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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10화 (110/143)

111화 현실과 가상현실 (6)콰아아아아앙───!!!

철과 철이 부딪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굉음.

비산하는 모래가 시야를 가리고 그 사이.

“왜 그러나!!! 크로스보우!!! 하하하! 이딴 게 희망이라고?! 헛소리!!!”

오드맨이 외쳤다.

일검. 모래를 가르는 일격.

카아앙!!

그리고 그에 맞서는 크로스보우.

“잘하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칭찬이 흘러나온다.

놀라운 일이었다.

크로스보우의 입에서, 누군가를 향한 좋은 평가가 나온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때 이후로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그런 감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압도하던 평소와는 달리,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약하다!! 약하디 약하군! 그래선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네. 크로스보우!!!”

“···하하···.”

쨍!

놀랍게도, 피지컬은 거의 동일한 상황.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그가 다루고 있는 캐릭터가, 아까 전 처음 제작한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카운터와 슈미츠의 위치 탐색을 위해, 갖고 있던 열쇠와 강화권을 때려박아 만든 캐릭터.

대충 ‘크로스보우 Mk.2’라고 이름 붙인 것까진 좋았는데···주어진 모든 포인트를 탐색에만 투자한 상태였던 것이다.

즉, 현재 이 아바타에는 전투 포텐셜이 일절 존재치 않는다. 기본 무장만을 착용하고 있을 뿐.

반면 상대는 최소 S급 티어에 위치할 법한 캐릭터···어쩌면 그 이상.

‘거리를 벌려야겠군.’

카앙!

생각과 동시에 그의 손목이 비틀린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검격을 단도 손잡이로 막아내며, 일격을 내지른 것.

변칙가드를 응용한 테크닉.

“후우.”

잠시 거리를 벌린 채 태세를 정비하는 크로스보우.

오드맨의 눈썹이 불쾌한 듯 꿈틀댄다.

“···반사신경 하나만큼은 인정해 주지. 허나 그뿐이다.”

그러나 서로간의 태도와는 다르게 상황은 그야말로 불리함 그 자체였다. 손아귀에선 통증이 느껴졌다.

통각 제어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

착용 중인 장비는 정말로, 아무런 장식도 없는 총 한 자루와 단도 하나 뿐. 신체 스펙은 거의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

평소 즐겨쓰던 돌격소총이나 저격 소총 따위는 없다.

심지어 발 밑은 푹푹 빠져드는 모래사장.

크로스보우는 잠시, 모래를 밟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웃기는구만.”

“···웃기다? 지금 웃기다고 했나? 감히 자네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퍽 우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쳐 줘야 테러범 정도 되는 인간이 누굴 인정하니 마느니···안 그래?”

“호오. 그 테러범한테 죽게 생겼네만.”

“누가. 내가? 님 개못하잖아요.”

게임 실력에 대한 도발은 만국공통인 것일까.

크로스보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말에, 오드맨은 속에서부터 터져나오는 열불을 느꼈다.

“···역시 너는 제거되어야 한다. 최후의 게임을 클리어한다고? 그럴 리가. 너는 그저, 드문 확률로 태어나는 돌연변이 같은 놈에 불과해.”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는 중년이 뭐라는 거야.”

“테러범···그런 말을 해도 날 막을 수 없다. 크로스보우. 모든 것은 더 나은 세계를 위하여.”

거구의 중년남자 입에 기분 나쁜 미소가 번진다.

“여기서 구축해 주마. 크로스보우. 스킬 - 다원혼합.”

오드멘이 스킬을 발동하려는 순간.

바로 그때였다.

휘익-!

깨닫고 보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미 왼손의 총을 내려치고 있는 크로스보우.

“뭐, 뭣···?”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접근.

그에 오드맨이 당황하고----대응할 시간도 없이.

···깡─! 하는 소리가 들려온 듯 했다.

“억···?!”

크로스보우가 권총 손잡이로, 상대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었다.

“아. 미안. 표정이 기분 나빠서···본능적으로.”

“······지금.”

상대의 눈동자가, 당황에 흔들린다. 그리고 곧이어 그곳에 차오르는 것은 분노.

“지금, 감히. 감히. 네놈 따위가, 감히.”

대기가 들끓어오른다.

키잉─.

마나, 아니, 오러인가? 알 수 없다. 형질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러나 크로스보우는 그걸 인지했음에도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거 미안하다니까.”

“너 따위가 감히. 이 몸, 수만 번의 회귀를 거듭하여 완벽한 존재로 거듭난 내게 너 따위가──!!!!!!!!!!”

화가 많이 났군.

“하하. 근데 조금 전엔 더 나은 세계니 뭐니 하지 않았던가?”

온다.

크로스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단번에 회색 세상으로 진입하는 테크닉.

크로스보우는 흑백 시야 속에서, 동공 앞까지 다가온 검을 빗겨냈다.

카가가가각----!!!

“결국 그냥 아니꼬웠던 주제에. 거짓말하고는.”

“닥쳐라!!!! 장난은 끝이다!!! 크로스보우!!!!”

파삭-.

그때였다.

오드맨의 말과 동시에, 일격을 빗겨낸 단도가 가루로 화한다.

“여기서 죽여 주마. 캡슐 속에서 오물을 배출하며 죽어라.”

크로스보우는 손잡이만 남은 무장을 바라보았다.

“오호라.”

“다원혼합. 이건, 멸망의 게임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소양’이다. 버러지. 네가 지금까지 에너지를 섞어온 건, 유치원생이 으스대던 것에 지나지 않아!!”

“무슨 게임인지는 몰라도 그거 재밌겠네.”

크로스보우는 무심코 대꾸했다.

그럴 만도 하다. 저런 테크닉이 기본이 되는 게임이라니. 플레이할 만한 성취감 요소가 잔뜩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다만 문제는 그 말이 상대의 심기를 더욱 긁은 듯 보인다는 점.

“닥쳐라. 광대 주제에, 감히, 감히!!”

어마어마한 기운이 용오름친다.

···이건 힘들겠는데.

크로스보우는 그걸 보며 직감했다.

많은 양, 혹은 거대한 무언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폭력.

압박감이 신체 내부를 마구 헤집어 놓는 느낌.

상대의 스펙은 캐릭터 간의 상성이라는 말로 표현될 뭔가를 넘어섰다.

말하자면, 이건 무조건 죽도록 되어 있는 이벤트 같은거다.

‘···진다.’

이길 수 없어.

이대로라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문득 시야가 일변했다.

더 검은색으로.

──진다고?

내가? 현실과 가장 닮은 가상현실의 PVP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다.

‘집중해라. 집중하면 돼.’

지금 이 순간.

크로스보우는 모든 잡념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상대가 카운터 등을 납치했던 것은 모두 잊는다.

감정은 지금 필요없어. 그런 곳에 처리할 리소스가 있다면, 모두 전투에 돌린다─!

그러자 그가 가진 괴물과도 같은 게임재능.

그 말도 안되는 능력이─온갖 정보를 모두 뇌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인식도 하지 않을 사물의 디테일.

바닥에 깔린 모래가 쏟아져내리는 모양새. 먼지가 딸려 움직이는 모든 방향성과 피부에 닿는 바람의 흐름.

공간의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 읽혀들어간다.

어느덧, 만물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SYSTEM]경고! 캡슐의 온도가 너무 높습니다! 외부자극을 확인해 주십시오!

시스템 메시지 따윈 무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로지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방법.

그리고 그때.

“죽어라──!!!!”

상대의 외침과 함께 일검.

그에 순간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

──착각이, 든 듯 했다.

“흐음.”

“···뭣이?”

분노 일색이던 오드맨에게서 당황이 터져나온다.

하늘마저 갈라버릴 것 같아 보이던 일격.

그 일격이, 어느 한 점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크로스보우의 손아귀에서.

“···주, 죽어! 이것도 막아 봐라!! 죽어 버려!!”

쐐애애액──!!

다시 한번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

순간, 크로스보우는 낮게 중얼거렸다.

“···알았다.”

그 말이 일종의 방아쇠와 같았다.

찰나 만에 오른손이 모든 에너지의 향연을 뚫고 놈에게 접근한다. 대가로 왼팔이 사라졌지만 상관없다. 계산한 결과 내의 일.

흩뿌려지는 핏방울.

그 틈으로.

“컥?!”

콱, 하고 오드맨의 목을 움켜쥐는 크로스보우.

“재미 없어.”

히죽 웃음지어 보였다.

“그거. 핵이랑 비슷한 뭔가에 테크닉을 섞은 거군? 아아. 핵이라기보단 관리자 권한 쪽인가.”

“커헉···!!! 이, 미,친···끅···통각은, 분명···그대로 전달될 터···!”

“무얼. 네 말대로다. 아파. 피가 쏟아지는 것까지 확실히 느껴져. 다만 덕분에 알겠다. 오드맨.”

감각을 모두 쓴 불쾌감이 몸 속 깊숙하게 남는다. 덕분에 왼팔의 통증은 미비하다.

“균방전도 그렇고···이스터에그 발견에 부랴부랴 패치를 감행하는 이유가 뭔가 했더니. 이 올오버라는 게임.”

“끅···끄윽···이,거 놔···라···.”

꽈아아.

크로스보우의 눈빛이 번들거린다.

“흔히 말하는 게임이 아니구나. 그렇지?”

“···! 끅···!”

“뭐, 아무래도 좋아. 게임이든 아니든 방금 그건, 멋대가리도 로망도 없는 테크닉이었단 건 변함없다. 오드맨.”

“컥, 커헉!”

“스킬 운용이 눈이 썩을 것만 같았다고. 책임져라.”

“···허, 세다···.”

허세라고?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똑바로 봐라. 오드맨.”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돌아보면 어린아이의 형체.

띠링-!

[SYSTEM]해당 구역이 ‘적대 행위 금지’로 설정됩니다!

[SYSTEM]입히는 모든 데미지가 무효화됩니다!

“···.”

크로스보우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극도의 집중 상태에 빠져들어 뭔가를 하고 있을 뿐.

과거 순수 인간의 몸으로 모 게임의 핵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모두 꺾었던 그 시절.

크로스보우는 이 순간 마치 그때처럼, 새로운 경지를 향해 나아간다.

···우우우웅──!!!

“멈춰. 크로스보우. 잠깐. 어차피 공격은 통하지 않아. 크로스보우. 자, 잠깐···!”

“끅···!! 으읍!!”

[SYSTEM]입?는 모? 데?지가 무???니?

[SYSTEM]ERROR!

[SYSTEM]??? ?? ????? ???????

머리 위로 문구가 떠오르고 잠시.

오드맨의 목을 움켜쥔 오른손이──.

“이, 이런 미친···! 그만둬! 크···!”

“끄으으으읍!!!!”

“어때? 오드맨. 하하. 왜 이렇게 발버둥 쳐···.”

터뜨리고 싶게.

크로스보우가 낮게 중얼거린 순간.

─────퍼어어어어어엉!!!!!

성대히, 폭발했다.

후두두둑.

빨간 육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띠링.

[SYSTEM] [UNKNOWN]의 공격에 의해 ‘오드맨’이 사망하였습니다!

“휴.”

상쾌해라.

크로스보우는 땀을 닦으려다, 양팔이 모두 날아간 것을 깨닫곤 그냥 드러누웠다.

“······말도, 안돼.”

묘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상관없었다.

피곤하다.

***

정적 속.

─그림자의 정수가 꽃을 피우겠구나.

─이번 세계는, 우리의 승리다···.

─오리지날···영원한 굴레의 끝···.

까톡.

─종말을 빗겨갈 순 없다.

─이제 비겁한 짓은 끝이야···시간도둑···

까톡! 까톡!

우우웅···

“···.”

아무것도 없이 그저 소리만이 존재하는 공간.

마치 희미하게 돌아온 정신 속을 부유하는 기분.

─16만 번의 회귀는 오늘로써 끝이다···.

─진정한 구원이 오리라···.

멍하니 상념에 빠져 있던 크로스보우는,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싶었던 것.

─크로스보우.

─우리의 마지막 파편. 종언을 가져오는 것은 네가 될 거란다···.

────까톡!!

소리가 울린다.1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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