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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59화 (59/143)

< 60화-조금은 이상한 인맥 >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올오버 스타디움의 인근.

와─!

구경하던 사람들에게서 감탄성이 튀어나왔다.

“와우. 저 여자 뭐야.”

“바에서 다트 좀 던져 봤나?”

“그럴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게임대회장 근처에 열린 축제니만큼 수많은 게임이 가득한 이곳.

길거리에 위치한 게임기계에 인파가 몰려 있었다.

가상현실마저 출시된 오늘날에도 꾸준히 인기 있는 다트게임이었다.

연속으로 정중앙에 히트하는 모습.

이하린은 아까의 일은 까맣게 잊은 채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우핫! 봤어요? 이게 클라스지!”

-ㅋㅋ사탕아 추하다···

-똥닝겐에게도 잘하는건 있었는레후!

-이 악물고 이기는 크보도 웃김ㅋㅋㅋ심지어 잘해

-지금까지 10전 10패 사탕이

야외방송.

스트리머 네임 ‘뿅맛사탕’으로 켜진 방송에선 그런 말이 오가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한동안 출전도 없겠다.

날씨 좋고, 축제 분위기도 좋고···처음엔 그저 구경이나 하고 다니던 크로스보우, 그리고 두 자매.

그러나 그런 여유로운 시간들은 모두 길거리 오락이 가득한 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약속이라도 한 거마냥 게임에 들러붙은 이하린과 크로스보우.

무한경쟁의 시작이었다.

물론 경쟁이라기엔 모두 크로스보우의 압승이었지만.

“오. 이번 건 꽤···.”

“헤헤. 밥 먹고 3년 동안 다트만 던졌다구요?”

“눈물 젖은 다트···과연. 이번엔 인정해야겠군요.”

“형님. 승리는 제 것입니다. 후후후.”

크로스보우는 적당히 말을 받아 주며 다트 기계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쉬지 않고 던지는 다트.

당연하다는 듯 계속해서 정중앙에 꽂힌다.

“···뭔 사람이 다트도 잘하는 검까?”

“처음 해 봤는데 재밌네요.”

“···기만자 같으니라고.”

“이-지.”

“이, 이지?!···좋아요! 이번에도 절 이긴다면 저한테 말을 놓을 기회를 드리죠!!”

이기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해 봤자···.

어차피 서로 만점일 게 분명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리고 저희 언니도 형님께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야···!”

“오.”

-이

-ㅋㅋㅋ이 ㅇㅈㄹ하는 시청자나 오 ㅇㅈㄹ하는 크보나ㅋㅋㅋㅋ

-크가놈 ㅂㄷㅂㄷㅂㄷ

-금발..태닝···양아치···

-아ㅋㅋㅋ그건 어쩔 수 없지

사실, 하린이 내건 조건 따위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상대도 모든 다트를 정중앙에 꽂았어. 이대로라면 지지는 않더라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크로스보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섯 걸음 더 다트판에서 멀어졌다.

“오. 저거 좀 봐.”

“다트 선순가?”

“저 거리에서 맞추겠다고?’

더 먼 거리에서 맞추면 일종의 판정승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 인파에 몰려 왁자지껄 모여든 각종 인종들. 휘파람까지 불며 응원을 보태는 모습.

-아ㅋㅋ이거 성공하면 장례식에서도 틀 수 있는 수준 아니냐?

-고인의 생전 개쩌는 장면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크보도 언젠가 뒤지겠지?

-??? : 사람은 모두 죽어!

-크보는 가끔 사람 아닌거같긴함ㅋㅋ루삥

-ㄹㅇㅋㅋ

사실 말이 다섯 걸음이지, 성인 남성의 다섯 걸음은 상당한 거리.

그렇기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형님···그, 그렇게까지 이기려고···? 언니가 그렇게 탐난 건가요···?”

“네?”

“아니면 저한테 존댓말 쓰는 게 그렇게 싫어서···?”

무슨 소리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충 끄덕이고 말았다. 잠깐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정적 후.

다트를 던지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문득 느껴지는 묘한 감각.

그 탓이었을까.

팍!

띠리링-

[9점!]

“아이고. 아깝다.”

“그래도 잘했다! 하하하!”

흥미가 식은 것인지 다시 떠들며 흩어져 가는 인파.

“···거, 거절···.”

“아···.”

-아ㅋㅋㅋㅋ사탕이가 이상한 말 해서 빗겨맞춘거자너ㅋㅋㅋ

-ㅋㅋ신박한 고백거절법ㅋㅋㅋㅋㅋ

-0고백 1차임 아ㅋㅋ

-상상도 못한 큰그림ㅋㅋ

-she was car zzzz

“너무 친한 척 했죠···.”

“···.”

“방송 끌까요···?”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머쓱하게 묻는 하린의 모습에도, 그저 제 손을 바라보고 있을 뿐.

“···흐엉.”

-흐엉ㅋㅋㅋ

-ㅋㅋㅋ아ㅋㅋ크보가 방송을 아네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다.

“···방금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일.

아주 간단한 힘 조절에 실패했다.

······순간 세상이 느려졌던 탓이다.

***

“···.”

크로스보우는 계속해서 자매들과 함께 작은 게임을 계속 해나갔다.

“──!”

“─···.”

고심하던 내내 뭔가 말이 들려왔지만, 크로스보우는 아무렇게나 대꾸하는 걸 반복했다.

대체 뭐였지.

생각이 좀처럼 나아가질 않았던 탓이다.

“오! 저기 봐요. 형님! 저거 더 원 그라운드 아니에요?”

“와.”

더원그?

그가 정신을 차린 건 그런 단어를 들은 시점이었다.

“더원그요?”

“네. 근데 왜 갑자기 또 존댓말을.”

“···?”

그리고 깨달으니 이미 이하린과 말을 튼 상태가 되어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아무렴 어떠랴 싶었던 것이다.

“그러게.”

“섭종 안 했구나. 아직.”

“···1대1 데스매치만 따로 떼서 할 수 있게 만들었군.”

오락실과 같은 곳.

그곳에는 캡슐형 증강현실게임, 더 원 그라운드가 놓여 있었다.

한 쌍의 캡슐.

마치 예전 오락실의 택권처럼 서로 붙도록 만들어진 듯한 모습.

그리고 누군가가, 파죽지세로 도전자를 쓰러뜨리고 있었다.

“···19연승?”

-19연승?

-ㅋㅋㅋ무냐

-야 이건 크보가 나서줄 차례다

-각이누ㅋㅋ

-ㄹㅇㅋㅋ코쟁이 놈들 딱 대!!

-고이다 못해 썩은물 크보가 간다!!

-히히오줌발싸!!

그리운 맵, 그리운 캐릭터의 모습이다.

“형님. 20연승시 뭘 준다는데요?”

이하린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촌스러운 플랜카드가 한 장 걸려있는 모습.

사은품으로 더원그와 관련된 상품을 준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는 게임.

그런 게임과 관련된 사은품이라고 해 봐야 키링이나 작은 인형 정도일 테지만···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 알아?”

“어떤 거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펜타킬하는 거보다 펜타킬 뺏는 게 더 즐거운 거.”

“···헐. 형님. 우욱···갑자기 쓰레기 냄새가 나는데요.”

-아ㅋㅋㅋㅋㅋ

-크석대ㅅㅂㅋㅋ

-아주라? 어림도 없지 바로 랭킹1위 인터셉트ㅋㅋㅋ

-현지 고인물 화들짝ㅋㅋㅋ

크로스보우는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생각할 것이 남아 있었지만, 오랜 기간 즐겨 온 게임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 것.

[Here comes a New Challenger!]

격투대전 게임과 같은 문구가 떠오르고 잠시.

“···.”

그는 눈을 깜빡이며 시야에 적응했다.

본래 신체보다 다른 높이의 시선. 다른 면적의 몸. 돌연 바닥을 치는 감각.

···약간의 어지럼증까지.

“···그대로군.”

몇 년 동안 수만 시간을 넘게 해 왔던 게임.

기분 나쁠 감각에도 반가움을 느낀다.

크로스보우는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인게임.

1대1의 격전지로 꼽힌 곳은 좁디좁은 군사기지였다.

게임 내 명칭은 ‘뮤트 캠프’.

“···잘하네.”

크로스보우는 강하를 시작한 순간부터 느낀 감상을 입에 담았다.

낙하하는 폼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초보인지 고인물인지, 혹은 핵인지.

그리고 상대가 하는 건 공기저항을 최소화 한 채 빠르게 떨어지는 테크닉. 정확한 타이밍에 행하는 모습이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유저다.

“해 보자고.”

대충 해도 이긴다는 생각을 무의식 어딘가에 갖고 있었나 보다. 그는 고개를 털며 집중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늦게 낙하산을 펴는 전술을 택한다.

나쁘지는 않다.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의 감지력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위긴 하지만···.

“패널티는 충분하겠지?”

그저 즐겁게 웃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한발 빨리 낙하에 성공한 상대편.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로 판단하건데 상대방이 획득한 총은 근접 시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기관단총(SMG).

···붙게 내버려두면 좋지 않다.

크로스보우는 바로 옆 건물에 조금 늦게 내리며 건물 내부를 스캔했다.

화염병.

섬광탄.

구급상자.

그리고 권총.

“오랜만에 와도 파밍 운 드럽게 없네.”

그래도 이 정도는 익숙한 상황이다.

그는 구르며 권총과 섬광탄을 들었다.

그리고 장전.

한 손으로 행하는 묘기와도 같은 모습.

그리곤 섬광탄은 바로 핀을 뽑아 문으로 집어던진다.

덜컹!

번─쩍!

동시에 문을 발로 차 열며 진입해 오는 상대편의 모습.

섬광탄을 확인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빙글 돈다.

“···호오.”

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군.

그러나 시간은 벌었다.

“잡았다.”

그는 자신이 던진 섬광탄에 영향 받지 않기 위해 눈을 감으며 권총을 격발했다.

타앙!!

그러나.

툿 하고 총탄이 벽에 박히는 소리.

“!”

···그 소리에 노림수가 빗나갔다는 판단을 하기까지 대략 0.3초.

크로스보우는 뒷쪽의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드르르륵─!!

“쳇!”

이번엔 상대방의 총알이 빗나간 소리.

뒤를 쫓기 위해 창문으로 달려온 녀석이 창문을 손으로 짚은 순간이었다.

“안녕?”

2층.

당연히 떨어졌을 거란 심리의 사각.

그를 이용해 크로스보우는 창틀에 한 손으로 매달려있다가, 빙그레 웃었다.

“···크읏!!”

다시 한번 머리를 노려 격발.

타앙─!!

그리고 잠시.

“···오호라?”

크로스보우는 의외로운 심정에 중얼거렸다.

찰나의 순간.

상대방이 최대한 몸을 틀어 어깨에 피격되는 것으로 손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대단한 반응 속도군.

그는 미련없이 손을 놓아 떨어지며 생각했다.

전력을 다해야겠다고.

***

“와. 상대도 잘하는데?”

“그러게.”

-뭐야ㄷㄷ;

-수싸움 지리네 뭐냐

-ㄹㅇ 썩은물 대 썩은물이네

확실히 그랬다.

운으로 19연승을 달성한 건 아니라는걸까.

더 원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최강자’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크로스보우를 상대로도 꽤 버텨내는 상대방.

그러나 결국, 마지막 순간.

피격을 감수하고 상대의 총알을 대부분 피해버리는 크로스보우의 퍼포먼스를 끝으로,

승부가 났다.

-와ㅋㅋㅋㅋ존나멋있네

-싸움 수준 ㄹㅇ 실화냐···더원그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클립각 씨게 떳누

-이런 게임이 망했다고?

-ㄹㅇ핵만 아니었어도···.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캡슐에서 나온 누군가.

“···여자네?”

“그러게.”

자매의 말마따나 두 명의 격전, 그 수준 높은 대결에 감탄을 연발하던 구경꾼들이 오히려 그 외모에 환호를 보낸다.

그러자 싸늘하게 그들을 노려보는 여자.

자세히 보면 냉막한 인상이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벌떡 일어나 크로스보우의 캡슐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구모자에 가려진 긴 머리가 흔들린다.

푸쉬익─.

그리고 그 때, 반대편 캡슐에서 걸어나온 크로스보우.

그는 찾아오는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진이 빠져 버린 것이다.

“그나저나···더원그 할 땐 안 되는군.”

회색 세상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당연히 될거라 생각했던 탓에, 마지막 순간엔 조금 피격당하고 말았다.

"무슨 차이지."

현실과 올오버에선 가능한 무언가가 더 원 그라운드에선 안된다.

···그렇다면 아마 현실 쪽은 착각이겠군.

그는 그렇게 결론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전력을 다한 건 사실.

세상은 넓고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크로스보우는 상대쪽 캡슐을 바라보았다.

···이미 간건가?

그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해 있단 걸 깨달았다.

정확힌 그의 앞 어딘가 즈음에.

"···역시."

“응?”

그 때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들어올려 그 주인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

그리고 다음.

크로스보우는 표정이 이상하게 풀리려는 여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니저님?”

< 60화-조금은 이상한 인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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