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본선 진출 >
균열방어전.
올오버의 수많은 게임모드 중에서도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불리는 게임 모드.
그 기본적인 방식은 몬스터 등에게서 인명을 구조해 내는 데에 있었다.
높은 랭크를 받는다면 영웅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다만, 실수한다면 자신 탓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모드.
그런 만큼 가장 선호되면서도, 싫어하는 사람 역시 가장 많은 게임 모드다.
호불호가 확실한 게임.
균열방어전의 시청자층을 ‘균크리트’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이 생겨나는 원인은 대부분 비슷했다.
“···균방전?”
하나는 일전 크로스보우를 저격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반반무라는 이름의 유저.
그녀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판 시작한 게임에서 강한 정신적 쇼크를 받아 한 판 한 판에 계속해서 집착하게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죽었던 사람을 다시 구해 내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같은 맵을 여러 번 반복하곤 한다. 본의 아닌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보통 만족할 만한 고랭크를 받으면 이런 류의 집착은 대부분 해소되고 일상으로 되돌아지만···아주 약간의 잔재가 남게 되는 탓일까.
이런 이들이 방송인의 균방전 플레이를 보게 되면 감정이입, 혹은 수없이 많이 플레이했던 기억···혹은 알 수 없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훈수를 해대거나, 격하게 과몰입하곤 한다.
“···국가대항전···.”
그리고 그런 전철을 남들보단 조금 더 강하게 밟고 있는 인간.
남자는 썩은 듯한 눈으로 티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균방전을 즐길거리로 삼아도 되는건가.”
온통 엉망인 방.
별다른 가구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캡슐.
티비에선, 한중일 3국 예선전의 마지막 매치업.
균열방어전이 송출되고 있었다.
“역시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래도 뭔가 참고할 부분이라도 있다면야 나쁘지만은 않다.
그런 마음과 함께 시청을 시작한 경기.
수많은 것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네이션스 컵.
균방전이 그런 무대에 힘입어 이제야 비로소 추가된 모드이기 때문일까.
각 팀에는 균방전를 주력으로 삼는 프로선수가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프로라고 해봤자 유기적인 균방전의 구조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
남자는 몇 번이나 이를 악물며 지켜봤다.
“그냥 지나치지 마···한 번 더 확인하라고!”
저래서야 또 몰살이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프로라는 것들이 고작 A랭크 받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균열방어전의 고인물이라 불리는 플레이어.
일전, 크로스보우가 사당역 맵을 최고랭크로 클리어하기 전까진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유저.
‘세계최강아이언’.
그는 중국의 클리어를 보며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곤 이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플레이에 이번엔,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가짜 프로들···게임이나 할 줄 아는 놈들 같으니라고···.”
갈라진 목소리가 공허히 흩어져간다.
***
그리고 같은 시각.
-그래도 괜찮게 하네
-균방전 연습 많이 했누
-ㄹㅇㅋㅋ 균방전 맵 존나많아서 연습할 시간도 모자를텐데
“···저게요?”
-S랭크면 뭐···
-아ㅋㅋ크보는 SS이하로는 취급 안한다 이말이야
-상남자특)S 세개짜리 켈베로스쥬지
-[삭제된 채팅입니다.]
-ㅋㅋㅅㅂ
선수 대기실.
크로스보우는 앞선 경기들을 지켜보며 몇 번이고 눈을 찌푸렸다.
프로 경기임이 무색하게도, 불편한 장면이 수없이 많이 나오고 있던 것이다.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 전에도 몇 번인가, 다른 프로의 플레이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던 때가 많았지만···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아왔다.
게임을 잘하기에 프로게이머가 아닌가.
그런 생각에 머리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로들이라면 분명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을 테니, 괜한 말을 꺼냈다가 논란거리가 되지 않도록 자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래 왔던 크로스보우로서도 이번엔 도저히 참기 힘든 수준.
이해 가지 않는다기보단 완전히 틀린 방식으로 게임하고 있었다.
“방금 그 장면. 보셨죠?”
-ㅇㅇ
-보기만 했음 아ㅋㅋ
-??? : 시험 잘 봤냐?
“봤으면 아시겠지만 절대로 그냥 넘어갔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게임 초반부터 ‘인간형 마물’에 대한 정보를 노골적으로 뿌려 줬는데,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넘어갔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말에 채팅창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ㅔ?
-(멍청한 이모티콘)
-ㄹㅇ아 답답하네
-균방전 많이 해본 사람은 알지ㅋㅋ
-ㄹㅇ프로 맞냐? 피부에 와닿는 감각이나 맥박까지 다 느껴지는데 저렇게 대충 플레이하기도 힘들겠다
-??? : 꼬우면···아시죠?
-근데 크보놈 ㄹㅇ 가만히 있다가도 할 말 다하네ㅋㅋㅋ
-ㅋㅋㅋㅋㅋ나비보뱃따우만 생각하면 아직도 웃김ㄹㅇ
한쪽은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반응.
다른 한쪽은 마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기라도 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크로스보우가 물꼬를 트자 그저 가만히 보고 있던 시청자들까지 합세해 중국팀의 플레이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방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물로 확인된 사람을 망설이지 않고 죽이는 건 좋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일 필요는 없었어요.”
-ㄹㅇ팩트임 저러면 NPC들 혼란상태되고 겜 망친다
-현실 대하듯 해야하는게 포인트
-아ㅋㅋ리제로부터 시작하는 균방전 생활ㅋㅋ
-균크리트들 ㄷㄷ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다른 스트리머들 역시, 크로스보우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그 모습을 힐끗 확인한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까지 본 건 중국의 턴.
그 다음은 한국 차례였다.
5전 전승.
지금까지 예선전 전승.
그는 당연한 예측을 입에 담는다.
“뭐 그래도···우리나라는 다르겠죠.”
그리고, 다르지 않았다.
······기준 미달.
어딜 어떻게 봐도다.
“···.”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
첫 장면을 확인한 순간, 그는 직감했다.
[균열방어전]이야말로 한국 최대의 약점이 되리라는 것을.
“중국과 동점! A랭크로 매치업을 마무리 짓는 한국!”
“아. 여유롭습니다! 사상자 수는 중국이 조금 적긴 합니다만···사실 이건 그냥 조 2,3위 결정전이거든요!”
“저 웃는 모습 좀 보세요!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자만 보일 수 있는 웃음!”
그리고 다음은 일본.
“일본! S랭크입니다! 일본 입장에선 기분 좋은 시작이죠?”
“네. 확실히 마니아문화가 자리잡은 나라이기 때문일까요! 균방전에는 강합니다!”
“과연 한국에 이어 본선 진출을 하게 되는 나라는 어디일지···!”
일반 선수들의 대전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응이여섯개는 해설을 하며 선수들을 살폈다.
네이션스 컵의 첫 날.
단 한 명의 스트리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꽈악 긴장되었던 분위기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한중일 3국의 매치업.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세 국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경기들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호민 해설의 표정이 또다시 영 좋지 않은데요!”
“그냥 별 거 아닙니다. 그냥 본선에 갔을 때가 조금 걱정이라서···.”
“아. 그렇군요!”
그는 동료해설자의 말에 대답하며 계속해서 눈을 굴렸다.
찾는 건 트리키 뷰의 동료방송인, 크로스보우.
꽤 오랜만에 출전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네. 그리고 그 다음은 개인방송인들의 경기가 되겠습니다!”
“아. 마침 옵저버가 다음 선수들의 입장을 보여 줍니다!”
경기장 내 거대 스크린.
그곳에 선수들의 모습이 비친다.
“크로스보우! 선두로 크로스보우가 입장합니다! 이 선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그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순간이었다.
아─.
경기장에 그런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하하! 지금 시청자 여러분들이 들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순간 경기장에 있던 여성분들이 약속한 거처럼 한숨을 지금···!”
“네. 정말 저희가 봐도 남자답게 잘 생겼거든요? 가만보면 대한민국 대표팀에 미남 선수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이응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에 보이는 그 얼굴이,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은 무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 모습에 이응은 마음 속 깊이 감탄하며 생각했다.
‘뭔가 다르긴 달라.’
첫 날.
홀로 프로급 선수 18명을 격살해 버리곤 엄지를 거꾸로 세워 보이던 모습과는 또 다르다.
엄청난 환호에도 아무런 리액션 없이 캡슐에 입장한 크로스보우.
이응은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걸 느끼며 말했다.
“경기, 시작됩니다!”
***
균열방어전의 앞선 두 라운드.
지금까지 한국의 스코어는 각 3등, 2등.
-”홍대역이네요.”
-”아. 여기 좀 빡센데···하필.”
그때 귀에서 들려오는 보이스 채팅.
크로스보우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흐음. 확실히 그게 낫겠네요.”
-”그럼 크보님은 따로 행동하시는 걸로 하죠.”
단독 행동.
어차피 정형화된 공략은 알지 못하는데다가, 일반적인 공략으로는 대부분 A랭크를 받는 것이 한계.
크로스보우가 그간 보여 주었던 것들이 있는 만큼 팀원들은 그의 요구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다.
[SYSTEM]임무 : 처분
[SYSTEM]마물 ‘깨어난 해골’은 고대부터 내려온 그림자 심장으로 누군가가 되살려낸 괴물입니다. 괴물이 시민을 섭취해 진화하지 않도록 처분하십시오!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59···58···57···.
분명 이런 저런 생각이 존재했지만, 게임 속에 들어온 이상 이제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눈앞의 게임에 집중할 뿐.
그러나 다만 다른 선수들에게 경각심 정도는 필요하겠지.
크로스보우는 그걸 느끼며 단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픽했다.
벨트블러드라는 모 격투 게임의 단검캐릭터.
픽 이유는 간단했다.
주변인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였다.
아마 단지 게임 속 설정일 뿐이겠지만, 게임 내 사람들은 캐릭터를 보고 반응한다.
무기 따위를 들고 있으면, 이런 인파가 많은 곳에선 분명 주목을 받고 만다.
그렇기에 단검.
그렇기에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는 캐릭터다.
물론 평범한 모습이라는 데에는 조금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이 정도면 충분했다.
-아ㅋㅋㅋ중2병 실화냐?
-ㅋㅋㅋ당신이 한국의 식희인 것입니까?
-그냥 총이나 쏴!!!!
-똥을 거르고 똥을 픽하는 당신은 대체···.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대전게임 캐릭터의 특성 상, 이렇다 할 스킬은 존재치 않는 몸.
이건 그냥 스펙이 조금 좋은 캐릭터에 불과했다.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5···4···3···.
그리고 잠시 시청자들의 훈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이었다.
“···옵니다.”
저 멀리 하늘에서, 거대한 뼈의 무리가 떨어져내린다.
──콰아아아앙!!!!
“뭐, 뭐야?”
“──꺄아아아아악!!!”
인파의 혼란.
뼈가 떨어져내린 것은 홍대역.
횡단보도의 건너편에 존재하던 2층 커피숍의 옥상이었다.
-...왔다
-시작됐다
-ㅅㅂ...몇 만명이 보는 균방전 보여주냐?
-너라도 제발 제대로 해줘 크보야...부탁한다
그러나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우는 거대한 뼈들의 모습에, 잠시 생각하던 크로스보우는 냅다 등을 돌려 인파와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빠, 빤스런?
-ㅁㅊㅋㅋㅋ
< 62화-본선 진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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