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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99화 (99/143)

< 100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4) >

“음?”

저게 뭐지.

크로스보우는 상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창 아군이 이종족연합 쪽을 박살내는 걸 보고 있었는데, 돌연 커다른 기척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온갖 폭발과 격동하는 에너지의 틈에서 그 기척을 감지한 건 크로스보우 혼자뿐.

띠링!

[‘말박이들ㅋㅋ’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꿇어라. 나약한 자들아.

-팩트)3등딱 마족이 제일 나약함

-아 크보빨 오지네

-이종족애들은 걍 여기저기서 다 털리네ㄹㅇㅋㅋ

“흠.”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미 컨셉질에 미쳐 버린 상태. 경기는 마족 진영의 압살로 끝나가고 있었다.

[강합니다! 마족 진영! 미친 듯한 화력! 이종족연합의 플레이어가,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전멸합니다!]

[‘박 터뜨리기’! 시합─종료!!!]

삐이이익!

[승자는 마족, 마족 진영입니다!]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는 심판의 휘슬.

“당연한 전투, 당연한 승리였다.”

“큭큭···무릎을 꿇어라. 하등한 놈들.”

“우리의 마왕께서 기뻐하시겠군.”

컨셉에 먹혀버린 대사들에, 채팅창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아ㅋㅋㅋ

-박이 대굴빡할때 그 박이었나요?

-박이 아니라 대가리가 깨졌누ㅋㅋㅋ

기분이 썩 괜찮아보이는 집단이 하나.

-드디어 미쳐버린 3등딱진영

-저게 돌았나? 바로 연가쓴다 딱대

-으딜 깜둥이들이 깝쳐? 합류 바로간다

-철의 양분으로 삼아주마 러지놈들아!

-[차단된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언짢은 듯 보이는 또 다른 집단까지.

“우리의 승리다! 패배자들아!!”

어느 쪽이 이종족 진영이고, 어느 쪽이 인간족 진영인지는 명백.

시청자가 훅훅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들 참여하기 위해 풀다이브를 시도하는 게 분명했다.

이것이야말로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청백전, 종족 간 3파전의 묘미.

“···흠.”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크보 님···! 아니. 마왕이시여!! 승리했나이다!”

“···크보 님?”

달려와 철퍽 엎어지는 유저. 그 모습에도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크로스보우.

“비행체···?”

느껴지는 기척에 그 정체를 가늠하고 있던 것이다.

“···마왕님이 하늘을 보신다.”

“오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긴가! 제엔장. 그런 깊은 뜻이!”

어느새 마족 진영이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요! 경기는 종료되었을 터입니다만!]

[저, 저것도 일종의 종교의식일까요?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들 저런대?”

“몰라. 무서워.”

해설자의 중계에 힘입어 관중들 역시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뭔가 있을 리 없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건 그저 청명한 하늘.

가상현실이라곤 하기 힘들만큼 때깔고운 그 색깔에, 누군가 머뭇대다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웅성대는 스타디움. 그런 뉘앙스의 말이 퍼져나간다.

마족 유저들 역시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크로스보우를 불렀다.

“저···크보 님. 아무것도 없···?”

그때였다.

“옵니다.”

“예? 뭐가···.”

크로스보우가 돌연 등에 메고만 있던 총을 앞으로 꺼낸 순간.

바로 그 찰나였다.

“───□□□□□!!”

“큭?!”

“뭐, 뭔?”

돌연, 우웅-울리는 공기.

거센 바람이 문득 관중들의 몸을 감싸고, 가청주파수를 아득히 뛰어넘은 울음소리가 비행체에게서 퍼져나간다.

동시에 브레스를, 마족 진영의 유저에게 뿜어내는 모습.

“허억!”

“조심해!”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던 중에 돌연 날아온 불의의 일격.

도깨비 같은 작은 뿔을 달고 있던 유저가 할 수 있던 반응이라곤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타앙!

돌연 들려온 총성.

“···?”

눈을 감았던 유저가 눈을 뜬 순간, 보이는 것은 반구형의 실드였다.

“살···았다?”

그 모습을 보며 크로스보우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볼트를 잡아당겼다.

철컥.

─팅.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는 탄피. 연기가 조금 피어오른다.

“···그냥 필드에서 공격을 하는군.”

데구르르···.

혼잣말. 그리고 탄피가 바닥을 구르는 순간.

상황을 파악한 채팅창이 폭주했다.

-오우쉐에에에에엣!!!!!

-지금 크보가 막아준거임??지금 크보가 막아준거임??지금 크보가 막아준거임??

-연출 무냐고!!

-난 크보가 이럴때가 제일 좋더라ㅋㅋ

실드의 정체는 바로, 크로스보우의 총에서 발포된 탄환이었던 것이다.

[하급 신성력 탄환].

[적중한 지점에 전방위 실드를 생성합니다.]

박 터뜨리기 전투 간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캐릭터 ‘크로스보우’의 고유기.

“와···반사 신경.”

“존나 멋있네. 쓰발.”

감탄이 어린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컨셉까지 잊은 말투들의 세례!

“크, 크보 님···감사합니다.”

감사까지 받은 순간이었다.

띠링!

[SYSTEM]임무 : 퇴치

모두의 시스템창에, 동일한 메시지가 떠오른다.

“···오호라. 이벤트몹이었네요.”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벤트몹이라면 갑자기 공격한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지. 방금 전까진 혹시나 버그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

“뭐임.”

“···비행형 몬스턴데 이벤트몹이라고?”

모두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것도 잠시였다.

마치 설명하듯 추가로 시스템 창이 표시되었던 것.

“···진영 점수 주는 이벤트? 세상에. 이건 못 참지.”

“저거 무슨 몬스터예요!? 레이드 주력모드인 사람!!!”

“와이번이요!! 상위종!!”

그것도 잠시.

관중석이 삽시간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단번에 간파당한 몬스터의 정체.

그리고 아주 매끄럽게 원거리 요격 스킬을 활성화시키는 관중들의 모습.

“···쿠에엑!”

그러자 와이번의 울음소리가 어쩐지 허둥지둥하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방금 전 포효성을 질렀던 몬스터와 동일 개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어? 올라간다!”

“저거 잡아!!!”

“아주라! 이벤트 아주라!! 마!”

녀석은 퍼덕이며 상공 높이 고도를 올렸다.

허공으로 빗겨나가는 스킬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매칭마다 캐릭터가 강화되는 매칭게임과는 달리, 이곳은 오픈서버.

모든 캐릭터가 기본 스펙만을 가지고 스폰되어 있던 탓이었다.

“젠장. 안 닿는데?”

“날개에 구멍 뚫려 있는데? 어디서 한 대 맞았나?”

-아ㅋㅋ스킬 막쓰지말라고 관전쟁이놈들아! 도망가잖아ㅋㅋ

-군중제어기부터 순서대로 넣으라고ㅋㅋ

-슈바 못참겠다 연차쓰러 달린다

“검은 보따리 생각나네요.”

그 모습들을 보며 팔짱을 낀 크로스보우. 그가 떠올린 것은 추억의 게임에 등장하던 아이템이었다.

개봉하는 순간 고레벨의 몬스터가 마을에서 나타나, 유저들을 죽여 버리던 그 시절의 아이템. 모든 캐릭터가 오버밸런스인 게임이라, 올오버에도 편입되지 않았던 비운의 게임.

“뭐···이제 와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ㄹㅇㅋㅋ

-이제 구캐릭터들 없는거나 마찬가지

-나중에 더원그로 신캐들 이기기 ㄱ?

-아ㅋㅋㅋ가능?

“···더원그라. 나쁘지 않네요.”

그러고 보면 방금 전까지 총을 안 썼지.

그는 빙글빙글 상공을 배회하는 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투기장에서 플레이하던 여파 탓일까. 혹은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컨셉에 맞춰 플레이하던 탓일지도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호쾌한 스타일의 전투를 행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몸에 배인 버릇은 쉽게 고치지지 않는 모양.

방금 같은 돌발 상황에선 마치 버릇처럼 총을 꺼내든 게 그 증거.

그는 웃으며 약실을 열었다.

아까 신성력 탄을 쏘아낸 탓인지, 묘한 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잡는 총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상관없다.

수십만 번 동안 손에 익은 그 감각이 이제 와 달라질 린 없으니까.

“탄환 생성.”

[SYSTEM]생성할 에너지를 골라 주십시오 : [마나][오러][마기][기력][신성력]···.

뭐가 좋을까.

그는 그 목록을 쭉 흩으며 생각했다.

‘···유력한 후보는 이거군. 일단 만들까.’

[SYSTEM]탄환 : 정수가 생성됩니다.

[하급 정수의 탄환]

[사거리가 대폭 증가합니다. 탄속이 대폭 증가합니다.]

단발로는 가장 강한 계열의 에너지.

그러나 리젠속도가 늦다 못해 0에 수렴할 정도라 잘 쓰이지 않는 기반 에너지.

-똥믈리에 아니랄까봐 또 똥 고르는거봐

-명품 똥···똥아모

-ㅋㅋㅋ뭔 초콜릿이냐?

그러나 제작된 탄환을 본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걸로는 안 돼.’

오래전 균방전에서 마주했던 몬스터, 드레이크.

그와 동종 몬스터인 와이번.

저 거리까지 닿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최소한의 화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두꺼운 외피를 뚫기 힘들 테니까.

‘화력. 화력이라.’

여기에 뭔가를 섞어 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삐이-.

경고음.

[SYSTEM]특성 : 끔찍한 집중력이 활성화됩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피식 웃었다. 순간 감각이 흩어지는 기분에, 새삼 자각했던 것이다.

‘게임이었지. 참.’

인식이 변화한다.

투기장 탓에 가상공간을 거의 현실과 같이 인식하던 감각. 그것이 사라진다.

‘···재밌네.’

크로스보우는 생각을 바꿨다.

“─본인은 날개 달린 것들의 공포이니라.”

-???

-엌ㅋㅋ

-내가 멀 들은거노

-아악 내 귀ㅋㅋㅋ

-치킨성애자 크로스보우ㅋㅋ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족 진영의 대표유저가 아닌 그저 크로스보우로 돌아갔다.

게임 업적을 깨고 퍼포먼스로 환호를 받는, 방송인 크로스보우로.

‘지금껏 네이션스 컵이니 투기장이니, 너무 커다란 규모의 사건에만 관련되었지.’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그런 거창한 것들보단, 이런 상황이 더 맘에 든다.

“끌어내려 주마. 『와이번』.”

-끼에에에엑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시청자들의 귀에 씹덕대사 주입!www

-우욱씨입

역겨워하는 시청자들을 보니 흥이 더 오르는 기분.

거짓말처럼 깨어나는 감각까지.

옆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유저의 어깨에, 턱하고 손을 올린다. 아까 직접 살려 줬던 그 도깨비 같은 외형의 유저다.

“으, 응? 크보 님?”

어리둥절해하는 반응.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꽈악 힘을 줬다.

“물론 내가 아니라, 내 든든한 친구가.”

“···네?”

후웅-!

그리곤 마치 포탄처럼, 유저를 집어던졌다!

“──우와아아악!!? 나 날아요오오옷!”

-??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

-ㅋㅋㅋ아니ㅋㅋ인성 무엇ㅋㅋ

다시 총을 들어 열어 둔 약실에 만들어 둔 탄환을 장전!

그리고 여기에 강제로, 체내를 흐르는 에너지를 욱여넣으면···!

우우우우웅!!!

됐다. 완성이다.

그는 폭발할 듯 마구 떨리는 총을 들곤, 스코프에 눈을 갖다 댔다.

지체 없는 격발!

타아아앙!

“아, 안 닿는···! 크허어억?!”

그리고 정확히 유저의 엉덩이에 도착한 탄환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끼에에엑!!”

성대히 허공을 수놓는 폭발. 기괴해져 버린 아군의 비명소리까지.

-팀킬onㅋㅋㅋ

-트롤on

-ㅋㅋㅋㅋ팀원 컽!!

그 모습이 마치 로켓추진기.

한 번 더 추진력을 얻도록 해 주는 샷이었던 것이다.

크로스보우는 그걸 보며 씨익 웃었다.

“···폭발은 예술입니다.”

-ㄹㅇ쓰레기ㅋㅋㅋㅋ

-ㅋㅋㅋㅋ시발ㅋㅋㅋ

-팀킬은 예술이겠지ㅋㅋㅋㅋ

***

< 100화 가상현실의 청백전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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