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63화 (63/143)

< 64화-4강 영국전 >

파스스스···.

─■■■■···.

사라져 간다.

이제부터가 본방.

그런 생각에 보스몹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던 다른 스트리머들.

그들은, 보스몹이 천천히 가루로 화해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홀린 듯 무기를 내렸다.

-“왜 죽어?”

-“뭐예요···?”

잠시 정적.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에 불현듯 떠오르는 시스템 창이 있었다.

[SYSTEM]임무 완수!

[SYSTEM]’깨어난 해골’을 성공적으로 처분하였습니다!

[SYSTEM]특수 조건 만족!

[SYSTEM]괴물의 소환자를 찾아 처분하였습니다!

[SYSTEM]사망자 수 :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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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종합 랭크판정 : SSS

-“···클리어?”

-“왜···?”

-“심지어 트리플S 라고?”

잠시 얼빠진 채 그 창을 바라보던 스트리머들.

그러나 그들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눈을 부릅 떴다.

-“···미친. 설마?”

-“나 지금 소름돋았어”

-“’그 조건’ 달성한 건가?”

-“···그게 가능해요? 이 상황에서?”

어처구니가 없는듯한 모습.

해질녘의 홍대.

노을지는 배경 아래 그들은 멍하니 크로스보우가 사라져 간 쪽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클리어된 게임 속 세상이, 정지해 있다.

***

같은 시각 크로스보우.

“···내, 너희들을 구원하려 했건만···.”

잔뜩 핏대가 선 얼굴로 죽어 사라져가는 남자의 앞.

난데없는 살인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놀라는 순간, 멈춘 세상 속.

남자는 바스라져 가면서도 말을 이었다.

홀로 멈추지 않은 모습.

“끝까지 방해만 하는···?”

그러던 그것은 크로스보우의 얼굴을 확인하곤 굳었다.

“···너는 누구지?”

이건 뭐지.

이스터에그(게임제작사가 숨겨놓은 게임 내 요소)인가?

크로스보우는 말을 받았다.

“무슨 소리지?”

“···너는 그들이 아니야.”

단검에 묻은 피마저 부스스 모래처럼 흩어져 가는 광경.

크로스보우는 여전히 까만 시야에 눈을 찌푸렸다.

다만, 불길하기 그지없었던 감각이 점점 희석되어 간다.

“···뭐, 좋다. 네겐 자격이 있으니.”

그것은 사라져 가는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크로스보우의 시야에 떠오르는 것.

[SYSTEM]종합 랭크 판정 : SS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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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그림자 심장으로 생명을 공유하는 수법을 알아차렸습니다!

[SYSTEM]’알 수 없는 열쇠’로 추후 개방시킬 수 있는 특성에 ‘그림자’가 추가됩니다!

[SYSTEM]’알 수 없는 열쇠’를 얻었습니다!

이건 또 뭐야.

그는 채팅창을 힐끗 봤다.

-줴엔자아앙!! 크로스보우!!! 믿고 있었다구!!!!

-신을의심하지말라신을의심하지말라신을의심하지말라

-이스터에그 떴다!!!!

-방금까지 쭝얼거리던 놈들 다 나와!!!

-전설의 레전드네···미쳤다

-알 수 없는 열쇠는 또 무냐고!!!

-아아···여기가 오늘 누울 자리인가

혹시나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도 시스템 창이 잘 보이는 모양.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대충 보니까 아마 다음 패치에 등장할 건가 보네요.”

-각이다ㄹㅇ

-추후 개방? 그림자 특성? 이거 혹시···

-또 캐릭터 강화권 같은건가??

-하 크보 진짜 사랑해!!시볼롬아!!!

-국뽕 뷰르르릇!!!

그 말이 옳았다.

“뭐, 아무튼.”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으며, 아마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을 방향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프로팀이건 일반팀이건, 앞선 두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SSS랭크.

당연하다는 듯 최고랭크 클리어를 선보인 크로스보우는, 눈을 감곤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마치 보라는 듯.

그래서 되겠냐는 듯한 퍼포먼스.

···추후, 움직이는 짤방으로 제작되어 여초 커뮤니티를 몇 번이고 돌며 팬을 양산하는 장면의 탄생.

“어때요? 참 쉽죠?”

그러나 당장 그런 운명을 알 리 없는 그는 그저 다시 한번 씨익 웃어 보일 뿐이었다.

-무 쳤 다!!!

-크로스보우···외모 게임실력 재력 다 가진 남자···하지만 강릉험씨 36대손 나 험필규는 가지지 못했지

-??? : 휴 다행이다

-오늘도 악질닉네임이 늘어납니다

-’쌀보야크거같아’ 선점 누구냐?

-ㅋㅋ; ㅈㅅ···ㅎㅎ!!

-ㅅㅂㅋㅋㅋㅋ

***

“···.”

“···.”

“···저희가 지금 뭘 본거죠?”

침묵하는 해설진.

그리고 송출 카메라를 통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크로스보우의 모습.

그 순간, 이응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오싹한 소름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이건···정말.”

“···이 선수는 대체···.”

그간 수많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봐 온 그들에게도 낯선 감각.

단 한 명의 플레이에 경도된 것이었다.

“···그저 엄청나다는 말밖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크로스보우···! 몇 번이고 오답이라 검증된 방식을 해냅니다···그것도 국제무대에서···!”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과정이 전혀, 이해 가지 않습니다···!”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의문.

그리고 이어지는 감탄.

크로스보우의 방송을 볼 때면, 항상 시청자들이 보이는 패턴을 그대로 보이는 관중들.

하지만 그들은 곧이어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크로스보우!!”

다른 건 몰라도, ‘SSS랭크 클리어’라는 단어가 경기장의 거대스크린에 박히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환호성에 경직된 이들.

자신들의 차례를 남겨둔 각 나라의 게이머들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또 너냐···크로스보우···!”

그리고 그런 반응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스트리머전 1위를 확정짓는 클리어 랭크에 한국의 프로게이머들 역시 말을 잃은 모습.

크로스보우의 퍼포먼스가 그들에겐 마치, 똑바로 게임하라는 듯한 메세지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래서야 또 망신이네.”

“지가 그렇게 잘해?”

“···넌 저런 거 가능할 거 같냐? 일단 난 못할 거 같은데.”

“···젠장. 나중에 선수 개인 1대1에서 실력 좀 보자고.”

“얼씨구. 떡 발릴 게 눈에 훤하다.”

싫건 좋건 크로스보우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프로게이머들.

그런 그들의 속삭임을 뒤로하고, 크로스보우가 풀다이브에서 빠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응원봉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 경기장을 메웠다.

***

그 후.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크로스보우가 보여 주려 했던 건 단지 대표팀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던 것뿐.

[크보 선수는 컨디션 문제로 참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사실, 이만큼 해 준 것도 많이 해 준 거지요? 아직 대표팀에 선수는 많습니다!]

평소보다 더욱 더 급격히 피곤해진 컨디션의 문제도 있었기에, 4라운드와 5라운드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경기는 종료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균열방어전] 모드의 2등.

최종으로는 조1위.

균방전을 비장의 무기로 삼아 마지막 한판을 노리던 일본은, 크로스보우가 참전했던 라운드로 인해 결국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다.

-wwww일개 방송인 한 명한테 탈락하는 동조선wwww

-형님 나라를 본받아라

-의료도 교통도 후진국 일본···이젠 이스포츠까지 후진국행인거냐www

-스트리머 놈들은 대체 왜 선수로 삼는거야? 올오버 한국게임이라고 너무한거 아니냐

-타누마루 제외하고 전부 머저리들www

애시당초,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으론 일본탈락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었던만큼, 그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한 사건.

일본 네티즌들의 자조적인 반응이 잠깐 화제가 되었다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피곤함에 일찍 잠에 들었다가 오후 늦게 깨어난 크로스보우.

“···그러고 보면 경고 메세지 같은 게 떠오르지 않았나?”

그는 이젠 더 이상 단무지맛이 나지 않는 김치를 씹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분명 온도가 어쩌느니 했던 거 같은데.

“···말해 놓을까?”

경기장 내부가 후끈 달아올라 있긴 했다.

급박한 상황이라 중지요청 없이 게임을 속행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상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

혹시 모르니 말해 놓는 게 좋겠지.

그리고 경기장 스태프의 말.

“이상 없다는데요?”

“음?”

통역까지 대동하고 현지기술자를 데려온 것치곤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온도가 좀 높아졌던 로그가 있긴 한데···별 문제는 아니라고 하네요. 본래라면 메세지도 보였을 리 없다고···.”

“그렇군요.”

“혹시 몰라 설정초기화 해 놨다고 하니 다음부턴 괜찮을겁니다.”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점심 때에 맞춰 블래드를 찾아갔다.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는 현상에 대해 묻기 위함이었다.

“···회색 세상? 뭐야. 그런 게 가능했어 형?”

“뭐냐.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인데.”

“당연히 처음 듣지. 어쩐지···어떻게 그렇게 순간캐치를 잘하나 싶었는데···.”

그러나 블래드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야 물론 나도 마나나 기, 분노···뭐 이런 사용에너지들이나 마법 예측 정도야 가능해.”

“그건 당연한 거고.”

“···형. 그 말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박탈감 느낄걸?”

크로스보우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설마하니 블래드도 모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도 집중하면 그런 착각 정돈 들지만···시야에 색이 빠질 정도라니. 색깔 정보를 무의식중에 차단하는 건가?”

“오늘부터 연습해 봐라. 한 번만에 될지도 모르지.”

“그래야겠다. 근데 나도 형 같은 거 있긴 해.”

오. 역시 뭔가 있을 줄 알았다. 크로스보우는 내심 감탄하며 말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PC게임에도 고인물들만의 테크닉이 있는 법. 가상현실에는 더욱 그럴 터다.

“진짜 세계관 최강자의 능력이다···.”

“···하하하. 음. 뭐라고 말해야 되지.”

블래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스킬 시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시전 속도?”

“응. 대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정되어 있지만.”

“호오.”

“체온도 높아지는 기분 들고.”

그 말에 크보는 무의식 중에 그와의 전투 상황을 가늠했다.

그가 말한 것은 아마 일종의 테크닉. 일전 허이크와의 싸움에서, 본래라면 불가능한 콤보를 성공시켰던 것과 비슷한 종류겠지.

“체온도 높아진다라. 한방치료가 필요한 시점이군.”

“언제적 드립이야···근데 뜬금없는데 CT 찍어 봤어? 그거 찍을 때 맞는 조영제가 몸에 돌 때랑 느낌 비슷한데.”

화끈하단 거군.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실제로 볼 날이 오겠지.

크로스보우는 그렇게, 이런저런 의혹을 약간씩 남긴 채 블래드와 일별했다.

***

시간은 가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흐르곤 한다.

그리고 크로스보우에게 있어서는, 네이션스 컵 기간이 그랬다.

“와. 벌써 거의 한 달이네?”

“보름쯤 됐죠. 뭐.”

이미 현지 생활에는 적응한 지 오래.

그간 그의 출전은 대부분이 배틀로얄 모드 때뿐이었다.

균방전도 생각보다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그야 앞선 라운드에서 죄다 이겨 놓으니, 예선 이후로는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사랑하는 트리키 뷰, 아이튜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ㅋㅋ여긴 또 어디야

-크가놈 놀러온 거 맞지?ㅋㅋㅋ

시간이 꽤 남았던 탓에 관광지들이나 둘러보며, 흔히 말하는 브이로그를 잔뜩 찍은 크로스보우.

매일 찍었던 영상을 보내 줄 겸 신예지와 통화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오빠. 요즘 한국에 치킨이 남아나질 않는 거 알아? 하도 경기가 많아서.”

“오···치킨.”

그러고보면 한국식 치킨을 먹은 지도 오래됐군.

그런 사소한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며칠인가.

“···벌써 4강전이네.”

어느새 한국팀은, 당연하다는 듯이 4강까지 올라와있었다.

< 64화-4강 영국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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