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2) >
***
[SYSTEM]도시 - 뉴 올오버에 진입하였습니다.
[SYSTEM]환영합니다!
[SYSTEM]올오버에서 즐거운 축제를 즐겨보세요!
당신의 캐릭터가 잔뜩.
...유어 캐릭터즈 올 오버.
정말 그랬다.
"···와우."
크로스보우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냈다.
지금 막, 입장한 올오버의 이벤트 장소. 그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퀄리티 있었던 것이다.
온갖 신기한 것들. 생애 처음 보는 신비로운 분위기. 아른거리는 조명으로 둘러싸인 시장까지.
묘한 향기가 흘러나온다.
"엄청난데."
최초로 열린 오픈 월드.
그 정체는 도시 수준으로 열린 축제.
"오늘 아침에 연 거 맞죠."
-진짜 올오버에서 준비 많이 한듯
-ㄹㅇㅋㅋ
-아ㅋㅋ나도 지금 드간다
-중앙 광장에 사람들 모여서 크보 방송 보는중임ㅋㅋ
-7번 스트리트에 꼬치 먹으러 와요옷!
마법 시장.
그 이미지를 말로 표현해보자면 그랬다.
그도 그럴 게.
"이종족 고르면 저렇게 되는구나."
유저들의 차림새가, 그저 코스튬만 입고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
크로스보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 나라의 전통복장처럼 보이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그걸 입고 있는 사람···아니, 사람이 맞나?
"전 또 무슨 고양이 귀 정도 달리는 걸로만 생각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거대한 고양이가 이족 보행을 하는 걸로만 보이는 유저. 고양이 수인이 아니라···진짜 고양이였던 것.
크로스보우는 풍경을 쭈욱 흩었다.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거한부터 둥둥 떠다니는 여자. 20세기 초에나 유행하던 복장, 슬림핏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양복까지.
그들 중 한 명은, 도저히 권총이라 부르기 어려운 크기의, 모양만 총인 뭔가를 매고 있었다.
미야오옹-.
알록달록한 고양이가 바닥을 돌아다니기까지.
"축제는 축제네요. 평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그랬다.
어떻게 보면, 고작해야 게임 속의 이벤트.
그럼에도 이 정도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건 상당한 일.
"···이 사람들 일을 안 하나?"
그 중얼거림에 근처에 있던 유저들 몇몇이 움찔 굳은 것 같았지만, 아무튼.
대단한 규모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아ㅋㅋㅋ이거 트혐이얏!!!
-선넘네ㅋㅋ
-크보님 경기 참여하러 오세요!
"경기요?"
잠시 시청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크로스보우.
그때, 그에 화답하듯 시야 상단에 돌연 떠오르는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SYSTEM]30분 후 인간 대 이종족연합 '피구'경기가 12번 스타디움에서 시작됩니다.
"오호라."
이런 식이군.
선착순 인원. 뭐 이런 식인가보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어 올린 시야에 저 멀리, 삐유웃 하는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폭죽이 보였다.
"···저거나 한번 보러 가볼까요?"
크로스보우는 잠시 그 광경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크보님크보님'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중계 함 가죠
-오ㅋㅋ
-재밌겠누
-지금 중계인들 이응님도 있고 스트리머들 많음ㅋㅋ
"경기 중계에 스트리머들까지 있어요?"
-인력이 딸릴 수밖에 없지
-넴드 유저나 하꼬 스트리머들 많음요ㅋㅋ
나한텐 그런 얘기 없었는데.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던 걸까? 크로스보우는 중얼거렸다.
***
"──죽어라아아앗!!!"
[오오! 인간진영의 전력투구! 저 기술은 뭔가요! 저 캐릭터! 일단 4티어라고 평가된 캐릭터입니다만 정확한 스킬을 알 도리가 없습니다!!!]
투콰아아아앙!!!
[으음···저건 아마 투창 쪽의 스킬인거 같습니다. 굉장한 회전력이 가미된 게···.]
[오오! 그러나 이종족 진영! 막아냅니다!! 실드죠? 저거 근데 맞은 거 아닌가요? 판정이···.]
삐익!
심판의 문제 없다는 판정.
경기가 속행된다.
"어림없다. 이 인간 놈들!"
"응. 니들도 풀다이브 해제하면 휴먼이야. 휴먼. 인간의 피가 흐르는 이종족이 으딜!!!"
"마음만은 이미 오크다. 뒈져어어어어!!!"
그리고 터져 나오는 엄청난 박력의 송구.
쐐애애애액──!!!!
"···저게 뭐죠?"
크로스보우는 중얼거렸다.
스타디움에 진입하기 전 손목에 도장을 받고 오징어와 음료까지 사온 크로스보우.
혼자 온 것치곤 매우 당당하게 경기 관람 준비를 완벽히 마친 그는, 예상외의 상황에 벙찌고 말았던 것이다.
"피구라며."
-ㅋㅋ;
-작년에는 인게임 매칭돼서 했었는데ㅋㅋ
-그때랑 똑같긴 해
-피구(전투)였던거임 아ㅋㅋ
유저들이 온갖 스킬들을 선보이며 경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추억 팔이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군요."
설마하니 서로 죽이려고 드는 수준일 줄은 몰랐던 크로스보우.
그는 한참 동안 경기를 관람했다.
대충 흘러가는 방식 정도는 알아두려는 셈.
처음 이야기했던 경기 중계 같은 건 사라져버린 지 오래.
"아하. 전반적인 룰 자체는 보통과 다르지 않네요."
-ㅋㅋ아ㅋㅋ컨셉질ㅅㅌㅊ네
-ㄹㅇㅋㅋ경기 재밌네
시청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요소는 참전한 이들의 컨셉질이었다.
청백전을 모토로 만들어진 만큼, 진영 간의 대립이 또 볼만한 요소였던 것.
"···재밌어 보이네."
그리고, 그다음은 크로스보우의 차례였다.
[SYSTEM]곧 이종족연합 대 마족의 '박 터뜨리기'가 9번 스타디움에서 시작됩니다!
그가 선택한 진영의 차례가 마침 올라왔던 것이다.
***
"흐아아아암."
스트리머 네임 단서라.
네이션스 컵에 출전했던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했다.
방송인으로서는 상당한 고계급의 실력자.
그런만큼 그녀의 이번 축제 포지션은 바로 '룰러'라고 불리는, 일종의 경찰관이었다.
올오버에서 직접 제의 메일을 받아서 수락한 것.
"아. 거기 줄 서세요. 새치기하시면 안 돼요···."
물론 경찰관이라고 해봤자, 정말 심각한 것은 올오버AI가 직접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
큰 문제를 떠안을 일은 없다고 봐도 좋은 포지션이다.
다만 할 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는 없는 게, 새치기 같은 자잘한 것에 너무 과도하게 시스템이 관여하면 분위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룰러'가 직접 제재해야 했던 것.
"저기."
그렇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 경찰처럼 서 있다 보면,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거는 건.
다만 가끔 스트리머라고 알아보는 팬들이 있어서 문제였지만···.
"선수로 참가 신청하려는데 어디로 가면 되죠?"
적어도 이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녀는 커다란 산양의 뿔 같은 걸 머리에 달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그게···저기. 저쪽으로 가시면 무인기계···거기서 하시면 돼요···."
"안내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져가는 남자.
"···마족 멋있다···."
등이 유난히 넓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체격도 좋고 굉장히 잘생긴 용모였다.
동공은 시뻘건 색에 흰자는 검은색이라 조금 무섭게 보였지만···생김새는 마치 누구를 닮은 듯한.
['ㅋㅋㅋㅋ'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서로 못알아봄ㅋㅋㅋㅋㅋㅋ아ㅋㅋ
"···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굴 닮은 거지.
그러던 때였다.
삐이─.
[SYSTEM]이종족연합 대 마족의 '기마전'에 오버로드 계급(마족)이 참전하였습니다.
[SYSTEM]이종족 진영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시스템 메시지.
최고계급이 경기에 참전하였을 때 떠오르는 안내였다.
"오. 야야. 저거 보러 가자."
"야. 준식이 그마라며. 준식이 불러."
"아. 크크. 준식이 어떻게 사람 이름이야."
"근데 마족 오버로드면···? 설마?"
단서라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
***
9번 스타디움의 '박 터뜨리기'.
크로스보우가 거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이미 경기는 시작된 상태였다.
"오우. 저게 뭐야."
"좀 징그러워."
박 터뜨리기라고 해서 정말 어린 시절의 그 박을 생각하면 오산.
올오버에서의 박은 좀 더 특수해 보이는, 둥그렇고 울퉁불퉁한 암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 어?"
"미친."
기함하는 사람들.
─그워어어어!
둥그런 그것이 돌연 움직였던 것이다.
작년까지 존재했던 박터뜨리기 종목은 이렇지 않았던 것일까.
[저, 저게 뭔가요!!! 박이 움직이는데요!!]
[오오옷! 올오버! 할로윈에 걸맞은 특수한 뭔가를 떠 갖고 온 모양입니다!]
움직이는 검은색 돌.
그 모습이 마치, 골렘처럼 보였다.
"스, 스킬 때려 박아!"
"야! 마족 골라놓고 신성력 쓰는 새끼 어떤 놈이야! 중화되잖아!"
"울어라. 지옥참마도···."
"아니. 크크. 이상한 짓 하지마. 미친 새끼들아! 열 맞춰서 속성파악부터 하라고!"
양 진영 모두 갈팡질팡하는 모습.
[딜이 안 들어갑니다! 단단해요!]
[아주 흥미진진한데요!]
급기야 가만히 있어야 할 '박'까지 유저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으악! 나 짜부된다! 주거욧!"
"크크크···가 아니라 왜 이렇게 끔찍해!"
스타디움의 바닥이 움푹 팬다.
"음. 저런 거군."
그리고 돌연 스폰된 크로스보우.
그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에 팔짱을 꼈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뭉게진 유저들.
설정에 따라 귀여운 모자이크로 덮힐 장면들이, 그의 시야엔 필터없이 박힌다.
-쥐포 전문점임?
-오오옷! 박이 움직이는거냐! 개쩌러엇!
잠시 몸을 풀곤 뛰어오른다.
픽한 캐릭터는 당연하게도 본인 오리지날 캐릭터.
그 몸에 감긴 붉은색 오러가 시뻘겋게 빛나는 모습.
"스읍. 후우."
[SYSTEM]이종족연합 대 마족의 '기마전'에 오버로드 계급(마족)이 참전하였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콰아앙!!
굉음과 함께, 움직이는 골렘에 크로스보우가 착지했다.
[나, 난입! 새 선수 난입!]
[뭔가요!!]
─그워어어!
송출되는 앵글이, 암석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남자를 비추고.
"─흡!"
호흡을 멈춘 순간, 다시 한 번.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그 펀치가 거대한 고렘에 적중했던 것!
─그으어어!
그리고, 지금까지의 울음과는 명백히 다른 소리를 내는 '박'.
"···."
"···."
주변의 유저들이 모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충격량에 순간 일어난 먼지.
그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
신체를 한껏 강화하는 오러가 울컥, 울컥 솟아오르는 모습.
머리에는 커다란 뿔.
그 눈이 인간과는 다르게, 검은자로 이뤄져 있다.
마치, 마왕.
"연출 뭐야...?"
"와우. 시발."
크로스보우는 옅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단단한데."
뜨거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주먹을 턴다. 어깨근육까지 전달되는 진동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그때.
"···오버로드 계급. 서, 설마!!!"
"크로스보우?!?"
누군가 그를 알아보았다.
[크, 크로스보우?! 크로스보우가 나타났습니다!! 확실하게, 크로스보웁니다!]
[최고계급! 네이션스 컵 우승주역의 사내가 지금, 이 자리에 참전!! 그 진영은 마족, 마족입니다!!!]
-ㅋㅋㅋㅋㅋ
-크보님 점프하십시오!
-우주최강 똥믈리에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존 나 멋 잇 어
잠시간의 텀을 두고 터져 나온 리액션.
"호더건 얼론이건···아니. 이게 아니지."
크로스보우는 높이 선 채로 잠시 생각하다가, 돌연 외쳤다.
"1등은 우리 꺼다!! 열등한 인간, 이종족연합 놈들아!"
-와*발!!
-모쉥긴 깐프놈들! 찐따 인간쉑들 다 두졌다!
-ㄹㅇㅋㅋ단체 중2병 걸린 마족이 나가신다
-?너 인간족이지! 잡았다이쉑!!
─그워어어어!
진영 논리에 기름을 붓는 말이었다.
< 98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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