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62화 (62/143)

< 63화-본선 진출 >

‘···희생이 전제된 맵.’

크로스보우는 게임이 시작된 순간 깨달았다.

검붉게 불타오르는 거대한 뼈.

마치 산양과도 같은 모습에, 몸통에는 인간의 팔다리로 보이는 뼈들이 잔뜩 붙어 있는 모습.

녀석은 고통스러운 듯한 동작으로 제 목을 쥐었다.

──■■■■■!!!

알 수 없는 언어.

그저 웅 하는 떨림 정도로 전달되는 말에, 공기가 진동한다.

“···역시, 그냥은 좀 어렵겠는데.”

크로스보우는 긴장감에 중얼거렸다.

전해지는 불길함이 심상치 않다.

이미 녀석을 발견한 순간, 의도치도 않았는데 회색 세상으로 진입한 상태.

지금까지 마주했던 그 어떤 플레이어들보다 더 위험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ㄹㅇ볼 때마다 위압감 지리네;

-구라아니고 올오버 처음 하는 애들 데따놓으면 저 울음소리에 경직되더라

-정보)이 장면 홍보 영상에 쓰임

-게임 홍보에 균방전만한 게 또 없지 아ㅋㅋ

“···이 맵. 정석 공략은 분명 처음에 사람들 대피시키는 거라고 했죠?”

크로스보우는 그렇게 물었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소리.

저런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보고 도망치지 않을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혹시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애초에 NPC들 알아서 도망가요

-유저가 걍 눈 먼 공격 막아주는 정도가 전부임

-5분만 있으면 사람들 잡아먹는게 문제

“···5분. 좋습니다.”

그렇다면 큰 걱정은 없다.

그는 오싹오싹해지는 느낌에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균방전에는 영 젬병인 프로들과는 다르게, 같이 매칭된 스트리머들은 모두 균방전에서 그랜드마스터 이상의 실력자.

기본기는 다들 있을 테니 정석 공략은 알아서들 잘 따라할 터다.

“충분합니다.”

-???ㅋㅋㅋㅋ5분이면 충분한 남자

-5분카레 크모씨ㅋㅋ

-거 어데 크씹니까?

-아랫도리가 크십니다

-아ㅋㅋ성희롱 그만해!!!!!

크로스보우가 하려는 것은 조금 다른 방식의 공략법.

다르지만,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

그는 자연스레 도망치며 아까 확인했던 시스템 로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SYSTEM]임무 : 처분

[SYSTEM]마물 ‘깨어난 해골’은 고대부터 내려온 그림자 심장으로 누군가가 되살려 낸 괴물입니다. 괴물이 시민을 섭취해 진화하지 않도록 처분하십시오!

“···되살려 낸 괴물.”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뜻.

···그렇다면 그 ‘누군가’를 찾으면 된다.

크로스보우는 반쯤 확신하며 인파를 시야로 흩었지만, 채팅창의 반응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설마?

-크보야 지금 혹시 되살려낸 인간을 찾으려는 건 아니지?

-에반데 ㄷㄷ이미 수 백번은 시도되고 폐기된 방법임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찾아요ㄹㅇ

“흐음.”

···게임 속 시간은 해가 지고 이제 막 노을이 지는 시간대.

서울의 중심지 중 하나인 홍대거리엔 이제 막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달아나는 와중에 인파만 봐도 백 명쯤은 가뿐히 넘어보이는 모습.

“···확실히, 많긴 하네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그는 긍정하면서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의 반응.

엄청난 인파가 골목골목에서 뛰쳐나오자 잠시 멍하니 그들을 쳐다보는 사람들.

그러나 그 반응도 잠시였다.

“뭐야? 뭔데!!”

“영화 촬영인가?”

콰아아아앙──!!!

───■■■■■! ■ ■■!!

“···무, 뭔?”

“허억···! 저, 저게···?”

“···도망쳐!!! 당장!!!”

아수라장이다.

-영화?ㅋㅋㅋ어림도 없지

-정답! 괴수영화!

-ㅠㅠ얘들아 제발 도망쳐···

-근데 쟤들 중에 제 전남친 닮은 NPC있음ㅋㅋ엄마 금반지 먹고 튄 쉑ㅋㅋ걍 뒤졌으면

-아ㅋㅋㅋㅋ

누군가가 소환한 몬스터라면, 그 누군가를 처리한다.

크로스보우가 시도하는 것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면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발상.

대놓고 ‘누군가’를 언급하는 시스템 창은 마치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방향의 공략이 맞다는 듯한 착각을 심어 주고 만다.

···그러나 그 메세지는 함정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답으로 판명난 공략방식을 서슴없이 시도하는 크로스보우.

물론 평소 같았으면 한 번의 시도 정도야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었겠지만···문제는, 그가 게임을 하고 있는 무대가 평범한 균방전이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한국, 중국, 일본.

아직 3국의 예선전 도중인 것이다.

···최소한 수십만 명은 시청하고 있을 경기.

그런 무대에서 시도하는, 실패로 이미 검증된 공략방식.

-ㅈ댄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우리 크보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ㄷㄷ

-어떻게든 막아!!!

-지금 합류하면 바로 100만 후원간다

-합류해서 A랭 이상 받으면 50만 갑니다

-도네 좀 풀어!!!!

급격히 오른 텐션은 가끔 극심한 불안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에 이입한 애청자들의 아우성.

그러나 크로스보우의 행동에는 망설임따윈 없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석궁단 여러분.”

-제발 돌아가!!!

-미친놈아 이건 아니야

-캐리병에도 정도가 있지ㅠㅠㅠ아

제한 시간은 단 5분뿐.

그 안에 찾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정도의 손해.

심지어 프로전, 일반전과는 달리 한국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스트리머전.

그렇기에 후발주자와 더욱 비교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통 같으면 못 찾는다···라는 거죠.”

-아 못찾는다구요

-눈 감아봐라! 뭐가 보이노!!!

-???: 깜깜합니다

-그게 지금 니 올오버 생활이야 크가놈아!!

“···괜찮습니다. 저한테는 충분히 보이니까.”

-···?

-??

-머가 보여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멀리 떨어진 괴물체.

그것과 묘하게 이어진 끈과도 같은 기운을.

‘이 근처는 확실한데.’

수많은 인파의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느낌.

그러나 정확한 특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인파의 밀도가 너무 높아.’

크로스보우는 호흡을 들이마셨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한 명씩.

모조리 스캔하면 돼.

홀로 회색 세상 속.

그는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빠르게 흩었다.

-잠ㄲ ㅏ만 어지러

-욱

그에 어지럼을 느낀 1인칭 보기 속 시청자들의 채팅.

하지만 지금은 배려할 때가 아니다.

평소 시청자들을 위해 일부러 화면 전환에 여유를 뒀던 때완 다르다.

1명을 스캔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1초.

아니, 그보다 더 빨리.

0.8초.

···아직 인식의 간격이 넓다. 크로스보우는 이를 악물었다.

더 빠르게.

평범한 인간이 인식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단 0.3초 가량.

이걸 노력으로 줄인다면 0.1초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의 이야기.

가상현실에서라면, 아마도 좀 더 빠르게 가능할 터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크로스보우는 문득, 씨익 미소지었다.

“···찾았다.”

***

[이, 이게 무슨 일일까요? 크로스보우! 냅다 혼자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크보선수가 요청한 사항이라고 하는데요···! 이해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이건 조금 안 좋은데요. 혹시 본선진출 확정이라고 해서 막 하는 플레이는 아닐지, 걱정입니다!]

“응?”

한국.

크로스보우의 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는 신예지.

편집할 영상도 없어 근 일주일 내내 뒹굴거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싶어 방 대청소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녀는 틀어 놓은 방송에서 묘한 소리를 듣고, 고무장갑도 벗지 않은 채 콩콩 달려왔다.

“뭐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그런 말과 함께 크로스보우의 이름이 들려왔다.

그녀는 괜히 자기 심장이 콩닥대는 걸 느끼면서 잠시 서서 화면을 응시하다가

“···오빠?”

멍한 얼굴로 그 얼굴에 빠져들었다.

이를 악문 모습.

그와 오랜 기간 같이 한 신예지로서도 별로 보지 못했던 표정.

[이미 ‘깨어난 해골’의 경직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크로스보우! 당장이라도 합류해야 돼요!]

[게임 시작 5분까지 남은 시간 30초!]

[아···캐릭터부터 전혀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20초 전!!]

평상시엔 항상 헬맷 같은 걸 써서 인게임 표정을 보여 주지 않는 크로스보우기에 더욱 각별한 표정.

“···아주 전세계적으로 후리고 다니려구.”

그 표정에 그녀는 혈액순환이 빨라지는 걸 느끼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는 모습의 신예지.

해설진과 같은 의심이라고는, 단 한 톨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

바깥의 소란을 전혀 모른 채.

크로스보우는 찾아낸 ‘누군가’에게 온 정신을 집중시킨 상태로 천천히 다가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 번 느려진 회색세상 속에서도 천천히 호흡을 정돈한다.

그러나 바라봐선 안 된다.

마치 저 멀리에서 일어난 소란에 눈이라도 뺏긴 듯, 그쪽을 쳐다보면서도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곁눈질로 확인해 보면, 그가 찾아낸 괴물체와 연결되어 있는 이는 회색 후드 차림이었다.

체격으로 보건데 아마 남자.

거리를 뒤덮은 혼란.

그것은 그런 와중에도 아무런 당황도 보이지 않는다.

-20초 전

-뭐해뭐해뭐해뭐해뭐해

-지금이라도 뛰어줘ㅠㅠㅠ제발

-사람 먹기 시작하면 못 막는다 진짜

-본대는 어떤 상태임??

-한 명 부족해서 제대로 풀딜 박았는데도 아직 한참 남음ㅠ

-아···.

“···리라.”

소란에 들리지 않았지만,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

-보스 움직이기까지 10초전!!!!!

-이건 늦었네

-아···크보···여기서 퇴물로 가나ㅠ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ㅠㅠㅠㅠ

-애들 살리라고!!!!

아직 조금 거리가 있다.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몰라.

단 일격에 죽여야 한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스트리머들.

-“크보님 어떻게 된 거예요!!”

-“보이스 꺼 놓으신듯···이거 큰일인데.”

-“···한 명 없이 풀딜 박으면 B랭크가 한계죠?”

-“네.”

-“···젠장.”

[5초 전!!]

[크로스보우!! 포기하지 않고 시험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려는 모습인데요···.]

[아···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합류해서 B랭크라도 받아야 하거든요?]

[사실, 한국이 올라가는 데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만···그래도 미숙한 모습입니다.]

[다음 번엔 부디 성장한 크보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해설자들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여기까지 와선 이젠 더이상 돌이킬 수 없다 판단한 것.

이응 역시,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해설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제발.”

그리고 관중석도 마찬가지인 상황.

모두가 손을 꽉 쥔 채, 긴장감에 정적을 지키고 있었다.

“···.”

그러나 그것들 중 어느 것도, 크로스보우에겐 닿지않았다.

회색빛을 넘어 까맣게 물들어 가는 시야.

[SYSTEM]경고! 캡슐의 온도가 너무 높습니다! 외부자극을 확인해 주십시오!

그의 눈에는 오로지, 인파 속 남자의 심장에 연결된 끈만이 시야를 장악하고 있었다.

[SYSTEM]경고!···

[SYSTEM]경고!···

-3초 전

-ㄷㄷㄷㄷㄷ

-ㅠㅠㅠㅠ아ㅠㅠㅠ

[2초 전!!!]

“...1초.”

[0!!! 타임오버! 타임오버입니다!!! 깨어난 해골이 경직에서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합다!!]

[사냥 개시!!!]

그리고 다음 호흡의 순간.

남자의 지척까지 접근한 크로스보우는 환하게 웃었다.

“···잡았다.”

푹!

“···?! 커헉!!?”

일도.

“···끄, 아아아아아악──!!!”

시커먼 시야에서 홀로, 피가 솟구쳤다.

< 63화-본선 진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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