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93화 (93/143)

< 94화 투기장의 신성 (7) >

크로스보우는 생각했다.

타고난 것은 그저 게임을 잘 하는 것에 불과한 재능.

지금까지 그게,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뿐이라 여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재능을 살려 격투기를 했더라도 비슷했겠지.

“저놈이야?”

“봉지 쓴 거 봐. 존나 게임캐릭터처럼 생겼네. 크크.”

환영하는 소리들.

추악한 공기가 가득한 공간.

“어서 와. 신입.”

크리스피의 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로스보우는 생각을 계속했다.

극도로 현실적인 가상공간을 이용한 고문과도 같은 놀이. 비틀린 취향의 이들이 마침내 도달한 곳.

여자에게서 그 실체를 듣는 순간, 돌연 극도로 기분이 나빠졌던 것이다.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현실에도 그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은 수많이 일어날 터.

왜 그들에겐 한 톨의 동정심이 전부면서, 여기선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는가.

“크···아니, 브래드맨. 이쪽은 모두 상부리그의 선수들이야. 경기장에서 보기 전에 미리 인사라도 시켜 줄까 해서 말이지.”

“···.”

침묵. 크로스보우는 종이로 된 봉투 속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 왜 아무 말도 안 하냐?”

“크리스피. 쟤 로열로더라며. 좀 얼빵한 거 같은데?”

그리고,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반응들.

“하나만 물어보겠다.”

“응? 그런 건 인사를 끝나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는 뱉듯 중얼거렸다.

“로그아웃 기능을 빼 버린 채 가상공간에서 인간을 사육하고 있다는 얘기. 혹시 들어본 적 있나?”

“···?”

왜 기분이 나쁘냐고 묻는다면 간단한 이유였다.

“오픈월드를 만들어 사람을 가상공간에 가둬 놓고 관찰한다고 하던데.”

“···.”

“꼭 개미라도 갖고 놀 듯이 이리저리 굴리다가, 그게 질리면 본인들이 직접 풀다이브해서, 자기들도 갇혔다며 농락하다가···배신하고, 죽이고···그 외의 일도 빈번하다지?”

“···하하.”

그런 것들이 마치, 누군가와 겹쳐 보였던 것이다.

공기가 돌연 일변한다.

정적의 사이.

“···이봐. 크리스피.”

“저 새끼 저거 재밌는 소리 하네? 응?”

크리스피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누가 알려 줬지?”

부정하지 않는다.

크리스피는 어떻게 알았냐는 투로 물어올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에, 한국인으로서 할 말은 단 하나뿐.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었다.

“니네 엄마가.”

“······이 새끼가.”

게임 재능. 일견 하잘것없어 보이는 것.

그러나 인간의 끔찍함이란 그 끝이 없어서, 뜻하지 않게 그 재능이 중대한 곳에 쓰일 기회가 찾아와 버리고 말았다.

“···뭐, 좋아. 그렇지만 아쉽네. 난 니가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여겼는데.”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들.

“말해 두지만 나는 저잣거리에 흩어진 쓰레기들을 모아 보석으로 만드는 걸 하고 있을 뿐이야. 이 투기장은 쓰레기장이면서 연마장인 거다.”

“···.”

“그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같아 너무 아쉽지만···상관은 없다. 너같은 놈들이 하는 생각이 뭔지쯤은 알고 있으니까.”

거기까지 말한 크리스피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두꺼비처럼 웃었다.

“알량한 정의감. 유아적 만능감. 뻔하지. 근데 이걸 어쩌나? 정의감은 좋은데 나설 자리를 잘못 고른 거 같은데.”

보란 듯 양팔을 벌리는 모습. 의기양양한 미소.

···생각해라.

크로스보우는 눈을 감았다.

본래의 계획은 지금껏 그에게 왔던 광고 및 언론사의 컨택에 응답하며 단 한순간에 대규모 폭로를 해 버리는 것.

그걸 위해 예전, 뿅맛사탕을 도와줬던 때의 스트리머와 인플루언서들에게도 모두 연락을 해둔 상태.

그러나 그런 것들은 더이상 고려사항이 아니다.

생각해라.

언론에 일시 폭로하는 것,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같은 순간 방송을 시작해 동조하는 것보다 더 극적이고, 더 강력한 방법을.

모든 것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고작해야 게임.

고작해야 가상현실.

분명 가볍디가벼운 그 환경이, 누군가에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의 안에서 뭔가 바뀌어나간다.

‘그때와 같아.’

첫 균열방어전. 부산의 광안대교에서 느꼈던 것들.

이곳을 현실이라 다만 상정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그렇게 여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방식의 생각이, 계기를 만나자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오로지 게임의 공략에 쓰던 그 감각이 확장되어 간다.

천재를 넘어 괴물이라 불리기에 합당한 그 재능이, 마침내 이곳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부릅떴다. 그 감각이, 미묘한 뭔가를 느꼈던 것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군. 결속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문이 잠깁니다.]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변경됩니다.]

그 순간, 크로스보우는 시험해 볼 만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저거 뭐하는 새낀데 저렇게 자신만만해. 기자냐? 아니면 형사라도 돼?”

“여기 애들만 몇 명인데. 그냥 미친 거지. 상부 리그 선수가 씨발 열댓 명이면 죽인 사람만 몇 명인데. 어?”

“크크. 저 새끼도 곧 똑같이 될 텐데 왜 화를 내고 그런다냐.”

“···저거, 잡아.”

크리스피가 대답하지 않는 크로스보우를 보며 그렇게 말했을 때.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는 마치 몸을 풀기라도 하는 자세로 팔을 휘둘렀다.

────.

“···뭣?”

───콰아아앙!!!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그 일격은 방 안의 테이블을 가루로 만들어 놓았다.

서 있던 인간들은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충격량에 얻어맞고, 여기저기로 쳐박히고 말았다.

“커헉···? 쿨럭. 무, 뭐야. 방금···?”

“쿱···웨에에에에엑!!”

올오버와 다르게, 이곳은 필시 모두가 비슷한 스펙을 갖고 있을 투기장.

그걸 감안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이, 이 자식이···! 대체 무슨···!”

개중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인간이 몇 명인가.

그러나 크로스보우의 대응은 간결했다.

─우웅.

“다행이다.”

손을 들어 올려, 그 바닥을 상대 쪽으로 향하는 것.

그는 빙긋, 웃었다.

“너희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쓰레기라서.”

오랜만에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조금 상쾌하게 다가오는 걸 느끼며, 그는 빠앙 하는 소리를 냈다.

“···어빌리티···?”

그 단말마와 함께,

섬광이 달린다.

“커읍···! 끅···아아아아아아악!!!”

“···미, 미친놈. 미친놈이···!”

남은 건 단둘. 여자 한 명과 크리스피.

크로스보우는 너덜너덜해져 버린 유저들의 시체를 꾸욱 짓밟으며, 테이블이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뚜벅.

뚜벅.

“···이, 이 자식이···날 물로 보고···!”

팔을 휘젓는 모습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천천히 거리를 좁혀나간다.

괴물.

크리스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멈출 수 없다.

그는 눈앞이 하얘지는 감각에 외쳤다.

“부, 붉은 검신! 뭐 좀 해 봐!”

“···이번만 도와주겠어.”

그렇게 말한 여자의 몸이 시뻘겋게 변했다. 품 안에서 검을 꺼내들어 겨누는 모습.

그녀가 ‘붉은 검신’이라 불리는 이유.

마치 악마를 닮은 그 모습에도, 크로스보우의 대응은 단촐했다.

텁!

“···어?”

그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여자가 들고 있던 검을 확 잡아챈 것이었다.

째애앵──!!!

그런 소리가 들렸다.

검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검날을 맨손으로 잡아 박살내 버린 것이었다.

“···무슨?”

떨어지는 파편에, 멍해진 붉은 검신의 표정이 비친다.

“그게 그거지?”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그저 크리스피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가 마치, 보물처럼 들고 있는 작은 구슬을 향해.

캡슐 기능을 해금시켜 주는 구슬이다.

“가져와.”

“···.”

“가져오라고.”

“···흐, 흐흐···흐흐···어빌리티를 넘어 액티브형 스킬까지 만들어 쓰는 건가?···하지만 명심해라. 이 리그에 참가하고자 한 건 네녀석이 먼저란 걸! 그 녹화분은 얼마든지 갖고 있어!! 지금 이 순간도 모두 녹화중이란 말이다!!”

피식 웃었다. 그는 엄지를 바로 세웠다가, 빙글 돌려 아래로 향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알파벳 C를 그리는 듯한 모습.

“···C?”

그 순간 크리스피는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까 전 하부 리그에서 관중석을 향해 그려 보인 알파벳은 뭐였지? m 아니었나?

···아니, 분명하다. 분명 m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알 수 없는 불안이 전신을 달린다.

“m···c···?”

그에 진하게 웃는 크로스보우.

그는 불안에 확신을 더해 주듯, 입을 열었다.

“I’m Crossbow라고. 네 녹화분에 포함됐을진 모르겠지만.”

“──!!!!”

***

[스트리머 ‘크로스보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제 : 단죄]

-크하

-석하

-휴방날인데 또 방송켰네ㄷㄷ

-머야 여긴 또 어디여

“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크로스보우는 빙긋 웃다가, 문득 아직 그가 빵 봉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봉투를 훽 벗어 버리며 머리를 털었다.

“···!!!”

발치에서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이 느껴졌지만, 상관은 없다.

-여긴 뭔데 ㅈㄴ음침하냐ㅋㅋ

-ㄹㅇㅋㅋ우릴 어디로 데려온거야!!!

-변태!!!

“오늘은 조금 무거운 말을 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

-띠용? 설마 사과방송? 신이 인간에게?

-아ㅋㅋ신님 빨리 치트능력이나 줘요ㅋㅋ

“···혹시, 투기장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자 채팅창의 반응은 여럿으로 나뉘었다.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 들어는 봤다는 듯한 반응에 이어 돌연 채팅이 사라진 시청자까지.

크로스보우는 말을 이었다. 카메라를 돌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들을 비추며.

-ㄷㄷㄷ죽은거임?ㅋㅋ

-시청자 상대로 몰카 무냐고ㅋㅋ

-올오버에 이런데가 있었나?

-장난하지마요 아ㅋㅋ

-아직 할로윈 2주는 남았는데요?ㅋㅋ

“조금 다른 말로 해 보자면 ‘도박장’입니다. 불법적으로 만든 서버죠. 오늘은 이곳에 대해 밝히고자 방송을 켰습니다.”

크로스보우는 그저 차근차근히,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올오버와 관련된 불법도박 사이트는 인터넷에 혼재되어 있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이곳의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곳의 선수는 모두 통각 제한이 없는 상태로 경기에 출전합니다. 베이면 베이는 통증을, 불에 타면 타는 듯한 통증을 모두 느끼는 겁니다.”

-···?

-와 지금 크보야 지금 설마

-고발···?

-특종이여?

“이곳은 스캐빈저 리그와, 하부 리그, 상부 리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규모도 그만큼 거대하고 선수도 많죠. 보통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3세계 국가에서 선수를 강압적으로 데려오는 게 이곳, 지하투기장입니다.”

1,000명, 3,000명, 1만명을 넘어 2만, 3만 명.

언제나 그렇듯 크로스보우 방송의 시청자들이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곳을 처음 알게된 것은 ‘자격의 방’이란 곳에 초대를 받으며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알 수 없는 발신자]

<당장 언급을 멈추게. 무슨 일인지 먼저 이쪽에 알려 줄 수 있겠나?>

무시한다.

“자격의 방이란 일종의 단체입니다. 전세계적인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한, 게임 잘하는 사람들을 골라 초대하는 비밀스러운 곳. 저도 초대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다만, 이곳에서 만난 ‘크리스피’라는 유저가 저를 선수로 쓰고 싶다는 말로 저는 이 투기장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린 겁니다.”

띠링!

띠링띠링띠링!!

그는 아예 외부메시지 알림을 꺼 버리며 말을 이었다.

“그에 관련된 영상은 곧 아이튜브에 업로드될 겁니다.”

-···미친

-잠깐만요

-규모무냐고ㄷㄷㄷ

-아ㅋㅋ허언증 지리네;

-게임이나 하지 갑자기 뭐임;

오호라.

돌연, 채팅창에 날카로운 채팅들이 등장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크게 뭐···잘못된 건 없는 거 같기도 합니다. 그냥 소소하게 돈이나 걸면서 즐기던 사람들은 있으니까요.”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화각이 잡힐 만한 곳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렇죠? 자. 잠시 채팅 얼리겠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숫자 1을, 아니라고 생각하면 숫자 2를 쳐 주세요.”

그리고 다시 풀린 채팅.

-1

-2222

-22

-1

“이쯤이면 됐네요.”

잠시 후.

다시 채팅을 얼린 크로스보우.

“···매니저. 지금 1 친 사람들 싹 다 영구밴 때리세요. 메모장에 복사해 놓으셨다가, 한 명도 봐주지 말고.”

물론 채은아는 지금 함께 서버에 들어와 있지만, 아무튼.

깔끔해진 채팅창과 함께 다시 말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헐···

-ㄹㅇ임? 애완인간이야?

-납치감금살해강간 등등이지 *발 와;

-진짜냐고 *발*끼야

-ㄹㅇ이면 사람이 아니네;

-21세기에 진짜 노예가 있네ㄷㄷ

“그렇습니다.”

그때였다.

“큭···크크크···그렇게 폭로해 봤자 뭐가 달라질 거 같아? 크로스보우.”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크리스피가, 끼어들었다.

“네 증언 빼고 아무것도 없다. 가상공간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야. 한국에만 피해자가 있는 것도 아니란 말이다! 증거 있어? 증거도 없다고!”

오락가락하는 외침.

그러나 그랬다.

여론이란 건 당최 알 수 없는 일이 많아서, 아무리 옳은 일일 해도 어디선가는 욕을 먹고 있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네티즌이란 게, 국가단위로 거짓말을 믿기도 한다는 게 이미 밝혀진 지는 오랜 일.

크로스보우의 행동은 개인방송인으로서 리스크를 지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쓸데없이 뭔가를 하려고 해서, 앞으로 복잡해지기만 할 일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다.

“현장을 잡지 않는 한에는 모두 헛소리다!! 네 말은 당연히 거짓이지만,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증거 인멸을 위해 인원들이 달려가고 있을 터!!”

그는 말을 이어나가며 자신감을 얻었는지 큰소리로 웃어댔다.

“당장 이 방문은 시스템으로 잠겨 있다고! 현장으로 향하고 싶어도 넌 아무것도 못한다! 아무것도!!! 크로스보우!!!”

-머냐고···

-먼가···먼가 일어나고 있음···

-크보쪽 말이 맞는거 같긴 한데···쟤 말대로면 곤란한거아님?

-ㄹㅇ;;

-방금 기사 올라왔다 스피드 뭐임?

-머냐; 갑자기 딴 애들 성토합니다 방제로 방송시작함

“맞습니다. 요점은 현장에서 명확한 증거를 얻을 수 있냐는거죠.”

그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었다.

[문이 잠겼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잠긴 공간.

그는 문을 향해 다가갔다.

아까 감각을 뻗어나가는 중 느낀 것.

시험해 볼 만한 가능성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그는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우웅-.

에너지가, 시각화된다. 한도 이상으로 압축된 탓이었다.

붉은색. 하부 리그의 결승전에서 봤던 그 기술을 다시 한번 펼쳤다.

이걸로는 부족해. 그는 되는 대로 에너지를 손에 때려 박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몸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크로스보우는 어쩐지 웃음을 터뜨렸다. 미소가 멈추질 않는다.

“그걸 반대로 말하면···제시간에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ㄷㄷㄷ저거 무야

-헐···

-뭐야···?

-무냐고!!!

우우우웅─

펀칭머신이라도 치는 것처럼, 오른손목을 왼손으로 쥔다.

“···서, 설마. 아니. 불가능해.”

그 모습에 크리스피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불가능한 일이다.

이성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우우웅─.

저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의심이 피어난다.

크로스보우는 화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건.”

콰아아아아아앙!!!

[잠긴 문입니다!]

[경고! 파괴할 수 없습니다!]

순간 시야가 가려지고, 연이어 들려온 엄청난 굉음에 귀를 틀어막는 크리스피.

콰아아앙!!!

“지건. 지건. 지건.”

콰앙! 콰앙! 콰아아아앙!!!!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린다.

[경고! 파괴 핤걷얻습?니다!]

“그, 그만둬!”

의심은 불안이 되고, 불안은 곧 공포가 된다.

콰아아앙!!!

[경고! 파괪?핥?숢얷니닯?]

“지이건.”

───콰아아아아앙!!!

[??! ???????????]

후두둑···.

천장에서 가루가 쏟아진다.

그리고 먼지가 가라앉고, 크리스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 말도···안 돼···.”

뒷걸음질을 치던 그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말도, 안 된다고.”

분명 시스템적으로 잠겨 있던 문에, 구멍이 넓게 뚫려 있었던 것이다.

“하, 하하···하하···꿈, 꿈인가?”

크로스보우는 그걸 힐끗 보고는, 사라져갔다.

< 94화 투기장의 신성 (7) > 끝

ⓒ ReadOu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