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50화 (50/143)

< 51화-배틀로얄의 귀재 >

올오버 네이션스 컵.

대한민국 대표팀 중 3라운드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바로 개인방송인으로 구성된 팀.

그 중 오더를 맡고 있는 건 두 사람이었다.

스트리머 네임 '일루션', 그리고 '울드'.

둘 모두 전前프로게이머 출신으로, 풍부한 대회경험을 바탕으로 대회 분석을 종종 방송 컨텐츠로 삼는 이들.

"...이거 아무리봐도 이상하죠?"

그들은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함부로 의심하면 안되지만...."

"그쵸. 물론 심증이고, 상대가 그냥 잡아떼면 그만이긴 하겠는데...."

한중일 3국의 매치업.

배틀로얄 모드.

이미 패배한 2라운드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1라운드는 그렇다쳐도...2라운드는 너무 이상해요."

울드는 그렇게 말하며 2라운드, 일반인 팀끼리 맞붙었던 판을 재생했다.

선수들의 플레이양상을 한참동안 쳐다보며 고심하는 모습. 적들의 움직임과, 각각의 유저가 얻는 시야 정보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이 부분. 보세요. 형님. 중국하고 일본이 같은 지역에 들어온 상황이잖아요. 근데 서로 이 정도 거리에 들어왔는데 발소리나 뭐...인기척을 못 느꼈을까요?"

"그럴 린 없지. 아무리 프로가 아니라고 해도 참여자 전부 최소 그랜드 마스터급 실력잔데."

"네. 심지어 일본 쪽이 유리한 구도, 상성인데 굳이 교전을 피했어요. 꼭 2라운드는 중국이 가져가기로 약속이나 돼있는 거처럼."

울드의 말.

"지금 스코어가 실제로...."

"네. 1라운드는 일본이 1등. 2라운드는 중국이 1등. 한국은 두 번 다 3등이네요."

"으음...."

"거 참 공교롭네요."

곰곰히 생각하던 일루션은 이야기의 정리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쉽게 말하면 이 짱놈들하고 쪽놈들이 짠 거 같다는 말이죠."

"야. 그런 단어는...아니다."

"방송 중도 아닌데 뭐 어때요?"

"그러게. 후...그럼 1라운드 때도?"

"그럴 가능성이 높죠. 1라운드는 아무래도 프로게이머끼리다 보니까 수작질이 교묘해서 잘 몰랐는데."

그 말에 한숨을 쉰 일루션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증명할 순 없지만...기정사실, 이란거구만."

"...그런 셈이네요."

양국의 티밍.

아마도, 강력한 우승후보인 한국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작질.

울드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럼 어쩐다...."

그들도 한 때는 전설이라 불렸던 프로게이머.

그러나 그런 그 두명으로서도, 이런 골치 아픈 사건에 부닥친 경험은 없었다.

"...일단은...크로스보우 씨가 오면 같이 대책 좀 마련해보자."

"크보님은 믿을만하죠. 그럼 그 때까진 입 다물고 있을까요?"

"그래야하지 않을까?"

현역 프로들은 잠깐 반짝 뜬 신인 정도로만 생각하는 방송인 '크로스보우'.

그러나 울드와 일루션은 스트리머로 전향하며 크로스보우의 영상클립을 엄청나게 받아본 탓인지, 당연한 듯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

제대로 된 이가 올 때까지 일단은 의심을 접어두자.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도 그럴게

"──어떡해. 어떡해. 어떡하냐고오...."

"대회 안다녀!"

"우하하하하! 팡파레~!"

졸지에 온 부담을 다 짊어지게 된 스트리머들은 우는 소리를 해대고 있던 것.

이런 상태의 사람들에게 중국과 일본이 짜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알리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나게 될 행동이다.

"실수라도 하는 순간...."

"바로 대역죄인이죠. 사이버 능지처참 당할듯."

"...으아아악!! 나한테 왜 그래애애애...!"

심지어 약속이나 한 거마냥 다들 개인방송을 잠깐 종료시켜둔 상태다.

굉장한 프레셔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머리를 벽에 쿵쿵 박거나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혹은 어떻게든 진정하려 애쓰는 모습.

그러던 때였다.

"─무슨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

돌연 문가에서 들려온 목소리.

"우왓. 깜짝이야!"

"...누구...."

낯선 이의 출입.

거기에 반응해 고개를 돌리는 스트리머들.

그리고 그들은, 이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외쳤다.

"...와, 왔다!"

"크보님!!!"

반색하는 모습들.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었다.

"다들 준비하시죠. 곧 저희 차롑니다."

***

"──할 수 있다!!!"

"믿어요! 찬밥이형! 우리 울드! 크보!"

"할 수 있다!!"

생각했던 수준의 함성은 없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은 생각보다 더 참담한 분위기.

간간히 응원의 외침을 해주는 관중들이 몇 명인가 있을 뿐.

다들 그저 주먹을 꽉 쥔 채 이쪽을 응시하기만 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한국탈락이 확정이라도 된 것처럼, 신이 난 다른 나라의 관중석과는 크게 차이나는 모습.

"하, 하하...."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그리고 그래도 응원에는 답해야하는지, 손을 덜덜 떨며 어떻게든 손을 흔들어보이는 스트리머들.

[대한민국. 2패의 상황입니다.]

[예선 개막전,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선수들이 등장할 때면 항상 경기장에는 활기가 돌죠? 개인방송인 선수들입니다.]

어디선가 아득하게 들려오는 해설진의 목소리.

오늘의 선두는 크로스보우가 아니다.

이번엔 가장 후방에 위치한 크로스보우.

"...."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대열의 끝에서 보니 알겠다.

걸음걸이나 호흡 등이, 잔뜩 긴장해서 이미 다들 흐트러지고 있다.

크로스보우는 저도 모르게 그런 기색들을 읽어들이다가 문득 머리를 털었다.

"───!"

"──!!"

깨달으니, 이미 쓸모없는 소리들이 차단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

벌써부터 집중상태에 빠지려는 듯한 느낌.

소음이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날카롭게 깨어나는 감각.

"──!!"

"───!"

현장의 긴장감에 힘입어, 저절로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스읍.

후.

그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아까 영상을 돌려본 바로는, 아마 중국과 일본 사이에 뭔가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 아마가 아니야. 무조건이다. 이번 라운드도 똑같은 짓을 하겠지. '

그러나 그럼에도 이미 이 자리까지 도달했다.

전략적 티밍은 배틀로얄의 정석 플레이 중 하나. 설령 의혹을 제기한다 한들 인정받는 일은 없다.

즉, 이 자리에서, 더이상 경기를 되돌릴 순 없다.

"...."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게임 시스템적인 부조리는 없으니까.

상대편이 유도탄을 쏴댄다거나,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거나.

혹은 자신에게 울렁증이 있다거나.

"...."

그럴 일은 없다.

물론 그럼에도,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벌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 어뷰징충들."

눈을 감았다 뜨며, 크로스보우는 사납게 웃었다.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대로 되갚아주마."

[한중일 3파전. 배틀로얄!]

[예선의 개막전이 되는 경기. 한국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경기가 될수도 있는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됩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희망! 앞으로 내리 1등을 해야 확실하게 본선으로 향할 수 있거든요?]

[개인방송인 선수들. 평소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말기를 바라면서, 네! 맵이 선정되었습니다!]

어느새 도착한 캡슐의 내부.

그는 풀다이브 버튼을 눌렀다.

[SYSTEM]맵 : 반파된 인천공항.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59...58...57....

***

"크보님. 들으셔야 하는게 하나 있습니다."

"네. 뭐죠?"

"중국이랑 일본이 아무래도...."

"아.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우선 다른 분들에게도 알리겠습니다."

그 말에 크로스보우는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하시죠."

비행기가 곧 하강 지점에 도착한다.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눈앞이, 회색빛으로 점멸한다.

***

이렇게 작은 맵은 전술이랄것도 없다.

그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서로 밀어내는 힘 싸움이 포인트.

-"이야기는 다 들으셨죠? 최대한 서로 커버할 수 있는 합류대형으로 가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확인요."

중국과 일본이 어쩌면 반복해서 전략적 티밍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의심.

바깥에는 송출되지 않도록, 송출 차단을 요청한 후 모두에게 전달한 사항이었다.

그 의심을 전해들은 스트리머들은 다들 딱딱하게 굳었다.

그저 실수해서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분노로 바뀐 듯한 모습들.

-"이쪽 클리어에요."

-"성장형 캐릭터들 먼저 파밍하죠."

-"확인요."

그러나 그 탓에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는 강박이라도 생긴건지, 오히려 아이템 파밍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크로스보우는 멀리 떨어져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맵의 건물 내부, 시야가 가장 좋은 포인트에서 브리핑을 하려는 것.

-진돗개 하나 발령!! 휴가자들 전부 복귀시켜!!!

-아ㅋㅋ크보님께서 보고계신다

-팩트)예선전이라 져도 됨

-그건 아니야 ㅅㅂ 2라운드 엿같이 졌는데 뭔소리야

-근데 크보 약간 하이드모드 같다ㄷㄷ;

-빡칠만하지

-그래도 무섭누...

경기와 동시에 시작된 각각의 개인방송.

방플(상대의 개인방송을 보고 위치정보 등을 빼가는 일)방지를 위해 캡슐에서만 시청 가능한 상태였다.

대신 네이션스 컵 특수로, 올오버는 모든 개인방송인 선수들에게 '1인칭으로 보기' 기능까지 부여하고 있었다.

흔히들 부르길 빙의상태.

즉, 많은 수의 시청자들이 크로스보우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

크로스보우는 전장을 살피다가 말했다.

"적 발견. 현재 위치 탑승동 H. 3명. 국가는 알 수 없음. 모두 투명화 능력을 사용하는 중."

-"확인."

-"...잠깐. 더원그 캐릭터로 투명화를 어떻게 정확히 식별하죠? 확실한 정봅니까?"

그 때 걸려온 딴지.

크로스보우는 눈을 찌푸렸다.

"한 명은 2층. 두 명은 1층까지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중. 거리 대략 30미터."

-"확인. 전투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뭐가 보인다는 겁니까?"

-음....

-뭐가 안보이긴 해?

-ㄹㅇㅋㅋ나만 안보임?

-폰적군ㅋㅋ

-구라핑이면 안되는데...아니죠 크보님?

-아 뉴비놈들 아직도 다 안빠졌냐?

"...불편하군."

두 명의 오더는 그의 브리핑을 믿는데 반해, 오히려 오더를 들어야할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영 좋지 못한 시작. 이건 끊어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식별한건지 설명해주시면 좋겠...."

"...요격하겠음."

이쪽의 위치를 들키는 건 썩 좋지 못한 판단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혼선만 생길 터.

그는 저격총을 들었다.

하려는 건 연속 저격.

오랜만에 선보이는 테크닉이다.

사실, 보통 같으면 이런 무대에서 통할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투명화에 진입한 상태. 설마하니 저격에 노려질거란 생각은 추호도 못하고 있을 터.

"...탄속, 910."

-뭔데

-보여주나?

-자신감 무냐고!!!

저건 캐릭터를 불문하고 불완전한 능력이다. 크로스보우는 생각했다.

발동했을때 보이는 희미한 일렁임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식별 가능했기 때문.

물론, 그건 그의 생각일 뿐,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식별하기 어렵다는게 보통의 평가였지만....

"...."

적어도 크로스보우에겐 명확히 보였다.

타아앙─!!

타아앙─!!

터져나가는 적의 머리가.

[SYSTEM]당신의 Kar98k를 이용한 헤드샷으로 'CN_Meika(S5리그)'님이 기절하였습니다!

[SYSTEM]당신의 Kar98k를 이용한 헤드샷으로 'CN_Umami(능력자Z)'님이 기절하였습니다!

팅.

또르르르....

"요격 성공. 이제 보이십니까?"

-"...어...?"

"위치 발각되어 자리 이탈합니다."

< 51화-배틀로얄의 귀재 > 끝

ⓒ Rea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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