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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64화 (64/143)

< 65화-4강 영국전 >

토너먼트로 이뤄지는 본선.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모두 탈락했다.

남은 건 영국, 미국, 한국.

놀랍게도 조별리그에서 조 2위로 본선진출에 성공한 중국까지.

그리고, 한국의 4강전 상대는 영국이었다.

[2018년 때 기억나지?]

-크흥민 딱 대ㅋㅋㅋㅋ

└토토 올인간다ㅋㅋ

└한강둥둥행

[??? : 너 게임 ㅈㄴ못하잖아]

-한국(1승 999패) : 개못하는게ㅋ

└ㅋㅋㅋ한판 이기면 무조건이지

└근데 지금은 거의 전승이라 이거 ㄹㅇ임ㅋㅋ

작년 네이션스 컵에선 4위에 머물렀던 한국.

그런만큼 대표팀에는 투지가 감돌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영국에 그 사람 있죠?”

“아. 참가권?”

그리고 이번에도 여느때처럼 별 다른 생각없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던 크로스보우.

그는 문득 들려온 말에 행동을 멈췄다.

“···참가권.”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신예지가 보내 줬던 파일에는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거 같은데.

그는 스마트폰을 들어 파일을 찾았다.

[영국]

[슈미츠-본명 라우라]

[참가권 소유자, 주 캐릭터 알려진 바 없음]

있긴 하군.

다만 내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크로스보우는 잠시 그 이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보면 중국의 중화제일검도 참가권 소유자. 북미의 그레이드에 이어 참가권이라는 게, 실력적인 부분과는 그리 큰 관계가 없다는 걸 알려 주는 유저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오늘은 똥믈리에 출전날!

-가즈아ㅏㅏ

“뭐···이전이랑 별 차이는 없을 거 같은데요.”

***

본선에 진출하고 8강전까지 올라오는 나날의 와중.

그에겐 별다른 인식이 없었지만, 그의 평가는 매 회전마다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크로스보우].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피지컬과 전장 이해도를 바탕으로 전투에 특화된 타입의 플레이어.

-일 대 다수의 싸움이 특기로 보이며 창의적인 방식의 플레이가 돋보임.

-최정상급 피지컬.

-저격의 신.

레딧(해외 커뮤니티)의 추천글에는 그런 분석글이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고 올라와 있는 상태.

그야 그럴 만도 했다.

예선전 때와 같은 일방적인 활약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매 배틀로얄에서 중요한 타이밍마다 상대를 저격해 죽이는 플레이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배틀로얄] 한정으로 세계정상급 플레이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태.

분명 기록에는 다른 캐릭터를 다룬 기록이 별로 존재치 않았음에도, 근접전이든 장거리전이든 밀리지 않는 전천후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크로스보우.

“어우. 오글거려.”

-아ㅋㅋㅋ

-오글거림은 못 참지

-지구뿌셔! 레딧뿌셔!

-울 크보옵 진가를 이제야 알아본거냐 코쟁이놈들

-ㄹㅇㅋㅋ

크로스보우 본인은 시청자로부터 그 말을 전해듣고 몸서리를 쳤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리고 개시된 4강전.

[배틀로얄].

인게임.

-“···여기가 중세 유럽이었나요?”

-“저거 뭐야.”

-“대놓고 크보 님 견제하는 거죠?”

영국의 전략은 이제까지 붙었던 나라들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전략전술을 보여 주려고 했던 타 국가들.

그러나 매 판, 단 몇 번의 강력한 저격으로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플레이를 보여 준 크로스보우.

영국팀도 그 사실을 인정했는지, 총기류 캐릭터를 완전히 카운터 치는 조합을 짜온 것이었다.

-“실드가 몇 개야···.”

-“어우. 조합 역겨운 거 봐.”

총탄이 아예 박히지 않도록, 투사체를 막아 낼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는 픽뿐이었다.

그리고 소수의 암살류 캐릭터들까지.

“자기들은 핵심캐릭터를 지키면서 이쪽 딜러들을 짜르겠다는 거네요.”

-“···가능하시겠습니까. 크보 님.”

라운드 스코어는 영국 : 한국 =  1 : 2.

어느덧 4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황. 승리를 앞둔 매치포인트.

프로들까지 섞여 있는 라운드임에도, 첫날과는 다르게 자연스레 크로스보우가 오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글쎄요···사실···.”

양 팀의 대치상황.

가장 선두에 나선 건 일반계급전에서도 몇 번이나 만났던 캐릭터.

시계워치의 아이언하트다.

녀석은 거대한 망치를 어깨에 올리며 도발적인 손짓을 해 보인다.

-“정면으로 붙으면 화력이 딸릴 겁니다.”

-“저희 조합상 실드 깨기가 힘든 건 맞죠.”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팀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논하는 와중,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크, 크보 님?!”

-“지금 무슨···!”

홀로 평지를 달리는 크로스보우의 모습.

게임을 던지는 거나 다름없는 행위.

“···뭐지?”

“얕보는 건가?”

“아니, 잠깐. 자세히 봐. 저거···.”

그리고 당황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영국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패츠나츠 헬멧을 쓰고 있다!! 그 녀석이다!!”

“────크로스보우!!!”

유명인 다 됐네.

크로스보우는 비릿하게 웃었다.

상대 팀을 응원하는 국민의 시선에는, 확실한 악역의 미소.

“일제 공격! 리치 긴 스킬은 전부 때려부어!!”

“잡기만 하면 이득이야!!”

스킬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내린다.

그러나 대부분이 장막이나 실드 등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

원거리 견제형 스킬이 많을 리 없지.

···그렇다면,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다.

그는 정글도를 들었다.

이젠 손에 감기는 근접무기가 썩 익숙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캉─!!!

카가강!!

“···백스킬.”

“스킬 쳐내기···직접 당하니까 정말 어이가 없군.”

“젠장. 빌어먹을 괴물 같은 놈.”

백스킬, 혹은 스킬 쳐내기.

이젠 크로스보우의 전유물로 취급받는 기술.

해외해설은 이런 장면에 Crossbowed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유명해진 테크닉.

그 기술을 쉴 새 없이 선보이며 크로스보우는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1 대 30.

중계방송의 화각에, 그 무모한 돌진이 제대로 잡힌 순간.

“흡!”

어느덧 지척까지 접근에 성공한 크로스보우는 펄쩍 뛰어올랐다.

“큭?!”

이제 와서 실드를 위로 들어봐야 소용없어.

망치로 요격하기엔 늦었다는 판단에 한 행동이겠지만···그는 공중에서 빙글, 몸을 돌렸다.

까아앙!!

상대의 헬멧에 정확히 명중하는 일격.

“어억!”

순간 충격량에 의해 시야가 흔들렸을 터.

크로스보우는 커버를 위해 덤벼드는 상대팀 쪽에 섬광탄을 휙, 집어던지며 웃었다.

“새로운 주민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친애하는 영국 주민 여러분.”

어느새 빙글 돈 순간 무기가 바뀌어 있는 그의 손.

샷건의 몸체를 꽉 움켜쥔 손이, 앞뒤로 찰칵 움직인다.

“쨔잔. 펌프샷건입니다.”

퍼엉──!!

“크아악!”

멀리서 듣기론 마치 풍선이라도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같은 순간.

한국 팀 진영.

-“···어라? 안 죽네.”

채널을 열어두고 간 것일까.

크로스보우의 목소리가 보이스 채팅을 통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퍼엉─!

퍼엉─!

몇 번인가 더 들려오는 샷건 소리.

-“휴우. 됐다.”

상쾌한듯한 크로스보우의 말투.

정적의 한 중간이었다.

“대. 대체 무슨···.”

-“아. 죄송해요. 뻔히 방심하고 킬각 내주는데 안 들어갈 수가 없어서.”

킬각?

방금 그게?

그런 의문이 선수들의 뇌리에 떠오를 때.

크로스보우가 말을 이었다.

-“님들도 이거 치셈. 킬 수 오름.”

“···에?”

얼빠진 대답에 피식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간단합니다. 상대가 중장거리 대비하고 온 조합이면 그냥 화끈하게 한 판 붙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간 심심하기도 했다. 허구한 날 엎드려서 저격이나 하고 있으니.

-“상대 암살류 캐릭터가 난전에 약하기도 하고···솔직히, 우리가 어디가서 피지컬 딸리진 않잖아요?”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던 자부심을 쿡 찌르는 한 마디.

그 말에 선수들의 표정이 움찔, 굳는다.

“그, 그렇지만···.”

-“그렇지만 하는 사이에 커버 오겠네요. 그리고 혹시나 져서 5라운드 가기라도 하면 그땐 제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겠습니다.”

“···.”

-“뭐,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요.”

어떻게든 이겨 주겠다.

확언. 그리고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

고작해야 스트리머 한 명이 말하는 것치곤 거창한 말이다.

그러나 그간 매 라운드를 함께 해 왔던 [배틀로얄]의 프로 선수들은, 그 말에 알 수 없는 감흥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종류의 무언가였다.

-“그러니까, 걱정말고 한 판 붙죠. 피쉬앤칩스 놈들한테.”

“···크, 크보 님.”

-“흠흠. 이상입니다.”

뚝-.

필시 보이스 채팅을 끄는 듯한 느낌.

“”“···.”””

이렇게 된 이상 선택지는 없다.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선수들은, 이내 그를 따라 웃었다.

“···이 집 재밌네.”

“이렇게 된 거 한 딱까리 하죠. 판도 깔아 주겠다.”

“솔직히 질 거 같진 않아. 님들. 인정?”

“···인정. 그럼 뭐다?”

그 질문에, 유쾌한 문답을 듣고만 있던 누군가가 문득 말했다.

“···약진 앞으로?”

“우욱. 씹!”

···그리고, 대충 표현하자면 상남자들의 싸움.

서로 치명상을 입으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영국과 한국은 엎치락뒤치락 교전을 시작했다.

“죽어랏!!! 해가 잘 지는 나라놈들!!”

“으억···?!”

“김치 맛 좀 봐라!!!”

“두유 노 권리 장전? 철-컥!”

“안녕하세요, 핸국 남자힙니다.”

“손흥민 돌려줘!

물론, 수많은 대사가 삐-처리 되어 송출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

최종 라운드 스코어 3 : 1.

모드 [배틀로얄].

한국 승리.

[각 선수들의 센스 플레이가 돋보이는 라운드였습니다!]

[네! 크로스보우 선수의 화끈한 정면 승부 선언! 그 이후 당연하다는 듯이 승리해 냅니다!]

[영국도 충분히 멋졌습니다! 경기 구역이 닫히는 것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둘 중 하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다들 예상한 결과였다.

한국에는 크로스보우라는 걸출한 선수가 지키고 있는 데에 반해, 영국 팀 쪽은 딱히 이렇다 할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던 탓.

그간 4강까지 올라오면서, 영국의 전적 상, 배틀로얄의 승률은 절반을 조금 더 넘는 정도.

반면 최종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한국을 상대로 이길 리 없다고 모두가 판단했던 것이다.

-ㅋㅋㅋ피쉬앤칩스놈들ㅋㅋㅋ

-피칩들ㅇㅈㄹ 아ㅋㅋ

-입닥쳐 말풔이!

-ㅋㅋㅋ이게 바로 최종병기 석궁이다

-크보만나면 꼼짝못해~

-크만꼼ㅋㅋㅋ

자신을 대신해 신이 난 듯 보이는 시청자들의 모습.

크로스보우는 그들과 드립을 잠시 나누며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한동안 출전은 없을 터.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는 셈이었다.

그러나

“···제가요? 그걸요? 왜요?”

“···모드 교차 요청입니다.”

-아ㅋㅋ복무신조 무냐고ㅡㅡ

-근데 지금 상황 좀 심각함;;;

-결국 구원투수로 크보 요청했네ㄷㄷ

-이제 크보가 탈 스트리머급이긴 하지

황급히 달려온 스태프.

통역과 현지 진행요원까지 대동한 채로 그들은 호텔 숙소에 침입해왔다.

“···모드 교차?”

오늘은 [AOS]모드 아니던가? 그럼 블래드가 선발일 터인데···난데 없는 모드 교차 요청이라니.

의아한 마음과 함께 티비를 확인한 크로스보우.

그는 문득 표정을 굳혔다.

라운드 스코어.

한국 : 영국 = 2 : 2

[2대2 상황···이기느냐 지느냐의 갈림길입니다.]

[슈미츠 선수. 정말 말도 안되는 피지컬이었습니다!]

[블래드 혼자서 틀어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막 감독들이 단 2장 남은 모드 교차를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자. 과연 누가 나올지···걱정과 함께 기대도 되는데요. 1시간 뒤 만나보시죠.]

화면에 보이는 것은 캡슐에 걸터앉아 눈을 가리고 있는 선수의 모습.

“카운터?”

분명, TK의 카운터선수였다.

그리고, 이번 네이션스 컵 [AOS] 모드의 출전을 맡고 있는 선수기도 했다.

“···우는군.”

그런 그가,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는 눈물.

“···.”

크로스보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참. 근데 저 올오버에선 AOS 안 해 봤는데.”

“···?”

그 자리에 있는 스태프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말과 함께였다.

“뭐···어떻게든 되겠죠.”

가슴에 태극기가 박혀있는 유니폼.

그는 어깨를 으쓱이곤 그 외투를 걸쳤다.

< 65화-4강 영국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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