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98화 (98/143)

< 99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3) >

할로윈-운동회 이벤트가 시작하고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

네이션스 컵의 우승효과로 인해 유저수 자체도 늘어난 상황에, 오픈 서버를 통해 서로 부대낄 일이 훨씬 더 많아진 탓일까.

온 커뮤니티가 그야말로 난장판.

인터넷에서는 급기야 자신들의 진영에 과몰입한 나머지, 재밌는 글들이 속속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마족 진영 합류하고 나서부터 내 인생이 달라졌다..]

-원래는 비굴한 인간족으로 기기괴괴 이종족들 눈도 못마주치고

할로윈 기간동안 코스프레나 하면서 실버라고 여기저기서 까이기만 하고 그랬는데,

마족되고 나니까 품위 유지하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낮은 목소리 내는 법 아이튜브에서 찾아보고···인간족일때는 살살 눈치보면서 게임했는데 이제는 매칭평균계급 나보다 높아도 그냥 들어가고···게임지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었는데 이젠 흥···저급한 놈들 하고 사는게 가능해졌다.

남들 다 애인 데리고 놀러올때 나는 혼자 관중석에서 경기보면서

나는 누구?

“마족.”

하면서 웃으니까 기분도 좋아지네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거 같다.

└??ㅋㅋㅋㅋ

└”나는 누구?” “병신”

└순위가 졸렬해진다···.

└이쉑 고도의 이종족까네ㅋㅋㅋ기기괴괴 ㅇㅈㄹㅋㅋ

└네다음3등딱

[깐프드워프 이종족놈들보다 니들이 더 역겨워^^]

-11경기장에서 팬티만 입고 피구하던 인간족 놈 딱대^^ㅣ발 덕분에 못 쳐다봐서 졌다

└응 털가면 쓴 놈들보단 팬티맨이 나아^^

└잡았다 이쉑 너지?

└팬티는 완벽한 의상이다 애송이

└ㅋㅋ^ ^ㅣ발 다음에 눈에 띄면 필드에서 칼박는다ㄹㅇ

[현재 스코어 순위ㅋㅋ]

-1. 인간족 2. 이종족연함

ㄹㅇㅋㅋ으딜 찐따이종들이 넘보냐고 아ㅋㅋㅋ

└큿소!

└원래 초반에는 감각 달라져서 인간이 젤 높음 곧잇으면 추월당함

└우리 마족쟝은 오디갓누···.

투기장 이슈로 불타오르던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치지 않는 사람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

“─사탕 한입씩 드셔 보세요~ 현실에선 못 먹는 맛! 상큼해요!”

“12번 스트리트에 국밥집 거기 맛있더라.”

“거기 이종족이 하는데 아니야? 털 엄청 날릴 거 같은데.”

물론 그런 이슈는 커뮤니티 한정이었다.

실제로는 평화롭게 이벤트 시즌들 만끽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던 것.

···분명 그럴 터였다.

“언니. 저거 봐. 타코야끼 맛있겠다. 우리 시청자들 닮았는데?”

-사탕이 인간족 고르더니 인성나오네ㅋㅋ

-ㄹㅇㅋㅋ대머리들을 놀리네···대머리들이 뭘 잘못했다고

-근데 대머리가 왜 타코야끼임? 가쓰오부시도 없음서

-···^^ㅣ발놈아 번호까

뿅맛사탕 자매 역시 이벤트에 참여해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던 때.

정확히는 타코야끼를 사서 후후 불던 때였다.

돌연, 외침이 들려왔다.

“9번 스타디움에 명장면 떴다!”

“응?”

“엥?”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

이벤트 기간동안 사람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둔 대형 스크린, 그곳에서 송출되는 화면.

[현재 9스타디움 명장면!]

이벤트 도시.

관광객들-유저들에게 모두 보이는 영상이, 명장면 다시보기로 송출된다.

“오···?”

넓은 등이 문득 보였다.

홀로 높이, 바위 위에 서 있는 인영.

그 정체는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머리에는 빙글, 한바퀴 꼬인 뿔.

그 아래에는 다부진 눈썹과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눈.

“와···.”

남자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치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건 이세린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지? 되게 낯이 익은 얼굴인데.”

동생의 갸웃거림에 그녀는 멍하니 대답했다.

“···크보 님···.”

“─엥? 저거 크보형님이야?”

정확한 눈썰미였다.

[유저명 ‘Crossbow’(마족)]

하단의 자막으로, 그 정체가 드러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반향은 꽤 대단했다.

“크, 크로스보우?”

“이런 미친. 크로스보우다!!!”

“신께서 더러운 마족놈이 되었다!!!”

“야! 우리 오픈톡방에 오버로드 한 놈 있다메! 당장 호출해!!”

그 장면이 기폭제가 되어서, 언뜻 여상스럽게만 보이던 거리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처럼 탈바꿈해 버린 것이었다.

컨셉질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역겨운 이종놈들이 우리 크보한테 독을 풀었다!”

“우리 오빠한테 뭔 짓을 한거야! 가증스러운 인간족놈들아!”

···세상은 화면 밖에 있다며.

세린은 그 모습을 보며, 먹던 타코야키를 멍하니 떨어뜨렸다.

***

할로윈-운동회 이벤트 한정 경찰.

‘룰러’들의 대기실.

“아우. 심심해.”

“님들. 끝말잇기 하쉴?”

“뭔 소리예요. 이럴땐 마피아가 국룰인데.”

-이게 그 5대긴가 하는 그거냐?ㅋㅋ

-스트리머들 정모행ㅋㅋㅋ

룰러로 자원한 스트리머들은 하릴없이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보드게임이나 하는 이들, 혹은 거짓말 탐지기로 영상감이나 뽑아내고 있던 사람들.

그들의 정체는 일종의 5분 대기조였다.

어차피 이벤트 기간.

시청자들이 직접 올오버를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져 평균시청자가 줄어드는 때.

그리고 처음으로 생긴 룰러란 역할. 일반인들이 체험하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니, 좋은 방송감이라 생각해 룰러에 자원한 이들이었지만···.

“어차피 싸움같은 건 시스템에서 직접 중재하는데···저희 좀 쓸모없는 거 아니에요?”

“리얼. 크크. 본인 경찰 돼서 꼼짝마라 할 생각에 싱글벙글이었는데. “

이래서야 존재 의의가 별로 없다.

-ㄹㅇㅋㅋ이딴거 왜함ㅋㅋ

-걍 줄 똑바로 서세요 수준ㅋㅋ

-예비군 조교on

그러나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SYSTEM]임무 발생!

[SYSTEM]임무 : 퇴치

[SYSTEM]뉴 올오버의 9번 스트리트에 마물이 등장하였습니다. 조속히 퇴치하십시오!

“···응?”

“이게 무야?”

돌연 묘한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마물 퇴치?”

“그렇지! 이대로 놀게만 하면 섭하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SYSTEM]마물 퇴치에 기여한 순위 별로 진영에 막대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엇?”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것은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던 전프로 출신 스트리머들이었다.

“비, 비켜!!!”

“형님이나 비켜요!”

앞다투어 문을 박차고 나가는 두 스트리머의 뒤로, 잠시 멍해진 스트리머들.

“““···.”””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번쩍 일으켰다.

-오우쉐에에엣!

-달려! 멍청한 스트리머자식아!

-야 우리가 잡으면 되는거 아니야?

-*발ㅋㅋ뭔 검은 보따리 푼것도 아니고ㅋㅋ

할로윈-운동회 이벤트 기간.

그 첫날의 막이 열리는 사건들의, 시작이었다.

***

9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박 터뜨리기.

그 중간까지의 진행상황은 마족 진영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그우···.

모든 게 크로스보우 덕이요,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게.

“기반에너지의 종류는 상관없다.” “숨을 참아서 흐름을 막고 다음에 터뜨리는 게 가장 간단한 강화방법.” “두 번째는 순환이다. 놀이공원에 있는 찻잔 놀이기구에 탄 감각을 떠올려라. 네가 도는 게 아니라 세상이 도는 거다.”

크로스보우가 눈높이에 걸맞는 팁을 마구 방출했던 것.

심지어 컨셉까지 구색을 맞춘 말투.

“크, 크보님이 날 보셨어!!”

“멍청아. 날 보신거야!”

실시간으로 피드백되는 꿀팁.

그에 홀린 듯 마족 진영의 플레이어들의 테크닉 운용의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결국 압도적인 화력 차이가 발생했다.

“···젠장. 공격해! 이대로면 진다!”

“세 번 칼질로 다섯이 공평하게 먹는 방법! 한 놈을 죽인다!”

“더러운 마족놈들. 네놈들의 귀도 길게 늘려 주마.”

“키는 줄여 준다! 부히힛!”

그때, 불리함을 깨달은 ‘이종족연합’ 측은 유저쪽을 노리려는 움직임.

“흐음.”

높은 곳에 선 크로스보우에겐 한 눈에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간파에 성공했으면 대응해줘야 인지상정. 선빵을 맞을 위기에 가만히 있을 크로스보우가 아니었다.

“···재밌네.”

울컥.

두근, 두근.

그 순간, 맥박과 함께 세차게 몸을 휘감는 다량의 에너지.

이제는 오러를 넘어 다른 기반에너지에까지 익숙해지고 있는 크로스보우의 모습은 마치, 정말로 마왕 그 자체.

각 에너지의 색이 뒤섞이고 뒤섞이면서 검은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왕님 나가신다!

-똥마왕인거데샤아앗!

-악마왕 똥믈리에!

그리고 그런 인식을 채팅창을 통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던 크로스보우.

-“4열 종대 헤쳐모여. 크로스보우님에게 지휘를 맡깁니다.”

-“···전 병력 준비 완료.”

난데없는 공격에 눈알이 돌아버린 마족 유저들의 컨셉질까지 완벽.

크로스보우는 픽 웃었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주는데, 못 먹는 것도 멍청한 일.

그가 입을 연다.

“···마족 진영.”

우웅──!!

유저들 각각의 마력이 마치 상호 호응하듯 증폭된다.

“···지금부터 역겨운 이종족놈들을 다 죽인다.”

[이, 이건···! 뭘까요! 크로스보우를 중심으로 모인 마족 진영. 마치 종교집단 같습니다!]

[크, 크천지! 그야말로 크천지입니다!]

[아니. 이 사람이···크천지라뇨. 마교, 정도로 하죠!]

“전 병력, 돌격.”

크로스보우의 양손에 검보라빛 오오라가 어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그 인영이, 하나의 운석처럼 보인 순간.

───콰아아앙!!!

전투가 시작되었다.

***

같은 시각.

9번 스타디움의 바깥쪽 거리.

9번 스트리트.

“쿠우우···.”

거대 마물. 블랙와이번.

마치 코고는 듯한 소리를 내며 돌연 거리 위에 마물이 스폰되었다.

“쿠에엑···.”

갑자기 바뀐 풍경에 고개를 갸웃대는 거체.

“꺄아아악!”

“와씨! 뭐야!”

“오우. 이벤튼가?”

와이번이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자, 비명을 지르면서도 이쪽을 바라보는 인파가 보인다.

“쿠엑?”

놈은 한 번 더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느 정도의 지능은 존재하는 와이번에게, 도망가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이 생소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

쐐액-!

퍼엉-!

“쿠에엑!!!”

들이민 얼굴에 난데없이 따끔따끔한 공격을 해 오기 시작한 인간과 아인종들.

“키에에에엑!!!”

모든 생물이 그렇듯, 적대행위를 마주하는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난 녀석은 입을 벌렸다.

화르르륵──.

브레스를 뿜어 이 벌레같은 것들을 일소하려던 것.

“브레스다! 튀어!”

“레이드모드 고인물 없어요?”

“저 레이드 다이아임!”

“그마 여기 있습니다.”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전차 몰 줄 아는 사람을 찾으면 5분 안에 필요인원이 다 모인다고 하였던가.

마치 그 우스갯소리처럼 속속히 몰려들어 편대를 구성하는 유저들.

“쿠, 쿠엑!”

뭔가 이상함을 느낀 와이번은, 그래도 모은 브레스 쏘기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차징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때.

[SYSTEM]마물 퇴치에 기여한 순위 별로 진영에 막대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유저들의 시야에 떠오른 순간.

“······프렌드 쉴드!”

“네 희생은 잊지 않겠다. 이종족 친구들아!”

“으어어어? 이 졸렬한 인간놈들이?”

구성된 편대가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화르르륵!!

“끼에에엑! 나 주거요옷!”

“으따. 털이 다 타는구만기래.”

“나비탕 on!”

서로를 방패로 썼던 것이다.

‘이, 이놈들은 뭐냐.’

와이번은 당황했다.

분명 제 시선으로 보기엔 평범한 인간과 아인종.

그런데 서로를 아무렇지 않게 버림패로 쓴다. 죽는자나 죽이는 자나 말투에서 유쾌함이 묻어났다.

태평한 대화가 오고가고, 그 누구도 죽음에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원래부터 그래왔다는 듯이.

이벤트 기간에나 볼 수 있는 유저들의 하이텐션.

그와 마주한 와이번은 허둥지둥 날개를 폈다. 일단 도망가려는 셈이었다.

“──저기다!!”

“거기 서라아아앗!!”

“뒈져어어어! 궁 그 닐!!!”

그뿐만이 아니다.

치안대로 보이는 복장의 인간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중 하나. 뚱뚱한 이의 손에 들린 것은 회전하는 마력의 창.

쐐애애애액!!!

“쿠에에엑!”

“아. 까비. 빚맞았다.”

“야. 야. 울드야. 비행스킬 없냐?”

“그런 스킬 안 만들죠. 날으는 돼지 소리 듣게?”

날개의 피막을 내주는 것으로 어떻게든 상공에 뜨기까지 성공한 와이번.

‘미친 인간들이다.’

이대로면 죽을지도 모른다.  뭐라도 정보가 필요하다.

녀석은 자신과 똑같은,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서둘러 날아갔다.

···9번 스타디움.

움직이는 ‘박’이 존재하는 곳으로.

“파랴드 없냐! 파랴드!”

“젠장. 이래서 신캐들이 안 돼.”

< 99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3) > 끝

ⓒ ReadOu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