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스트리머가 너무 강함-114화 (114/143)

115화 종족 갈등 (2)어젯밤.

정확히는 어제에서 오늘로 날짜가 바뀌는 순간부터, 이벤트 도시 뉴 올오버는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었다.

중앙광장의 커다란 분수대를 기준으로, 동과 서.

동쪽은 인간족 진영.

서쪽은 이종족 진영이 모두 점령한 상황.

단순한 인터넷 내 밈이었던 것이 장소를 가지자, 실재하는 현상으로 변해 버린 것.

게임 속이라는 공간이 주는 가벼운 분위기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돋구고 있었다.

“···오빠. 그, 그냥 가자.”

“아냐. 괜찮아. 안 들킨다니까.”

“그래두···혹시라도 들키면.”

“현실에서 장거리인 것도 서러운데 여기서도 그러라고? 안되지.”

여기에 한쌍의 커플이 있다.

서로 종족을 맞추기라도 한 걸까. 둘 모두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모습.

“···그래도.”

“잘 봐. 이러면 들킬 수가 없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제 머리의 뿔을 뚝 하고 부러뜨렸다. 그리고 거의 뿌리밖에 남지 않은 뿔의 흔적을 대충 머리카락으로 덮어 버리자···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

동공이 붉은색인 것이 조금 하자였지만, 동공색깔이야 인간족 유저들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자세히 보지 않으면 들키지 않으리라.

“자. 자기 뿔도.”

“으으···.”

그들이 이렇게까지 인간으로 보이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족 진영의 유저인 그들은 현재 정상적으로 이벤트 서버에서 게임하기 어려운 상황.

경기나 PK뿐만이 아니다. 디저트카페나 가상현실 내에 시범적으로 오픈된 식당 등···여가 시설마저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발견되면 공격당하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동과 서로 양분된 뉴 올오버. 어디에도 마족 유저가 있을 곳은 없다.

그렇기에 그들 커플은 가게에 방문하기 위해, 뿔을 부러뜨리면서까지 인간족 유저인 척을 하고 있었던 것.

“크보 님만 있었으면 뭔가 달라졌을 텐데.”

“그런 소리를 지금 해 봤자···그보다 준비해. 자기야.”

인간 행세를 위해 로브까지 뒤집어쓰고 가게에 늘어선 줄에 서는 두 사람. 주변의 시선은 생각보다 거의 없다. 다들 재잘대며 자신의 일행과 떠드는 모습.

“···이종족놈들 진짜···어이없지 않아?”

“···데, 찐따같긴 해~.”

그런데 어째 겉보기와는 대부분이 무슨 날씨얘기라도 하는 것마냥 게임 내 분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거 라이트 유저들만 오는 곳인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나. 남자는 긴장하며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마족이란 걸 들키는 순간 죽음이다.’

“···오빠.”

“괜찮아. 자연스럽게.”

그래도 상관은 없다. 그가 플레이하고 있는 것은 직접 만든 오리지날 캐릭터, ‘라비’. 비행과 이동에만 특화되어 있는 캐릭터다. 들키면 애인을 잡고 도망치면 돼.

남자는 땀이 차오르는 손바닥을 폈다가 쥐었다가 하며, 심호흡했다.

모든 것은 가상현실임에도 기가 막힌 맛을 낸다는 디저트 카페, ‘스위츠올오버’에 입장하기 위함이다.

“인스타임 유명카페라고? 여기가?”

“응. 주변 사람들도 다 알록달록하고···조명도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온대. 셀럽들도 방문 인증샷 엄청 많아~.”

“제발 맛있길 빌어.”

저 앞에는, 인간족 ‘룰러’가 가게의 방문인원들을 한 명씩 체크하고 있다.

심드렁한 눈으로 대충 들어가세요···같은 말을 지껄이고 있는 이는 분명,  말을 늘어지게 하는 걸로 유명한 스트리머, ‘단서라’다.

채팅창에선 분명 ‘통과!’ ’으음···이상한데 보류!’ 따위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겠지.

귀나 꼬리를 가린 채 자기네들의 진영으로 잠입하려는 이종족 분자들을 잡아내기 위한 행위.

덤으로 마족은 발견되면 즉결처형이다. 보너스 점수 취급인 것.

‘···젠장. 지들끼리만 지지고 볶을 것이지.’

다른 사람은 오랜 모쏠 생활을 청산하고 겨우 잡은 인연과의 연애가 걸려 있는데, 페이퍼플리즈 같은 게임이나 하는 감각으로 평가를 내린다니. 용서할 수 없다.

“···후우.”

그렇지만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닌 노릇.

남자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어느새 줄이 잔뜩 줄어 있다. 곧 있으면, 차례가 돌아온다.

“다음···오세요···.”

“네, 넵!”

젠장. 너무 긴장했다.

마찬가지로 긴장한 여자친구가 팔을 꽈악, 잡는 감촉.

“으음···두 분 다 후드···벗어 주세요······.”

“네.”

뿔은 이미 부러뜨려 놓았다. 여기선 되려 당당해야 해. 남자는 후드를 휙 벗었다.

“어라···눈동자가···특이하시네요···그렇게 새빨간 색이···잘 안 나오는데···.”

“하하. 제가 마빈옥2 유저였어서요. RGB색상표에서 색 찍는 건 잘합니다.”

“···흐음···마빈옥2요···.”

“예, 그, 그렇습니다.”

“저두···그거 했었는데···.”

이런.

큰일 났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남자가 진짜로 마빈옥2같은 게임을 해 봤을 리는 만무. 조언을 받아서 대충 준비해둔 말을 뱉었지만, 설마 정말 그런 똥겜을 해 본 사람을 실제로 만날 줄은 몰랐던 것.

디테일적인 면으로 질문이 들어오면 끝장이야. 남자는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여차하면 줄행랑을 쳐 버리려는 셈.

그러나, 그 수상한 행동에도 단서라는 아무 생각 없어보였다. 그저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이을 뿐.

“저는···잘 안되던데···시간 나시면 나중에···방송···오셔서···RGB 찍는 요령 좀···알려 주세요···.”

“···!”

돼, 됐다! 내심 쾌재를 부르는 남자.

“아. 하하. 얼마든지요. 단서라 님이시죠? 사실 팬입니다! 바빠 보이셔서 아는 척은 안했지만요.”

“여자친구 분이···싫어하시겠다···두 분 다 통과···시켜드릴게요···.”

꽈악 힘이 들어갔던 손에 힘이 빠진다. 들키지 않고 통과 허락을 받은 것이다.

뿔만 없으면 마족이나 인간을 구분하기 힘들 거란 생각은 했는데 정말일 줄은.

안도감에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던 때였다.

“잠깐만.”

돌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돌아보자 그곳에 있는 것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

분명 아까 찐따가 어쨌느니 하던 사람.

“···왜 그러시죠?”

“이상한데. 이봐요.”

“뭐, 뭐가요.”

스윽 다가오는 여자. 그러더니, 애인의 목덜미를 흩는다.

“흐익?!”

“···여자친구 분 목덜미에 왠 문신이 있을까?”

“문신?”

“문신이라고?”

“목에 그게 왜 있어.”

“몰라. 그냥 취향이겠지.”

잠시간의 소란에 고개를 쭉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는, 줄 서 있던 사람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남자는 주변의 말을 주워섬겼다.

“···커플 사이의 일이 왜 궁금하세요? 무례하시네.”

“아니. 이상하잖아요.”

“지금 제 여자친구 모욕하시려는 거면 가만히 안 있습니다.”

“아. 아뇨. 문신 되게 이뻐요. 저도 여기 팔뚝에 있고.”

“···그럼 왜.”

“사실 저도 목덜미에 새기고 싶었거든요.”

“···?”

어느새 통과를 허가했던 단서라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모습.

한껏 쏠린 이목.

딴지를 걸었던 여자는 문득, 씨익 웃으며 속삭였다.

“근데 인간족 코스튬은 팔이랑 발목밖에 문신 못 새기더라구요. 이상하다. 목에 어떻게 새겼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군중.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무기삼아, 여자는 다음 말로 쐐기를 박았다.

“문신을 목에 새길 수 있는 건···마족뿐이던데.”

그게 도화선이었다.

“───!!!!!”

“마족?!”

“마족이라고?!!”

“마족이 여기 있다고?!?!”

“뭐? 마족!? 죽여!!!!!!!!!”

““보너스 점수다!!!””

일상이 광기로 물든다.

“이런 젠장!!! 자기야. 손 잡아!!”

“으, 응!”

소란이 한바탕 일어난다.

“뭐야? 앞 줄 왜 저래?”

“마족이래! 전달해!”

“이봐! 저쪽에 있는 커플 마족···.”

“뭐? 커플?! 죽여!!!!!!!!!!!!”

질서정연했던 줄이 망가진다.

동시에 스킬의 전조.

여기저기서 온갖 종류의 에너지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빨리 죽이려는 셈이다. 가게와 가깝지만 않았다면 이미 포격이 쏟아지고도 남았다.

“···젠장.”

“미안···자기야···내가 괜히 오자고 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자.

여기에 오려고 뿔까지 부러뜨렸는데, 모처럼의 데이트가 엉망이 되었다. 여자친구가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에 남자가 울분과 함께 외쳤다.

“아니. 그깟 케이크 하나도 못 먹게 하냐!! 개자식들아!”

그러나 그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쟤들 튄다! 잡아!!!”

“어림 없어! 여길 그냥 온 줄 알고? 텔레포테이션!!!”

스킬명을 굳이 외치며 자리를 뜨려는 모습. 당하고만 있진 않는다는 심리가 겉으로 드러난 것.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실수.

“그런 작명이면···마나, 계열···이네. 스킬 발동···’동결’.”

“윽?!”

잠자코 상황을 바라보던 단서라의 중얼거림이, 하나의 법칙이 된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던 곳에 뭔가의 이물질이라도 낀 것처럼 스킬발동이 턱, 멈춘다.

“무효화? 이런 미친!!!”

단서라가 직접 제작한 캐릭터의 능력, 스킬 무효화.

개개인이 각자의 캐릭터를 제작한 현재의 올오버.

상대의 능력이 대체 뭔지 모르는만큼, 제 정보도 숨길 수 있다면 무조건 숨겨야 한다.

그걸 모르고 스킬명을 말해 버리는 탓에 간파당한 것이다.

“발동 속도가 무슨···!!”

그러나 남자가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보통이라면 절대 이렇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니까. 대부분의 유저라면 어버버하다가 놓쳤을 상황.

그러나 상대는 ‘룰러’.

실력자만 뽑는 그 역할 중에서도, 단서라는 무려 네이션스 컵까지 참전했던 실력파 중의 실력파 스트리머.

수많은 가상대전으로 단련된 그녀의 반사속도가, 평범한 유저의 스킬발동을 잡아내지 못할 린 없었던 것이다.

영 허당처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의태였던 것.

“죽여!!!!”

“죽여라!!! 둘이 합치면 못해도 20점이야!!”

“죽여서 우리는 다시 1등이 된다!!”

“커플이라 죽이고 싶은 건 아니야······보너스 점수니까 죽이는 거다···.”

이건 답이 없네─남자는 그렇게 직감했다.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인간들이 그들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황.

“죽여···.”

“킬 내꺼!!”

더 이상의 지체는 없다.

스킬들이···그들을 향해 차징된다.

알록달록한 색깔.

한낮의 쨍한 햇빛이 그 광경을 덮었다.

“···알록달록하긴 하네.”

“자기. 미안.”

“아니야. 근데···좀 아쉽다. 크보 님만, 있었어도.”

둘 다 크로스보우의 팬이라서 망설임 없이 마족을 픽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막연히···크로스보우가 있으니 당연히 1등 진영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막연한 믿음을 주는 존재. 그게 그들이 봐 온 방송인이자 선수인, 크로스보우.

“···크로스보우만, 있었으면 뭔가 달라졌을 텐데.”

남자는 본인이 핀잔을 줬던 말을 그대로 되뇌는 것도 모른 채 스킬들을 바라보았다.

아아. 이건 영 안 좋은 경험이네.

빛이, 증대한다.

“키헤헤헷!!! 죽어라!!! 커플!!!”

“뭐야. 찐따는 이종족이나 하지 왜 인간 했대.”

“같은 인간끼리 이러깁니까?”

벌써부터 상황이 끝난 듯 구는 군중.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여자친구를 몸으로나마 보호하는 것뿐이었다.

죽음을 받아들인 그들은 눈을 감았다.

────···

“······?”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살며시 눈을 뜨자, 빛은 사라져있다.

오로지 정적만이 거리를 지배한다.

“괜찮으십니까?”

──문득, 그런 말이 들렸다.

“···?”

낯이, 익다.

한없이 태평스러운 목소리.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그 울림.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다.

햇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얼굴. 넓은 어깨.

그리고.

눈앞에 내밀어지는 두 쌍의 뿔.

“이거. 잃어버리셨죠?”

그들이 이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부러뜨린 그것이, 멀쩡한 모습으로 손에 들려 있는 모습.

“···.”

“자, 자기야. 저분.”

“아아.”

감격일까. 혹은 분노일까. 안도일까.

분명 고작해야 게임임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의 격류에 쌓인 채 남자는 입을 열었다.

“···──크로스보우!!!!!!”

그 선언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방송인들의 채팅창에, 불이 붙는다.

-아ㅋㅋㅋㅋㅋ우리가 왔다!!!!!!!!!!!

-크로스보우가 왔다!!!!!

-마왕님께서 돌아오셨다!!! 더러운 인간족놈들!!! 역겨운 이종족놈들아!!!!

-다 비켜어어어!!!!

-헐

-헐ㅅㅂ

-크보다

-크로스보우다!!!

-마왕이 왔다!!!커뮤니티에 알려 당장!!!

-그가 돌아왔다

-ㄷㄷㄷㄷ무패전승의 신화 크로스보우가 왔다ㄷㄷㄷ

크로스보우는 피식 웃고는 잠시 고민했다.

“포기해라. 여기에 빛은···아니. 이거랑은 좀 다른가?”

그는 커플을 일으켜세웠다.

“안심해라. 이제, 빛은 없다.”

왕의 귀환.

새카만 안구에 박힌 붉은색 동공.

그것이 반달을 그렸다.

마족 진영의 유저들.

대부분이 자신의 팬인 그들의 기대와 울분을 어깨에 싣고───.

“스킬. ‘해방’.”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1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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