 게 낫다.

그런 말이 있다.

"...."

틀린 말이다.

기대는 나쁜게 분명했다.

앞에서 잘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그저 헛된 기대에 불과했던 것이다.

-"빠, 빠져!! 당장 뒤로 빼!"

-"여기 전부 유독성 함정...! 트랩밭...커헉!"

-"크아아악!! 이런 미...."

선수들의 비명소리.

[대참사!!! 대참사입니다!!]

[아...제대로 확인을 하고 진입했어야 돼요! 당했습니다!! 당했어요!! 뼈아픈 실책!!]

[딜량을 버텨내질 못합니다...선수 모두 녹아웃...! 아...캐릭터가 움직이질 않아요!!]

[전략적 티밍...! 중국, 치사합니다. 정말 치사합니다...!]

배틀로얄 모드.

한번에 한중일 3국이 맞붙는 경기.

올오버 첫 경기의 막을 여는 판.

그 판에서 방금 막,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낚시성 플레이에 걸려 주력인원이 모두 쓸려나가 버린 것이었다.

중국과 일본 양국이 힘을 합했다고 밖엔 볼 수 있는 상황.

"...미친."

"큰일난 거 같은데?"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있던 스트리머들은 멍하니 말했다.

브리핑을 위해 다 같이 모여있던 호텔의 세미나실이었다.

"아니. 저기를 왜 그냥 들어가냐고."

"중국팀이 모른 척 했잖아요. 일본놈들이 트랩 걸린거 점사도 안하고, 중국도 힐 때려박아서 킬로그 숨김...."

"이건 너무 순진했다."

"하...게임 드럽게 하네. 진짜."

-와 작정하고 준비해온거 같은데?

-개빡치네 ㄹㅇ 아; 뭐하냐

-제발 티확찢좀 제발

-일본 입장에선 조커카드 아니냐? 이걸 예선 첫 판부터 보여준다고?

-쟤네 작년에 광탈해서 그러는듯

-근데 '그 나라'는 뭐? 대국?ㅋㅋㅋ빨간옷입고 악성티밍하던 놈들 아니랄까봐 하...

-에바다ㄹㅇ; 뭐냐

-전략적 티밍 이거 좀 수상한데

전술 브리핑은 진즉에 끝났기에, 다들 개인방송을 켜고 노닥거리며 경기중계를 하고 있던 와중.

각 방의 시청자들도 사전합의된 걸로만 보이는 양국의 플레이에 치를 떨고 있었다.

['내기맨'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크보야 예선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이기면 100만에 다른 방 각 10만원간다

-나도 작게 10만 얹겠음

-질 수도 있는건 맞는데 왜케 빡치지?

-블래드 출전 안해서 지는거임ㄹㅇㅋㅋ

-각 선수당 주력모드 2개 제외 출전제한 있는데 어떡하냐고 아ㅋㅋ

"후원 감사합니다."

크로스보우가 어깨를 으쓱이고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그 내용을 공유하려고 할 때였다.

[아...살릴 수가 없습니다...살리러 가는 순간 빨려 들어가거든요!]

[대한민국. 위기입니다.]

[말씀드린 순간...킬로그가, 기절한 한국선수들이 줄줄이 사망합니다...!]

킬로그.

태극기 마크를 달고 있는 닉네임들이, 일장기를 달고 있는 닉네임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을 표시하는 킬로그.

[JP_DAIGO->KR_Rootkim]

[JP_DAIGO->KR_YoonBlue]

[JP_DAIGO->KR_Shyboy]

.

.

.

화면을 주르륵 메운다.

[아...일본의 다이고선수가 킬까지 몰아먹습니다.]

[이건 성장차이가 엄청나겠는데요. 경기구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한국팀.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자기장에 지져지겠냐, 아니면 이대로 돌파하겠냐! 선택의 순간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암담한 해설진의 중계.

그럼에도, 그 자리의 모두가 스크린으로 들어갈듯한 자세로 눈을 고정하고 있다.

다들 희망의 끈 한가닥이라도 잡고 있는 듯한 표정.

"...."

크로스보우는 팔짱을 낀 채 유심히 상황을 살폈다.

'...피지컬로 뚫는게 그나마 최선. 생존조를 만드는 게 차선...처럼 보이는 나쁜 수.'

설마 후자를 택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아...한국 선수들! 생존조를 만드려는 모양입니다!]

[1등을 못한다면 2등이라도 도모하겠다는 생각인가요! 아이템을 재분배하는 모습!]

[최선의 판단입니다. 아직 오더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소리거든요! 희망은 있어요!]

졌군.

그 판단에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조는 상대가 뻔히 예측할 수 있는 방도다.

결국 상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될 뿐.

[...일본. 한국의 생존조를 정확히 노릴 수 있는 포인트에서 대기 중입니다.]

[한국 선수들은 아직 모르고 있어요!]

[서, 설마...킬을 흡수한 다이고가 범위스킬을 사용하려는 거 같은데요...!]

"아...."

"씨입...."

-아...

-진짜 개ㅈ같네 하ㅋㅋㅋㅋ

-[삭제된 채팅입니다.]

-개억울하네ㄹㅇ로

-이게 다 티확찢을 소홀히 한 망나니들 때문이다

-? Your Gold

-아ㅋㅋㅋ

현재 시청자수는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이 빠져서 대략 2만명 가량.

진짜배기 크로스보우의 시청자들만 모여있을 터인데도, 어떻게든 드립을 쳐보려고 궁리하던 평소와는 달리 험한 말이 오간다.

"아. 제발."

"다이고라도 잡고 죽자. 제발...."

그렇게 대회 소리를 제외하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세미나실.

정적 아닌 정적만이 흐르던 와중.

[...일본의 다이고. 생존조 올킬.]

[한국팀. 전원 사망...입니다.]

"...."

"와...."

더는 못 보겠다.

크로스보우는 세미나실을 나섰다.

***

"조금 있다가 다시 킬게요."

-크바

-크보야 너만 믿는다...

-ㅠㅠㅠㅠㅠ

크로스보우는 방송을 잠시 종료시켰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출전하게 될 터기도 했고, 흥분한 시청자들이 욕설을 적다가 차단당하는 일이 계속 벌어졌기 때문.

"...."

채팅창이 이럴 정도면 커뮤니티 반응을 굳이 보지 않아도 난리통일 건 당연한 일.

그럼에도 크로스보우는 잠시 커뮤니티를 켜봤다가, 한숨을 쉬곤 창을 닫았다.

온통 선수 비하.

거기에 더해 일본과 중국을 엄청나게 까대고 있었다.

[핥짝(채은아)]

〈ㅋㅋ이거 꿈임?〉

[예지]

〈힘내....〉

[이하린]

〈형님 너무 ㅈ같습니다 ㅈ이 생기면 이런 기분인가요?〉

"...."

지인들에게서도 심상치 않은 까톡이 도착해 있을 정도.

크로스보우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곤 화면을 닫았다.

사실, 배틀로얄 첫 판을 진 건 그리 큰 의미가 있진 않았다.

앞으로 남은 모드는 5개나 되는데다가, 그마저도 총 5라운드 중 고작해야 1라운드를 패배한 것이기 때문.

"...흐음."

문제는, 각국의 자존심을 맡고 있는 프로게이머끼리의 라운드에서 패배했다는 점.

심지어 그 방식이 썩 정정당당해 보이지 않고, 일본 입장에선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연출되었다는 것까지.

잘못하면 선수들 멘탈에 크나큰 스크래치가 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특히, 계속해서 개인방송을 돌리고 있는 스트리머들이라면 더욱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터.

어쩐다.

크로스보우는 고민하며 호텔 구석의 카페로 향했다.

곧 있으면 시끄러운 함성을 받게 될 터니, 잠깐이라도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평온한 시간도 잠시.

곧이어, 일반인으로 이뤄진 팀 역시 패배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건 좀 큰일났군."

이렇게 되면 현재까지 2판 전패.

다음판까지 패배하는 순간, [배틀로얄]모드에서 한국의 성적은 3국 중 꼴등을 확정짓고, 종목에서 탈락하게 된다.

크로스보우는 천천히 마시던 커피를 배출구에 쏟아버리곤, 일어났다.

...매치포인트다.

< 50화-배틀로얄의 귀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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