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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04화 (104/143)

< 105화 두 천재 (4) >

[엄청납니다! 미쳤습니다! 엄청난 피지컬의 교환!!]

중계진의 호들갑 떠는 소리가 온통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와.”

“진짜, 미쳤다.”

어느새, 드문드문 비어 있던 스타디움의 관중석에는 사람이 가득. 그뿐만이 아니다. 스타디움의 근처에도 가득 인파가 모여 있었다.

크로스보우와 블래드의 격전.

모두가 그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온 것이었다.

인근에서 접속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몰려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이 정도의 인파가 몰리면 상당한 소란이 이는 게 당연.

“···.”

그러나 마치 영화관이라도 되는 마냥, 소란이 거의 존재치 않는다.

두 손을 꼭 쥐고 있는 사람, 손아귀에 땀이 찬 것도 모르고 컵을 쥐었다가 떨어뜨리는 사람.

각각 선택한 진영에 따라 다양한 외형들. 그러나 그 시선은 단 한 곳.

모두가 경기 장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세에 몰리는 듯 보였던 크로스보우의 반격, 그 다음부턴 오로지 피지컬의 향연이었던 것이다.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참격, 탄환, 그리고 허공에서 쏟아지는 유성우같은 빛무리들.

크로스보우의 백스킬, 그리고 블래드의 특기라고 불리는 스킬 딜레이를 대폭 줄이는 테크닉.

수싸움이 미친 듯이 공간을 가른다.

추락하는 비행정 내부의 환경은 도저히 서서 싸울 수 없을만큼 격렬해진 상황.

[내부가 온통 부서지는 가운데···비행정이 추락합니다!!]

[결판을 지어야 합니다!! 폭발에 휘말리면 둘 다 죽습니다!]

비행정의 거대한 하부가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명백한 것은 단 하나.

-“큭···!”

-“하하하! 그래! 이게 블래드지!! 네가 북미 선수 20명보다 낫다! 블래드!”

-“이···괴물! 끄윽!”

이젠 블래드가 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중석에는 어느새 울먹이다시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크로스보우의 외형이 너무 위협적이었다. 머리에 달린 뿔까지해서 완벽한 악마의 형상.

그런 크로스보우의 일격일격에 스칠 때마다 상대편인 블래드는 휘청거리기까지.

그 모습이 마치 최강자와 그에 도전하는 언더독.

그런 식으로 보였던 것이다.

“···블래드!!! 힘내라!!!”

“이길 수 있어!! 블래드!!!! 할 수 있다!!!”

그리고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심리, 언더독 효과라 했던가.

혹은 블래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탓일까.

“지지 마! 아무리 크로스보우라도 사람이다!!!”

“인간족의 희망!! 아마추어한테 프로의 힘을 보여 줘!!!”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래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비행정이 너무 높게 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끅···아아악!”

“안돼!! 블래드!!!”

“···아···아···어떡해.”

응원이 닿지 않은 듯 보였다.

****

“···.”

아득했던 중계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큼 땅에 가까워진 탓이겠지.

비행정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세기의 천재 게이머라고 불리던 이가 정면 승부에서 패배한 날이기도 했다.

“···이게 재능 차이라는거겠죠?”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바닥에 쓰러진 블래드가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경련하고 있었던 것치고는 평온한 안색이었다.

길다면 긴 전투가, 방금 전에 결착났다.

“······질 것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하하.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는데요.”

패자는 블래드.

결국 크로스보우의 접근을 허용한 그는, 십 수 겹의 실드를 돌파당한 충격에 멍하니 웃었다.

“차이? 글쎄.”

크로스보우는 가만히 그 얼굴을 보다가, 송출 화각을 돌렸다.

“방송 중이란 건 알고 있지?”

“···괜찮아요. 이미 예전에 네이션스 컵에서 한 번 질질 짠 적 있으니까.”

블래드의 웃는 표정. 그 눈이 어느새 벌겋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아···ㅠㅠㅠㅠㅠ

-블쨩ㅠㅠㅠ울지마ㅠㅠㅠ

-어떡해ㅠㅠㅠ

“할 말이 없군.”

“꼼수를 부린데다가, 이 정도 캐릭터 성능 차이까지 나는 상황에서 패배. 하하. 벽 느껴지네···.”

아마 관전하던 팬들도 조금 질색을 했겠지.

그는 그렇게 예상하면서 눈을 감았다.

──3년.

우승이 꺾인 것만 3번.

돌연 그때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우승은 불가능할 거 같다는 예상. 절망감, 그리고, 아무리 해도 혼자 힘으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그 무력감.

아무리 이제 와서, 게임에 염증을 느꼈다한들 그 역시 태생이 프로게이머. 그중에서도 세계 최고라 불렸던 게이머다.

그런 이가 우승을 아예 포기해 버리기까지의 일은 결코 평탄한 뭔가가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은 알 도리가 없는 종류의 것.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생각.

그러나 이 사람에게라면 말해 봐도 좋지 않을까.

“괴물 같으니라고.”

블래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이뤄내지 못했던 것을 단번이 이뤄낸 남자를 바라보았다.

멀쩡한 안색이다.

격렬한 전투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의 착각에 불과했던걸까.

“···그거 아세요? 형.”

“어.”

“아. 아시는구나.”

피식 웃는 둘.

블래드는 말을 이었다.

“···가끔 보면 저보고 퇴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뭐···그런 사람도 있겠지.”

“하하. 별것도 아닌 그 말들이···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열심히 했는데···.”

-ㅠㅠㅠ

-하···나까지 눈물나네

-블래드보고 퇴물?ㅋㅋ^^ㅣ발 주소까

힐끗 블래드를 쳐다본 붉은색 동공. 붉은색 상에, 이제는 고인 눈물이 보인다.

“지금 이렇게 지고 나니까···아무 생각 없어지네요. 지금까지 너무 발버둥쳐 왔나···그런 생각도 들고. 바보 같고.”

“···.”

“예전에도 비슷했죠. ···솔직히 얘기하면, 그냥 다 그만하고 싶었어요.”

꺽이려고 하는군.

크로스보우는 그 목소리에,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음성 송출을 차단했다.

여전히, 비행정은 가라앉고 있었다.

[─드!!!]

[──독!!!─올라─다!!!]

중계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음소거무냐고!!

-우리도 들려줘!!!빼애애액!

“···저를 상대했던 사람들.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글쎄다.”

“···하긴, 형이 누군가한테 져 본 적은 한 번도 없을 테니까.”

틀린 말이었다.

크로스보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진 적 있다.”

“······네?”

“진 적 있다고.”

뭐, 증강현실이긴 했지만.

그 사족에도 블래드는 그저 크로스보우를 바라보았다.

“대체, 누구에게···? 형을 이겼다고요···?”

혼자 힘으로 프로 선수 20명을 상대로 이긴 플레이어. 크로스보우.

그런 인간에게 이긴 사람이 있다고? 블래드는 벙쪘다.

“그건 뭐, 나중에 확인하고.”

그는 몸을 일으켰다.

“거의 다 떨어진 거 같으니까 하나만 말해 주지. 블래드.”

“···?”

“넌 천재다.”

더 원 그라운드.

모두가 핵쟁이들에게 지쳐 사라져 갈 때, 홀로 남아 게임을 하던 크로스보우.

순수인간의 피지컬과, 핵 프로그램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보통의 인식을 정면에서 깨부순 유저의 말.

뜬금없었다.

“그리고 보통, 너 같은 사람은 좀 많은 짐을 지지. 무얼. 전세계적인 게임, 그 국가대표다. 당연한 일이지.”

무슨 말을 하려고.

블래드가 그렇게 입술을 달싹였을 때.

“그때 너. 처음 니네 숙소에서 봤을 때. 그땐 좋았지? 부담감이 덜해지니까. 드디어 수준에 맞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도 들었을 거고.”

“···.”

“그런데 보다 보니까 왠걸? 나보다 더 잘해 보이네? 거기다가 우승까지? 어라···? 이거 사실.”

크로스보우는 허리를 숙여선 얼굴을 들이밀었다. 온몸에서 줄기줄기 뿜어내던 위험한 기운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장난기만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한테 재능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그, 게.”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싸움을 건 거겠지. 증명해 보라고. 이래도 혼자서 할 수 있겠냐고.”

크로스보우는 멍하니 말했다.

“널 보고 있으면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단 말이지.”

그리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 또 오랜만인데. 이런 건 영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굳이 입을 더 열었다.

하꼬 시절. 몰락한 게임을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던 당시의 크로스보우.

그 시절이 생각났던 것이다.

“다시 말하는데, 너한텐 명실상부한 재능이 있어. 순수한 피지컬로 이렇게 받아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네?”

“그 사실을 다시 인지하라는 거야.”

오래 전, 그를 배신했던 친구.

“···.”

크로스보우는 고개를 털었다.

“넌 주변의 분석에 스스로를 끼워맞추고 있어.”

“끼워 맞춘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다. 그 슈퍼플레이 안 해도 이겼다, 거기서 실패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말들, 다 무시하라고.”

판에 박혀서 재미없다. 국내 올오버 리그를 보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오는 감상.

그런데,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를 좋지 않게 보는 것 역시 국내 올오버 리그를 보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네 생각을 믿어라. 특히 인게임에 한해서는, 네 생각이 무조건 맞아.”

“아, 아아···.”

“진짜 전문가는 너야. 블래드. 그걸 잊지마.”

블래드는 잊고 있던 걸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옛날 감을 다시 다 되찾으면, 그땐 아마 이길지도 모르지.”

“···형.”

어쩐지, 스패츠나츠 헬멧이 그리워졌다.

음성 송출을 재개 버튼을 누른다.

쿠구구구구궁──!!!

추락한다. 거대한 비행정은 그 하단부부터, 뭉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나보단 니가 팬이 훨씬 더 많은 거 같다. 그 면에선 이겼네.”

-띠용?

-아니ㅋㅋ귀머거리 풀렸는데 처음 들은 말의 상태가?

───괜찮아! 블래드!!

─블래드!! 할 수 있어!!!

──블래드!! 우리가 있어요!!!

“···이 소린.”

“오우쉐엣~. 관중석 폭발하겠네.”

크로스보우는 귓볼을 잡아당기며 턱짓했다.

홀린 듯 그 모션을 따라한 블래드.

팀 보이스가 연동되었다.

-“블래드니이이이이이임!! 지금 갑니다아아!!!”

-“구조대!! 출동!!! 이 더러운 마족놈들!!!”

-“크로스보우!! 10개월차 석궁단이지만 지금은 적이다!”

-“타도 마왕! 크로스보우!!”

열렬한 목소리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영웅! 한국 최고의 게이머!! 블래드! 비록 크로스보우에게 패배했지만 멋진 싸움이었습니다!!]

[블래드 선수!!!!! 괜찮습니다!!! 그래도 크로스보우랑 함께 갑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시청자 여러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영 논리를 떠나 두 사람을 향한 함성 부탁드립니다!]

퍼어어엉!

우직!

화르르륵···.

불길이 피어오른다.

“···하하.”

“뭘 웃어.”

“하하하. 하하하하···.”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리고.

다음 순간.

거대한 폭발.

퍼어어어어어어엉─────!!!!

“앗···.”

“으악!”

“꺄악!”

그 후폭풍, 거센 바람이 관중석으로 밀어닥쳤다.

그리고, 전광판에 떠오르는 생존 상태.

[마족 진영 : 0명]

[인간 진영 : 8명]

중계석 밖으로 뛰쳐나가기라도 할 듯 했던 해설자들.

소리를 질러댔다.

[──블래드! 크로스보우!! 사망!!!]

[승자는···인간 진영! 인간족 진영입니다!!!]

경기, 종료.

***

-응~TK쪽도 블래드 시점으로 방송 보여주고 있어~

-ㄹㅇㅋㅋ다들었지롱ㅋㅋ

-윽! 오그라들엉!

“···크로스보우.”

거대한 폭발이 방송 화면에서 한 번, 저 멀리 솟아오르는 폭발 구름에서 한 번.

거한의 남자는 씹어뱉듯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블래드도 잘못하면···큰일이군. 이러다가 완전히 돌아서겠어.”

골목길 어귀.

돌연, 커헉-하는 기침 소리가 났다.

“대체 무슨···짓을······.”

“아파···아파···아프다고······.”

만신창이가 된 채,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이가 둘.

남자는 그들을 보며 쪼그려앉았다.

“얌전히 있게. 소년. 정말 죽기 싫으면.”

“왜···시스템···이···그 허억?!”

퍼억!!

갑작스런 가격.

둘 중 남자, 카운타는 피를 토했다.

가상현실이라기엔 리얼한 액션이었다.

“내 앞에서 시스템을 거론하지 말게. 이래서 재능없는 놈들은.”

“···! 투기장. 투기장과 관련된···범죄자···신고를······.”

“아파···누가 좀······.”

“투기장? 눈치가 영 없군. 아니, 그 정도면 빠른 겐가?”

남자는 카운터의 손목을 꾸욱 짓밟으며,

우득.

좋지 않은 소리.

“끅···! 아아아아아아악!!”

“···힉!”

“이래도 시스템 운운해 보지 그러나?”

비웃음을, 그 얼굴에 퍼뜨렸다.

< 105화 두 천재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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