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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03화 (103/143)

< 104화 두 천재 (3) >

[───!!!]

[──!! ──!!!]

저 멀리 아득하게, 경기를 중계하는 소리가 들렸다.

멀지만, 차라리 괴성에 가까운 외침들이란 것 정도는 인지할 수 있는 소리.

크로스보우는 양손을 늘어뜨렸다.

단검. 그리고 권총.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달라졌지만,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무장 상태는 변하지 않은 모습.

반면 블래드가 들고 있는 것은 그와 정반대의 무기. 지팡이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다.

"···."

"···."

정적.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는 둘.

문답은 필요하지 않다.

재능의 정점이라 불리는 두 명.

한 명은 최고의 게이머를 꼽을 때면 항상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 다른 한 명은 4시즌의 명백한 최강자.

그들에게 있어 발걸음, 숨소리, 기척의 흐름···그 모든 것이 대화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

"···!"

─퍼엉!

돌연, 비행정에 스킬이 부딪혔다.

아마 아래쪽의 전투, 혹은 마족 측의 비행정에서 날아온 스킬이겠지.

그것에 의미는 없다.

다만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깨달으면 무형의 뭔가가 눈앞에 있다.

─쐐액!

전조없는 스킬 시전.

정제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캐릭터 특성상, 감각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스킬 궤적이 희미하군. 사출식 소형 미사일류. 발동 모션은 손가락을 뻗는 것···은 페이크. 속삭이는 쪽이 진짜군.'

카아앙!

쳐내는 크로스보우.

일견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 허공에, 불씨 하나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일격만으로 상대의 정체를 어렴풋이 파악해내며 그는 가만히 블래드를 쳐다보았다.

쏟아지는 연사.

'···쿨타임. 거의 없음. 이건 신기한데.'

느껴지는 바, 상대의 캐릭터는 정수를 기반으로 삼는 종류.

리젠률이 상당히 뒤떨어지니만큼 보통, 쿨타임이 긴 스킬들이 대부분일 터인데.

마치 블래드의 등 뒤에서, 다발의 빛줄기가 쏟아지는 듯 보이는 스킬들.

"···재밌네."

그는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없잖아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면 항상,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성격인 탓이다.

카가가가가강!!!

쏟아져 내리는 스킬을 당연하다는 듯 단검으로 쳐낸다.

신기에 다다른 피지컬.

그러나 스킬을 시전한 사람도, 쳐낸 사람도 모두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시작했다.

이들에겐 당연한 수준의 일이었다.

"대 크로스보우. 그런 생각으로 디자인한 캐릭터니까요."

"대 크로스보우···라."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하는군.'

스킬, 근접공격, 탄환.

지금까지 경기를 치러오며, 수많은 종류의 투사체를 쳐냈던 크로스보우.

보통 같으면 그 말도 안 되는 피지컬에 포기하기 마련이건만, 블래드는 달랐다.

투사체를 쳐내는 동작 간에 크로스보우가 주로 선택하는 검로.

그것을 파악하고, 이쪽의 손이 엉키도록 스킬을 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거뿐만은 아니에요. 형."

다시 한 번 블래드의 스킬 연사.

그러나 이제 맞받아쳐 줄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의도된 스킬 분배한들, 몇 발자국을 이동하는 것만으로 그 의도는 사라진다.

투두두두두!

살벌한 소리와 함께 온통 바닥에 꽂히는 스킬들.

크로스보우는 그걸 힐끗 살폈다.

"이게 다가 아니다···글쎄. 이것만 해도 캐릭터 티어가 A급은 되겠는걸."

"하하. 무슨 말을. S급이에요. 제가 디자인한 캐릭터가 A 같은 랭크를 받을 리가 없잖아요?"

"저런. 이쪽은 티어 구분표에도 못 들은 쓰레기 캐릭턴데."

"더원그도 그렇게 쓰는 사람이 무슨 소리."

대 크로스보우라.

과연 그렇다.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으로 무장한 크로스보우.

그러나 아무리 그라고 한들, 절대적인 파워가 늘어나진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스킬을 뿌려대는 것일 터.

-와···.(100,000원 후원!)

-팝콘on(70,000원 후원!)

-눈호강 ㅆㅅㅌㅊ(50,000원 후원!)

그때 펑펑 터지는 후원.

크로스보우는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에 빠르게 후원을 막아버렸다.

집중에 방해됐던 탓.

"절 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형."

"글쎄. 그런가."

"형. 이건 게임이라기보단 현실이에요. 집중 흩어지면 한 방에 간다는 것 정돈 아실 텐데?"

그 순간이었다.

콰직!

뭔가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크로스보우의 발목을 콱 잡았다.

그곳을 살피자, 아까 전 바닥에 쏟아졌던 스킬의 흔적에서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오호라."

"방심하셨네요."

퍼엉!!

고에너지의 스킬.

꽉 압축시킨 구체형.

빠르다.

채팅창마저 잠시 멈춘 순간.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었다.

"하하하. 과연 블래드. 대단하네."

블래드.

시즌 1,2,3을 통틀어 한국 최고의 게이머 자리에 있던 선수. 어디 지역의 대회에서 우승자였던 그 크리스피 따위와는 정교함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정수에너지 탓에, 상대 스킬의 전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

"근데. 생각보다 엄청 특별하진 않은걸."

우득.

크로스보우의 발목을 감싸고 있던 속박.

문득 그것이, 우그러졌다.

자유로워진 발을 탁탁 터는 모습.

그러나 회피하지 않는다.

"···!"

짧디 짧은 단검으로, 아무렇지 않게 스킬을 받아낸 크로스보우.

"물론 이게 전부일 린 없겠지만. 블래드."

검은색과 붉은색으로만 점철된 눈동자가, 로브를 쓴 블래드를 바라본다.

"이걸로 의기양양해지는 건 조금 실망인데."

모처럼 즐거운 싸움에 장난이 끼어드는 건 사절.

스킬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다시 해봐. 블래드."

──퍼어어어엉!!!

시야가 온통 회색이었다.

***

[실시간 ㄹㅇ세계관 최강자들의 대결.gif]

[크로스보우와 블래드의 조우하는 이미지]

-가슴 개두근거린다ㄹㅇㅋㅋ

└???ㄹㅇ임?

└ㅇㅇ맞붙음ㅋㅋ1대1로

└미쳤다;;;바로 보러간다;;

└와 뭔데

"···흐음."

한적한 원룸가.

가상현실에서의 축제가 달아오를수록 그 반대급부로, 급격히 사람이 없어지는 현실 세계.

그곳의 어느 건물, 계단에서 여자는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에는 올오버 본사의 로고가 박힌 붉은색 야구모자, 팔에는 완력 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당최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으니까 다행이지만. 하아."

한숨을 푹 내쉬는 여자. 그녀는 자신의 팔에 달린 보조장치를 이리저리 만지작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검은색 프레임에, 반짝 비치는 얼굴.

언제봐도 냉막한 인상이다. 그녀는 제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진심인 거 같고."

오랜기간 혼자 생활했던 탓에 입에 붙어버린 혼잣말.

그녀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묘한 심정이 들었다.

"···커뮤나 계속 볼까. 재밌는 거 없으려나."

다시 커뮤니티로 시선을 돌린다.

[우효옷~! 우리 크보쟝 허벅지 겟또다제!]

-초 럭키~!!

└구아아아악

└악질쉑ㅋㅋㅋ이게 그 누나라고?

└어딜 어떻게 봐도 육순데ㄹㅇㅋㅋ

└크아가는 지켜줘야돼!

"······이게 진짜."

그녀는 게시글 작성자의 이름을 보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ㄷㄷㄷ

-머야??어케 하는거임?

-블래드나 크보나 영문을 모르겠는건 똑같네ㄹㅇ;

-ㅋㅋㅋ트수쉑들은 감탄자판기나 하라 이말이야~

-개사기네 저캐릭터ㄷㄷ

-ㄴㄴ원랜 저렇게 절대 못함

콰앙!

우우우웅──!!

"···역시, 크로스보우···대단하네요."

기묘한 소리가 계속해서 공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블래드의 스킬이 난사되는 데서 발생하는 굉음이었다.

콰아아앙!

드드드드···.

아까부터 비행선이 조금씩 기울어진다.

여기저기 벽면에 구멍이 뚫리고, 붉은빛의 경보가 실내에 마구 점멸한다.

수정에 일부러 구멍을 뚫은 거군. 그걸 바로 등지고 있으니 리젠률이 엄청난거고.

회색 세상 속.

크로스보우는 상대의 마르지 않는 스킬 시전에 대한 의문에 답을 내리며 중얼댔다.

"하하하. 재밌는데."

재사용 대기시간에 대한 건 그렇다 쳐도 상대의 스킬 수는 명백히 이상하다.

무형의 소형미사일을 사출하고, 거기서 속박 스킬이 튀어나오는데다가, 화력을 담당하는 강력한 스킬···거기에 전방위를 커버하는 실드계열의 스킬까지 갖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알 수 없지만, 캐릭터의 신체 스펙까지 올려주는 스킬을 두르고 있는 듯 보이는 블래드.

여기까지만 해도 5개.

얼마나 더 많은 수를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하하. 하하."

─잘못하다간 진다.

블래드의 플레이는, 크로스보우의 시선으로 봐도 거의 무결점. 상성과 캐릭터 성능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니만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하하!!!!"

그러나 크로스보우에 부담감 따윈 없었다.

그저 무서울 정도의 고양감이 가슴을 잔뜩 메운다.

이상할 정도로 캐릭터 퀄리티에 차이가 나지만 그런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이의 존재.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던 그런 상황에, 그 역시 흥분을 주체할 길이 없었던 것.

"···언제까지 피하려는 셈입니까."

서로의 거리는 원거리.

답지 않게, 블래드는 조금 기가 질린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게 크로스보우가 가히 백에 다다를만한 수의 스킬을 죄다 받아치거나,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쉴 새 없는 회피 기동.

거기에 오점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어느새 패턴을 분석해서는 접근에 성공해 실드를 까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이렇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까. 블래드는 스킬 연사를 멈췄다.

퍼어엉──!

다음은 밀어내는 스킬이었다.

명백히, 소강 시간을 갖자는 의사.

거기에 호응해 제자리에 멈춘 크로스보우.

"···어째서 캐릭터 차이가 이렇게까지 나는지 궁금하진 않나요?"

"뭐, 궁금하긴 하지만···."

그는 씨익 웃었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캐릭터 강화권. 크로스보우. 당신이 준 정보 덕에 얻은 캐릭터 강화권을 사용한 겁니다."

"아하."

정보를 준 탓이었군.

그러고 보면 그랬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발목을 잡은 기분이 어때요? 형."

그 순간, 주변에 마구 요동치는 정수에너지.

그러나 크로스보우의 대답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흠···재밌겠다?"

-ㅋㅋㅋㅋㅋ

-졸렬on

-세계최고의 미드라이너였던 내가···크보 앞에선 보스급악역?

-우욱씹ㄹㅇㅋㅋ

-??? : 이긴 병신이 장땡

"·········하하. 그것도 맞죠."

마주 웃는 블래드.

"형한테 이거면 될 거라 생각했던 게 잘못이겠죠.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지팡이 끝을 내민다.

"4시즌 최강자 크로스보우. 그 강점은 인간 이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감각."

"칭찬 고마운데."

"아이튜브에서 본 분석 영상에 나온 말이에요."

그 지팡이 끝에서 돌연 빛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제 생각도 같아요. "

어지럽게 춤추는 빛.

그 색이 선명하고도 강렬했다.

"···오호?"

그리고 다음 순간.

[SYSTEM]버프 : '감각증대'가 적용됩니다.

크로스보우의 허리가 기역자로 꺾였다.

"···역시. 통하네."

블래드는 음험하게 웃었다.

"스킬, '감각 증대'. 이건 원래 버프에요. 형. 감각을 증폭시켜줘서, 저계급 분들도 기반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

"근데, 원래도 사람이 아닌 수준의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면 어떨까? '광과민성 발작'이란 것도 있는 것처럼, 뭔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크로스보우의 대답은 없었다.

우우우웅──···.

비행정이 기울어진다.

"요컨대, 이런 거죠. '감각 100배', 같은 거."

-ㅋㅋㅋㅋ;;

-아ㅋㅋ음ㅋㅋ

시청자들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블래드는 진지하게, 쓰러져있는 크로스보우 쪽으로 걸었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과량의 정수, 그리고 심지어는 저까지 어지럽게 만드는 캐릭터 '크로스보우'가 갖고 있는 그 울렁증. 그걸 증폭된 감각으로 느끼면서 괜찮을 리가 없죠."

"···."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크로스보우.

"제 승리입니다. 크보 형."

완벽한 준비의 승리.

블래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제대로 준비된 전술에는, 개인이 이길 수 없어요."

선언.

그러나 다음 순간이었다.

"···재밌네."

"───!!!"

블래드의 생각으론 분명, 심한 울렁증 탓에 말도 하지 못해야 정상인 상대에게서, 돌연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도 비슷한 생각, 해 본 적 있는데."

"···무, 무슨···? 아니, 어떻게!"

꺽였던 몸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근데 내가 해보니까 이게, 너무 잘 들었는지 좀 아픈 거 같더라고."

"······!!!!!"

가늘게 뜬 눈에서 마치 붉은빛의 안광이 번쩍이는 듯한 착각이, 보는 사람에게 전해진다.

"이거. 내 버전으로 되돌려줄게. 블래드."

그 손에서, 검보라빛의 무언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투기장을 단 하루만에 박살낸 빵 봉투.

그 재림이었다.

< 104화 두 천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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