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07화 (107/143)

108화 현실과 가상현실 (3)밤.

공기의 온도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시간.

“흐아암···언니. 안 졸려?”

이하린은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가상현실 올오버. 축제 간에만 오픈해있는 노상주점. 아까부터 그녀는 테이블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난 아직. 졸리면 먼저 로그아웃 할래?”

-새나라의 어린이는 잘 시간

-어린이(25살)

-응애

“아니. 기다릴게···야. 응애라고 한 놈 나와.”

-도망가~ㅋㅋㅋ

-다들 ㄹㅇㅋㅋ만쳐라

여러모로 평화로운 한때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벤트 서버 오픈 첫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 가운데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낮에 있었던 크로스보우와 블래드의 대전.

각 진영이 합석해 있는 테이블 중,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단연코 그것이었다.

“크보 님 얘기 되게 많이 나오네요. 지금 뭐하신데요?”

“형님 아까 로그아웃 한 거 같던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4인방.

뿅맛사탕 자매에 단서라, 그리고 가끔 크로스보우와 매칭되었던 김볼모.

룰러 역할로 순찰 아닌 순찰을 돌던 그들은 예상치 못한 합방을 진행 중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서라랑 볼모 님은 크보 형님이랑 친하지 않아요?”

“대회 때 좀 친해지긴 했죠.”

“저는···친한가···? 친하고 싶다···.”

쭈뼛대는 대답을 들은 하린. 그녀는 은근한 눈으로 친언니를 쿡 찔렀다.

“언니한텐 경쟁자네?”

“응? 무슨 경쟁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세린. 알아들은 단서라가 우물쭈물 거렸다.

“아···안 되겠다. 다들 죄송해요. 저 먼저 좀 자러 가볼게요.”

그 반응에 눈을 반짝이던 것도 잠시, 다시 졸기 시작한 하린이 말했다.

“먼저 자.”

“들어가세요.”

“굿밤···.”

꾸벅 인사를 한 이하린. 갑작스런 퇴장이었지만, 계속 조는 것보단 나으리라.

그렇게 결론내린 그녀는 이내 중얼거렸다.

“풀다이브 해제.”

그때였다.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응?”

가끔, 어떤 사건에는 전조 따윈 없다.

일상은 돌연 비일상으로 변하곤 한다.

“풀다이브 해제.”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SYSTEM]NULL

“···?”

“왜 그래?”

“하린 씨? 왜 그러세요?”

이하린은 돌연, 등허리를 타고 달리는 불길함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지인들을 돌아보았다.

“···혹시 죄송한데, 다들 로그아웃 되시나요?”

“네? 로그아웃이요?”

“그야 당연히···응?”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SYSTEM]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

“······뭐야.”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직감.

그에 하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뭐야?

-버근가?

[‘아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미지]

-방송 보고 풀다이브 해봤는데 이렇게 떠요; 뭐임?

홀린 듯 그 후원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적힌 메시지.

[현재 로그인이 불가능한 서버입니다.]

잠이 달아났다.

***

“어떻게,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당황을 나타내듯 흔들리는 동공. 땀까지 흘리는 모습.

그에 반해, 크로스보우는 멀쩡한 안색이었다.

“어떻게 시스템을 뚫냐고!!! 왜, 왜 아프게 느껴지는 거지?···누구야. 너. 정체가 뭐···!”

“뚫은 게 아니다.”

크로스보우는 덤덤하게 말했다. 드넓게 구현된 도시. 그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아무것도 없는 곳.

이를 악문 더블혼이 단거리 순간이동으로 데려온 곳이었다.

“그리고 아픈 것도 아닐 텐데.”

“아니, 라고? 그럼 이게 뭐야. 어딜 어떻게 봐도 시스템 무효화···!”

“그놈의 시스템, 시스템···지겨워.”

가끔 있다. 뭐만 하면 핵 아니냐고 몰아가는 사람. 크로스보우가 하꼬 스트리머로 추락하기 전, 그는 항상 그런 의혹 속에 살아왔었다.

물론 그런 의심을 받았던 타 스트리머들이 정말 핵으로 판명난 적이 있고─방플과 같은 악질 논란 역시 존재했던 건 사실이기에 이해하고 넘겨왔지만···.

“네 상식에 어긋나면 다 이상해 보이나? 2회 우승팀에 있었던 것치곤 조금 멍청한가 본데.”

진짜 핵쟁이처럼, 게임에 악영향을 끼치는 놈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꽤 불쾌했던 것이다.

“···설마, 직접 비슷하게 재현했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말했을 텐데. 통증이 아니라고.”

크로스보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그렇게 일축했다.

아까부터 계속 이런 식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질문에는 묵묵부답.

이기기 위한 전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걸 억지로 적중시켜도 비명을 잠시 지르고, 그뿐.

마치 시간을 끌고 싶은 듯한 모습.

그렇기에 지금 상황. 일견 크로스보우가 유리해 보이지만, 사실상 목적을 이루고 있는 것은 더블혼 쪽이었다.

크로스보우는 눈을 찌푸렸다.

“하하. 이상한데.”

“···.”

“당연히 안내원일 거라 생각했는데 덤벼든 것도 그렇고. 당황하곤 있지만 움직임이 느려지지도 않는다. 과연 실력이 있다기엔 그저 피할 뿐이고-”

파앗-.

다음 순간이었다.

돌연 사라진 더블혼. 말하는 와중이 나름 빈틈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돌연, 크로스보우의 후방 공중에서 나타나는 모습.

강렬한 검격. 내리쳐져 오는 무기는 단검.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카아아아앙──!!

노룩가드와 함께였다.

“이, 이런···?!”

“시간을 끌려는 것처럼은 보이는데···믿는 구석을 알 수가 없군.”

빙글, 몸을 돌리며 녀석의 목을 잡아챘다.

손끝에서 위험한 오오라가 피어오른다.

“흐으으읍?!”

그러나, 순간적으로 주입되는 세 가지 기운에 부르르 떠는 것도 잠시.

놈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해 있다.

“나를 어떻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진즉에 오드맨과 협력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타아앙─!

“큭!”

당연한 예측 아래서 크로스보우는 다시 한번 이동할 장소에 총탄을 날렸지만 유효한 데미지는 없다. 썩어도 준치라는 듯, 저쪽도 탄환을 쳐냈던 것이다.

철컥.

총을 재장전하는 크로스보우의 모습.

싸움의 도중, 그 허리가 꺾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서서, 모든 것에 대처할 뿐.

‘젠장···괴물인가.’

더블혼은 그 살벌한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어딜 간 거야! 오드맨!’

분명 제대로 순간이동을 시전했음에도 오드맨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드맨은커녕 인질로 잡아둔 두 남녀의 행방마저 묘연한 상황. 아예 좌표가 어긋난 것이다.

‘이 더블혼도 오래는 못 버틴다고···.’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계획이 어긋난 거라 판단하고 덤벼들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곤 있지만─

“얘기하지 않을 거라면 그냥 죽여 주마. 더블혼. 로그아웃 당하면 조금 힘들 거야.”

“···하, 할 수 있다면 해 보던가.”

“하하. 목소리가 떨리는데?”

크로스보우의 시뻘건 눈동자가 반달로 화한다. 무채색 계열로 변해 있는 피부가 마치, 저 남자를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도움을 불러야겠어.’

어쩔 수 없다, 고 더블혼은 생각했다.

저 괴물을 상대로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였던 것이다.

‘도와줘라. 무시무사시.’

2시즌의 최강자 중 한 명으로서 크로스보우를 저지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말 스스로 시스템을 속여 넘기는 방법을 깨우친 거라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구슬을 깨부순다.

우우웅─.

“···오호라.”

저건 자신과 같은 카테고리 안에 담을 만한 인간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

[system]···서버에 치명적 이상 감지.

[system]긴급 차단 프로토콜에 들어갑니다.

“조금 감지되어도 어쩔 수 없지.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어둠의 무시무사시여!!”

-“···개같은 주문으로 날 부르지 마라.”

자격의 방.

그곳의 또 다른 멤버가 서버에 난입했다.

***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올오버

2.올오버 서버

3.로그인차단

4.풀다이브 해제불가

5.캡슐이 이상해요

.

.

.

10.소드아편온라인

[속보. 올오버 서버 셧다운 현상 발발.]

[단독. 가상현실게임 올오버 로그인 불가 현상···안전성 괜찮은가]

[투기장에 이어 본 게임까지···“현상 해제는 아직”]

이벤트 첫 날 새벽.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출시 후 내내 최고의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올오버.

안전성과 관련된 이유로는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던 게임에, 로그아웃 불가라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애니냐 이거?

-새벽에 게임하던 레전드들 화들짝ㅋㅋ졸지에 주인공행ㅋㅋ

또다시 국가를 강타하는 거대 이슈로 발돋움하려는 듯한 전조.

그 전형적인 반응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새벽에 룰러(게임 내 경찰 역할)하던 스트리머들 다 로그아웃 불가;

-단아가ㅠㅠㅠ안돼ㅠㅠㅠ

-뭐좀 해보라고!!!!!올오버!!!!!

-방송 송출까지 끊어짐; 안에는 아비규환일듯

“크보 님···.”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이곳. TK의 연습실.

새벽임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기 시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게임단의 스탭들. 그리고 크로스보우의 편집자인 신예지까지.

캡슐의 송출화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그들은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방금 그거 때문인 거 같았죠? 뭔가 이상한 짓 하던 거···.”

“까톡 연동 기능도 먹통이에요?”

<오빠>

<오빠 이거 전송 안돼?>

<야>

<저기요 오라버니>

<대답해줘 제발>

<···오빠>

“···네.”

신예지는 불현듯 엄습하는 불안감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모두가 당황할 때도 차분히 지도를 확인하던 그녀에게 있어서도, 많이 당황스러운 일이었던 탓이다.

“하이재킹···납치 감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아니에요 이거?”

“···후. 다들 진정합시다. 어차피 게임이에요. 로그아웃 좀 안 되는 게 큰 문제는 아닐 겁니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내일 아침이면 해결책을 내놓겠죠.”

송정훈 감독의 말. 그러나 신예지는 여전히 불안한지 손톱을 씹었다.

문제는 게임이나 아니냐가 아니다. 통각 제한 해제. 그것이 다른 유저에게도 해당될지도 모르는 일.

막말로 모종의 수단이 있어서 도시 전체를 폭파라도 시켜버리면···제 아무리 크로스보우라도 피할 수는 없는 일.

두근.

‘···너무 갔어. 진정해. 신예지.’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크로스보우의 존재가 그녀의 심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역시,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대회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을 때도, 최소한 연락이 두절되는 일은 없이 지냈다.

지금처럼 크로스보우가 다른 세상에라도 간 거 같은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것.

두근.

혹시라도.

그녀는 거대해진 불안감 속에서 생각했다.

혹시라도 다대일의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자신을 도와줬던 때처럼, 괜한 오지랖으로 또 누군가를 구하려다가 피해를 입는다면?

‘안 돼.’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안 돼. 오빠.’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었을 때였다.

“─괜찮을 거예요.”

“···?”

“음···솔직히, 크보 님이 누구한테 진다. 이런 생각은 절대 안 들지 않아요?”

“그건···.”

돌연 어깨에 얹어지는 손.

손의 주인, 송다혜는 살풋 웃었다.

“지금까지 보여 준 게 있잖아요. 편집자님이 못 믿으면 어떡해요?”

“···.”

“괜찮을 거예요. 방금도 상대를 반쯤 죽일 것처럼 패던데요. 뭘.”

“······.”

맞는 말이었다.1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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