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똥캐 '크로스보우' >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크로스보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콰아앙─!!
츠츳···!
"와하하하! 존나 재밌어!!!"
"오늘 오버로드 간다. 진짜 간다!"
번쩍거리고, 사라지거나,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대는 유저들.
배틀로얄의 대기실이었다.
-ㅋㅋㅋ고계급 대기실 원래 조용하지 않음?
-고계급도 똑같네 아ㅋㅋ
-본인 캐릭턴데 이건 못참지ㅋㅋㅋ
-??? : 나도 어쩔 수 없는 올창인가봐···
"어쩔 수 없죠. 스킬을 만든다고 해도 정말 세부적인 요소는 올오버에서 만들어주니까."
당장 크로스보우가 만든 캐릭터도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도 모르는 상태.
그도 스킬 툴팁을 읽어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올오버가 크로스보우 인식하는듯
-ㄹㅇㅋㅋ복장 똑같이 주는거 실화냐?
채팅창의 새삼스러운 반응.
그랬다.
크로스보우의 복장은, 그가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는 철제 헬멧 그대로였던 것이다.
심지어 군용조끼 아래에는 검은색 복장이 착용된 상태.
본래 투박한 재질이었던 군화는 오히려 그대로.
"팬티만 입고 있어야 하는데."
그는 발을 바닥에 툭툭 찍어보며 말했다.
-그게맞다
-ㄹㅇㅋㅋ크보정도면 이제 팬티만 입고 다녀야한다
-팬티 안에 다 들어감?
-거보on
-거봉 맛있지
-??
사실 커마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마 받는 데미지를 2배로 받는 페널티 '유리 몸' 탓에, 최소한 머리는 보호하도록 스패츠나츠 헬멧을 씌워준 게 아닐까.
그 정도 생각뿐.
"어! 크보님?"
"뭐? 크보?"
"크보라고? 오우쉣!"
"뭐지?"
그때 여기저기서 스킬을 뿌리던 유저들.
그 중 누군가가 크로스보우를 알아본 것인지, 돌연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 진짜다!"
"와우. 크보님 팬이에요!"
"후욱···후욱···크보 첫 데스 딸 기회라고? 이건 못 참지."
"우하하! 크로스보우! 제가 이깁니다!"
날이 날인 탓일까.
묘하게 하이텐션인 이들.
물론, 크로스보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데서 뺄 거였으면 애초에 계급전 따윈 돌리지도 않았다.
권총을 들어 그들을 겨눠 보이는 모습.
"재밌네. 다들 세 보이고."
"아이튜브각 섰다! 다들 바짝 긴장해!"
"녹화 틀어!"
"크로스보우!!!! 나 불가해 때 파랴드다!! 오늘도 커뮤니티에서 죽고 있는 희생양이 돌아왔다!"
"아. 크크. 쟨 뭐야."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콧김을 내뿜고 있는 유저들.
크로스보우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첫 날 개시니까 화려하게 가야죠."
"이 검은 사신님이 처리해 드리죠···후후."
"검은 사신? 방패는 안사신?"
중간 섞이는 드립에 풉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
크로스보우 역시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덤벼보시죠. 저를 잡으면 미국 프로게이머보다 잘한다는 타이틀이 생기는 겁니다. 보니까 구면인 분들이 많네요. 다들 아이튜브 하시죠?"
다분한 도발성 멘트.
그랬다.
그랜드 마스터 이상.
도달하기에 지옥과도 같은 난이도.
그런만큼, 일단 도달하면 괜찮은 아이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게임 크기가 크기인 만큼, 심지어 팬덤이 생기기까지 하는 계급인 것이다.
"저 잡으면 최소 백만 조회수입니다. 거기에 우려먹기까지 가능하죠."
"···."
"···."
"···?"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저들.
"아직 감이 잘 안 오시나 본데."
히죽.
계급전에서 고계급 유저들만 만나면 장난스러워지는 크로스보우.
그는 권총을 손가락에 끼워 빙글빙글 돌렸다.
"백만 조회수면 최소 200만 원입니다. 거기에 채널 성장까지 생각하면···."
"""···!!!!"""
"하하. 이게 참 좋은데 말로는 못 하겠네."
-ㅋㅋㅋㅋ
-도발 수준ㄹㅇㅋㅋ
-현상수배자(크로스보우)
-1억 베리이잇!
"오우쉐에엣!"
"엄마! 효도할게!"
눈깔이 뒤집어지는 유저들의 모습.
고계급들의 특징이라면 특징.
제정신인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크로스보우는 돌리던 권총을 들어 그들을 겨눴다.
"총알 발싸. 흐흐."
[SYSTEM]곧 게임이 시작됩니다···3···2···1.
[SYSTEM]원하는 위치에서 강하하십시오!
"─빠앙."
게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ㅋㅋㅋㅋ
-이젠 진짜 최강의 똥믈리에가 간다
-만능의남자가 간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기면 100만 간다ㅋㅋ루삥뽕
['크보쨩핥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가능하면 50만 쭈압
-?
-??
['레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찐임?
-ㅁㅊ찐이네ㅋㅋㅋ
-냄챙끼리 알아보는거야?
더이상, 본래 존재하던 타 게임의 캐릭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임.
유어 캐릭터즈 올오버.
거대게임에 한 획을 그을만한 패치.
그 개시전이 지금 막, 시작되었다.
***
현실에 이미 가을기운이 만연한 것과 반대로, 완연한 봄이 찾아온 올오버.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
화창한 태양 빛이 수면에 반사된다.
시야를 방해하는 것 따윈 전혀 없는 날씨.
다만, 알 수 없는 기운이 온 맵을 장악하고 있는 이곳.
'이계로의 항구'.
크로스보우는 빠르게 낙하하며 포인트를 찾았다.
동시에, 떨어져 내리며 탄을 제작하는 모습.
[하급 오러의 탄]
[적중 시 상대 오러의 흐름을 강제로 가속시킵니다.]
[하급 마기의 탄]
[적중 시 작은 폭발을 일으킵니다.]
[하급 신성의 탄]
[적중 시 상대가 걸린 상태 이상의 지속시간을 늘립니다.]
-애매한거보소ㅋㅋㅋ
-하급? 총기륜데 성장형이었어?
-??? : www똥으로 식사하는 한국최강ww
"···스킬 발동 감각이 이상해."
크로스보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가만히 있음에도 감각이 뒤엉키는 기분.
시야가 번쩍번쩍 점멸하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고 있었다.
아마 모든 기반 에너지를 사용 가능하다는 특성이 감각을 교란시키는 모양이었다.
그 탓에, 페널티인 '끔찍한 집중력'까지 발동해 스킬 사용에 계속 실패하는 모습.
"···."
평상시와는 다른 감각.
빠르게 낙하 중인 상황, 그리고 페널티까지.
그 모든 요소 탓에, 탄환 한 개의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초가량이었다.
게다가 첫 판, 크로스보우 입장에서도 정확히 어떤 에너지탄이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
땅이 가까워진다.
낙하 자체는 예정한 포인트로 정확하게 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위험하군.'
크로스보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무려 100명이나 매칭되는 배틀로얄-솔로 모드임에도 주변에는 고작해야 3명뿐.
"···휴."
이미 알려지기를, 크로스보우의 초반 싸움 센스는 세계 최고 수준.
그렇기에 다들 그의 하강 장소를 피해 간 것이었다.
-크보가 어려워하는거 첨보네
-ㅈ댈뻔ㅋㅋ
-휴
-크보 일생의 위기 극복ㅋㅋ
그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플레이.
이건 그 누구도 방플(방송을 보며 하는 저격성 플레이)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했다.
곧이어 포인트에 착지한 크로스보우.
"···일단 강하는 완료했고."
캉-!
그는 뱉듯이 말하며 헬멧을 집어 던져 버렸다.
"크으···."
과거 얼굴을 가리던 때에는 하지 않던 일.
크로스보우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음했다.
-표정이 좀 안좋은데?
-어지러운가봄
-??? : 스타크 씨···속이 이상해요
-ㅠㅠㅠ크보야 왜 그래
"···진짜 페널티는 이거였네요."
온갖 에너지가 몸에서 날뛰며 내부를 진탕 시키는 기분.
-어마어마한 똥캐인가보네
-설사였던거임ㅋㅋ
-우욱씹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웃었다.
당장은 상태가 좋지 않지만···
사실, 큰 상관은 없다.
"···.괜찮습니다. 금방 괜찮아질 거니까."
-무리하지말고 힘들면 쉬자
-'Cant Breathe···'
"조금 오랜만이긴 하네요."
비슷한 감각이라면 얼마든지 느껴봤던 것이다.
수만 시간을 넘어, 몇 년 동안이나 말이다.
철컥.
그는 탄창을 끼우며 중얼거렸다.
"어지럽긴 한데···더원그할 땐 이런 거 맨날 느꼈었거든요."
-???
-띠용?
"그 사이에 편하게 몸이 적응했나 봅니다."
그는 심호흡을 몇 번인가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싱긋, 웃어 보이는 크로스보우.
"이제 좀 낫네요. 제가 증강현실 울렁증이 좀 심했어서. 그때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
-??
-10분만에 사람 토한다는 그 울렁증?
-미친거냐고;
PC시절에는 1인칭 울렁증이라고 불렸던 그 증후군.
FPS게임의 첫 번째 진입 장벽.
크로스보우는 그 현상을 입에 담으며 노리쇠를 전진시켰다.
─철컥.
"아까 세 명이었죠?"
중얼거리는 크로스보우.
그는 시청자들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를 빠르게 이탈했다.
그리고 곧이어 만난 적.
거대한, 검은 풀 플레이트 아머.
크로스보우 인근에 내린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ㅋㅋㅋ중세갑옷 무냐고
-갑 옷 산 다
-육탄전 특화인가?
살짝 접근한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천천히 파밍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딱 좋군요. 한 번 특수 탄환 시험해보겠습니다."
[하급 오러의 탄]
[적중 시 상대 오러의 흐름을 강제로 가속시킵니다.]
크로스보우는 약실에 장전시켜둔 탄을 생각하며 상대를 정조준했다.
그리고 격발.
타아아앙──!!!
동시에 상대가 돌연, 이쪽을 빙글 돌아본다.
괜찮은 반응 속도.
다만 그럼에도 늦었다.
아직 완벽히 적응되지 않은 탓에 투구의 틈새를 노리는 등의 테크닉은 아니었지만, 탄환이 향하는 곳은 정확히 머리.
이대로라면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터였다.
허나 다음 순간.
피잉─.
"...오호라."
무효화.
-엥?
-머임
-먼가..먼가...지나갓는데...
뒤늦은 채팅창의 반응.
반면 크로스보우는 놓치지 않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미끄러진다라."
옅은 붉은빛을 내는 특수탄, 오러의 탄환.
그 탄환이, 상대 투구를 타고 미끄러져 버렸던 것이다.
***
같은 시각.
크로스보우가 상대의 묘한 능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툭.
"What the f···?"
패스트푸드점에서 1시간이나 나가지 않은 채 앉아 있던 남자. 유저명 크리스피.
그는 종업원이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감자튀김을 우수수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 어떻게?"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 모습.
그는 손에 들린 전자기기에 들어갈 듯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제대로 움직인다고?"
이해할 수 없는 충격을 마주한 인간의 전형적인 반응.
크리스피는, 자신이 평소 싫어하는 반응을 자신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입을 우물거렸다.
"···아까 분명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 거, 맞지?"
그는 빠르게 뭔가를 조작해 방송의 이전 부분을 다시 재생했다.
[─모두 선택한다.]
"···."
번역이 이상한 것도 아니야.
분명 화면 속의 남자는 모든 에너지원을 사용해 캐릭터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금 크로스보우가 겪고 있는 현상이, 아까 크리스피가 말했던 '그다음'인 것이다.
"···그냥 둔감한건가? 아니···그럴 린 없는데···."
경직된 채 크로스보우의 얼굴을 바라보던 크리스피.
'자격의 방' 멤버들은 저기에 적응하는데 얼마나 걸렸더라?
···최소한 그 누구도, 크로스보우처럼 일순만에 적응하진 않았다.
"대단하군."
그렇게 한참.
그는 마침내 스스로가 흔하디흔한 관중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반응이다.
자신이야말로 인류에 몇 없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크리스피.
그는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추하게 있을 순 없지.
"···한국인에 뭐가 있는 건가? 이 정도면 선수로도 아깝군."
그는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며 다시 콜라를 빨았다.
쪼오옥.
"···뭐야. 다 마셨잖아. 이봐! 아가씨! 리필되지?"
무례한 말투에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종업원의 표정.
"오우. 표정이 썩어들어가는군. 곧 있으면 곰팡이도 피겠어."
"···나가주···."
참다 못한 말이 나오려던 때.
크리스피는 픽 웃으며 현금다발을 내밀었다.
"콜라 리필해달라고. 아가씨."
***
< 84화-똥캐 '크로스보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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