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74화 (74/143)

< 75화-대격변 >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워가며, 주변에서 느껴지는 뼈들을 모두 모아온 크로스보우.

시청자들도 거의 빠져나간 시간대.

-형···레전드도 잠은 자야돼

-밖에 해뜸ㅋㅋ

-개졸리누

"흠."

그는 팔짱을 낀 채로 뼛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인근의 뼈들은 다 모은 게 분명한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번엔 틀린 걸 인정해라 애송이···

-방종 보고 잔다 기필코

-5분 뒤 트수들 드르렁행

-지금 채팅 올라오는 상태보니까 거의 다 켜놓고 자는 놈들인듯ㅋㅋㅋ

"···."

의미 없는 오브젝트라.

그럴 리 없다.

분명 명확히 감각에 걸리던 기운.

강렬한 위화감.

마치 박동치 듯 전달되는 무거운 감각.

[생존 모드]에 필수적 스팟이라고 불리는 '제단'보다도 더 선명했다.

"···확실히 방종할 시간이긴 하군요."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뭔가 빠진 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예정되었던 방송 종료시각은 한참 지난 상태.

이대로 계속하면 오히려 다음 날 방송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터.

오늘은 이만 잠드는 편이 낫다.

그렇게 결론 내린 그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군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크바

-석바

시간이 시간인 탓일까.

평소에는 벌써 방종이냐며 치덕 대던 시청자들이었을 테지만, 이번엔 아무런 미련 없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크로스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송 종료 키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 때, 무릎 위에 올려뒀던 뼈 하나가 바닥을 나뒹군다.

"···어?"

그리고.

모든 건 미련을 놨을 때 보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마치 아무리 찾던 물건이 포기할 때쯤 돌연 발견되는 것과도 같은 순간.

"···잠깐만."

크로스보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릎 위에서 굴러떨어진  뼈가 굴러 놓여있던 다른 뼈에 정확히 가서 안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양새가 마치─.

"···퍼즐?"

-?

-무야

-자다 깼는데 뭐냐

그는 정확히 들어맞은 듯 보이는 두 개의 뼈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정확히 아귀가 들어맞도록 배치하곤, 힘을 준다.

끼긱-

딸칵.

키잉─.

···하나가 되었다.

금간 곳도 사라진 모습.

그 모습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크로스보우는, 이내 낮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호라. 하하."

-뭐야

-??????????

-미친 뭐야??

-아니 뭐임?

-클립고다고

-와 자다가 소름돋았네

"···더 맞춰보겠습니다."

딸칵.

딸칵.

끼기긱-.

그렇게 약속이라도 한 듯 방송을 끄지 않는 크로스보우.

그리고 그건 그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옆에꺼랑 맞는다

-저거저거

"이거요?"

-ㄴㄴㄴ2번째

잠이 온다던 채팅은 온데간데없는 모습.

퍼즐을 맞추는 것이 사명이라도 되는 사람들처럼, 집중 상태에 빠져드는 사람들.

-이젠 못 버티겠다

-그거 아냐? 안들어가?

-그렇게 큰 건 안들어가앗

-[제재된 채팅입니다.]

-매니저도 안자네ㄷㄷ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 시간은 흘러 다음날이 되었다.

낮이 되고 다시 사람들이 몰려든 크로스보우의 방송.

-자러갈게ㅠ

-하···이따 다시보기로 확인해야겠다

-마지막 레전드 퇴근ㅠㅠ

-걱정마! 크보는 우리가 잘 보살필테니까

-이게 그 NTR이냐?

시청자층이 뒤바뀌며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크로스보우는 집중 상태에 돌입해 있는 상황.

아까는 단순히 퍼즐이라고 생각되었던 무언가.

그 형태가 차츰 명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그리고 곧.

마지막 파편.

끼긱-.

딸칵.

완성된 순간 명확해지는 형체.

크로스보우는 중얼거렸다.

"······두개골?"

뿔 달린 산양.

그 모습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간간이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챘다.

기시감.

강렬히 뿜어져 나온 기운도, 뼈의 감촉도 모두 한 번 경험했던 것.

···크로스보우는 그때를 떠올렸다.

─검붉게 불타오르던 거대한 뼈.

스스로 목을 쥐어뜯던 보스 몬스터.

네이션스컵 한중일 예선전, 그 마지막 균방전에서 마주했던 괴물.

그로서도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만으로 회색 세상으로 진입했던 괴물.

'깨어난 해골'.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이게, 왜?"

미친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뒤로 한 채, 그는 두개골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

[현 시각 24시간 방송 중인 월클 방송인 크로스보우]

-이번에 또 한건 할거같다ㄷㄷㄷㄹㅇ지림

└와 크가놈 귀국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달리냐

└어제 생존모드 꿀잼이던데ㅋㅋ또 뭐함?

└다 닥치고 일단 핫클립(조회수가 많은 짧은 동영상)부터 보고 와라 ㄹㅇ 소름 돋으니까

└??

네이션스 컵의 여파로 아직까지 뜨거운 커뮤니티.

그 중에서도, 수많은 다른 스트리머들의 후기에 밀려나지 않고 꿋꿋이 베스트를 유지한 게시글이 몇 개.

바로 현재 시각, 크로스보우의 방송과 관련된 게시글이었다.

[실시간 생존 모드 히든 요소 발견ㄷㄷㄷft.크로스보우]

[영상 클립]

└이게 균방전이랑 이어진다고? ㄹㅇ 미친놈 소리가 절로 나오네ㅋㅋ

└렬루 크보 진짜 관찰력이나 발상의 전환은 알아줘야한다ㄷㄷ

└이게 세최게이머지···클라스가 다르다

[남들 우결각이니 뭐니 할 때 실력으로 보여주는 크로스보우]

-얜 진짜 레전드다···.

└크갓한테 얜? 손님 맞을래요?

└전크협한테 죽어볼래?

└전크협은 또 뭐야ㄷㄷ전국크기자랑협회?

└ㄴㄴ...근데 그것도 맞말인거 같기도 하고

게시글이 떡밥이 되어 커뮤니티를 뒤덮는 현상.

크로스보우의 방송이 새로운 이슈가 되어 커뮤니티를 달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슈가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깨어난 해골'.

그 모형을 만드는 것까진 모두를 소름 돋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나, 거기서 더이상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탓이었다.

"···방종하겠습니다."

-크바

-석바

-24시간 방송 미텻네

어제 생존 모드에서 풀다이브를 끊었던 다른 방송인들까지 합류해 머리를 맞댔지만···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는 상태로 마무리.

결국 그들에게 두개골을 넘긴 크로스보우는 풀다이브를 해제했다.

[SYSTEM]원래 있던 현실로 돌아갑니다.

[SYSTEM]또다른 현실 올오버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빠. 고생했네."

"···잔다."

"응."

그렇게, 크로스보우가 잠들고.

그 날의 방송에서 밝혀진 사실, '[생존 모드]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껴맞췄더니 [균열 방어전]에 등장하는 보스의 형체가 되었다'는 것.

이 사실이 커뮤니티를 타고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때쯤이었다.

올오버 공식 홈페이지.

돌연, 아무런 전조도 없이─공지사항이 하나 올라왔다.

그리고 그 공지사항은 게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종류의 것.

과거 더 원 그라운드가 캐릭터로 추가된 이래로 처음 올라오는 '패치 노트'.

[10월 3일 패치 내용! 올오버에 대격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파격적인 패치였다.

당연히, 반응은 뜨겁다 못해 끓어오르는 수준이었다.

-이번 패치 ㄹㅇ 실화?

-ㄷㄷㄷㄷㄷ

-개재밌겠다ㄹㅇ 하 올오버 마렵다

-직붕이 지금 연차 쓰러갔는데 다 대기하고 있음ㅋㅋㅋ

-군인인 게 한이다···ㅅㅂ

당연하게도 모든 커뮤니티는 패치 내용으로 싹 뒤덮여버린 상황.

어느덧, 생존 모드에서 돌연 튀어나온 '깨어난 해골'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

[03 : 45 AM]

새벽. 크로스보우의 방.

"···."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물론 진짜로 바뀐 건 아니고 그저, 스마트폰 속에 처음 보는 이슈가 가득한 것에 불과했지만···항상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크로스보우에겐 그렇게 느껴졌던 것.

[은아]

<패치 봤음?? ㄹㅇ가슴이 웅장해진다···>

[예지]

<오빠···패치봤지···? 나 편집하다가 죽겟어···>

<한 명만 뽑을게ㅠㅠ>

[알 수 없는 번호 발신]

<안녕 내 이름 라우라>

<갑자기 연락 sorry>

<어쩔 수 없다>

<왜 = 새로운 패치>

<나의 winner 당신 결투를 신청한다>

"···뭐라는거야."

그는 자연스럽게 알 수 없는 번호를 차단하며 중얼거렸다.

대체 패치 노트에 뭐라고 적혀있길래 이렇게 난리가 났지.

비유하자면 마치 좀비 사태가 일어난 지도 모른 채 틀어 박혀있던 등장인물이라도 된 기분.

크로스보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캡슐로 기어들어갔다.

당장 아픈 머리에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직접 풀다이브해 확인하려는 셈.

"···풀다이브."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가 문득, 대회용 캡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이브 버튼을 찾았다.

꾸욱-.

그리고 곧.

[SYSTEM]크로스보우님. 환영합니다.

올오버 내부.

[SYSTEM]새로운 패치 내용이 존재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커서를 움직이는 크로스보우.

[패치노트 : 당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그는 그 제목을 확인한 순간,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커뮤니티가 그야말로 뒤집어지다시피 한 이유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라."

생각해보면 가상현실 게임업계는 이미 올오버에 의해 독점된 거나 다름없는 상태.

이젠 더 합병할 게임사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신 캐릭터인가···."

어떤 방식을 사용한다는 거지.

당장 제목만 보고 예상하기에는, 아마 유저들이 제안한 캐릭터 모델을 투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캐릭터가 작성되는 정도.

십중팔구 그 정도 수순일 터다.

그러나, 그 예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건···."

패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던 것이다.

[모드 상관없이 '골드'계급 이상인 유저들에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생겨납니다!]

[계급 보상! 지금까지 계급전을 열심히 할 이유가 빈약했죠? 이젠 다릅니다! 야호!]

[캐릭터 생성 방식은 과거 선 공개되었던 '캐릭터 강화권'의 사용 방식과 동일!]

[일정 포인트를 부여받고, 이를 소모해 능력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방식!]

여기까지 읽고 크로스보우는 깨달았다.

캐릭터 강화권은 이걸 위한 일종의 선행공개였구나. 하고.

[생성된 캐릭터는 모든 유저들과 공유됩니다! 단, 이제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져 관심받기는 힘들겠지만요ㅠㅠ]

[좋아하는 선수를 만나도 이기기 힘들다고요? 좋아하는 방송인을 도와주고 싶다고요? 이젠 캐릭터를 작성해 대결하고, 서포팅 하세요!!]

"···저격을 권장하는 건가?"

잠시 생각하던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털었다.

저격을 증오하다시피 여기는 버릇이 도진 탓이었다.

계속해서 패치 내용을 읽어나가는 크로스보우.

[골드 계급 이상의 모든 유저에게 '알 수 없는 열쇠'가 부여됩니다.]

[열쇠를 사용해 캐릭터를 작성하십시오.]

문득 그는 읽기를 멈췄다.

"···알 수 없는 열쇠?"

낯익은 단어를 발견한 탓이었다.

열쇠가 캐릭터 생성권이었단 건가?

이거 좀 많이 얻었던 거 같은데.

그는 중얼거렸다.

시스템 창을 불러온다.

그리고 확인한 메시지.

[SYSTEM]소유 중인 알 수 없는 열쇠 : 5개.

[SYSTEM]소유 중인 알 수 없는 열쇠 강화권 : 1개.

"···오우쉣."

잠시 정적이 있고 난 후.

크로스보우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려 다섯개.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던 것이다.

홀로 캐릭터 5개라.

이 중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열쇠가 2개였던가.

그는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우선은···어떻게 하는건지 한 번 확인해둬야겠군.'

그렇게 캐릭터 작성창으로 진입하는 크로스보우.

잠들기 전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은 모습이었다.

< 75화-대격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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